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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만평] 수출 효자 게임 산업, 더 큰 성장 위해 ‘사전 심의 족쇄’ 풀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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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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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4-01-10 오전 9:17: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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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 10만여 명으로부터 동의받은 ‘게임물 사전 심의 의무 폐지’ 청원이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2022년 10월과 2023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국민 5만여 명이 동의하면서 진행된 청원인데, 국회 심사 결과 계류됐고 21대 국회 임기가 6개월도 남지 않아 채택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12월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원심사소위원회는 ‘온라인, 패키지, 콘솔, 모바일 등 게임물에 대한 사전심의의무 폐지에 관한 청원’을 심사했다. 비공개로 진행한 심사에서는 찬성하는 뜻이 나오지 않은 정황이 전해졌다. 21대 국회 임기는 2024년 5월까지이므로, 청원은 사실상 폐기 절차에 들어갔다.
청원 핵심 내용은 게임물관리위원회(GRAC) 권한 대폭 축소다. GRAC를 통한 게임 사전 심의가 헌법 제21조 제1항과 제2항을 위배한다는 의견이다. 헌법 제21조는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제2항에서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를 명시하고 있다.
심사에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수용곤란’ 의견으로 청원에 반대하는 뜻을 드러냈다. 아동·청소년을 유해 콘텐츠로부터 보호하고 사행성 게임물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게임물 등급분류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2007년 헌법재판소가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중 등급분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선고한 판례가 근거다.
해당 판례에서 언급한 내용은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음비게법, 1999년 제정, 2001년 전부 개정 이전) 제18조 제5항 중 ‘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한 비디오물의 유통금지 부분에서 등급보류 부분을 제외한 부분’이 사전검열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비디오물 또는 게임물을 유통·시청제공 또는 오락제공을 목적으로 제작하거나 수입 또는 반입 추천을 받고자 하는 자는 미리 당해 비디오물 또는 게임물의 내용에 관하여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라는 게 골자다.
그러나 게임물 관련 법은 2006년, ‘게임 산업을 진흥시켜 세계적인 게임 강국으로 부상한다’라는 목표를 지향하는 뜻을 담아 음비게법에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로 분리됐다. 법 개정 전 음비게법과 관련한 헌법재판소 판례는 현행 게임산업법과는 간극이 작지 않다.
현행 게임산업법은 제21조에서 등급분류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게임물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하게 할 목적으로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고자 하는 자는 해당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기 전에 내용에 관해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부분이 청원에서 언급된 사전 심의다.
게임과 같은 문화 콘텐츠인 영화는 1996년 사전 심의가 폐지됐다. 실제로 당시 영화는 상영 전 시나리오를 검열받아야 할 정도로 강도 높은 심의에 시달렸다.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사전 심의는 사전검열 행위로, 언론·출판에 대한 사전검열을 금지한 헌법에 위배된다”라고 밝혔다. 2001년엔 ‘상영등급 분류 보류’ 또한 위헌 결정되면서 영화는 우리나라 문화 핵심 콘텐츠로 우뚝 설 힘을 얻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게임 산업 매출액 규모는 9조3,980억 원(전체 13.6%)이고 영화 산업 매출액 규모는 1조9,660억 원(2.8%)이다. 같은 기간 수출액 규모는 게임이 34억4천6백만 달러(64.0%), 영화가 2천3백만 달러(0.4%)이고 종사자 규모는 게임이 81,631명(13.3%), 영화가 13,154명(2.1%)이다.
사전 심의가 폐지돼 ‘자유’를 얻은 한국 영화는 세계적인 상을 받고 전 세계 극장 시장에서 매츌 규모 7위에 오르는 등 ‘K-콘텐츠’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 게임은 ‘사전 심의 족쇄’가 있음에도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 절반을 넘길 정도로 선전하는 모습이다. ‘자유’를 얻는 한국 게임이 어떤 성과를 낼지 상상케 한다.
미국·캐나다·일본·유럽 등 세계 주요 게임 시장 게임물 심의와 등급 분류는 정부 기관이 아니라 게임 업계가 주도하는 민간 기관에서 진행한다. 법적으로 심의를 강제하지 않는 대신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물은 소매점이나 플랫폼에서 유통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쉽고 간편하게 게임을 유통할 수 있으므로, 각국 게임 심의 기관이 모인 국제등급분류연합(IARC)이 2013년 설립됐다. 이를 통해 개발사나 배급사는 설문을 거쳐 한 번에 각국 심의와 등급 분류를 모두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심의 기관인 GRAC도 2017년 IARC에 가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주요 게임 시장 심의와 등급 분류는 한국·중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정부 기관이 아니라 민간 기관이 주도한다”라며 “국산 콘텐츠 수출 규모 절반을 넘기는 효자, 게임 산업이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영화와 같이 ‘사전 심의 족쇄’를 푸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림 유로 / 글 겜툰 박해수 기자(caostra@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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