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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만평] 유저 의견 따른 게임업계, ‘사상검증 물타기’ 고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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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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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9-12-26 오전 3:46: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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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가 자행하는 ‘사상검증’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게임사에서 게임 내 삽화나 성우 목소리를 유저 의견에 따라 교체했는데, 이를 두고 전국여성노동조합(이하 여성노조)에서 ‘사상검증’이라는 의견을 냈다.
여성노조 디지털 콘텐츠 창작노동자 지회는 12월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게임업계는 여성주의적 발언을 한 여성 일러스트레이터를 쉴 새 없이 물색하고 탄압해왔다”라며 “게임업계는 반인권적인 ‘사상검증’을 중단하고 사과하라”라고 규탄했다.
이어서 여성노조는 “(게임업계는) 국가 헌법이 보장하는 발언, 사상 자유 등 기본 인권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라며 “’사상검증’을 이유로 중도에 계약을 파기하고 작업물 게시를 중단하는 행위는 노동권리 침해로, 한국 게임업계가 보인 반인권적 작태가 관행으로 소비되는 현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여성노조는 2016년 한 성우가 ‘GIRLS Do Not Need A PRINCE' 문구를 새긴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SNS에 게재한 후 게임사와 계약이 종료된 일을 예로 들었다. 당시 사건으로 해당 성우가 부당하게 교체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 29일 출시한 티키타카 스튜디오 ‘아르카나 택틱스’에서 발생한 삽화가 배제 논란도 언급했다. 유저 커뮤니티에서 게임 원화가가 2016년 티셔츠 논란 때 해당 성우를 지지하는 해시태그를 게시하고 글을 추천한 정황이 나오자 개발사 티키타카 스튜디오는 해당 삽화가가 작업한 삽화 목록을 공개하고 이를 차례로 교체하겠다는 공지를 냈다.
공지에서 티키타카 스튜디오는 “자사는 100여 종이 넘는 캐릭터를 내부에서 모두 준비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본격적인 게임 프로덕션 기간에 돌입한 후에는 많은 삽화가분과 접촉해 일부 삽화를 외주로 공급받았다”라며 “민감한 부분들에 대해 더 신중하지 못하게 선정이 된 점에 대단히 죄송스럽고, 다시는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에 '외주 검수팀'을 신설해 사전 검수를 엄격하게 강화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2016년 발생한 티셔츠 논란부터 이번 삽화 교체 논란까지 최근 국내 게임업계는 여성주의 관련 사건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여성노조가 주장한 의견을 보면, 국내 게임업계는 관계자 사상을 철저히 검증하고 철퇴를 내리는 무소불위 권력을 지닌 주체로 보이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여성주의 논란 중심에는 항상 ‘메갈’이라는 단어가 따른다. 2015년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에서 비롯해 폐쇄된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지칭하는 단어다. 폐쇄 후에는 비슷한 성향을 띈 ‘워마드’라는 커뮤니티가 뒤를 이었다.
이들 여성주의 커뮤니티는 5.18 민주화 운동과 6.25 전쟁 참전 용사, 독립운동가를 비하하면서 고인을 모독하고 남자 공동 샤워실, 홍익대학교 미대 수업 도촬 영상을 공개하는 등 ‘남성 혐오’를 지속해 왔다. 여기에 자신들이 내세운 의견에 공감하지 않고 비판하는 여성에 대해서도 ‘흉자’라는 성적(性的) 비하 단어로 혐오하면서 ‘반사회적 커뮤니티’로 지탄받았다.
2016년 티셔츠 논란은 ‘메갈’과 관련됐다. 해당 티셔츠가 ‘메갈리아’에서 파생한 ‘메갈리아4’에서 커뮤니티를 후원해 준 사람들에게 지급된 티셔츠였기 때문이다. 티셔츠 논란 여파는 다른 게임에도 퍼져 나갔고, ‘메갈’을 지지하는 성향을 보인 창작자가 있는 게임들은 관련 콘텐츠를 수정, 삭제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9년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69.9%, 여성 61.3%가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PC 게임은 남성 53.6%, 여성 30.0%, 모바일 게임은 남성 60.8%, 여성 57.2%, 콘솔 게임은 남성 16.5%, 여성 10.0%, 아케이드 게임은 남성 8.1%, 여성 7.4%가 즐기고 있다.
월평균 구매 비용을 보면 PC 게임은 남성 32,223 원, 여성 31,239 원, 모바일 게임은 남성 24,944 원, 여성 24,286 원, 비디오 콘솔 게임 게임기는 남성 301,618 원, 여성 244,032 원, 게임 타이틀 남성 144,741 원, 여성 130,743 원, 아케이드 게임은 남성 10,713 원, 여성 13,400 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평균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남성 유저가 여성 유저보다 많고 구매 비용도 더 많이 지출함을 알 수 있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고 특정 플랫폼 게임은 오히려 여성 유저가 구매 비용을 더 냄을 알 수 있다.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사상검증’과 관계된 게임을 살펴보면 게임사들이 하나같이 유저 의견을 따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벌키트리 ‘이터널 클래시’가 반사회적 커뮤니티 ‘일베’ 논란으로 큰 타격을 입고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는데, 여성주의 ‘사상검증’으로 지적받은 게임도 반사회적 커뮤니티 ‘메갈/워마드’ 논란이 일었다.
특히 해당 게임들은 남성 유저가 주로 즐기는 ‘남성향 게임’이라 ‘남성 혐오’ 콘텐츠를 생산하는 ‘메갈/워마드’ 커뮤니티 관련 논란에는 게임사가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는 여성 유저가 주로 즐기는 ‘여성향 게임’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최근 여성향 게임에서 유저 의견을 수렴해 성우가 교체된 사건이 발생했다.
2018년 7월 국내 출시한 페이퍼 게임즈 ‘러브앤프로듀서’는 ‘이택언’ 캐릭터 목소리를 정재헌 성우가 담당해 왔다. 그런데 정재헌 성우가 1980년대 일본 성인 비디오 제작자 무라니시 토오루(村西とおる) 감독 일대기를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에서 주인공 무라니시 감독 역할을 맡은 사실이 드러나자, 유저들이 “포르노 산업을 옹호했다”라는 주장으로 반발했다.
이에 페이퍼 게임즈는 정재헌 성우를 강민균 성우로 교체했다. 그러나 유저들은 강민균 성우가 과거 SNS에 올린 글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교체를 요구했고, ‘이택언’ 캐릭터 목소리는 ‘위겸’ 캐릭터를 맡았던 이동훈 성우가 담당하게 됐다.
이처럼 게임업계는 게임을 즐기는 주체인 유저 의견을 민감하게 받아들여 이를 최대한 반영하려 한다. 게임사는 서비스 중인 게임 유저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렇게 나온 콘텐츠를 즐기는 유저는 만족하면서 소비하는 순환 구조를 띠고 있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가 ‘사상검증’을 한다”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산업에서 종사하는 기업은 소비자 의견을 듣고 이를 최대한 반영해 제품을 제작하려 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7년 여성 화장품 광고에 '여성 혐오' 모델이 나왔다는 논란으로 광고 영상이 3시간 만에 삭제된 일이 있었고 2016년에도 비슷한 논란으로 광고가 중단된 적이 있다”라며 "게임업계에서도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인 주요 유저 의견에 따라 대처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이를 ‘사상검증’으로 비판하고 있어 게임업계 전체가 고통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겜툰 박해수 기자(caostra@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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