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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만평] 또 불거진 ‘혐오 프레임 씌우기’, 게임 업계가 만만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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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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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3-12-20 오전 8:09: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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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게임 업계에 다시 한번 혐오 논란이 일어났다. 2016년, 2018년, 2019년에 이어 크게 네 번째다. 매번 패턴도 비슷하다. 게임 유저가 특정 콘텐츠 관련 문제를 지적하고 게임사가 이를 수정하는 과정에 ‘혐오 프레임’을 씌워 게임 업계 전체를 매도하려 한다.
지난 11월 25일 ‘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블루 아카이브’ 등 넥슨이 서비스하는 게임 8종 콘텐츠 일부에서 남성 혐오 의미를 담은 손 모양이 여럿 발견돼 논란이 시작됐다. 해당 손 모양은 엄지와 검지를 모아 집게처럼 만드는 모양인데, 일반적으로 작다·적다 등으로 쓰이는 손 모양이다.
게임 유저들이 그 손 모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있다. ‘반사회적 커뮤니티’를 상징하는 손 모양이기 때문이다. 해당 손 모양은 2015년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에서 비롯돼 2017년 폐쇄된 ‘메갈리아’, 통칭 ‘메갈’과 뒤를 잇는 ‘워마드’ 등 여성주의 커뮤니티에서 남성 성기 크기를 비하하기 위한 상징으로 쓰였다.
이들 여성주의 커뮤니티는 5.18 민주화 운동과 6.25 전쟁 참전 용사, 독립운동가를 비하하면서 고인을 모독하고 남자 공동 샤워실, 홍익대학교 미대 수업 도촬 영상을 공개하는 등 ‘남성 혐오’를 지속해 왔다. 여기에 자신들이 내세운 의견에 공감하지 않고 비판하는 여성에 대해서도 ‘흉자’라는 성적(性的) 비하 단어로 혐오하면서 ‘반사회적 커뮤니티’로 지탄받았다.
이미 수 차례 관련 논란을 겪은 국내 게임 유저 사이에서는 또다시 소식이 빠르게 퍼졌다. 이에 넥슨은 수 시간 만에 문제가 확인된 게임들 공식 채널을 통해 “부적절한 표현을 용납할 수 없고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라는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을 잠재우려 애썼다.
넥슨뿐만 아니라 ‘제2의 나라: Cross Worlds’·’신의 탑: 새로운 세계’·’세븐나이츠 키우기’ 넷마블, ‘에픽세븐’·‘아우터플레인’ 스마일게이트, ‘브라운더스트 2’·’DJ맥스 리스펙트 V’ 네오위즈, ‘이터널 리턴’ 님블뉴런 등 국내 유명 게임사들도 게임 내 부적절한 표현을 삭제하고 공지하는 등 빠르게 대처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상 검증’이라는 언급과 함께 여성주의를 검열하는 마녀사냥이라 몰아갔다. 심지어는 ‘여성 혐오’로 확대 해석하는 주장까지 나왔다. 일부 여성단체와 시민단체 등은 넥슨 사옥 앞에서 넥슨을 규탄하는 집회도 했다.
현대 사회에서 상징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한 사회가 겪은 사건에 따라 같은 모양이라도 다른 의미를 지니곤 한다. 예를 들면 한자 ‘만(卍)’자는 동양에서 행운을 인도하는 좋은 뜻이지만, 서양에선 卍을 뒤집어 기울이면 나치를 뜻하는 ‘하켄크로이츠(Hakenkreuz)’가 된다. 손등을 보이면서 하는 검지·중지 브이(V) 손 모양은 영국에선 욕설이고 엄지와 검지를 둥글게 마는 ‘오케이’ 손 모양은 프랑스·브라질과 남미에선 상대를 모욕하는 행위다.
일반적으로 작다·적다 등으로 쓰이던 집게 손 모양은 일부 여성주의 커뮤니티에 의해 지난 수년간 우리 사회에 남성 성기 크기를 비하하는, 남성 혐오를 상징하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때문에 유저들은 혐오 표현 혹은 혐오 표현 의혹이 있는 부분을 삭제해달라 게임사에 요구했고 게임사는 이를 수용하면서 이번 논란이 발생하게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71.5%, 여성 53.9%가 게임을 즐긴다. PC 게임은 남성 51.1%, 여성 25.1%, 모바일 게임은 남성 57.8%, 여성 48.5%, 콘솔 게임은 남성 18.1%, 여성 12.0%, 아케이드 게임은 남성 7.6%, 여성 7.3%가 즐겼다.
월평균 결제 비용을 보면 PC 게임은 남성 33,846 원, 여성 34,154 원, 모바일 게임은 남성 51,429 원, 여성 33,462 원, 비디오 콘솔 게임 게임기는 남성 315,702 원, 여성 260,334 원, 게임 타이틀 남성 148,539 원, 여성 115,410 원, 아케이드 게임은 남성 21,467 원, 여성 16,216 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평균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남성 유저가 여성 유저보다 많고 비용도 더 많이 지출하는 정황을 알 수 있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음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논란은 특정 성별 의견에 게임사가 따르면서 발생한 게 아니라 소비자인 유저가 판매자인 게임사에 상품 관련 의견을 내고 이를 수렴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봐야 한다.
콘텐츠 제작을 하청받은 업체가 원청인 게임사에서 요구하지 않은 손 모양을 1프레임 단위로 넣은 정황이 파악돼 불거진 논란이라 피해자는 게임사다. 특히 넥슨은 하청을 위해 돈은 돈대로 쓰고 관련 콘텐츠는 사용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 검수를 위해 직원들이 주말에도 야근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넥슨은 유저와 함께 연대했다. 넥슨 게임 유저들은 혐오 표현에 반대하는 취지로 푸르메재단과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자발적인 기부 릴레이를 펼쳤다. 2016년부터 매년 기금을 지원, 25억 원을 기부한 넥슨도 3억 원을 추가 기부해 눈길을 끌었다. 일부 커뮤니티와 SNS에선 이를 폄훼하고 남자 어린이·환자를 비하하는 혐오 표현과 ‘기부 거부 운동’을 주장해 빈축을 샀다.
한편, 논란 중심인 손 모양은 철강 회사 포스코(POSCO) 유튜브 채널 ‘포스코TV’와 식품 회사 빙그레 유튜브 채널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짐’에 게재된 영상에서도 발견됐다. 두 회사는 해당 영상들을 모두 비공개 처리했다. 콘텐츠를 검수하고 삭제한 게임사 대처와 비슷하지만, 일부 여성단체와 시민단체 등은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7년 여성 화장품 광고에 ‘여성 혐오’ 모델이 나왔다는 논란으로 광고 영상이 3시간 만에 삭제됐고 2018년에는 여성향 게임 캐릭터 성우가 일본 성인 비디오 제작자 일대기를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에서 주인공 무라니시 감독 역할을 맡자 ‘포르노 산업을 옹호했다’는 주장이 나와 교체되는 일이 있었다”라며 “어느 업계든 소비자 의견에 제품을 맞추는 게 정상인데, 일부에서는 이를 사상 검증이라 비판하고 ‘혐오 프레임’을 씌워 게임 업계 전체를 고통받게 한다”라고 말했다.
그림 유로 / 글 겜툰 박해수 기자(caostra@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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