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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조립까지는 즐거운, 커스텀 메카 워즈

작성자 :	등록일 : 2024-01-03 오후 5:19:36

클라우디드 레오파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산하 D3퍼블리셔가 개발한 신작 '커스텀 메카 워즈'를 12월 14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플랫폼은 플레이스테이션 5다. 정식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며, 국내 심의 기관으로부터 12세 이용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D3 퍼블리셔는 컬트적인 인기를 보유한 일본 게임 개발사다. 국내에서는 주로 'THE 지구방위군' 시리즈로 인지도를 얻었으며, 2023년 중순에는 몽키크래프트가 동영상 플랫폼이나 SNS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허위 게임 광고들을 패러디해 개발한 게임 '어디선가 본 "그 게임"을 스틱맨으로 만들어 봤는데, 과연 당신은 클리어 할 수 있을까?'를 글로벌 퍼블리싱하며 회자되기도 했다.

'커스텀 메카 워즈'에서, 유저는 사설 경비회사 '47경비보장' 소속 신입사원이 되어 시민들이 모두 대피한 도시를 지켜야 한다.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혜성이 일으킬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민간인들이 대피했다는 설정으로, 빈 도시를 관리하기 위해 도입한 무인 로봇이 폭주를 일으키는 바람에 주인공이 로봇에 올라 타 무인 로봇과 맞서 싸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기 내용은 공식적으로 공개된 시놉시스지만, 사실 스토리가 그리 중요한 게임은 아니다. 실제로 게임 플레이 중 스토리가 그리 많이 진행되지 않는다. 왜 유저가 로봇을 조립하고 다른 로봇들과 싸우게 되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준비한 최소한의 스토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투 미션은 몰려오는 적을 처치한 뒤 특정 지역으로 이동해 스테이지 보스를 처치하면 끝나는 방식으로, 약 40여개 스테이지가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적 AI가 그리 뛰어나지 않고, 스테이지마다 진행 방식도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임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같은 스테이지를 여러 번 반복하거나 게임을 이해하려 노력할 필요가 없다.

탑승중이던 기체가 파괴되었을 때 다른 기체로 미션을 이어나갈 수 있는 시스템은 흥미로웠다. 기체가 파괴되면 주인공 캐릭터가 탈출하는데, 이 상태로 적 로봇에 EMP를 사용한 뒤 적 기체로 미션을 이어나갈 수 있다. EMP는 한번 밖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EMP를 빗맞추거나 탈취한 로봇까지 파괴되면 그대로 게임 오버 된다.

물론 유저 기체가 파괴될 정도면 전황이 그리 좋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유저 기체보다 약한데다가 익숙하지도 않은 적 기체를 조종하는 만큼 게임 오버 전 마지막 발악 같이 사용되는 시스템이긴 하다. 그러나 기회가 한번 더 주어진다는 점, 그리고 이를 기체 탈취라는 방식으로 구현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게임 핵심 콘텐츠는 메카닉 조립이다. 개발사는 '마개조'라고 칭하는 시스템이다. 다리 역할을 하는 파츠와 몸통 역할을 하는 파츠만 있다면 다른 부분은 모두 유저 마음대로 꾸밀 수 있다.

부품 연결은 부품에 있는 조인트를 서로 이어붙이는 방식이다. 프라모델 등 조립식 로봇 모형을 제작해 본 경험이 있는 유저라면 튜토리얼 없이도 바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다. 실제 모형 조립과 다른 점은 상식적으로 조인트가 없을만한 곳에도 조인트가 있다는 점인데, 이를 통해 상식을 벗어난 로봇을 제작할 수 있다.

유료 DLC '마개조 세트' 공식 이미지
이를 통해 머리가 없는 로봇도, 머리가 수십개씩 달린 로봇도 모두 가능하다. 팔과 다리 위치를 바꾸는 건 예사일이다. 반대로 유명 애니메이션·만화나 타사 게임 등에 등장하는 로봇들을 비슷하게 따라할 수도 있다.

제공되는 부품이 다양하다는 점도 유저 창작욕을 자극하는 부분이다. 미션 중 습득할 수 있는 승용차나 애니메이션 광고가 래핑된 지하철 중간 차량 등을 사용할수도 있고, DLC를 구매하면 타사 미소녀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입간판 등 일반적인 로봇에는 부착되지 않는 부품들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조립 편의성은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일단 UI가 편의성과 거리가 멀고, 방향 설정도 꽤 번거롭다. 특히 규격이 정해진 부품이 아니라 유저가 추가로 증설한 부품을 조립할때 문제가 심각해진다. 기본 무기 슬롯이 아닌 곳에 추가 무기를 증설하면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정면을 지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유저가 직접 정면 축을 조정해줘야 한다. 조정이 잘못되면 무기가 사방 팔방으로 난잡하게 발사되는 꼴을 봐야 하는 일이 생긴다.

개발사 전작 'THE 지구방위군 6' 공식 이미지
그래픽 완성도가 뛰어나지는 않다. 특히 로봇을 제외한 나머지 오브젝트들이 모두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다. 플레이스테이션 5에서 플레이스테이션 2 시절 그래픽을 체험하는 흔치 않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 부분이 그 자체로 단점이라 보기는 어렵다. D3퍼블리셔는 과거부터 그래픽 완성도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게임을 주로 개발해왔고, 오늘날에는 부족한 그래픽 완성도가 D3퍼블리셔 작품을 상징하는 요소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다만 D3퍼블리셔가 어떤 개발사인지 모르고 게임을 구매한 유저는 당혹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전투 콘텐츠도 있다. 제대로 된 PvP를 즐기기 보다는 직접 조립한 로봇을 다른 유저에게 선보이는 각축장 같은 역할을 한다. 제대로 멋있는 로봇을 조립해 온 유저를 보면 감탄하게 되고, 상상도 못한 해괴망측한 로봇을 목도하게 되면 폭소를 터뜨리게 된다. 어떻게 보면 엔드 콘텐츠라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