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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고래 싸움에 새우등은 터지지 않을 때도 있다

작성자 :	등록일 : 2010-01-25 오전 9:09:02

옛 속담에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라는 말이 있다. 큰 싸움이나 강자들의 싸움에서 약자들, 혹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세력이 싸움에 본의 아니게 휘말려 피해를 본다는 뜻이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싸움에 휘말려 피해를 보고 싶지 않으면 싸움 구경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게임업계에서도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대부분 대작 게임들(고래)이 중소 게임들이나 캐주얼 게임들(새우)의 등을 터뜨리게 하는 일들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자신들이 새우라고 생각하는(사실 애지중지 개발을 해 온 개발자들 입장에서 자신들이 개발한 게임이 새우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게임들은 시장에 등장할 타이밍을 재보는 것이 사실이다. 고래들이 등장하지 않는, 상대적으로 등이 터지지 않을 만한 타이밍을 재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당연한 새우들의 움직임 속에서, 고래들이 대격전을 준비하고 있는 시장에 용감하게 ‘등터질 각오하고’뛰어드는 새우들이 있다. 그리고 이 새우들은 ‘등이 터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라고 외치고 있다. 종종 고래들이 싸우다가 새우 등은 터지지 않고 고래 등만 터져서 새우들이 득세를 하는 상황도 벌어지는 만큼, 고래 싸움이 당당하게 출사표를 던진 경쟁력 있는 새우들의 모습이 새삼 주목이 되고 있다.

2010년 경인년 초부터 시작된 고래 싸움. 그리고 그 속에 뛰어 든 경쟁력 있는 새우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지난 1월 14일, 업계 전체가 주목하는 2010년의 손꼽히는 ‘고래 게임’인 드래곤볼 온라인이 대망의 오픈베타를 실시했다. 그 동안 진행했던 테스트 모집에 총 70만 명이 몰렸을 정도로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는 드래곤볼 온라인의 오픈은 단연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물론, 오픈과 함께 많은 유저들이 몰리면서 기대작다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드래곤볼 온라인의 이런 위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픈베타 전날인 13일과 오픈베타 당일인 14일에 오픈베타를 실시한 두 캐주얼 게임이 있다. 바로 조이맥스의 범퍼카 충돌 액션 게임인 범피크래쉬와 넥슨의 캐주얼 MMORPG 에버플래닛이다.

△ 범피크래쉬는 최근 유저들에게 밸런스와 콘텐츠에서 호평을 받으며 순항 중이다.

드래곤볼 온라인이 대대적인 홍보를 하면서 오픈베타를 준비하고 있는 13일, 범피크래쉬는 시기적인 문제로 2009년 여름에서 2010년으로 오픈베타를 늦추면서 드래곤볼 온라인의 전날 오픈베타를 실시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그러나 직관적이고 접근성이 높은 장점을 앞세워 캐주얼 게임 유저들의 호응을 얻고 있기도 했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범피크래쉬는 상용화시기를 오픈 2주 후인 27일로 잡고 있는데, 오픈베타 이후 상용화로 넘어가면서 추가할 새로운 콘텐츠가 이미 오픈베타 시작부터 탑재되어 있다는 조이맥스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상장 이후 첫 번째로 시장에 내놓는 게잉인 만큼 조이맥스의 자신감은 상당한 수준이다.

한편, 넥슨의 에버플래닛은 오픈베타를 드래곤볼 온라인과 같은 14일에 단행했다. 가뜩이나 많은 마케팅 비용이 요구되는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대작 게임에 집중된 게이머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는 더한 출혈이 예상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되도록 대작과의 충돌은 피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특히 에버플래닛보다 드래곤볼 온라인의 오픈베타 일정이 먼저 결정되었던 만큼 에버플래닛의 오픈베타 일정은 예상을 뒤집는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 최근 신규 별인 ‘리버런’을 업데이트한 에버플래닛. 본격적인 콘텐츠 추가가 이루어지면서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도 실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분명 에버플래닛은 상당히 경쟁력 있는 게임이다. 클로즈베타 내내 뛰어난 안정성으로 캐주얼 게임 유저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받은 게임으로, 탄탄한 퀘스트와 별을 주제로 한 독특한 전개 방식은 오픈베타를 빨리 해 달라는 유저들의 빗발치는 요청으로 이어졌다. 현존하는 최고의 인기 캐주얼 게임인 동사의 메이플스토리를 위협할 만한 새로운 사업 모델로 각광을 받기도 한, 경쟁력 있는 캐주얼 게임인 것이다.

물론 드래곤볼 온라인의 떠들썩한 오픈에 가려져 에버플래닛의 오픈베타는 조금은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그에 비하면 유저들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게임 내용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넥슨 측은 아직 본격적인 마케팅과 홍보를 하지 않고 있다. 에버플래닛의 개발사인 엔클립스가 오픈베타 이후 서서히 완성도를 끌어올려 상용화 단계에 돌입할 때, 게임이 완전히 본궤도에 오를 때 확실히 치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에버플래닛은 최근 2번째 행성이 업데이트 되는 등 차근차근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고 있다. ‘떠들썩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고래에 가려졌지만 훗날 못지않게 웃을 것’이라는 목표를 잊지 않고 있다.

1월 14일 드래곤볼 온라인이라는 고래의 유력한 경쟁 고래가 몇 일 지나지 않아 나타났다. 바로 21일 업계와 유저들이 그토록 고대하고 있던 또 하나의 대작인 넥슨의 MORPG 마비노기 영웅전(이하 마영전)이 그랜드 오픈을 실시한 것이다.

△ 코즈믹브레이크는 드래곤볼 온라인과 마영전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시점에서 오픈베타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넥슨 가맹 PC방에서만 먼저 체험할 수 있었던 한 달 간의 프리미어 테스트를 성공리에 마치고 실시된 마영전은 14일 오픈 이후 많은 유저들을 끌어 모으며 인기를 달리고 있는 드래곤볼 온라인과 2010년 연초 시장의 패권을 다툴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시장의 고래’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잠재 ‘새우’세력들은 속속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분명 마영전과 드래곤볼 온라인이라는 두 고래의 싸움이 시작되었지만, 새롭게 등장할 새우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마영전의 그랜드 오픈과 함께 프리오픈베타를 실시한 적벽 온라인이다. 적벽은 완미세계로 국내 게이머들에게 잘 알려진 중국 완미시공에서 개발한 게임으로, 최근 온라인 게임은 물론 웹게임의 소재로도 각광받고 있는 삼국지를 소재로 만들어 진 게임이다. 캐주얼 게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미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는 게임인 만큼 고래들과의 경쟁에서 ‘등’이 터지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 고래들의 싸움에서 상대적으로 가려질 새우들의 공개와 마케팅 공세도 상당히 거세다. NC소프트의 2010년 캐주얼 게임의 첫 번째 주자인 펀치몬스터는 게릴라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공세를 늦추지 않으며 2월 시장을 노리고 있다. 또, 오는 30일 마지막 테스트를 실시하는 윈디소프트의 코즈믹브레이크는 유저초청 간담회까지 실시하며 2월 시즌에 오픈베타를 노리고 있다. 마영전과 드래곤볼 온라인의 본격적인 경쟁은 물론, 현재 MORPG 시장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NHN의 C9과의 경쟁 구도도 본격적으로 점화될 2월 시장에 등장한다는 부담은 이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듯하다.

△ PC방서 게릴라 테스트를 실시한 NC소프트의 펀치몬스터의 모습.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고래 싸움에 새우들은 얌전이 몸을 보존하고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나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업계에서는 반드시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과거 대작들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인기 게임 반열에 오른 경쟁력 있는 게임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상식과는 다른, 고래 싸움에 던진 새우들의 출사표. 과연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2010년 경인년 연초 게임 시장의 또 다른 볼거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