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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김정호 전 게임산업협회 회장의 퇴진의 메시지

작성자 :	등록일 : 2010-01-14 오후 6:36:57

2개월이 넘도록 공석이던 한국게임산업협회장 자리를 한빛소프트 김기영 대표가 취임하기로 결정됐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13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5번째 회장직에 김기영 대표를 추대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4기 회장직을 중도 사퇴한 김정호 전 NHN 한게임 대표를 대신해 2011년 2월까지 협회를 이끌게 됐다. 공석이 된 협회장의 자리에 오를 메이저 게임사들의 대표들 등 후보군으로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이 모두 고사를 하자 김기영 대표가 직접 나서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이냐. 그렇다면 내가 해보겠다"고 나서 결정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로써 김기영 신임 회장은 산업 일선에서 가장 예민한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는 시기에 협회장으로 취임해 시급한 사안들을 처리해 나가게 됐다. 그러나 김기영 신임 게임사업협회 회장의 취임과 함께 스쳐지나가는 인물과 단어들이 있다. 바로 4기 회장직을 중도 사퇴한 김정호 전 NHN 한게임 대표와, ‘단결’이다.

김기영 신임 게임산업협회 회장이 자신이 직접 나서 협회장에 취임한 것에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04년 출범한 이후 7년 여 동안 G스타 개최, 게임대상 등 굵직한 행사들을 주관하며 게임업계 일선에서 중요한 사안들을 도맡는 등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로 위상을 드높였지만, 협회의 수장인 협회장이 업계의 민감한 사안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도중하차하는 모습을 보여 진통을 겪어 왔다.

특히 2년의 임기를 모두 채운 회장은 절반도 되지 않으며, 지난 6년 동안 협회를 맡았던 협회장 중 4명이 모두 산업 일선에서 떠나 있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서 협회장이라는 자리에 대한 업계의 굵직한 인사들의 거부감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 김기영 한빛소프트 대표가 모두가 고사하는 게임산업협회 회장의 자리를 직접 나서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업계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쉽지 않은 고난의 길이기 때문이다.

1기 협회장 선출 당시 업계의 맏형 격이었던 김영만 전 한빛소프트 회장이 유력했지만, 한빛의 대, 내외적인 복잡한 사정 때문에 결국 초대 회장은 김범수 전 NHN대표가 취임했었다. 1년간 회장직을 맡으며 업무를 진행하던 김범수 회장이 물러난 뒤 취임한 김영만 전 회장은 2006년 터진 ‘바다이야기’파문으로 모진 마음고생을 해야만 했고, 이어서 취임한 권준모 전 넥슨 대표 역시 바다이야기 파문 이후 온라인 게임에 대한 규제담론이 우위를 보이는 상황에서 순탄치 않은 회장직 수행 기간을 보냈다.

그리고 4기 회장이었던 김정호 전 한게임 대표까지 6개월간의 임기를 거친 후 퇴임 의사를 밝히며 업계 일선에서 물러났다. 특히 업계를 선도해 나가는 굵직한 메이저 게임업체들의 대표 등 회장직을 맡을 법한 인사들이 모두 회장직을 고사하는 상황에서 김기영 대표가 직접 나서 회장직을 ‘떠안는’모양새가 되면서, 취임 초기부터 의욕적으로 업계의 민감한 사안들에 ‘메스’를 대며 화제를 불러 왔던 김정호 전 회장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정호 전 회장의 퇴진이 주고 있는 메시지를 곱씹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2009년 초 한게임 대표직에 취임한 것과 동시에 게임산업협회 회장에 취임한 김정호 4기 게임산업협회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한게임의 주력 엄청난 매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고스톱&포커류(이하 고포류) 보드게임에 대한 사행성 문제를 인정하고 이를 업계 자체적으로 제재하는 ‘그린게임캠페인’을 강력하게 추진한 것. 자신이 대표로 있는 한게임이 주도적으로 나서 그린게임캠페인을 실시하자, 그 동안 ‘게임산업협회장이 속한 회사에 따라 이해관계의 방향을 설정한다’라는 타 업체들의 불만은 사라지고 국내 메이저 게임포털들이 함께 이 캠페인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호 전 회장은 이처럼 신념에 따라 ‘해야 할 말과 해야 하는 일은 꼭 추진하는’강력한 추진력과 리더십을 발휘하는 인사였다. 거침없고 과감한 그의 추진력과 언사에 협회장 취임 추기에 부하직원들이 걱정을 할 정도였다.

물론 업계에 대한 제재를 하면서도 불합리한 정부 규제를 없애는데 앞장 설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업계의 희생과 책임을 지면서도, 특히 정부가 성인이라도 MMORPG 등 온라인게임의 아이템 등을 한 달에 30만 원 이상 구입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는 4대 회장의 목을 걸고라도 꼭 풀겠다고 강력하게 공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의 퇴임 전 결제한도가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오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 김정호 한게임 대표는 올해 제 4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에 취임한 뒤, 적극적으로 나서 게임업계의 부당한 문제들에 대해 솔선수범하여 경종을 울렸던 이로 평가받았다. 특히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고통을 분담하겠다며 특유의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며 ‘오피니언 리더’로써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권준모 전 회장의 퇴임 이후 관계 출신 인사를 영입하려다 실패한 게임산업협회에게 있어 김 전 회장의 영입은 ‘깍두기’스타일로 이루어졌다. 권준모 3기 협회장이 퇴임 전 유력 후보군으로 떠오른 인사들에게 협회장직을 권했지만 모두 고사해 마지막으로 그를 찾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직’이라고 할 수 있는 한게임 대표직보다 더한 열성을 보이며 리더십을 발휘했던 이가 김 전 회장이었다.

그러나 ‘뚝심’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인사였던 김 전 회장은 갑작스럽게 지난 11월 경 게임산업협회 회장직과 한게임 대표직을 휴직하겠다고 밝혔다. 대외적으로 6개월 정도의 휴직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의 퇴임과 다를 바 없었다.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던 그가 산업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 것은 ‘모래알과도 같은 업계의 단결력’과 무관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은 한게임 내부적인 반발과 다른 관계 업체들의 불만을 사면서도 추진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소신을 보여 왔다. 그러나 “그린게임캠페인 밀어붙이다가 협회 회원사들에게 탄핵당할 것 같다.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라고 밝혔을 정도로 그에게 가해지는 압박은 실로 감당해 낼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 동안 게임협회 회장들이 줄줄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던 이유, 바로 ‘협회의 중론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에 김 전 회장도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었다. 특히 강력하게 추진했던 그린게임캠페인 실시 이후 고포류에 대한 사행성 문제 때문에 국정감사에까지 불려가 ‘탄핵’수준의 날선 질문들을 맞이하게 되자 적잖은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게임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게임업계의 숙원이라고 할 정도로 민감한 사안의 해결을 추진했지만 업체들은 물론 한게임 내 투자자들 등에게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 왔다”라며 “전 협회장이 자사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나섰지만 업계의 단결력이 보이지 않아 적잖은 심신의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결국 협회장의 자리뿐만 아니라 한게임 대표직에서까지 물러나며 산업 일선에서 물러난 전임 회장들의 전철을 밟게 되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김정호 전 회장이 민감한 현안을 처리할 때 마다 이해당사자들만 분주하게 움직이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강력하게 추진되었던 그린게임 캠페인, 게임문화재단 활성화 등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던 것도 게임업계의 모래알과도 같은 단결력 때문이었다”라고 밝혔다. 저마다의 복잡한 이해, 실리관계가 얽혀있다 보니 업종의 외연이 그리 넓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차례도 업계의 중론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던 것은 전임 회장들의 빠른 퇴임을 부채질해 온 것이다.

현재 게임산업협회는 적지 않은 해결 사안들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게임물 심의 민간이양, 게임에 대한 과몰입 해소 방안 등 정부가 게임업계 현장에 요구하고 있는 사안들이 줄을 서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정부 지원에 대한 문제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협회장에게 있어서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되는 민감한 사안들이 아닐 수 없다.

△ 김정호 전 회장은 사행성에 대한 그릇된 시선을 거두기 위해 그린게임 캠페인 등의 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이였다. 그러나 ‘정부의 눈끌기 이벤트’인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행성이 짙은 게임을 운영해 돈을 벌어들인 수장으로 날선 질문들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그의 ‘협회장 도중하차’가 던져주는 교훈과 메시지를 게임업계가 곱씹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산업 전반을 이끌어나가기 위해 나서야 하는 이들이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협회장이라는 ‘독이 든 성배’를 떠안은 김기영 신임 회장에게만 기대야 하는 것은 아님에 틀림이 없다. 김정호 전임 회장의 사례처럼, 의욕적이었지만 자신들의 이익에 의해 움직이고 그렇지 않는 게임업계의 움직임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묘안이 필수적이다. 옳은 것을 위해 움직였고 누구 하나 다루려 하지 않았던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게임업계의 누구 하나 김정호 전 회장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 게임업계는 현금거래라는, 그 동안 쉴 새 없이 논란을 가중시켜 왔던 ‘해결 숙원 사안’에 대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각자의 이익만을 앞세워 또 다시 업계의 중론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면, 큰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0년 경인년, 김정호 전임 회장이 퇴임과 함께 던져주고 간 교훈과 메시지를 곱씹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

겜툰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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