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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중국게임업계의 표절&분쟁, 언제까지 계속되나

작성자 :	등록일 : 2009-07-23 오후 2:35:41

50개국 195개 게임 업체가 참가하고 올해로 7번째를 맞는 중국 최대의 게임 축제 ‘상해 게임 박람회’(이하 차이나조이 2009)가 상해 신 국제전시장에서 오는 23일 4일간의 일정으로 개막한다. 차이나조이 2009는 중화인민공화국 신문출판총서와 과학기술부, 공업 및 정보화부 등의 주관으로 열리게 되며, 방문객 수만 15만 명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국제 게임쇼로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이번 차이나조이 2009에서는 중국 최대 퍼블리셔인 샨다와 더나인을 비롯, 텐센트와 나인유, 완미시공 등 중국 주요 퍼블리셔들이 참가하는 이번 박람회는 중국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국내 유명 게임들도 함께 전시되어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열전에 돌입하게 된다.

샨다를 통해 중국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NC소프트의 ‘아이온’과 넥슨의 ‘카트라이더’(세기천성), ‘던전&파이터’(텐센트) 등의 게임이 각 퍼블리셔 부스에서 소개되며, NHN의 중국 현지 법인 ‘아워게임’은 자사의 온라인 게임포털 ‘롄종’의 전시장을 마련해 3D 대전 격투게임 ‘정무세계’, ‘부응의 꿈’, ‘군주스페셜’ 등 3종의 게임을 선보인다.

△ 최근 표절의혹을 받고 있는 더나인의 ‘뮤X'

또 차이나조이 2009에서는 게임 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휴대용 게임기, 만화와 인터넷 장난감 등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신규 콘텐츠들이 공개되며, 게임 관련 컨퍼런스도 부대행사로 열리게 된다. 특히 넥슨의 서민 대표와 엔씨소프트의 윤송이 부사장이 각각 중국게임개발자회의(CGDC)와 중국게임사업자회의(CGBC)에 참석해 온라인 게임 기술 진보에 대한 주제 등으로 발표 및 기조연설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차이나조이에서 또 하나의 이슈에 주목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최근 중국 최대의 게임 퍼블리셔 중 하나인 더나인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온라인 게임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 ‘뮤X’를 선보이면서, 다시 한 번 중국 게임업계와 국내 게임업계간의 표절 문제과 모방 문제에 대해 업계는 물론 범국가적으로 대처를 해야 할 때가 왔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국내 게임업계가 중국에 진출한 이후 매년마다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분쟁들을 더 이상 좌시하고만은 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하지만 국내 게임업체들이 가지고 있어야 할 소중한 자산인 지적재산권은 물론, 민감한 표절 문제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창구가 명확하지 않아 답답함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에서 들려온 한 소식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국의 한 게임업체, 그것도 중국을 대표하는 게임업체가 국내 게임업계의 게임을 표절해 이번 차이나조이 2009에 출품한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아무리 이전 차이나조이에서 많은 표절 게임들이 등장했었다고는 하지만, 국내 게임사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로 인해 거대 회사로 성장한 업체가 국내 게임을 그대로 표절한 작품을 너무나 뻔뻔하게 출품을 한다는 소식에 ‘다른 의미로’감탄을 금치 못한 것이다.

이 게임사는 바로 중국 거대 유먕 게임업체인 더나인. 최근 더나인은 국내 게임 개발사인 웹젠에서 개발한 간판 MMORPG ‘뮤 온라인’와 유사한 ‘뮤 엑스’를 공개해 표절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단순히 이름이 비슷한 것이 아닌, 공개된 게임 내용들이 대부분 표절 대상이 되었다. 특히 이 회사는 뮤 온라인의 후속작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기존 자신들이 중국에서 서비스하고 있었던 뮤 온라인의 중국판 게임명을 딴 상품명까지 미리 등록할 정도로 치밀함을 보여주고 있다.

△ 더나인의 또 다른 표절 의혹작인 WOF~ 명장삼국지의 모습

문제는 뮤 엑스의 개발은 뮤를 개발한 웹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 뮤를 개발한 웹젠은 “이미 2년 전부터 우리 동의 없이 더나인이 뮤 엑스를 개발해왔다”며 “이번 차이나조이에서 ‘뮤 엑스’가 공개될 때까지 기다려 볼 수밖에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기를 차게 만들 정도로 흘러가고 있다. 뮤 엑스의 중국명은 ‘기적전기’로, 뮤의 중국 이름인 ‘기적’과 비슷하다. 게다가 뮤 엑스의 사이트에는 뮤와 비슷한 표절 캐릭터들이 무단으로 도용되고 있다. 이미 더나인은 최근 개발해 발표를 한 ‘명장삼국지’라는 타이틀로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들을 미리 ‘기가 차게’만든 적이 있다. 바로 국내 게임 개발업체 네오플의 간판 게임이자 중국 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던전&파이터’의 게임 방식과 배경을 그대로 베낀 게임이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중국 게임업체들의 일방적이고 비 도의적인 표절 문제는 오늘내일의 일이 아니다. 최초로 표절 시비가 불었던 것은 중국을 온라인 게임 거대 시장으로 만든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2. 미르의 전설 시리즈를 중국 내에서 서비스를 하면서 거대 게임 기업으로 성장한 샨다는 그러나 이후 위메이드와의 로열티 다툼이 일어나자 미르의 전설2를 표절한 ‘전기세계’라는 게임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중국 게임사들의 표절은 노골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특히 자국의 게임업계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게임쇼인 차이나조이에서 이런 표절 게임들을 다수 선보여 왔는데, 카트라이더를 그대로 베낀 카트레이서와 큐큐 스피드, 페이퍼맨을 표절한 지객제국, 던전&파이터를 표절한 귀취등과 명장삼국지, 오디션을 표절한 슈퍼댄서 온라인 등 샐 수 없는 수준의 많은 게임들이 버젓이 중국 내에서 서비스를 이어나가고 있다. 콘솔 게임 복사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복사&짝퉁 마인드’가 온라인 게임에도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 CDC게임즈는 국내 게임사와 잦은 로열티 지불 문제를 빚고 있다

표절 문제만 국내 게임업체들의 속을 끓이게 한 것은 아니다. 국내 게임업체가 중국 내 퍼블리셔와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한 뒤 로열티를 돌려받지 못하는 분쟁도 주기적으로 여러 차례 발생되고 있다.

위메이드는 미르의 전설3를 CDC게임즈를 통해 서비스를 했지만 로열티를 지급받지 못했고, 결국 다른 서비스 사를 찾아야만 했다. 이미 한빛소프트와 엠게임이 더나인과 CDC게임즈를 통해 게임 서비스를 했지만 로열티를 지급받지 못하는 분쟁 사태가 있었으며, 최근 중소게임 개발사 올엠이 또 다시 CDC게임즈와 계약을 맺고 루니아전기의 중국 내 서비스를 진행하다 또 다시 60만 달러가량의 로열티를 지급받지 못하는 일을 당하고 말았다.

올엠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계속해서 공문을 보내 로열티를 지급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응답이 없었다. 서비스사를 변경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기 때문에 답답할 따름이다”라며 답답한 심경을 호소했다. 서비스사를 옮길 경우 중국 내 서비스 허가권이자 판권인 ‘판호’를 다시 획득해야 하는데,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과 분란을 일으킨 게임에 새로운 서비스 허가를 내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 중국 게임사들은 만성적으로 국내 게임들을 표절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게임사가 중국 내에서 직접 게임을 서비스하지 못하게 하는 중국 공안정부의 법 때문에 일어나는 로열티 분쟁이다. 어차피 자신들의 손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것”이라며 “또, 서비스사를 바꾸는 것이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법을 믿고 중국 업체들이 배짱을 부린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이런 ‘중국발 문제’들을 속 시원하게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일까. 현재로써는 뾰족한 대응방책이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명확한 범죄 행위이지만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스코드를 도용하거나 카피한 것이 아니라면 벤치마킹, 혹은 패러디나 표절의 차이를 가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자국 내 기업으로부터 현지 법원에 피소된 외국기업의 제품을 중국 내 서비스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만약 이 법안이 발효가 된다면 원천적으로 개인 기업이 중국 내 게임 업체들과 이런 문제로 공방을 벌이는 길 자체가 막혀버리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더욱이, 중국 법원이 ‘확실하고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한국 게임사들의 손을 들어줄 리도 만무하며, 판례라도 생겨 버리면 향후 정국에 더 큰 불이익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미 과거 위메이드는 샨다를 상대로 표절 소송을 제기했지만, 4년의 법적 공방 끝에 결국 ‘전기세기’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선에서 마무리 한 바가 있었다. 이런 사례들은 충분히 국내 게임업체들에게 불이익울 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섣불리 소송을 걸었다가 판례를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에 국내 업체들도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중국의 차이나조이에서는 이런 중국 게임사들의 ‘표절품’들이 다수 공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국내 게임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현재로써는 전무한 수준이다

사실상의 불공정 무역 거래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돌파구가 없는 셈이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불공정 무역을 한 중 FTA를 통해 해결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한 중 FTA에 대한 정확한 추진 등이 확실해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판단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똑같은 문제로 업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슴앓이를 하고 있지만 주무부처는 사실상 ‘딱히 뾰족한 방법이 없다’라며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년 벌어지고 있는 불법적이고 억울한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할 수는 없다”라며 “업계가 한 데 뭉쳐 정부에 강력하게 국내 수출 게임산업에 대한 보호를 요청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