온라인 게임 시대가 오랜 시간 계속되면서 상대적으로 도태된 부분을 찾아보자면 스토리텔리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게임이든 스토리가 없이 게임이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스토리가 그렇게 부각되지 않는 액션이나 슈팅 게임들의 경우 스토리가 없으면 반쪽짜리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스토리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에 오면 이야기가 틀려진다. 각 게임들은 고유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이보다는 어떤 콘텐츠를 보여주는가를 더 중요시 하는 모습이 계속되어 왔다. 특히 스토리가 강조될 수밖에 없는 RPG 장르에서도 콘텐츠만 중요시하는 성향이 짙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은 이러한 부분을 타파하고 스토리텔링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많은 유저들이 게임에 깊이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무협 장르는 이미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소설의 한 장르이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주류에서 벗어난 인상을 준다. 그도 그럴 것이 수많은 판타지 장르의 난립과 변주된 이야기들이 시장에 투입됨에 따라 무협 장르에 대한 흥미는 상당히 줄어들었고 게임에서도 잘 사용되지 않는 이야기가 됐다.
당초 ‘블레이드앤소울’이 무협 장르를 선택한다고 했을 때 일각에서는 그동안 판타지 장르를 고집해 왔던 엔씨소프트가 과연 제대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아해했다. 특히 게임 성공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견이 없었던 엔씨소프트이지만 스토리텔링까지 가능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하지만 ‘블레이드앤소울’이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단순히 게임을 완성하기 위한 장치가 될 것이라고 여겼던 ‘블레이드앤소울’은 뛰어난 캐릭터들과 적절한 복선 등을 사용하면서 유저들을 게임 내에 몰입시키는데 큰 성공을 거뒀다. 그동안 엔씨소프트가 보여줬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지만 유저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무협이라는 장르가 비주류 취급이어서 몰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던 유저들도 전체적인 스토리에 재미를 느끼면서 이를 별도로 취급해 여러 가지 콘텐츠로 재생성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블레이드앤소울’의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을 살펴보면 무난한 클리세를 여럿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를 알 수 없는 주인공이 등장해 자신의 스승과 동료들의 복수를 위해 나선다는 스토리는 지극히 평범하다. 이는 비단 무협 장르 뿐 아니라 판타지 장르에서도 심심치 않게 쓰이는 스토리 라인이다. 특히 테마가 ‘복수’로 정해졌다면 필히 들어가야 하는 몇 가지 중에 하나로 꼽힌다.
문제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부분 유저들이 초반에 몰입하지 못하면 후반까지 게임 플레이가 이어지지 못하는 현상은 모든 게임이 겪는 문제점 중 하나다. ‘블레이드앤소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반 ‘화중’이라는 캐릭터로 튜토리얼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유저들이 게임을 지속해야하는 동기 부여까지 완성한다.
하지만 동기 부여만으로는 유저들을 끝까지 사로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블레이드앤소울’이 각 챕터마다 복선을 준비하고 있는데 스토리의 끝에 반전을 부여하면서 유저들의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킨다. 특히 같은 편이라고 믿었던 캐릭터들의 ‘배신’은 유저들의 분노를 자극하기는 하지만 다음에는 또 어떤 식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까 흥미진진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게임 전반에 걸친 복선을 통해 완성해 나간다. 특히 키 캐릭터들을 꾸준히 스토리에 표현하면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고 마무리하는 방식은 스토리텔링에 많은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또 대부분 인게임 영상을 그냥 지나치기 마련이지만 뛰어난 연출로 이를 완성함에 따라 좀 더 효과적인 스토리 전달을 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띤다.
한 유저는 “일반적인 게임 진행 과정에서 인게임 영상이 등장하면 보통 그냥 지나치는 게 다반사다. 하지만 ‘블레이드앤소울’의 스토리는 재미있는 축에 속해 꾸준히 보는 편이다”라며 “같은 파티원이 인게임 영상을 보고 있으면 보통 빨리 재촉하는 편이지만 처음일 경우에는 끝까지 볼 때까지 기다려주는 유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즐기는 것 외에 또 다른 재미를 찾아본다면 바로 스토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분석해 보는 것이다. 이는 비단 게임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소설 등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부분이다.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도 물론 좋다. 하지만 스토리를 좀 더 파고든다면 게임 외적으로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도 있다.
‘블레이드앤소울’ 이전에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이런 역할을 담당했다. PC 게임을 시작으로 장대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어 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몇몇 설정에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잘 만들어진 스토리 구조를 가진 MMORPG로 꼽히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스토리텔링을 가진 게임이 있다는 점은 분명 좋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몬스터를 사냥해 레벨을 올리고 좋은 아이템을 얻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해 줄 수 있다면 유저들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블레이드앤소울’로 다시 촉발된 온라인 게임과 스토리텔링의 만남이 이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확장되어 많은 게임에서도 좀 더 스토리에 관심을 둔다면 보다 높은 수준의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겜툰FOCUS/겜툰특집
블레이드앤소울, 스토리텔링의 매력에 빠지다
JEㆍ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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