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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INSIDE] 1화- 인기와 게임의 상관관계

작성자 :	등록일 : 2010-07-08 오후 6:31:19

분명 게임이 인기가 없어도 되는 세월이 있기는 했다. 내가 하고 있는 이 게임이 별로 인기가 없어도, 나만 재미있으면 장땡이었을 때. 다른 사람들의 사정과 이야기와 움직임이 나에게는 전혀 상관이 없는 다소 폐쇄적인 오프라인, 패키지 게임을 할 때에는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재미있어도, 다른 사람이 재미가 없다면 곤란한 온라인 게임의 세상이 되었다(적어도 우리나라는 그렇다).

그래서 출시된(or 런칭된) 게임이 ‘어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인기가 없다면 그것은 다양한,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든다. 간단하게 그 범위를 좁혀서 만든 사람과 그것을 하는 사람으로만 본다면- 사람의 취향은 각양각색이고 천차만별이라, 모두가 재미있다고 하는 게임을 재미없다고 생각하고 보편적으로 재미없다고 하는 게임을 재미있다고 즐기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당연히,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게임이 인기가 없어서(본인 이외에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면, 그것은 쌍수를 들고 막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되시겠다(오랜만에 괜찮은 게임을 만났다며 뿌듯해 하는 게이머들이 해당 게임에 가지는 심정은 각별하다).

더욱이, 인기가 없는 온라인 게임을 런칭한 당사자들은 더욱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 마련이다. 특히나 중소기업이라면? 오 마이 갓. 밥줄이 되어 줘야 할 회사에서 잘리는 건 고사하고 일단 회사 자체가 존재할 수 있을지 없을 지부터가 걱정이 되는 시추에이션이다.

그래서 온라인 게임은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지속적으로 인기가 많아야 하는 필수 불가결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인기가 있어야 게임이 계속 된다는 것. 그것은, 유저들이나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아주 미묘하면서도 예민하게 작용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게임 INSIDE'는, 게임을 둘러싼 아주 잡다하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고 직설적으로 이야기 하는 새로운 코너입니다. 유저 여러분들의 게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편집자 주.

온라인 게임의 존재 이유를 상업적으로 반드시 성공을 해야 의미가 있다는 것으로 국한시킨다면,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장에서 성공을 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될 것이다. 실제로, 현재의 온라인 게임들이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엔터테인먼트’라기보다는, ‘돈을 벌고 인기를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느껴지고 있는 상황은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실 이는 굉장히 어렵고 민감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게임을 조금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상위권에 있는 메이저 게임 개발사들이 인기와 수익을 떠나 새로운 시도로 시장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는 한다. 그러나 반대로 뒤집어 보면, 이것은 ‘착한 사람을 도와 약자 편에 서야 한다’라는 도덕교과서를 옹알거리는 것일 수도 있기도 하다.

한 가지 단도직입적인 예를 들어 볼까? 지난 2008년, 넥슨은 우당탕탕 대청소라는 캐주얼 게임을 오픈했다.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라, 당시 이 게임은 충분한 시장성을 인정받은 저 연령층의 유저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는 색체를 띄고 있는데다 캐주얼 게임 역사상 획기적인 물리엔진의 개발과 도입으로 성공 가능성과 함께 넥슨의 도전 정신에 높은 점수가 매겨졌던 게임이었다. ‘흡입(수거)’과 ‘방출’이라는 독특한 아이디어도 주목을 받을 만 했다.

△ 꽤나 신선한 소재와 시도를 했던 게임. 그나마 우당탕탕 대청소는 새로운 도전이라는 면은 인정을 할 수 있지만, 다른 게임들은 과연 어떨까?

그래서 결과는 어땠냐고? 이 게임은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 역사상 최단기간 오픈베타 서비스 후 종료’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긴 채 2주 동안의 서비스 후 역사의 뒤안길로 쫓기듯 사라졌다. 2년 6개월이라는 개발 기간이 소요된 게임의 결과로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이다.

넥슨은 당시 작금의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현실을 꿰뚫는 한 마디를 남겼다. 바로 “요리사가 정성 들여 만든 음식보다는 손님에게 맛있는 음식이 좋은 음식이 되는 시대에 우당탕탕 대청소는 손님에게 환영 받지 못한 음식이라는 것이 내부 판단이었다”라는 부분이다.

약육강식의 세계, 강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고 살아남지 못하면 도태가 되는 잔인한 현대 사회에서 성공에 대한 담보 없이 대승적인 발전을 위해 돈을 쓸 대인배를 원하는 것은 매우 이기적인 발상이다. 또,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성공과 족적을 남길 수 있는 뚜렷한 무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가장 이상적인 결과물은 ‘인기를 끌고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도의적으로도 문제가 없이 시장의 발전을 선도하는 그 무엇’이라는 얘기다. 신급으로 작두 타는 무당도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더욱이 시장에서의 경쟁은 나날이 가면 갈수록 치열해져, ‘일단은 살아남고 봐야 한다’라는 의식이 강해져 재미있고 유익한 게임 본연의 결과물이 기획된다기보다는 상업적으로 성공을 위한 기획이 근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재 온라인 게임 시장의 현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제는 더욱 독하고, 유저들의 환심을 살 수 있을 만한 게임들만 기획되고 그것을 목적으로 시장이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게임을 만드는 본질적인 기획이 게임 본연의 목적보다 ‘인기를 끌기 위한 기획’으로 점철되는 흔적은 현재 시장에 등장하는 신작들만 두루 살펴봐도 익히 알 수 있다. 맹목적인 성공을 위해 만들어지는 게임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는 예는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극단적인 장르 편중 현상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을 게다.

이 말인 즉 국내의 게임 개발사들이 이미 재미있는 게임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있다는 소리.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다고 검증되어 있는 종류의 게임들을 그대로 답습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한 보증수표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보증수표가 아니라 부도수표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최근 게임업계에서 이런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분야는 바로 RTS, 그리고 AOS계열의 게임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3 MOD인 카오스를 모태로 만들어 진 국내 개발 온라인 게임들인 것이다.

△ 이미 인기 있는 게임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컨버전 하는 것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은, 온라인 컨버전의 퀄리티와 재창조 의지가 가려 줄 터. 카오스 온라인은, 많은 유저들에게 표절 게임이라는 지적만 받았을 뿐이다.

국내 온라인 게임 개발 1세대들의 주류는 MMORPG였다. 리니지를 시작으로 인터넷 벤처 붐의 필두에 서 있던 MMORPG의 폭발적인 개발 붐은 시장의 둔화와 함께 카트라이더와 프리스타일 등의 성공으로 인해 캐주얼 게임으로 옮겨졌고, 짧은 FPS들의 폭발적인 개발 숫자 증가와 몰락, 그리고 이제는 춘추전국시대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이 북새통 속에서 국내 신작 온라인 게임들이 워3~ 카오스를 모태로 한 RTS게임들은 ‘재미있다고 정해져 있는 게임’을 만드는 세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는 세시소프트의 카오스 온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애초에 워3~ 카오스를 온라인으로 구현하며 나선 이 게임은 유저들의 혹평에 직면한 채 첫 번째 클로즈베타 테스트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워3~ 카오스 유저들을 포함한 온라인 게임 유저들이 이 게임에 혹평을 가한 것은 시장에서 상품성이 검증되어 있는 부류의 게임을 표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전체적인 퀄리티가 현저히 낮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카오스 온라인의 등장은 많은 화두를 던져주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재미와 상품성이 검증되어 있는 게임을 온라인으로 컨버전 하는 것만으로 창의성과 창조성이 배제된 상태에서 만들어 내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느냐에 대해서다. 옳고 그름을 떠나-아니, 일단 시장에서 환영을 받지 못하는 상태가 된 이 게임의 개발진은 이미 틀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재미있는 게임’이라고 정해져 있는 것을 만드는 이런 모습은 이미 시장이 ‘게임 본연의 의미’를 고민한다기 보다 ‘성공하기 위한 게임’을 만드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닐지 돌아봐야 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솔직히 말해서 이상론을 추구해야 한다고 앵앵거리는 것은 참으로 시답지 않은 일임에 틀림이 없다. 좋든 싫든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시작한 상황에서 무조건 옳은 방법만을 쫓을 수는 없다.

특히 온라인 게임은 더욱 그렇다. ‘살아있는 게임’으로써 하나의 온라인 게임이 계속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많은 숫자의 접속자들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맹목적으로 그것만을 위한 게임이 등장하는 것은 정체만을 불러오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현실을 착각하고 만드는 요리 또한 문제가 있지만, 첫 번째 명제가 ‘찾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아야 하는 것’이라는 크리에이터의 자기주관 없는 것이라면 정체만을 불러 올 뿐이다.

△ 블리자드라는 게임사가 대단한 이유는, ‘인기와 도전’을 모두 시장에서 인정할 만큼의 값어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들의 게임의 수명은 언제나 길수밖에 없다. 블리자드와 우리들은 환경이 다르다고? 언제까지 변명만 할 텐가.

일각에서는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는 현격한 레드오션화 된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크리에이터들이 뛰어넘어야 할 몫이 아닌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그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인기를 끌지 않는 획기적 도전작은 성공이라고 할 수 없다. 좋은 평가를 받아도 그 유지(遺志)를 이어나가지 못하고 꽃피우는 것에 실패한다면 흑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인기를 끌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한’결과물들만이 만들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상론만을 읊는 것은 비현실적이나, 최소한 그 이상에 가깝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크리에이터들의 숙명이자 운명이다. 그것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면 자격이 없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매우 슬프게도, 현재의 게임업계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개발자들이 진정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되돌아봐야 할 필요성이 있을 정도가 되어 있다. 다시 한 번,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창조자의 입장에서 뒤를 돌아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겜툰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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