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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하이, ‘독이 든 성배’였나

작성자 :	등록일 : 2010-10-19 오후 4:20:33

국내 최고의 FPS ‘서든어택’을 개발해 대박을 터뜨린 게임하이의 주식이 지난 15일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정지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전 최대주주이자 전 대표였던 김건일씨의 배임혐의가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15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개임 개발사 게임하이의 주식에 대해 상장폐지 및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주식 매매 거래를 정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코스닥시장본부가 게임하이의 주식에 대한 실질심사 대상 검토를 결정한 이유는 게임하이의 김건일 전 대표이사가 194억 원에 이르는 금액을 배임한 혐의가 현 최대주주이자 인수사인 넥슨을 통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혐의금액 194억 원은 게임하이의 자기자본의 23.91%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8년 대유베스퍼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을 했던 게임하이는 실질심사 대상으로 분류될 위기에 처햇다. 코스닥시장본부의 심사 결과는 약 2~3주 후에 발표될 것으로 보이며, 결과는 11월 10월 경 나올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관측하고 있다.

한편, 업계는 게임하이 전 대표의 배임혐의가 드러나 코스닥에서 거래정지가 됨에 따라 지난 5월 게임하이를 인수한 넥슨과 게임업계의 인수합병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게임하이의 인수로 은연 중 우회상장을 노리고 있던 넥슨의 게임하이 인수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경쟁적인 메이저 게임 업체들의 역량 있는 개발사 인수가 재동이 걸릴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게임하이는 간판 FPS게임인 ‘서든어택’의 서비스 성공으로 인해 중고 게임 개발사 중 단연 돋보이는 지위를 갖춘 개발사로 평가받았다. ‘서든어택’은 2005년 첫 서비스를 실시한 지 3년 만에 동시접속자 숫자 24만 명에 달하는 기록을 세웠으며, 지난 2008년에는 경쟁 게임이었던 ‘스페셜포스’의 79주 온라인게임 인기순위 연속 1위의 기록을 깨고 100주 연속 1위를 기록했으며,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이 등장하기 전까지 1위에서 자리를 내주지 않는 무소불위의 독보적 인기를 구가했다. 특히, ‘서든어택’으로 게임하이는 월 매출 50여 억 이상을 올리며 퍼블리셔인 CJ인터넷의 대표 게임으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인기를 발판삼아 성장한 게임하이는 2009년-2010년 들어 불이 붙기 시작한 국내 게임업계의 인수합병 시장에서 최고의 매물로 떠올라 지난 5월 넥슨의 품에 안겼다. 게임하이의 창립자이자 최대주주였던 김건일 전 대표이사 회장이 다른 사업을 시작한다는 이유로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총 29.30%(4800만 주)를 732억 원에 매각한 사실은 당시 게임업계를 뒤흔든 핫이슈이기도 했다.

△ 게임하이 김건일 전 대표이사 회장은 넥슨에 회사를 인수하면서 회사 주식으로 빌린 돈을 갚지 않은 채 그대로 넥슨에 경영권을 넘겨 논란을 빚고 있다.

그러나 넥슨이 게임하이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나서 문제가 불거졌다. 김 전 대표가 제 2금융권에서 회사 주식을 담보로 채무를 졌던 사실을 숨긴 채 넥슨에 주식을 양도한 것이다. 개인적인 용도로 채무를 졌지만 결과적으로 채무자는 게임하이가 되어 고스란히 넥슨으로 이전되었고, 이에 넥슨은 김 전 대표에 2~3주전 주식담보 상환 요구를 하면서 약 109억 원 정도를 상환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양도받은 주식에 대한 담보 설정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결국 대외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넥슨 측은 공시를 통해 조용히 처리될 일이 커지게 되었다면서 "회사가 원만히 풀 수도 있는 문제를 왜 이렇게 크게 만들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라는 지적에 조용히 처리할 수도 있었지만 이미지 실추나 금전적 손해는 피할 수 없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외적으로 투명하게 일을 보이자는 의지로 공시를 통해 알리게 됐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 대외적으로 일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처리해야 하는 것도 모자랄 판에 공시를 하는 것은 일부러 큰 리스크를 안는 쪽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넥슨은 “김 전 대표의 횡령 배임 혐의 포착 이후 지난 2~3주 간 금액을 변제해줄 것을 계속해서 요구했으며, 상당부분 변제를 받았다”라며 “그러나 최근 김 전 대표가 나머지 금액에 대한 변제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었고, 사측도 더 이상 기다리기 힘들다는 판단 아래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더 이상의 추가 피해를 막고자 공시를 결정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변제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김 전 대표에 요구할 것이며,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법적인 조치 또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김 전 대표가 변제할 금액은 약 85억 원. 넥슨 측은 법적 조치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잔액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변제받을 것이며, 김 전 대표의 묵묵부답이 이어질 경우 검찰 수사의뢰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대응 방침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김 전 대표의 여분 금액 변제 이행보다 더 주목받는 것은 이후 게임하이 주식에 대한 코스닥증권거래소의 처분과 이번 사건이 업계의 인수합병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여부다. 그에 따라 넥슨의 업계를 뒤흔들었던 게임하이의 인수합병에 대한 실질적인 성패 여부가 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의 게임하이를 통한 코스닥 우회상장이 무위로 돌아간 상황에서, 업계 전문가들은 이미 넥슨의 게임하이 인수가 사실상 ‘독이 든 성배’를 든 것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넥슨이 게임하이를 인수하는 과정과 인수로 인해 받을 수 있는 추가적인 효과가 거의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인수될 당시 인수합병 시장에서 다수의 게임사들에 압도적인 러브콜을 받았던 게임하이였지만, 넥슨이 애초에 인수를 하는 과정에서 너무 과도한 금액을 투자했다는 반응이 다수 있었다.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을 인수할 당시 업계를 놀라게 할 과감한 투자로 네오플의 경영권을 완전 인수해 재미를 봤던 넥슨은 이번 게임하이 인수에서도 경영권 인수 후 게임하이의 지분율을 추가 매입 등으로 52.11%까지 늘린 상황이다. 총 투자금액은 1192억 원. 게임하이의 대표이사도 넥슨의 자회사였던 코퍼슨스의 주민영 대표로 교체되어 있는 상태다.

△ 중국 시장에서 서든어택은 타 FPS들에 밀려 사실상 실패를 했다. 문제는 서든어택2 역시 성공할 수 있는 보장이 없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게임하이를 인수할 당시 ‘서든어택’을 개발한 대표 게임개발자들은 모두 퇴사했고, 추가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는 ‘서든어택2’의 IP를 획득했지만 전작을 개발한 개발자들이 모두 퇴사한 상황에서 얼마나 크게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넥슨이 당장의 ‘서든어택’의 수입을 노리고 게임하이를 막대한 자금을 들여 인수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그러나 대부분의 개발자들의 이탈로 ‘서든어택2’의 성공 여부는 미지수가 되었고, 중국에서 이미 ‘서든어택’이 실패했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의 추가적인 수익 발생도 기대키 어렵게 되었다. 여기에 우회상장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면 넥슨이 기대할 수 있는 게임하이 효과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라며 넥슨의 게임하이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실패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단, 최악의 상황인 상장폐지까지 가는 일은 없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횡령, 배임 등의 사유는 이유를 불문하고 실질심사 검토 대상이지만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들어가게 되면 기업의 영속성과 회계의 투명성 등 존속기업으로 필요한 모든 부분을 심사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 게임하이 자체가 이번 3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서든어택’과 ‘데카론’등으로 꾸준히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는 만큼 실적에 대한 부담은 없고,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자 모기업이 넥슨이기 때문에 상장폐지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애초 넥슨이 게임하이를 인수한 뒤에 받으려 했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한 게임증권 애널리스트는 “네오플의 인수로 명실 공히 업계 1위가 된 넥슨이 이번 게임하이 인수로 다수의 자금을 투자하며 같은 효과를 노렸을 것”이라며 “그러나 ‘서든어택2’의 IP에 대한 기대감뿐만 아니라 우회상장에 대한 기대가 막힌 만큼,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중소 유력 게임 개발사의 인수를 하며 몸집을 불리는 메이저 게임업체들의 ‘인수 붐’은 다소 주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