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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광안리에서 본 e스포츠의 빛과 그림자

작성자 :	등록일 : 2010-08-12 오후 4:10:35

e스포츠 승부조작 사건과 더불어 스타리그 존폐 위기까지 그간 쌓아온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월 7일, ‘2010 부산e스포츠 페스티벌’이 성대하게 개최됐다. 부산 광안리는 e스포츠의 성지라고 할 만큼 숱한 명장면을 탄생시켰던 곳 중의 하나다. 올해는 특히 새로운 기록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았는데 결승전에 올랐던 모든 종목의 선수들이 뛰어난 기량과 팬 서비스를 보여줌으로써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성황리에 진행된 ‘2010 부산e스포츠 페스티벌’에서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것은 감출 수 없었다.

‘2010 부산e스포츠 페스티벌’의 메인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경기는 바로 스타리그와 SF리그라고 할 수 있다. 이날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는데 이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SF리그에서는 STX SOUL이 창단 처음으로 프로리그에 도전하게 됐고 KT Rolster는 양대리그 우승을 노렸기 때문이다. 두 팀 모두다 흥행요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팀이었고 경기 내용 역시 스코어 상으로는 3:0으로 싱겁게 끝난 듯 보이지만 매 경기 모두 양 팀 모두 힘겹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치열한 각축전을 보여줬다.

뒤를 이어 진행된 KT Rolster와 SK T1의 경기도 매치업으로 보면 꽤나 흥미로운 결승전 중의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메인 스폰서가 라이벌 통신사라는 점과 그동안 단체전 부분에서는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KT Rolster가 다시 결승전에 올라 과거 그동안 여러 차례 패배를 안겼던 SK T1과 맞선다는 건 그만큼 드라마틱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경기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선수들은 자신들의 기량을 충분히 보여줬고 경기 내용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줬다. 문제는 ‘2010 부산e스포츠 페스티벌’의 전체적인 모습에 있다.

‘2010 부산e스포츠 페스티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8월 6일에 열린 SF리그의 관중석을 유심히 본 팬들이라면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을 것이다. 1만 명 이상이 관람할 수 있도록 좌석을 준비해 놓은 상황이지만 SF리그를 보기 위해 찾은 팬들은 민망할 정도로 그 수가 적었다.

반대로 8월 7일에 진행된 스타리그의 결승전에는 폭염으로 인해 경기 관람도 어려울 정도였지만 1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자리를 가득 메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각 팀은 미리 예상했는지 대규모 응원전을 펼치면서 진짜 경기다운 경기라는 모습을 보여줬다.

SF리그와 스타리그는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공인하는 정식종목이다. 하지만 이 양대리그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하늘과 땅 차이다. 몇 개 존재하지도 않는 종목에서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다는 부분은 분명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다. 그렇다고 ‘스페셜포스’가 그렇게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수준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뭔가 잘못 되도 단단히 잘못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의 대표 게임 중 하나인 ‘스타크래프트'는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e스포츠 업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 자원 중 하나라고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블리자드 e스포츠협회가 트러블을 일으키면서 짧은 시간 동안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진행된 ‘2010 부산e스포츠 페스티벌’에서 진행된 스타리그는 그동안의 여러 차례 발생한 트러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여전히 팬들은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원하고 있으며 아직 관심이 시들해지지 않았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후의 대회에 대해서는 진행 상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블리자드와 e스포츠협회가 갈라선지 몇 달이 지나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현재 그래텍과 e스포츠협회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양측은 아직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 멋진 승부를 보여줬던 SF리그, 하지만 팬들의 관심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이제 9월부터 e스포츠협회는 ‘스타크래프트’와 관련해 리그 진행이 어려워 질 상황에 놓여있다. 결국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안으로는 국산 게임 리그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내용이 속속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SF리그를 놓고 봤을 때 과연 이 같은 계획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현재 국내 리그 활성화 카드로 거론되는 게임은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와 드래곤플라이의 ‘스페셜포스’과 유력한 후보다. 이미 넥슨의 경우 e스포츠협회와 함께 리그 진행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상태고 드래곤플라이는 이미 리그를 진행 중이다.

실제로 7월 8일 e스포츠에 대한 중장기 계획 발표 현장에는 넥슨과 드래곤플라이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자리를 지켰고 실제로 전 문화관광체육부 유인촌 장관과 넥슨의 강신철 대표가 직접 게임 시연도 하는 등 국산 게임 리그에 대해 힘을 실어주기 위한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꽤 그럴싸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현재 위기 상황인 점은 변화가 없다. 옛 말에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지만 지금은 늦었다고 생각되는 때가 아니라 정말 늦어버린 상황이다.

스타리그에 대한 인기는 이미 절대적이다. 국산 게임 리그가 이를 파고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스타플레이어에 대한 부재를 시작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관심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계획, 홍보 전략 등 필요한 것은 산더미이지만 처리해야 할 시간이 부족하다.

‘스타크래프트’가 최고의 e스포츠로 자리 잡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로 했다. 12년여의 역사를 단 기간에 따라잡는 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불가능한 문제다. 이 같은 지경까지 온 배경에는 e스포츠협회의 방만한 모습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e스포츠라는 이름에 걸 맞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목을 만들 필요가 있었지만 그런 노력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모습은 e스포츠협회가 자초한 일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적어도 1~2개 정도의 국산 게임 리그를 활성화시키고 스타리그에 준하는 정도로 끌어올렸다면 최근에 벌어진 굴욕은 겪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반전을 꾀하는 방법은 어떻게든 스타리그를 부활시키고 시간을 버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의 분위기로 봐서는 빠른 결말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극적 타결을 기대해 볼 수도 있겠지만 과연 블리자드와 그래텍이 e스포츠협회와 다시 손을 잡을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든 e스포츠협회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좋건 나쁘건 이제는 시간이 없다. 스타리그를 포기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할 것인지 과감하게 포기하고 새로운 시작을 할 것인지, 가을을 맞이하는 e스포츠협회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울 전망이다.

겜툰 민재홍 기자
trapmaster@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