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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이라는 장르의 종합 예술, 스플릿 픽션

작성자 :	등록일 : 2025-03-12 오후 4:49:38

게임피아는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일렉트로닉 아츠(EA)가 유통하는 신작 '스플릿 픽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5 버전을 3월 6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정식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며, 국내 심의기관으로부터 15세 이용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유료 판매되는 게임이나, 무료 다운로드 할 수 있는 '친구 패스' 버전을 함께 출시해 두 유저 중 한 명만 유료 구매하면 다른 한 유저는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는 스웨덴 게임 개발사로, 영화감독 요제프 파레스가 스타브리즈 스튜디오와 협업해 '브라더스: 어 테일 오브 투 선즈'를 개발한 뒤 개발 인원들과 함께 독립해 설립했다. 이후 '웨이 아웃', '잇 테익스 투' 등 2인 협동 게임을 개발해 왔으며, 2024년 신작 '스플릿 픽션'으로 2인 협동 게임 전문 개발사 입지를 확고히 했다.

'스플릿 픽션'에서, 두 유저는 각각 SF 작가 지망생 미오 허드슨과 판타지 작가 지망생 조이 포스터가 되어 자신들이 창작하려 했던 소설에 대한 아이디어로 구성된 가상 현실 속을 탐험해야 한다. 성격도, 선호하는 장르도, 하다못해 안고 있는 과거의 상처까지 다른 것 투성이인 두 인물이 함께 갖은 위협을 헤쳐나가는 장면은 꽤 흥미롭다.

게임 스토리가 아주 새롭지는 않다.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을 수 차례 플레이해 본 경험이 있는 유저라면 본격적인 음모가 시작되기도 전에 누가 흑막인지 추측할 수도 있고, 두 주인공이 지닌 과거 이야기도 다른 매체 어딘가에서 정립된 아키타입에 가깝다. 그러나 스토리 짜임새와 게임 내 연출을 통해 진부함을 줄이고 유저들이 처음 겪는 이야기처럼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전반적인 스토리 완성도는 전작 '잇 테익스 투'보다 발전했다. '잇 테익스 투'도 스토리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작품이나, 등장인물들이 지나치게 비인간적으로 행동하는 순간이 있어 몰입을 해치곤 했다. 반면 '스플릿 픽션' 주인공들은 종종 패닉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감정이 격해지는 상황은 발생해도 캐릭터성을 해치지는 않는다.

성격 만큼이나 두 주인공이 가상현실 내에서 다룰 수 있는 능력에도 차이가 있다. 예컨대 초반부 SF 배경 세계를 탐험할 때 미오는 검을 이용한 중력 변화 능력을, 조이는 채찍을 사용한 물건 집어 들기와 던지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식이다. 어떤 캐릭터로 플레이했느냐에 따라 게임 경험이 일부 달라지기 때문에, 한 번 클리어 이후 두 유저가 조작 캐릭터를 바꿔 다시 플레이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혼자서 두 캐릭터를 모두 조작하는 건 쉽지 않다. 필자 역시 싱글 플레이를 시도해 봤으나, 두 캐릭터가 동시에 복잡한 작업(예컨대, 적 공격을 회피하는 동시에 적을 공격하기)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한 손으로 게임 패드 하나씩을 조작하는 방식으로는 게임 진행이 불가능했다. 양손과 양발로 게임 패드를 하나씩 조작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으나, 차라리 같이 플레이할 친구를 찾는 게 더 쉬울 듯했다.

게임 난도는 적당하게 높은 편이다.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게임을 끄고 싶지는 않을 정도 수준을 정확하게 유지한다. 사망하더라도 다른 한 유저가 살아있다면 부활하며, 자동 저장 지점이 촘촘하게 배치돼 있어 두 유저가 동시에 사망해 게임 오버 되더라도 빠르게 다시 도전할 수 있다. 비디오 게임을 거의 해보지 않은 유저라도 비디오 게임 경험이 많은 다른 유저 도움을 받으면 막힘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두 유저 간 음성 채팅은 필수다. 퍼즐 중 적지 않은 수가 두 유저 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스플릿 픽션'은 온라인 매칭을 지원하지 않고 반드시 유저가 같이 할 다른 유저를 직접 찾아야 하는데, 랜덤 매칭 결과 서로 언어가 다르거나 마이크가 없어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팀원과 만나는 걸 방지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다양한 세계가 잘 묘사되어 있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게임 스토리에 따라 숲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세계부터 미래 도시, 중세 왕국, 사막 등 다양한 세계를 넘나들게 된다. 대부분 세계가 높은 그래픽 완성도로 묘사되기 때문에 그래픽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고, 사막 지형에서는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에 대한 농담을 하는 등 게이머라면 웃음을 지을만한 요소가 종종 등장한다.

주인공들이 체험하는 세계에 따라 유저가 플레이하는 콘텐츠도 달라진다. 사이버 닌자가 등장하는 SF 세계에서는 화려한 3인칭 액션을 즐길 수 있고, 숲과 원숭이가 배경인 판타지 세계에서는 플랫포머를 즐기는 식이다. '잇 테익스 투'에서도 선보였던 게임 디자인이지만, '스플릿 픽션'에서는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게임 내 각종 연출 완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스토리 연출도 그렇지만, 퍼즐과 관련된 연출이 뛰어나다. 특히 모종의 이유로 가상현실 세계가 불안정해지는 중후반부 시점부터 화면 분할 기믹을 이용한 다양한 연출과 퍼즐이 등장하는데, 이때 등장하는 연출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사실 작중 등장하는 퍼즐 중 정말로 유저가 처음 보는 퍼즐은 거의 없을 가능성이 높다. 협동성을 중시하고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 난도를 낮추다 보니 유사 장르 게임들에서 흔히 쓰이는 기믹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플릿 픽션' 특유의 연출이 더해지는 순간 해당 퍼즐은 다른 게임 속 퍼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게이밍 경험을 제공한다.

도전 과제가 매우 다양한 편인데, 게임 진행 중 쉽게 놓칠만한 요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미리 도전과제 조건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한번 플레이로 모든 도전과제를 달성하는 게 불가능할 수 있다. '한 번도 사망하지 않고 게임 클리어'같은 고난도 도전 과제는 없고, 특정 오브젝트와 상호작용 하거나 특정 오브젝트와 상호작용 한 뒤 다시 동료와 상호작용 하는 방식으로 달성되는 도전과제가 많다.

상술했듯 두 캐릭터 간 플레이 경험이 부분적으로 차이가 나는 편이고 게이밍 경험 수준도 한 차례로 끝내가 아쉬울 정도로 높은 만큼, 스포일러 없이 게임을 한 번 마쳤다면 서로 조작하는 캐릭터를 바꾼 뒤 도전과제 클리어를 목표로 다시 한 번 플레이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게임이 문화 예술 갈래로 인정받은지 2년 반 가량이 지났다. 게임이 정확히 어떤 유형의 예술인지는 아직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으나, 적지 않은 이들이 '종합 예술'로 분류하곤 한다. 영상과 미술, 음악, 서사 등 다양한 장르가 융합된 데다가 유저가 직접 예술 작품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아트 성격까지 띠고 있기 때문이다.

'스플릿 픽션'은 바로 이 '종합 예술'이라는 정의에 부합하는 작품이다. 약간은 아쉬울 수 있는 스토리를 연출과 비주얼로 커버해 아름다운 스토리로 탈바꿈시켰고, 여기에 협동 플레이라는 게임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게임 완성도를 명작이라 불릴 수 있는 반열까지 끌어 올렸다.

눈에 띄는 단점이라면 게임을 같이 할 친구가 없으면 시작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냥 친구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스플릿 픽션'에 관심이 있고 함께 멀티플레이를 즐길 시간 까지 맞는 친구가 필요하다. 필자 역시 조건이 맞는 친구를 수소문 하기 위해 게임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도 함께 플레이 할 친구를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하는 건 매우 큰 손실이라 할 수 있는 만큼, 필요하다면 '스플릿 픽션 플레이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을 마련하고 지나가던 사람을 아무나 잡아 오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아니면 개발사에서 추천하듯 공식 디스코드 채널에서 사람을 모집해도 될 테고 말이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