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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만평] 국내 게임 시장 ‘혐중(嫌中)’ 키우는 중국 게임사

작성자 :	등록일 : 2019-05-30 오전 10:47:36

최근 국내 게임 시장은 중국 게임사가 직접 서비스하는 게임이 늘어나면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게임도 적지 않다. 그런데 그중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선정적인 광고와 타사 게임 IP (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를 무단으로 도용하는 등 도를 넘은 게임들이 있어 ‘혐중(嫌中)’을 키우고 있다.

‘혐중’은 중국에서 생산된 콘텐츠를 비롯해 중국과 관련한 모든 내용을 혐오하고 싫어하는 성향을 의미한다. 중국발(發) 미세먼지, 역사 왜곡 동북공정(東北工程), 화웨이(HUAWEI)로 대표되는 전자제품 백도어, 서해 중국어선 불법 조업,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갈등 등으로 불거졌다.

올해로 중국 수교 27주년을 맞은 우리나라는 과거 극단적인 ‘혐중’ 성향을 띄지는 않았다. 그런데 사드 배치 외교 문제에 더해 최근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 대부분이 중국에서 온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반중(反中) 정서가 점차 짙어졌다.

그러다 중국에서 한국산 제품을 부수고 한국 기업을 불매하는 과격한 혐한(嫌韓)과 중국 정부로부터 한국 제작 콘텐츠 또는 한국 연예인 출연 광고 송출을 금지하는 한류(韓流) 금지령 한한령(限韓令)이 나오고 오존층 파괴 주범인 프레온가스를 중국이 무더기 배출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반중 정서는 점차 ‘혐중’으로 바뀌었다.

이런 와중에 2018년 4월 1일 국내 출시된 모바일 SRPG ‘왕이되는자’는 초반부터 허위, 과장 광고로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 개발사 포유망락과기유한공사(泡游網絡科技有限公司)가 개발하고 홍콩 창혹호동자신기술유한공사(創酷互動資訊技術有限公司, 추앙쿨 엔터테인먼트, Chuang Cool Entertainment)가 유통한 ‘왕이되는자’는 청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가난한 주인공(유저)이 벼슬길에 올라 출세하는 내용을 그려냈다.

가장 낮은 관리 신분에서 가장 높은 ‘극품(极品)’을 거쳐 최종적으로 왕이 되는 걸 목표로 하는 ‘왕이되는자’는 게임 아이콘과 소개 이미지를 보면 조선 시대 배경인 게임으로 보이게 했고 여성을 '바보 아이를 낳은 죄'로 감옥에 가두고 매질하는 광고를 하는가 하면, 알몸인 여성을 피가 나게 만드는 묘사를 하거나 여성이 '아버지를 위해 몸을 판다'는 팻말을 들고 있는 등 여성을 성(性) 상품화하는 음란 광고를 내보냈다.

이에 따라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왕이되는자’ 광고에 대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제34조 제1항 제1호를 위반, 등급을 받은 게임물 내용과 다른 내용 광고를 하거나 그 선전물을 배포 · 게시하는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게임법' 제38조 제7항에 따라 주요 커뮤니티와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광고 차단을 권고했고, 해당 광고들은 이내 삭제됐다.

그런데도 ‘왕이되는자’는 복권을 긁으면 '대교', '황진이' 같은 역사 속 여성이 수줍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광고와 여성을 비하하는 영어단어 'bitch'가 나오는 광고를 여전히 내보냈고 심지어는 게임 내에서 인두, 주릿대 같은 고문 기구를 구매한 후 "때리지 마세요! 잘못했어요!"라고 말하는 여성 캐릭터에게 사용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왕이되는자’는 국내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6위,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1위를 기록하면서 자극적인 광고와 콘텐츠를 통해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중국 게임사에 각인시켰다. 이후 중국 게임사는 날이 갈수록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광고를 하게 됐는데, 한술 더 떠 완전히 관련 없는 게임을 무단 도용한 광고를 제작해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런 광고 중에는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액션 게임 ‘갓 오브 워 4’ 게임 장면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엔씨소프트 ‘리니지 TL’ 게임 내 영상을 가져다 쓰고, 넥슨 ‘던전앤파이터’ 음원을 넣거나 카카오게임즈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 게임 화면과 스마일게이트 ‘에픽세븐’ 캐릭터를 합성하는 등 타사 게임 IP를 마음대로 쓰는 정황이 적잖이 발견됐다.

37게임즈가 2018년 1월 24일 출시한 모바일 RPG ‘운명: 무신의 후예’는 일본 애니메이션 ‘세일러 문’ 음원을 도용한 영상에서 여성 캐릭터가 엉덩이를 흔들면서 공격하고, 터치를 통해 여성 캐릭터 하의를 모두 벗기는 과정을 보여주거나 실제 여성 모델이 등장해 얼굴, 가슴, 다리를 조정하는 모습 등 여성을 성 상품화한 광고를 내보냈다.

상해우답망로과기유한공사(上海友塔网络科技有限公司, 요타 게임즈)가 2018년 6월 22일 출시한 모바일 SLG ‘마피아 시티’는 범죄를 정당화하면서 돈을 많이 가진 이가 훌륭하다는 식으로 만든 광고를 300여 개 이상 내놔 유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지니어스게임이 2018년 9월 20일 출시한 모바일 시뮬레이션 게임 ‘상류사회’는 광고에서 “회…회장님, 그러지 마세요. 회사 사람들이 볼 수 있으니까 우리 집에 가서 하면 안 될까요??”라는 대사와 함께 남성이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음성이 나와 유사 성행위를 연상케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소녀스튜디오가 2018년 10월 9일 출시한 모바일 RPG ‘신명’은 넥슨 ‘던전 앤 파이터’, 스퀘어 에닉스 ‘니어: 오토마타’,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 ‘데드 오어 얼라이브 6’,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블러드본’,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점프 포스’ 등 유명 게임을 도용한 광고로 악평을 얻었다.

유저들로부터 국내 게임 IP를 도용했다는 평가를 받는 게임도 있다. 홍콩 개발사 기프티드 탤런트 테크놀로지(Gifted Talent Technology Limited)가 2019년 5월 14일 출시한 모바일 RPG ‘프로듀스판타지’는 게임 배경, 캐릭터 생김새, 플레이 스타일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넥슨 PC MMORPG ‘메이플스토리 2’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상하이 킹넷 테크놀로지(Shanghai Kaiying Network Technology) 자회사 레인보우 홀스(Rainbow Horse)가 2019년 5월 21일 출시한 모바일 방치형 MMORPG ‘레전드 오브 블루문(Legend of Bluemoon)’은 위메이드 ‘미르의 전설 2’ IP를 활용해 중국에서 2017년 7월 출시된 HTML5 게임 ‘전기래료(传奇来了)’와 유사한 모습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밖에도 룽투코리아가 2019년 5월 28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일 전략 디펜스 RPG ‘일령계획’은 이미 서비스 중인 일본과 중국 서버와 비교해 비슷한 금액을 결제했을 때 얻는 유료 재화 수가 부족하고, 유저 전화번호, 이름, e메일 주소 등 개인정보를 국외로 이전하는 정책까지 채택해 출시 하루 만에 유저 사이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중국 게임사가 직접 국내 서비스 중인 게임들 중 일부는 허위, 과장, 음란 광고와 타 게임사 게임 IP를 무단으로 도용한 광고를 내보내거나 표절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한국 시장만 불리한 과금 정책을 채택하기도 해 국내 게임 시장에서 새로운 논란거리로 두드러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게임은 중국이 자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인 ‘판호’를 발급해주지 않아 중국 진출이 어려운 가운데, 국내 게임 시장에 진출한 중국 게임사 중 일부는 허위, 과장, 음란 광고와 국내 게임 IP 무단 도용, 표절 의혹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어 국내 게임사는 속만 태우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은 한국 유저가 중국에 반감을 품는 ‘혐중(嫌中)’을 더 크게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겜툰 박해수 기자(caostra@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