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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사진 기능 하나는 일품, 비너스 베케이션 프리즘 - 데드 오어 얼라이브 익스트림 -

작성자 :	등록일 : 2025-04-07 오후 5:29:27

디지털 터치는 코에이 테크모 산하 팀 닌자가 개발한 신작 '비너스 베케이션 프리즘 - 데드 오어 얼라이브 익스트림 - (이하 VVP)'을 3월 27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플랫폼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5 및 윈도우 PC(스팀, DMM 게임즈)이다. 정식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며, 국내 심의기관으로부터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데드 오어 얼라이브 익스트림 (DOAX)'은 대전 격투 게임인 '데드 오어 얼라이브(DOA)'를 기반으로 한 비치발리볼 게임 시리즈다. 이 중 최신작인 'DOAX 3 스칼렛' 을 기반으로 캐릭터 수집형 게임인 '데드 오어 얼라이브 익스트림 비너스 베케이션(DOAXVV)'이 2017년 출시됐으며, 해당 작품 인기에 힘입어 개발된 연애 시뮬레이션 형 외전 게임이 바로 본작인 'VVP'다. 스핀오프의 스핀오프의 스핀오프 게임인 셈이다.

'VVP'에서, 유저는 비너스 군도라는 섬에 자리 잡은 리조트 오너가 되어 섬에 찾아온 여성들을 일종의 마스코트인 '비너스'로 영입해야 한다. 그 뒤 이들과 교류하고 육성해 다른 리조트들도 참여하는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비너스로 꼽히게 만드는 게 목표다.

'데드 오어 얼라이브'라는 원제가 부제로 빠져버리고 '비너스 베케이션 프리즘'이라는 명칭을 내세우고 있는 점에서 알 수 있듯, 'VVP'를 즐기는 데에 기존 'DOA' 시리즈에 대해 알고 있을 필요는 없다. 비너스 끼리도 대체로 서로 처음 만난다는 설정이고, 우선 주인공 부터가 비너스들과 초면인 만큼 인물 성격이나 설정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짜여 있다.

'DOA'팬이라면 캐릭터 수 측면에서 아쉬울 수 있다. 'DOA' 시리즈 최신작인 'DOA 6' 플레이어블 캐릭터 중 여성 캐릭터는 (컬래버 캐릭터인 쿨라 다이아몬드 시라누이 마이, 클론인 페이즈 4를 제외하면) 20명이고, 역대 'DOA' 시리즈를 망라해 인기 캐릭터나 오리지널 캐릭터를 꾸준히 추가한 'DOAXVV' 등장인물은 30명 이상에 달한다.

그러나 'VVP'에서 유저가 만날 수 있는 비너스는 여섯 명뿐이며, 이 중 호노카와 타마키를 제외한 나머지 네 비너스는 본가 'DOA'에 등장하지 않은, 'DOAXVV' 오리지널 캐릭터 들이다. 심지어 타마키도 'DOAXVV' 오리지널 캐릭터였다가 컬래버레이션 방식으로 'DOA 6'에 출전한 점을 고려하면, 격투 게임 출신은 호노카 한 명뿐이라는 뜻이 된다.

게임 핵심 콘텐츠는 '사진 찍기'다. 매 챕터마다 페스티벌 사무국이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 비너스들의 사진을 찍어야 하며, 더 좋은 사진을 찍을수록 해당 사진에 등장한 비너스의 팬이 늘어난다. 팬덤 규모가 늘어날수록 보상으로 새로운 의상을 해제하거나 추가적인 이득이 생기기 때문에, 어떻게 더 좋은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를 항상 명심하고 있어야 한다.

버튼 하나만 눌러 현재 상황을 스크린샷 찍듯이 촬영할 수도 있으며, 본격적인 촬영 모드로 들어가 각도와 줌, 밝기, 조명 위치, 필터 등을 설정하고 촬영할 수도 있다. 카메라 모드 조작은 현실에서 고성능 디지털 카메라를 조작할 때와 유사한 방식으로, 평소 스마트폰 카메라에 있는 전문가 모드를 자주 활용한 유저라면 적응하기 쉽다.

시스템적으로도 스크린샷과 비슷한 판정이기 때문에 게임 내에서 촬영한 사진이 실제 스크린샷 폴더에 저장된다. 게임을 처음 구동할 때 경고문이 출력되긴 하는데, 처음에는 우습게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수십GB 단위로 불어난 스크린샷 폴더를 확인하게 될 수도 있다.

사무국이 정확히 원하는 사진을 찍기는 쉽지 않다. 세부적인 조건을 말해주지 않을뿐더러, 거의 동일한 순간에 연속으로 촬영한 두 사진 점수에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상황이라도 최대한 다양한 각도와 줌 거리를 시도해 가며 사진을 여러 장 촬영할 필요가 있다. 매 챕터마다 촬영할 수 있는 사진 제한이 있기 때문에 어떤 장면에 몇 장을 촬영할지 분배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게임 진행보다는 사진 찍기에 집중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게임 진행이 곧 사진 찍기 아닌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VVP'는 사진사 시뮬레이터가 아니라 연애 시뮬레이터이다. 비너스와 교감하는 중요한 순간에도 카메라를 들이밀고 있는 스스로를 자각할 때마다 '내가 이러려고 이 게임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그렇게 찍은 사진이 좋은 점수를 받으면 만족스럽고, 또 나중에 스크린샷 폴더에 한가득 찍혀있는 사진을 보면 괜히 뿌듯해지기도 한다. 누군가가 말하기를, 결국 남는 건 사진 뿐일 따름 아니겠는가.

연애 시뮬레이션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비너스마다 별도 호감도 수치가 존재하고, 선택지에 따라 등락한다. 호감도에 따라 이전에 할 수 없던 행동을 할 수 있게 되는 등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선택지 종류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은 만큼 비너스들의 캐릭터성을 어느 정도 알고 난 뒤에는 '이런 발언을 하면 좋아하겠구나'가 얼추 눈에 보인다. 실제 연애도 이 정도로 쉬우면 좋았을 텐데.

다만 아무래도 리조트 오너와 비너스 간 관계로 묶여있고 최종 목표 역시 연애나 결혼이 아니라 페스티벌 우승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본격적인 연애라고 하기엔 약간 부족한 면이 있다. 일종의 풋풋한 썸남 썸녀라고 해야 할지, 혹은 비즈니스 관계가 인간적인 호감으로 변해가는 관계라고 해야 할지. 그래도 감정이 발전해 나가는 과정을 꽤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수 있다.

스토리 분기도 있다. 대체로 여러 비너스 중 한 명을 골라야 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며, 선택지에 따라 일부 연출이 달라지는 소소한 분기도 있다. 예컨대 트레이닝 관련 선택지의 경우, 어떤 부위를 훈련할지에 따라 다른 연출이 등장하고 분기 표에도 별도 분기로 표시된다. 스토리 길이가 짧은 편이기 때문에 모든 분기를 확인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다.

비너스와 만나 대화하고 비너스 사진을 열심히 찍는 것, 그리고 비너스에게 좋은 의상을 입히고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 외에 콘텐츠라고 할 만한 부분은 없다. 장소를 이동한 뒤 비너스를 만나기 직전 인터미션에서 다양한 오브젝트와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등장하긴 하나, 대부분 지문이 한두 줄에서 끝나고 게임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스토리 진행 중 컷신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 미소녀 게임 치고는 연출 수위가 그리 파격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기존 'DOAX' 시리즈는 물론, 'DOA' 시리즈보다도 건전한 게임으로 제작됐다. 유저에 따라서는 게임 플레이 원동력을 잃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모델링 완성도는 뛰어난 편이지만, 최적화가 그리 뛰어나지는 않다. 일부 장면 (특히 바람에 무언가가 날리는 연출)에서 프레임레이트 저하가 크게 느껴졌으며, 장면 간 로딩이 상당히 길다.

뛰어난 모델링을 그리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사진 촬영이 핵심 콘텐츠이기 때문에 멈춰있는 비너스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 게 게임 플레이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자연스럽게 머리카락 움직임이나 신체 물리엔진 등이 작동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 지기 때문이다.

'VVP가 추구하는 바는 명확하다. 'DOAXVV'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캐릭터들을 더 가까이에서 더 자세히 보고 교감하며, 때로는 사진도 찍고, 궁극적으로 더 가까운 관계로 맺어지는 것이다. 이루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고 실제로 이뤄냈으니, 'VVP'는 의도 대로 개발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등장하는 캐릭터 수는 'DOAXVV'와 비교해 너무 적고, 완성도 높은 모델링도 대부분 정지 화상에서만 즐길 수 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교감도 생각만큼 깊지는 않다.

다행히 대부분 DLC를 통해 보완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DLC 출시가 예고된 바는 없으나 만약 추가 캐릭터나 의상 등이 출시된다면 게임 평가가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솔직히 말하자면, 뇨텐구나 아야네 정도는 추가 캐릭터로 나올만 하지 않나.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