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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여가부, 신 규제 실무 돌입……게임업계 ‘실력행사’할까

작성자 :	등록일 : 2013-01-16 오후 4:44:21

지난 8일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 등 친박계 의원 17인으로 구성된 의원인단이 ▲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과 ▲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 즉 게임업계를 둘러싼 신 규제책이 발의된 가운데, 해당 법안의 구체적인 입법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실무를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밟고 있어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발 빠르게 입법절차를 밟는 곳이 게임업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가 아닌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라는 것이 업계의 분통을 사고 있다. “게임업계를 모든 사회의 악을 만들어 내는 암으로 만들지 못해 안달이 난 여가부가 또 나섰다”라며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선 여가부의 존재가 업계를 분노하게 만들고 있는 규제와 함께 다시 부각되면서 게임업계는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최근 해당 법안 발의 소식과 함께 남궁훈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지스타 보이콧 발언’이후 업계 안팎에서는 출처가 불분명한 불만을 터뜨릴 것이 아니라 ‘실력행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극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은둔형 CEO들로 유명한 메이저 게임업체들의 CEO들의 의견 표명이 절실한 순간이 오고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여가부는 소속 부서인 청소년매체환경과를 통해 게임업계 주무부처인 문화부를 비롯, 각계 부처와 위원회 단게 등의 정부 기관에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 등에 대한 의견조회’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여가부가 의견조회 공문을 발송한 범위는 게임의 주무부처인 문화부와 관계 부처, 청, 위원회 단위의 주요 정부기관들이다. 게임업계와 해당 산업과 관련이 있는 각 부처의 의견을 구하기 위한 공문을 발송한 것이다.

부처가 법안에 대한 의견조회 공문을 관계 부처에 돌리는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다. 입법 후 관련 부처와의 의견충돌을 피하기 위한 사전 조율 행정 절차 작업인 것이다. 업계는 여가부가 게임규제 강화에 대한 내용을 담은 법안의 입법절차를 위해 행정적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른바 ‘셧다운제’와 마찬가지로 게임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규제안에 대한 법안을 주무부처를 제쳐놓고 여가부가 먼저 나서 행정 절차를 밟고 입법을 하려는 것이다.

△ 위메이드 남궁훈 대표의 즉각적인 지스타 보이콧 발언은 그 동안 게임업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즉각적인 반발이기도 했다. 많은 업계 전문가들은 업계의 목소리가 그 동안 규제를 발의하는 정부에 미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업계를 이끌어나가는 업체 대표들의 반발 의지가 적극적으로 전해지지 않았기”때문으로 보고 있다.

문화부 또한 여가부가 해당 법률에 대한 의견조회 공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문화부 측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가부 측에서 보낸 게임관련 법률에 대한 의견조회 공문이 도착했다”라며 여가부 측이 돌린 공문을 문화부 측 또한 수령했음을 밝힌 뒤 “게임 산업 주무부처는 문화부인데 관련 법안을 여가부가 먼저 발의하고 행정상의 절차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우리도 당혹스럽다”라며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문화부 측은 “내부적으로 게임 산업의 주무부처인 문화부가 있는 상황에서 여가부가 관련 규제법의 실무절차를 밟으려 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있는 것이 사실이며, 주무부처가 여가부인지 문화부인지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라며 “이번에 발의된 법안들은 중복심의도 우려가 되며 규제의 강도가 너무나 높아 산업 자체를 망가뜨릴 위험성이 높다”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문화부 측은 여가부에서 받은 의견 질의서를 통해 손인춘 의원 등이 발의한 게임규제안에 대한 우려의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여가부 측이 돌린 의견조회 답변일시는 오는 22일까지로 알려져 있어 문화부 측의 의견을 들은 여가부의 반응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화부 측은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음란성과 폭력성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으며, 간접적으로 중독성에 대한 심의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셧다운제 확대 등 추가적인 규제는 이중・삼중규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중복적인 심의를 진행하기보다는 게임위의 강화와 목적성을 잃은 셧다운제를 다듬고 수정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주무부처를 제쳐놓고 다시 한 번 여가부가 게임업계에 직접적으로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규제안을 들고 상황 전면에 나서자, 업계 CEO들은 “이제는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야 할 때”라며 집단적인 반대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등 명확히 게임업계의 목소리를 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8일 위메이드 남궁훈 대표가 자신의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법안의 실시 여부와는 관계없이 2013년 지스타에 참가하지 않을 뜻임을 밝히며 규제 관련 법안에 대한 게임업계의 완곡한 반대 의사는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상황이다. 위메이드는 지스타 2012에서 메인스폰서를 맡기도 해 남궁 대표의 즉각적인 반발 의사는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여가부가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에 업계 CEO들의 반대 의사는 적극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CJ게임즈의 대표이자 ‘마구마구’를 개발한 애니파크의 대표인 김홍규 대표는 여가부의 법안 실무 진행 뉴스가 나오자마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가, 이제는 아우성이 아닌 실력행사가 필요할 때”라며 업계의 경종이 울리길 주문했다. 중견 게임 기업 CEO들이 해당 페이스북을 인용하고 소개하며 의견을 같이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대표자들의 이와 같은 목소리는 즉각적인 효과를 부르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15일 급거 상경해 게임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부산시가 지역 국회의원들과 공동 대응해 업계가 당면한 어려움을 합리적으로 풀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게임업계에 힘을 실어 주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부산시는 이후 부산시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게임 산업의 중요성과 지스타 개최의 필요성을 강조한 의견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 게임산업협회를 중심으로 하는 업계의 반대 목소리가 즉각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렇게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자 업계에서는 업계를 대표하는 메이저 업체들의 CEO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업계 규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 동안 지속적인 업계 규제 이슈가 나올 때마다 이와 같은 요구가 있어 왔지만, 메이저 업체 대표들은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이나 반대 의사 등을 표명한 적은 없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은둔형 CEO들이 나서지 않아 업계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유야무야 불평만 하다 규제안을 받아들여 ‘만만하게’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는 비판도 제기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정주 넥슨 회장 등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산업의 아이콘’과도 같은 이들이 규제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함구를 하는 것에 대해 적지 않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막대한 만큼 정부의 눈치를 본다”라는 비판도 있다.

그렇다면 업계를 이끌어나가는 업체들의 뜻이 한 자리에서 모여질 기회는 없는 것일까. 업계에 따르면 이 달 말께에 한국게임산업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회장사와 부회장사들은 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규제법에 관련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위원회는 게임협회가 매월 진행하는 공식 행사로, 정확한 일정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지만 회장사인 네오위즈게임즈를 비롯해 넥슨과 엔씨소프트, NHN한게임, 위메이드, CJ E&M넷마블, 스마일게이트 7개 부회장사가 참석해 안건을 논의하는 회의다.

시기상으로 해당 회의에는 업계의 핫이슈인 신 규제 관련 안건이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이 자리에서 위메이드의 남궁 대표가 제의한 지스타 보이콧에 대형 게임사들이 모두 동참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메이저 게임사들의 뜻이 한 자리에 모여 협회의 이름으로 공식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분석하고 있다. 협회 측은 “이번 운영위원회의에서 지스타 보이콧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있지만 이는 회원사들이 각기 결정할 부분”이라며 “아직은 업체들도 어떤 입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수위를 조절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 업계 전문가는 “최근 야구계에서 결정된 10구단 승인 문제로 개최되는 개 구단 구단주의 모임인 KBO 총회가 17일 열리는데, 여기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구단주로 직접 참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대기업들은 모두 구단주 대행이 참석하는 것과 확연한 차이”라며 “분명 의미 있는 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게임업계가 큰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게임업계의 일에는 은둔형으로 지내다 야구계 일에 직접 참석해 목소리를 보태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가부가 새로운 규제안에 대한 입법 실무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업계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져 규제에 대한 공식적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겜툰 송경민 기자
songkm77@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