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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현금거래 판결, ‘환영’과 ‘우려’의 사이

작성자 :	등록일 : 2010-01-13 오후 5:29:50

지난 10일 온라인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고파는 행위를 불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온라인 게임업계 각계각층의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현금거래 중개업을 하고 있는 업체들 등은 최종적으로 적법한 판결이 내려졌다는 것에 잇따라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반면, 게임업계는 많은 부작용과 게임에 대한 과몰입 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물론 이번 판결은 일반 게임에서의 게임머니 및 아이템과 관련된 문제를 법률상 명확히 해석했다는 데 지나지 않다. 그러나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게임머니 거래가 양성화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반응들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어 현금거래 시장에 대한 논란이 다시 한 번 뜨겁게 온라인 게임업계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 현금거래 판결의 ‘환영’과 ‘우려’의 사이에는 어떤 것들이 공존하고 있을까.

대법원은 이번 최종 판결에서 “게임산업진흥법에 명시된 환전금지 조항에서 현금거래가 금지된 물품은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 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로 되어 있는데 일반 온라인게임에서 얻은 게임머니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얻을 수 있는 대상이므로 무죄”라고 밝혔다.

문화부는 대법원의 판결과 법적 해석에 대한 게임업계의 의견과 우려의 목소리 등이 분분하자 즉각 "이번 판결이 모든 게임머니의 현금거래를 합법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웹보드게임은 게임머니의 직업적 환전 행위 자체가 여전히 불법이고, 온라인게임의 경우는 비정상적인 게임 이용을 통해 획득한 게임머니를 직업적으로 환전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는 것이다.

△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획득한 게임머니를 대량으로 유통하는 행위는 여전히 불법이다. 그러나 이를 정확하게 판단할 기준도, 실질적으로 현재 오토 작업장이 양산하고 있는 현금거래 물량에 대한 단속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당연히 게임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오토 규제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소위 ‘작업장’에서 전문적으로 오토프로그램 등을 사용해 비정상적으로 획득한 게임머니를 직업적으로 환전하는 것은 여전히 불법으로 간주된다는 뜻이다. 온라인 게임의 게임머니 획득이 도박과 운에 간주하는 것이 아닌, 노동의 대가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판결을 한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업계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금거래의 적법화가 가지고 올 사행성에 대한 문제와 여러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고 있다. 반면, 현금거래 중개업을 하고 있는 사이트들 등 일각에서는 게임업계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기대할 수 있다며 반색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국내 온라인 게임 아이템과 게임머니의 현금 거래액은 연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 이와 별도로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액수도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이템거래중개업체들은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적극적으로 환영의 메시지를 던지며 기존의 온라인게임 아이템 및 게임머니의 현금 거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게임머니 거래 자체에 대한 위법성 여부와 기준을 명확히 한 판결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업체는 이번에 기소가 되어 판결을 기다려 온 김모씨 등의 판결에 적지 않은 지원을 해 왔다. 현금거래의 적법화 논란에 실질적인 대표적 판례가 될 중요한 판결인 만큼 자신들의 사업과 시장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일맥상통한 일이 있던 것. 때문에 김씨 등의 변호인을 유명 로펌에서 고용해 지원했으며, 단국대 법학과 정해상 교수를 증인으로 내세워 무죄를 입증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의 판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이다.

△ 현재 거래되고 있는 게임머니와 아이템 중 대부분은 작업장에서 유통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템거래중개업체들은 "이번 판결로 온라인 게임머니 또는 아이템의 거래 행위 및 거래 중개 행위에 대한 위법성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며 "사법부가 빠르게 발전하는 온라인게임 및 관련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한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게임아이템 현금 거래에 대한 한층 명확한 법리적인 판단 기준이 마련되었으며, 디지털 자산의 유통에 있어 국제적으로 선점한 우월적 지위를 지켜나가고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들 업체는 더 나아가 지난해 보건복지가족부가 청소년 유해매체로 규정한 조치가 어느 정도 완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보내고 있는 환영의 메시지처럼 현금거래에 대한 논란이 종식되기에는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게임업계의 반발은 적지 않은 수준이다.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메이저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대다수 게임업체는 약관에 있는 게임머니의 현금거래 금지 조항을 여전히 고수할 태세다. 또 여전히 약관을 어긴 유저들의 계정을 압류하고나 제재를 취하는 등의 자체적인 조취를 그만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약관심사 시 공정성 여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고심해야 할 숙제도 떠안게 됐다. 공정위가 그 동안 아이템 거래자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취해 왔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각층에서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온라인 게임에 대한 산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게진법에만 국한된 편협한 판결이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금거래가 적법화가 될 경우 예상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 산업에 미칠 크고 작은 파장이 엄청나게 많고 크기 때문이다. 특히 그 동안 계속되어 왔던 ‘온라인 게임=사행성’에 대한 그릇된 시각을 끊기 위해 동분서주 노력한 게임업계의 허탈감과 걱정은 대단하다. 단순히 법적인 해석에만 주목한 법원의 판결이라는 지적이다.

△ 게임업계는 지속적으로 클린게임 캠페인을 계속해 왔다. 온라인 게임과 사행성에 대한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었다.

일차적으로 작업장의 활성화에 대해 예상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다. 물론 문화부는 ‘비정상적으로 획득한 게임머니 거래는 불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작업장이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고 게임머니를 양산해 유통한다면 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오토 프로그램이 ‘판’을 치고 있는 만큼 작업장들이 오토프로그램을 사용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물론 현재 오토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작업장은 전부 불법이다. 그러나 만약 작업장이 과거의 방법(게임 플레이를 오토가 아닌 아르바이트를 고용하여 게임머니와 아이템 등을 획득하는 방법)으로 회귀를 한다면 ‘현재로써는’단속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이런 작업장이 활성화가 될 경우 어린 고교생들, 혹은 젊은 청년들이 밤새도록 게임을 하며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획득하는 결코 윤리적이지 못하다고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에 고용되는 것에 대한 문제는 차처 한다손 치더라도, 이렇게 대량으로 형성된 게임머니가 일반 유저들에게 유입되면서 발생되는 게임 밸런스 붕괴에 대한 문제는 온라인 게임 콘텐츠에 대한 질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온라인 게임의 핵심 중 하나인 경제 시스템이 붕괴가 되고, 게임의 수명이 단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검찰과 경찰은 “작업장에서 획득한 머니가 이용자들에게 흘러들어 갔을 경우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다”라며 작업장에 대한 정확한 단속 기준이 모호해졌다는 것을 시인하고 있다. 노동의 대가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결을 한 만큼, 이에 대한 단속 자체도 불가능해 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만약 현금거래가 적법화되고 양성화 된다면 그 동안 계속해서 문제가 되어 왔던 “국내에서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현금거래에 특화된 게임을 만들면 된다”라는 게임업계의 속설이 그야말로 ‘양산화’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게임 콘텐츠에 대한 질과 양은 뒷전이 되고 현금거래에 특화된 게임 콘텐츠로 무장된 게임들이 양산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법제화 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게임업계의 고민이 더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임 제작사들의 ‘양심’을 믿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계속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그것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 온라인게임 중독 의료시설이 영국에 생겼다는 뉴스.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게임 중독은 문제가 되고 있으며, 그것은 사행성과 현금거래와 무관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아무런 조치와 보호 장치 없이 현금거래 시장을 적법화 하고 양성화 하는 것은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여기에 온라인 게임에 대한 과몰입, 그리고 사행성에 따른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부작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또, 현금거래 시장을 노린 중국 유저들의 유입에 대한 문제, 그로 인한 경제 시스템의 심각한 붕괴, 그것을 단속할 수 없는 현실적 시스템에 대한 해결책, 현금거래 시장으로 인해 발생할 중국 홍커들의 공격과 범죄 등 문제들은 한 두 가지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또 다른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에 대한 시각이다. 대체적으로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금거래가 합법화된다면 게임 시장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생길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중소 게임사들은 사업 확장의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지만, 업계는 새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인 환전업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투명화 하고 현금거래에 대한 방향성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좌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얻은 아이템을 사고파는 것이 일반적이고, 또 아이템중개거래 사이트에서 유통되는 게임머니와 아이템들의 대부분이 ‘불법 작업장’에서 유통시키는 것이 사실인데 이런 거래 자체가 합법인지 불법인지 정확하게 나누거나 구분을 할 수 이는 방법이 없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아이템중개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아이템과 게임머니들이 불법 작업장에서 양산되는 물량인데 사이트 자체적인 단속은 물론 검&경의 단속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법화를 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새 시장 조성에 대한 기대는 아이템중개거래 사이트들이 자신들의 천문학적인 거래 시장을 지키기 위한 이기적인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들이 현금거래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움직임을 보인 적이 있는가”라며 시기상조임을 밝혔다.

△ 한국게임산업협회와 국내 메이저 게임업체들은 자사의 수익에 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주도적으로 나서 대대적인 캠페인을 실시했다. 모든 것이 온라인 게임에 대한 그릇된 시선을 끊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국정감사에서 온라인 게임은 여전히 ‘사행성과 게임중독자들을 양산하는 산업’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언제까지 게임업계의 자체적인 자정 능력만 기대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대로 현금거래를 양성화하고 적법화 했다가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는 또 다시 게임업계를 범죄자 취급할 것이다.

현재로써는 현금거래의 적법화, 혹은 양성화가 사행성 조장의 주범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로 현금거래 규제는 더욱 쉽지 않게 바뀌었다. 만약 현금거래에 대한 합법이 결정된다면 게임 산업 법 자체가 전부 바뀌어야 하고 과세에 대한 기준도 새롭게 세워져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가 ‘게임 산업 진흥’을 바란다면, 제도적인 장치를 충분히 마련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새로운 게임 시장 조성’, ‘천문학적 시장의 양성화로 인한 게임 산업 확대’라는, 달콤한 속삭임에 눈을 흐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겜툰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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