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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만평] WHO 게임 장애 질병 분류, ‘전 세계 게임 규제’ 시작하나
작성자 : 등록일 : 2019-05-21 오전 11:05:09


‘게임 과몰입(게임 중독)’이 전 세계 의료계에서 공식적인 질병으로 분류될지가 이번주 결정된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이하 WHO)는 5월 20일부터 28일까지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보건총회에서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이하 ICD-11)’을 확정할 계획이다.

지난 2015년 WHO는 인터넷을 통해 ‘ICD-11’ 초안(http://icd.who.int/)을 공개했다. 초안에서는 ‘게임 장애’를 6번째 항목인 ‘정신적, 행동적 또는 신경 장애(Mental, behavioural or neurodevelopmental disorders)’에서 ‘물질 사용 또는 중독성 행동으로 인한 장애(Disorders due to substance use or addictive behaviours)’ 하위 항목인 ‘중독성 행동으로 인한 장애(Disorders due to addictive behaviours)’로 분류했다.

항목을 살펴보면 ‘게임 장애’는 게임을 지속적, 반복적으로 플레이하면서 발생하는데,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 등 삶과 관련한 다른 활동보다 게임이 우선순위가 높아진 경우와 게임 플레이 시간, 횟수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경우를 의미한다.

‘ICD’는 사람에게 발생하는 질병 및 사망 원인을 다룬 국제 표준 분류 규정으로 WHO에서 발표한다. 현재는 1983년부터 1992년까지 개발돼 사용 중인 ‘ICD-10’이 최신판으로, 이번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총회(World Health Assembly, WHA)로부터 ‘ICD-11’이 승인될 예정이다.

‘게임 장애’가 ‘ICD-11’에 정식 등재되면 2022년부터 ‘게임 과몰입’은 질병 코드로 분류되고, 게임 이용 빈도, 게임 이용 강도, 게임 이용 시간 등 세 가지를 12개월 이상 통제하기 어려울 때를 기준으로 진단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ICD’를 기반으로 통계청이 주도, ‘KCD(Korean Standard Classification of Diseases,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만든다. ‘KCD’는 5년에 한 번 개정되고, 현재는 2015년 발표된 ‘KCD-7’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KCD’는 개정 준비에만 2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2019년 ‘ICD-11’에 '게임 장애' 등재가 확정되더라도 2020년 발표될 ‘KCD-8’에는 등재될 가능성이 작다.

그러나 2018년 10월 국정감사 때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WHO에서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인정하면 받아들이겠다”고 언급했고, ‘ICD’에서 질병으로 분류된 항목이 ‘KCD’에 등재되지 않은 적이 없으므로, 2025년 개정될 ‘KCD-9’에는 ‘게임 장애’가 등재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게임 과몰입’은 명확한 진단 기준이 없어 전 세계 학계에서는 ‘게임 과몰입’ 질병 분류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2017년 12월 임상심리학 분야 오픈 액세스 학술지 ‘행동 중독 저널(Journal of Behavioral Addictions)’에서는 학자 20명 이상이 “’게임 과몰입’은 아직 과학적인 입증이 충분하지 못해 질병 분류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같은 학술지에서 2018년 3월 1일, 게임 분야 연구 전문가 36명이 ‘게임 과몰입’ 질병 분류 반대 의견을 내고 “새로운 질환을 공식화하기 전에 ‘과몰입(중독)’이라는 개념부터 명확하게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게임연구회(International Gaming Research Unit) 이사 겸 노팅엄 트렌트대학교 심리학 교수 마크 그리피스(Mark Griffiths) 박사는 “술, 담배, 마약 등은 중독에 따른 금단 현상이 명확하지만, 게임은 현재까지 명확하게 금단 증상이 밝혀지지 않아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게임 과몰입’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며 "게임을 플레이한 시간보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발생한 부정적인 영향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게임 업계에서는 2018년 4월 5일 전국 40개 대학 게임 관련 학과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전국게임관련학과협의회가 발족했다. 같은 날 한국게임학회는 전국게임관련학과협의회와 함께 ‘게임 장애’ 질병 분류 반대 성명을 통해 ‘게임 과몰입’ 질병 분류를 강력히 반대하고, ‘위험한(Hazardous)’, ‘중독(addictive behaviours)’, ‘장애(disorder)’ 등 부정적 인식을 주는 용어를 사용하는 데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학계 및 게임 업계로부터 반대하는 의견이 나오자 2018년 5월 관련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던 WHO는 유예 기간을 1년으로 정했다. 그사이 전 세계 게임 업계와 학계로부터 반대 의견을 제시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ICD-11’ 승인을 앞두게 됐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2018년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제출한 ‘게임 과몰입 정책 변화에 따른 게임 산업의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 장애’ 등재 후 발생할 국내 게임 산업 경제적 손실은 약 11조 원이다. 과거 게임 셧다운제(청소년 PC 온라인 게임 이용 시간제한) 시행을 기반으로 추정한 결과, ‘ICD-11’에 등재된 ‘게임 장애’가 2022년 정식 효력을 발생하면 2023년부터 3년 동안 최대 11조3천5백억 원 규모 산업 위축 효과가 나타난다.

여기에 ‘ICD-11’이 승인된 후 ‘KCD’에 반영되면 정부 주도 규제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가 ‘KCD’를 근거로 규제 강화를 시도해 ‘게임 셧다운제’를 모바일 플랫폼으로 확장하거나 ‘게임 과몰입’ 세금을 신설, 징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 장애’와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분류할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없고 전 세계 게임 업계와 관련 학계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WHO는 ‘ICD-11’ 승인을 통해 ‘게임 장애’와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만들려 한다”며 “이를 통해 WHO 주도하에 각국 정부가 참여하는 ‘전 세계 게임 규제’가 시작되는 게 아닌지 우려 속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겜툰 박해수 기자(caostra@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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