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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내 주머니 속 방사능 익스트랙션, 체르노빌라이트

작성자 :	등록일 : 2025-04-02 오후 9:44:39

디지털터치는 언톨드테일즈와 협력해 더 팜 51이 개발한 서바이벌 RPG '체르노빌라이트' 컴플리트 에디션을 3월 27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플랫폼은 닌텐도 스위치로, 정식 한국어 자막을 지원한다. 국내 심의기관으로부터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체르노발라이트 컴플리트 에디션'에는 2021년 7월 28일 정식 출시된 '체르노빌라이트' 게임 본편과 DLC '걸어서 존 속으로', 그리고 정식 출시 후 추가된 일부 콘텐츠가 포함돼 있다.

'체르노빌라이트'에서, 유저는 33년 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당시 현장에 있던 소련 출신 과학자 이고르가 되어 우크라이나 북부에 조성된 방사능 오염 구역 '존(Zone)' 을 탐험하고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당시 사라진 연인에 대한 미스터리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존 탐색을 위해 고용한 인력 둘 중 하나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탐험 도중 나타난 괴인에게 목숨을 잃고, 탐색 거점인 참고 건물을 대여해준 인물은 점차 미심쩍은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식량과 의약품, 무기와 탄약 등 모든 것을 존 내부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저는 체르노빌 인근을 둘러싼 이권 다툼과 음모, 그리고 진실을 파헤치게 된다.

스토리 진행 중 각종 선택이 꽤 중요한 작품이다. 지금 당장 올바른 선택처럼 보이더라도 나비효과를 일으켜 중요한 일을 그르치게 될 수 있으며, 대화 중 선택지 실수로 인해 동료 한 명을 영구히 잃을 수도 있다. 게다가 선택 과정에서 동료나 주인공 내면의 환각 등이 자꾸 훈수를 두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 중 액션이나 은신 침투보다 선택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존은 여러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매일 주어지는 임무 중 하나를 고르면 해당 임무 목표지역에서 탐사를 진행할 수 있다. 임무를 해결하면 포탈을 열고 거점으로 탈출하게 된다. 임무마다 식량이나 약품 등 다양한 보상을 제공하며, 현재 가장 필요한 물자를 제공하는 임무를 선택하면 된다.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를 자주 즐긴 유저라면 적응하기 쉬운 게임 방식이다.

모든 동료에게 임무를 할당하면(기지에서 대기하며 휴식을 취하는 행위 역시 임무로 취급된다) 하루가 지나가며, 이때 주인공인 이고르에게 할당한 임무가 있다면 해당 임무를 유저가 직접 조작하게 된다. 동료 성향과 무장 및 건강 상태에 따라 임무 성공 확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희박한 임무에 주인공을 배치하는 게 유리하다.

각 임무 길이가 그렇게까지 긴 편은 아니기 때문에 게임 템포가 그리 길지 않은 편이며, 이는 대중교통 이용 중 스위치를 이용하는 유저라면 지하철역 5~6개(구간에 따라 다를 수 있음)마다 임무 하나 정도를 해결할 수 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로 인해 형성된 구역인 만큼 존 곳곳은 방사능으로 오염돼 있다. 일반적으로는 피해 가는게 맞지만, 아이템 파밍이나 적진 침투를 위해 방사능 오염 지역을 돌파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위험을 무릅쓰고 더 나은 보상을 획득할지 아니면 안전을 택할지는 유저 선택에 따라 갈린다.

주인공 외에도 존 내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있다. 대부분 적대적인 무장 세력이지만, 종종 상인이나 중립 NPC가 등장하기도 한다. 때로는 NPC 간에 반목을 벌이는 경우도 있어 중간에 난입해 이득을 보거나 피해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거점은 '체르노발라이트' 게임 특징 중 하나다. 다양한 도구나 무기를 만들고 다음 임무를 준비하거나 아군을 지원하고 치료하기도 한다. 존에서 획득한 재료들을 활용해 새로운 제작 도구를 만들어 더 뛰어난 도구들을 만들 수도 있고, 식량 생산 설비를 제작해 일부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도 있다.

크래프팅 시스템은 깊이가 뛰어나기보다는 반복 작업 느낌이 강하다. 최고 등급인 체르노빌라이트 제작 설비를 갖추는 시점이 생각보다 빠르고, 그 뒤로는 더 나은 설비를 건설하는 게 아니라 동일한 설비를 중복 설치해 효율을 늘리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임무 수행을 위해 존에 나간 뒤에도 크래프팅을 통해 함정이나 다양한 설비를 설치할 수 있으나, 크래프팅 중 소음으로 인해 적들이 눈치 채기 때문에 전술적으로 유의미하게 활용하기는 어려웠다.

유저는 플레이하는 내내 온갖 물자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동료들을 위해 식량을 꾸준히 수급해야 하며, 부상과 방사능 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약품도 필요하다. 탐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탄약은 한정적이며, 무기는 사실상 크래프팅에만 의존해야 한다.

적을 처치해도 무기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이 특히 치명적이었다. 설정상 거의 모든 적이 생체 인증 무기를 들고 다녀서 무기를 획득해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 때문에 항상 무기 수급에 고난을 겪게 된다. 이 정도가 좀 심각해서 게임이 불합리하다는 느낌도 자주 받을 수 있었다.

'걸어서 존 속으로' DLC는 말 그대로 존 내부를 탐색하는 콘텐츠다. 항상 긴장하며 숨어다니던 존을 평화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데, 방사능 오염 이후 버려진 도시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와 곳곳에 조성된 호러 스팟 등을 느긋하게 감상하며 원자력 발전소 폭발 당시의 상황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조작감이 썩 좋지는 않다. 총기는 무조건 견착해야만 발사할 수 있고, 조준 보정 기능이 종종 오작동을 일으키는지 조준 보정 때문에 적을 빗맞히는 경우도 있었다. 플레이에 아주 큰 지장이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히 거슬리는 부분이기 때문에 유저에 따라서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최적화도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다. 로딩이 지나치게 긴 데다가 프레임 드롭이 심심찮게 발생했다. 이식 문제라기 보다는 스위치갸 지닌 성능적 한계 때문에 발생하는 일로 보였는데, 스위치 2가 출시된 뒤 하위 호환 기능을 활용해 플레이할 경우엔 일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전망이다.

구 소련 권역에서 창작된 소설 중 게임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친 소설이라고 하면 아르카디 스트루가츠키와 보리스 스트루가츠키 두 형제가 집필한 '노변의 피크닉'과 드미트리 글루홉스키가 집필한 '메트로' 시리즈가 주로 꼽힐 것이다. '체르노빌라이트'는 이 중 '노변의 피크닉' 혈통을 잇고 있는 작품으로, 이상 현상이 발생하는 격리 구역인 '존'과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그 안에 숨어드는 '스토커'라는 설정을 계승했다. 비록 직접적으로 스토커라는 단어를 언급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런 만큼 아무래도 같은 혈통을 계승한 게임 시리즈인 'S.T.A.L.K.E.R.'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S.T.A.L.K.E.R.' 시리즈 최신작인 'S.T.A.L.K.E.R. 2'가 스위치로 발매되지 않은 시점에서 '체르노빌라이트'는 스위치로 즐길 수 있는 해당 분야 게임 중 최신작이고, 그런 점에서 타 게임과 비교하기 어려운 이점을 지니고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매 임무가 그리 길지도 않고 게임 진행 템포도 꽤 빠른 편이기 때문에, 구 소련권에서 창작된 작품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를 좋아하고 익스트랙션 장르를 즐기는 유저라면 '체르노빌라이트'를 구매하고 주머니 속 체르노빌을 즐기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