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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때리는 답답한 국정감사……올해도?

작성자 :	등록일 : 2009-10-12 오후 3:28:01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오면 올해는 무슨 무서운 정책이 나올까 걱정부터 된다” 모 게임개발사 사장의 한탄이다.

매년 정부와 국회의 국정감사가 실시되는 때가 되면 게임업계는 자연스럽게 몸을 움츠린다. 매 해마다 게임업계의 주무부처라고 할 수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를 대상으로 하는 국정감사에서 나오는 내용이 그야말로 게임업계의 목을 죄는 정책들로 점철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계 일각에서는 “게임업계의 주적은 정부”라는 웃지 못 할 말들이 나오고 있다.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정부의 움직임은 두드러지고 있었다. 바로 게임업계를 한 차례 뒤흔든 ‘온라인셧다운제’를 국회의원들이 발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2008년 국정감사에서 온라인셧다운제를 발의한 최영희 의원실 측은 “이번에 발의한 청소년 법 개정안은 웹보드 게임뿐 아니라 게임전체가 대상”이라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발의하는 법 개정안인 만큼 국회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 정부의 문화부 국정감사는 매년 ‘헛다리짚기’만을 거듭하고 있고, 올해도 그렇다

당시 업계에서는 국정감사 이후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인 온라인셧다운제에 대해 우려 섞인 반응을 나타낸 바 있었다. 게임업계 진흥정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 관련 업계의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 것. 또한, 온라인셧다운제는 PC방 사업자에게도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전망되면서 PC방 사업자들의 한숨을 자아내게 했다.

특히 이 법안은 작년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국회에 제출된 상태. 국회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지난 4월 여야 의원 21명의 지지를 받아 아동·청소년의 인터넷게임중독과 관련한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부모의 요청이 있으면 심야인 자정~새벽 6시에는 청소년에게 게임 제공을 제한해야 한다. 또한, 아동과 청소년을 둔 친권자(보호자)는 자녀의 게임접속을 하루 최대 3시간 이용으로 제한, 시간이 지나면 강제로 게임접속을 못 하게 할 수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한게임 등 대형 게임포털들을 주축으로 하는 그린게임캠페인을 발동시켜 자체적으로 사실상의 셧다운제를 시행했다. 그리고, 또 다시 이런 ‘막무가내 정부’의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와, 게임업계를 아연실색하게 만들고 있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온라인셧다운제가 등장했다면, 올해 국정감사에서 등장한 ‘국정감사 찬바람’은 바로 ‘간접충전 금지법’이다. 간접충전 금지법은 고스톱과 포커(이하 고포류) 등 웹보드게임을 겨냥한 것으로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이 발의했다.

간접충전 금지법이란 고포류 게임 플레이에 필요한 사이버머니를 유저가 아바타와 같은 게임 캐릭터 구입 시 제공받는 것을 금지한다는 것으로, 고포류나 다른 부분유료화 게임들의 사행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을 때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던 결재 방식이었다. 사실상 게임 캐릭터의 비중이 적은 고포류 게임에서 아바타를 구입하는 것은 결재 시 보너스로 딸려 나오는 사이버머니를 구입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것을 두고 간접충전이라는 말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겉으로 보면 간접충전 금지법은 사행성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 법한 것이 사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 업계는 사행성에 대한 문제에 대해 간접충전과에 대한 규제책은 산업의 축소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의원들에는 들리지 않는 듯 하다

국회의원 측에서 제시하는 사행성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있는 사이버머니의 경우, 이미 게임산업진흥법인 제32조제1항 제7호에 '환전업금지조항'제정을 통해 거래가 전면 금지되어 있다. 즉, 사이버머니와 사행성을 직결시키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는 것이다. 실제 국내 대표 게임 포털의 경우 고포류 게임 이용자의 94% 가량이 무료로 게임을 이용하고 있으며, 유료 이용자 중 42%가 아바타를 구매하고 있고 이 아바타 구매자의 3%(전체의 0.08%)가 월 10만 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어 간접충전이 사행성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고포류에 대한 사행성을 지적하는 데에 핵심이 벗어난 법안을 발의하려 한다는 것이다.

게임업계가 간접충전 금지법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이유는 산업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간접충전 금지법은 웹보드게임에서 사이버머니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 만약 통과가 된다면 웹보드게임 시장 자체가 와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면 사행성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수 있지만 막무가내로 그것을 막는 것은 산업의 저해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업계는 고포류의 웹보드 게임에 사행성 논란을 막기 위해 필요한 법안은 뜬금없는 ‘헛다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간접충전 금지법이 아니라 사이버머니를 악용해 현실적인 이익을 취하는 불법 환전 사이트에 대한 제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행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은 바로 불법 환전 사이트에 대한 규제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 불법 환전상에 대한 문제 해결이 선결되어야 하지만, 사실상 이에 대한 규제책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고포류 웹보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불법 환전 사이트들은 현실적인 재산상 이익을 위해 불법 환전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해킹 등의 불법행위까지 저지르고 있어 선량한 대다수 게임 이용자의 건전한 여가생활과 게임업체의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사행성을 조장하는 세력으로 손꼽혀 왔다. 특히 게임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의 주범으로 업계의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묵은 사행성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사이버머니의 환전거래 방지 및 환전 사이트 척결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업계만의 노력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정부와 사법기관의 적극적인 공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 게임 수출은 2008년 10억 달러를 넘어서며 전년도 대비 40%를 넘어섰고,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 분야의 경우 조선과 반도체에 이어 최고의 경쟁력을 보이는 산업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원가가 들지 않는 디지털 콘텐츠로 10억 달러가 넘는 수출 실적을 올리고 있으니 자원이 나지 않는 나라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효자 상품이 없는 것이다. 또 새로 정권이 바뀐 뒤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이 게임업의 진흥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게임산업협회 출범식에서 문화부 고위층이 게임업계에 '고맙다'고 고개를 숙일 때 국내 게임업계는 정부의 유례없는 지원을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업계의 바람과 목소리와는 달리 국정감사와 정부는 계속해서 헛다리를 짚고 업계의 숨통을 옥죄는 법안의 제출에 힘을 쓰고 있다.

△ 한게임 김정호 대표는 한국게임산업협회장 취임 이후 치명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사행성에 대한 그릇된 시선을 거두기 위해 그린게임 캠페인 등의 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이다. 그러나 졸지에 ‘정부의 눈끌기 이벤트’에 출석해 사행성이 짙은 게임을 운영해 돈을 벌어들인 수장으로 날선 질문들을 받게 됐다.

최근 김정호 NHN 한게임 대표 겸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국정감사 출석을 요구받았다. 바로 간접충전 금지법에 대한 논의 때문인 것. 그러나 협회장 자격으로 국정감사에 나서는 것이기는 하지만, 한게임이 웹보드게임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사행성에 관련된 한게임의 웹보드게임과 관련된 날선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김 대표의 국정감사 출석이 결코 게임업계에 달가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놓고 사행성에 대한 질문을 하고 간접충전 금지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은 게임 산업 전반적인 부정적 이미지를 다시 한 번 불거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년 국정감사 시즌 때마다 게임을 둘러싼 다양한 악재가 쏟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대표의 출석 자체가 반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게임 규제에 관련된 이슈는 쏟아지고 있다. 또 그 이슈의 경중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에서 업계의 시름은 더욱 늘어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치인들과 정부, 그리고 주무부처가 게임과 사행성을 떼놓고 생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는 사행성 게임 규제가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 때문에 단골로 등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 정부의 ‘일회성 이벤트’에 게임업계는 사행성 가득한 오염 지역으로 낙인이 찍히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이른바 '셧다운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이 발의했던 셧다운제는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들이 온라인게임을 즐길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숱한 논란 끝에 셧다운제는 현재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상태다.

이렇게 국정감사가 끝나고 일반인들의 관심이 멀어지면 게임 규제 이슈가 종적을 감춘다는 점에서 '1회성 이벤트'로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한 정부의 입장과도 어긋난다.

업계 관계자는 "국정감사 때마다 게임업계 때리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사행성 게임과 같이 근절돼야 할 문제들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지 국정감사 때 잠깐 주목받고 끝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정부가 게임에 대해 아예 관심을 끊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