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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내일이 없는 이들의 미래를 위한 모험,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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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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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5-04-28 오후 5:24: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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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와 스마일게이트는 샌드폴 인터랙티브가 개발한 신작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를 4월 24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플랫폼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5,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시리즈 X|S, 윈도우 PC(스토브, 스팀, 에픽게임즈 스토어,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다. 국내 심의기관으로부터 미성년자 이용불가 등급을 부여받았으며, 정식 한국어 자막을 지원한다.
'클레르 옵스퀴르'는 매년 일정 연령대에 도달한 사람들이 일거에 사라지는 암울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100에서 시작된 한계 연령은 어느덧 34세까지 내려왔으며, 주인공은 매년 한계 연령을 고시하는 존재인 '페인트리스'를 물리치고 세상을 구하기 위한 원정대에 합류해 생존자들의 도시 뤼미에르를 떠나 대륙으로 향하는 '33 원정대'에 합류하게 된다.
시놉시스에서 알 수 있듯 세계관이 상당히 어두운 편이다. 뤼미에르의 생존자 중 상당수는 이미 절망에 잠식돼 있으며, 66번이나 거듭해 실패한 원정 덕분에 이젠 원정대에 기대를 거는 사람도 적다.
그러나 그 속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설령 내가 죽더라도 다음 원정대에 기록을 남길 수 있다'라는 일념으로 싸우는 원정대의 처절함과 숭고함이 스토리 핵심 재미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문학 작품에서 종종 느낄 수 있는 은은한 허무주의적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게임이라고나 할까.
프랑스 게임답게 프랑스어로 된 고유명사가 다수 등장한다. 예컨대 마지막 도시인 뤼미에르는 프랑스어로 '빛'을 뜻하며, 한계 연령에 도달한 이들이 일거에 사라지는 의식인 '고마주'는 '지우다'라는 용어다. 게임 이름인 '클레르 옵스퀴르' 부터 '명암 대비'라는 뜻이기도 하다.
주로 그림이나 사진과 관련된 용어가 다수 사용되기 때문에, 프랑스어 지식이 있거나 용어 의미를 찾아가며 플레이한다면 게임을 한층 흥미롭게 즐길 수 있다.
전투는 심볼 인카운터 기반 턴제 전투 방식이다. 필드 위를 돌아다니는 적과 닿으면 전투가 시작되며, 닿기 전에 먼저 적을 공격하면 선제공격 판정이 된다. 전투 진행 자체는 전통적인 턴제 전투와 유사하지만, QTE 개념이 도입돼 게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기술을 사용할 때는 정확한 타이밍에 버튼을 눌러 기술을 강화할 수 있으며, 적 공격을 확률에 기반해 피하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회피하거나 쳐내고 반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턴제 게임인 동시에 소울라이크 류를 위시한 고난도 액션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즐길 수 있는 융합 장르 게임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QTE 요소가 게임 난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쳐내기·회피 타이밍이 상당히 빡빡한 데다가, 적 공격에 따라서는 수 차례 연속으로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군 방어력과 체력에 비해 적 공격력이 상당히 강한 게임이기 때문에, 호피나 쳐내기에 두어 번 실패하면 순식간에 게임 오버 당하기도 한다.
'클레르 옵스퀴르'만의 육성 시스템으로는 픽토스·루미나 개념이 있다. 픽토스는 일종의 장신구 아이템으로, 장착하면 능력치 보너스에 더해 특수한 패시브 스킬을 제공한다. 픽토스를 착용하고 전투에서 네 차례 승리하면 픽토스와 동일한 효과를 제공하는 장착형 스킬인 '루미나'를 얻을 수 있다.
캐릭터마다 개별적인 '루미나 포인트'를 지니고 있으며, 루미나는 이 루미나 포인트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무제한 장착할 수 있다. 게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루미나 포인트 획득 아이템을 한 캐릭터에게 몰아준다면 루미나 수십개를 장착한 천하무적 캐릭터도 만들어낼 수 있는 만큼, 모든 캐릭터를 골고루 성장시키기 보다는 유저 성향에 맞는 한두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스킬 사용에 소모되는 자원은 매 스테이지마다 초기화된다. 즉, 이후 전투에 대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원 소모를 최소화 하고 기본 공격만 쓸 필요는 없다. 기본 공격을 사용하거나 쳐내기에 성공하면 1씩 획득하며, 픽토스나 루미나 장착에 따라 회피에 성공해도 얻을 수 있다.
스킬 자원을 절약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유저가 더 호쾌하고 흥미로운 전투를 즐길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비록 이를 의식한 듯 전반적인 게임 난도가 높은 편이긴 하나, 기존에 턴제 RPG가 지루한 장르라고 생각했던 유저라면 환영할 만한 요소다.
키보드-마우스로도 조작이 가능하나 게임 패드가 있다면 게임 패드를 사용하는 쪽이 더 유리했다. UI가 게임 패드에 맞춰 설정돼 있기 때문에 게임 패드를 사용할 경우 상당히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으나, 키보드-마우스로 플레이할 경우 키를 전부 숙지하기 전까지는 조작에 불편을 겪기 쉽다.
비주얼 완성도가 매우 뛰어나다. '클레르 옵스퀴르' 특유의 암울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잘 살려냈고, 페이셜 캡쳐 완성도도 높아 컷신에서 캐릭터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또한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UI 노출을 최소화해 몰입감을 챙겼으며, UI 구성 역시 감각적으로 이뤄져 있다.
OST 역시 한몫한다. 현악기가 강조된 오케스트라 편성을 통해 현재 상황을 묘사하고, 등장인물들이 느낄만한 감정을 음악으로 풀어내 유저에게 전달한다.
번역 완성도는 낮지 않은 편이지만, 중간중간 아쉬운 부분이 있다. 대표적으로 일부 프랑스어 욕설이 완역이 아니라 음차하는 형태로 번역돼 있는데, 같은 욕설 완역이 된 부분이 있고 안 된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비교적 약한 비속어로 순화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완역하고 노골적인 욕설을 여과 없이 써야 하는 상황에선 음차한 듯 한데, 종종 몰입감을 해치는 역할을 했다.
단점이 없는 게임은 아니다. 지역별 지도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지형을 머릿속에 담고 다녀야 하며, 탐험 진행도를 보여주지 않아 맵을 샅샅이 훑고도 아직 찾지 못한 아이템이 있지는 않을지 걱정하게 된다. 또한 필드와 월드를 가리지 않고 이동 속도가 꽤 느린 편이기 때문에 탐험 과정에서 낭비되는 시간이 많다.
서브콘텐츠를 어느 정도 즐겨 가며 플레이할 경우 플레이타임은 약 40시간가량이지만, 이 불친절한 지도 시스템 때문에 모든 콘텐츠를 즐기고자 하면 100시간 이상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
옥에 티 정도로 느껴질 만한 단점이 있기는 하나,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는 왜 이런 게임이 이제야 나왔나 싶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게임이다. 고전적 턴제 RPG 문법을 적절히 따르면서도 고난도 액션 게임에서나 적용될 법한 패링·회피 요소를 결합해 장르 단점을 메꾸려 시도했고, 독특하면서도 절망적인 세계관을 통해 유저를 매혹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정도 게임성과 완성도를 갖춘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가 샌드폴 인터랙티브의 첫 작품이라는 점이다. 과연 이 개발사가 추후 얼마나 더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를 한 번 더 플레이 해 보며 기다려 봐야겠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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