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툰-카툰으로 보는 재미있는 게임이야기

PWD

	게임 리뷰/프리뷰

	만화로 보는 게임리뷰

	죽이는 캐릭터 인터뷰

	추억의 게임::이겜 아시나요

	게임기행

리뷰/프리뷰

HOME > 리뷰/프리뷰> 리뷰/프리뷰

제 목 : 이대로 완성된다면 장르 정점이 될 게임, 인조이

작성자 :	등록일 : 2025-03-20 오후 3:12:15

크래프톤은 산하 인조이 스튜디오에서 개발하고 자사가 서비스 예정인 신작 '인조이(inZOI)'를 3월 28일 앞서 해보기(얼리 액세스)상태로 출시할 예정이다. 테스트 플랫폼은 윈도우 PC(스팀)로, 정식 출시 단계에서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5와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시리즈 X|S로도 출시될 예정이다. 테스트 버전 기준 심의 등급은 15세 이용가다.

테스트에 사용된 PC 사양은 다음과 같다. 크래프톤이 공개한 요구 사양 중 권장 사양에 해당하는 장비다.

CPU: AMD 라이젠 9 7950X3D
VGA: 엔비디아 RTX 3070
RAM: 64GB

도시 내 전광판에 원하는 유튜브 영상을 재생하는 등 꾸미기 기능을 제공한다

'인조이'에서, 유저는 가상 세계를 관리하는 기업인 'AR 컴퍼니'에 입사한 신입 사원이 되어 시뮬레이션 속 세계를 관리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격체인 '조이'들을 관리해야 한다. 때로는 조이의 삶을 지켜보고 종종 직접 관여해 제어하며, 조이가 다른 조이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삶을 영위하는지를 지켜보게 된다.

신입 사원이라는 설정 때문인지는 몰라도, 신과 같은 시선에 있는 존재치고는 유저가 할 수 있는 일에 제한이 있다. 예컨대 도시 관리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재앙을 불러와 도시를 파괴하거나 조이를 직접적으로 살해할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환경을 조성하고 삶의 방향성을 지시해 주는 정도에 그친다. 사실, '인조이'라는 게임이 지향하는 바를 충실히 즐기는 데에는 굳이 필요 없는 기능들이긴 하다.

캐릭터 생성 시스템은 상세한 편이다. 유저가 직접 수정할 수 있는 옵션 수가 많다. 대신 조절할 수 있는 수치 폭이 좁은 편인데, 이는 '인조이'가 포토 리얼리즘 그래픽을 추구하는 게임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캐릭터가 실제 사람과 비슷한 경우 수치 조절 허용값 폭이 너무 넓으면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난도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비현실적으로 못생긴 외형을 만들고 싶지 않다면야 큰 문제 없는 부분이다. 다만 체형 조절 폭이 너무 좁다는 점은 아쉬웠다.

기본 프리셋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어려움을 겪는 유저라면 기본 프리셋에서 의상 정도만 다듬어서 활용해도 좋다. 다양한 컨셉 캐릭터들이 미리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마우스 클릭 몇 번만으로 간단하게 조이를 생성할 수 있다.

유저가 직접 창작할 수 있는 조이 수는 최대 여덟 명이다. 게임 초반에 유저가 직접 커스터마이징한 캐릭터를 한 가족으로 묶어서 제어할 수 있으며, 이외에 임신과 출산 등으로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생겨나기도 한다. 가족 관계 구성 중 성별은 큰 의미가 없으나, 미성년자 혼인이나 근친혼 등 사회 통념상 부정적인 가족 관계는 구성할 수 없다.

초심자라면 조이를 하나만 만들어 천천히 게임을 익혀나가고 싶을 수 있으나, 정상적인 게임 플레이를 위해선 2~3인 가정을 꾸릴 필요가 있다. 장르 초심자라면 2인 가정, 멀티태스킹 기능이 뛰어난 유저는 3인 가족을 꾸려 조이들이 가족 간에 어떤 상호작용을 주고받고 이 상호작용이 어떻게 외부 인원에게까지 이어지는 지 알 수 있다.

여러 조이를 생성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수면이다. 가족 구성원이 한 명일 경우 그 조이가 수면 중일 때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전체 플레이타임 중 1/3가량이 묶이는 셈인이다. 수면 중에 한해 30배속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런데도 5분 가까이 되는 시간을 화면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건 상당히 지루한 일이었다.

또한 병무청 등 아직 직장 환경이 미구현된 직장에 취업했다면 직장 업무를 유저가 컨트롤하는 대신 조이가 화면에서 사라지고 해당 조이가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텍스트로만 설명해 준다. 이때는 30배속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흥미가 식어버릴 위험이 있다.

유저가 직접 창작하지 않은 조이도 조작할 수 있는 만큼, 사실 그냥 다른 조이를 관찰하면 되는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대다수 유저들이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조이를 '주인공'으로 삼고 플레이하길 원할 것이다.

장르 특성에 맞게 플레이 자유도는 높은 편이다. 아직 구현되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구현된 부분만 활용해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조이는 각자 다른 성향과 관심사를 지니고 있고, 행동에 따라 카르마가 변동하며 악한 조이가 되거나 선한 조이가 될 수 있다. 실수를 저질렀다가 과도하게 큰 비난을 받으면 괴로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테스트 단계에 있는 AI 기능인 '스마트 조이'도 가능성이 엿보였다. 자연어로 구성된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조이가 그에 맞춰 행동하는 시스템이다. 학습되어 있는 데이터 특성 때문인지 프롬프트 한두 개로 조이를 극악무도한 악당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지만,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꽤 충실하게 작동했다. 지금 당장도 흥미로운 기능이지만, 추후 완성됐을 때가 기대됐다.

다만 유저 성향에 따라서는 그저 지루한 일의 연속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인조이'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가 지닌 특성 때문이다. 만약 해당 장르가 취향에 맞지 않는 유저라면, '인조이'는 그래픽만 화려한 테크 데모 게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건설 시스템은 상세한 편이다. 다만 '인조이'에 있는 다른 기능들이 으레 그렇듯이 모든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기 전 까지는 헤매기 십상이다. 당장 집 부지 주변에 담장을 두르고 대문을 설치하는 시점부터 부지와 관련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대문을 건물 부지 가장자리에 딱 붙여서 짓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익숙해진 뒤에는 꽤 멋진 집을 지을 수 있었으나, 일부 오브젝트를 겹쳐서 배치할 수 있는 기능이 절실한 순간이 종종 찾아왔다.

다행히 제공되는 건축 프리셋 완성도가 높은 편이고, 청사진을 기반으로 내부를 자동으로 꾸며주는 AI 기능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 지을지 감만 잡으면 완성도 높은 건축이 가능했다. 손재주와 무관하게 세세한 건축에 흥미가 없는 유저에게 잘 어울리는 시스템으로 느껴졌다.

사진을 활용한 3D 오브젝트 생성 기능은 아직 아쉬운 단계였다. 물체의 질감이나 외형을 그대로 따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래도 사진이 상세하면 대체로 그럴듯하게 만들어 줬고, 유저가 일부 후처리에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환경 제어에서 나비를 추가하는 등 오브젝트가 많아질수록 CPU 사용량이 폭증했다

최적화 수준은 아직 미흡하다. 특히 CPU 사용량이 매우 높았다. 요구 사양과 실제 사용 장비를 감안하면 CPU 성능보다는 VGA 성능에서 아쉬움을 느껴야 했으나, 실제 플레이해 보니 그래픽보다는 CPU 성능 한계가 크게 와 닿았다. 특히 가속 배율을 높일수록 CPU 사용량이 끝도 없이 치솟았다.

소유한 PC 성능보다 게임 사양이 높아 구매를 고민 중인 유저라면, VGA 요구사양 보다는 CPU 요구 사양에 집중하는 게 좋아 보였다. 다행히 개발진이 추후 철저한 최적화를 약속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을 전망이다.

버그도 왕왕 발생했다. 필자는 차량 관련된 버그를 특히 많이 겪었는데, 구입한 차량 종류가 갑자기 바뀌거나 차량을 구매했는데도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했다. 또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근무지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라고 지시했음에도 꿋꿋하게 걸어서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버그를 해결하기 위해 앞서 해보기로 출시하는 것인 만큼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요약하자면, 현시점에서 '인조이'는 훌륭한 게임이 될 기반을 마련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보여준 콘텐츠와 완성도를 미루어 봤을 때, 게임이 현재 퀄리티를 유지하며 완성될 경우 훌륭한 작품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모두 미래의 일이고, 개발진이 게임을 완성하겠다는 유저들과 약속을 지켰을 때의 일이다. 추후 완성됐을 때를 고려한다면 추천할 만한 게임이지만, 지금 당장 완성도를 보고 구매를 권하기는 어렵다.

이 부분은 '인조이'의 가장 큰 약점이다. 현세대 유저들은 개발 중 버림받은 게임을 너무나 많이 봐왔다. 얼리 액세스 후 개발 중단을 발표하는 건 예사고, 화려한 계획표를 보여주며 구매를 종용하고는 얼리 액세스 후 게임을 그대로 유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매출이 적다고 서비스를 빠르게 종료하는 건 예사다. 국적 불문, 인디와 AAA급 게임을 막론하고 이런 사고가 너무나 자주 발생했다. 큰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장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3월 19일 진행된 쇼케이스에서, 인조이 스튜디오 김형준 대표는 꾸준한 업데이트를 약속하고 "유저분들이 이 정도면 출시해도 되겠다고 말씀하실 때 정식 출시하겠다"라며 유저들을 안심시켰다. 잦은 개발 중단과 서비스 종료에 지쳐 있는 유저들에게 위안이 되는 약속이었으나, 유저들은 벌써부터 그 약속이 깨어질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로드맵을 준수한 꾸준한 업데이트로 유저들을 안심시키지 않는다면 유저들의 지갑을 열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벌써 부정적인 예상을 할 필요는 없다.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는 현재 무주공산과 다를 바 없다. 장르 패권작이 존재하긴 하나, 출시된지 10년이 넘은 작품일 뿐더러 해당 프랜차이즈 차기작은 모바일 멀티플레이에 집중할 예정이다. 빈 산을 노리고 개발 발표됐던 경쟁작들도 개발 취소되거나 감감 무소식이다. 이런 시장에서 언리얼 5 엔진과 크래프톤의 기술력으로 무장한 '인조이'는, 제대로 완성하고 출시만 된다면야 그야말로 시장 파괴자이자 장르의 정점이 될 수 있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