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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왜?+] 왜, 노치는 모장을 떠났을까
작성자 : 등록일 : 2014-09-29 오후 5:04:08


인수합병이라는 경제용 단어는 이제는 어린 네티즌들도 알아들을 정도로 ‘흔한’단어가 되었다. 필요로 인해 기업들이 서로 뭉치고 합치는, 말하자면 복수의 회사가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은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됨에 틀림이 없다.

국내 게임업계 또한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고 발돋움하면서, 이제는 게임사들이 합쳐지고 나눠지는 인수합병 과정은 아주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향후 사업의 전략적인 이유를 바탕으로 하는 기업들의 인수합병은 이제 낯익은 단어가 아님에 틀림이 없다.

게임업계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혹은 새로운 분야를 다룰 수 있는 인력과 프로세서가 필요하지만, 그것에 투자하는 자금을 해당 분야에 특화된 회사를 인수합병 함으로써 단번에 가질 수 있다. 넥슨이 막강한 자금력을 가지고 중소규모의 역량 있었던 게임사들을 인수한 것이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이런 인수합병 과정에서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천문학적 금액’이라는 수식어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인수합병에서 오가는 인수합병 자금은 피인수 회사에 큰 부를 축적할 수 있게 하고, 피인수 회사를 만들어 낸, 대표이사(혹은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경영진)에게 천문학적인 금액을 안겨준다. 예전 네오플의 허민 전 대표가 그랬고, 최근 선데이토즈의 이정웅 대표가 그랬다.

그리고 이런 이들의 공통점은 ‘부자’가 되어서 게임은 물론 어떤 일이든 호화롭게 계속해서 해 나간다는 것이다. 당연한 일일 터. 부자가 된 만큼 향후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도, 그리고 지분을 넘기고 해당 회사에 그대로 남는 경우에도 호화로운 일을 해 나가게 된다. 때문에 ‘부자’가 된 그들에게는 따가운 시선이 박히기도 한다. 개발자 출신으로 순수하게 게임을 개발했던 때와는 변질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이 따르는 것이다.

때문에, 최근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수된 '마인크래프트(Minecraft)'의 모장의 ‘노치’, 마르쿠스 페르손의 행보는 분명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거액으로 회사가 인수된 이후 곧바로 회사를 박차고 모장을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왜, 노치는 거대 기업인 MS에 회사가 인수된 뒤 그대로 떠나버린 것일까.



투박하고 거친 캐릭터와 언리얼 엔진은커녕 패미콤 시절에나 나올 법한 그래픽을 한 게임. 겉으로만 보면 당최 흥행할 것이라고 생각될 수 없는 마인크래프트라는 희대의 명작을 만들어 낸 모장은 이 게임으로 글로벌 게임 시장에 ‘멀티플레이 게임의 자유로움’과 ‘불가능이 없는 샌드박스’, ‘세계를 창조하는 게임’의 위대함을 알려 준 개발사가 되었다. 엄청난 그래픽과 실사에 가까운 비주얼을 갖춘 블록버스터 거대작들이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등장한 이 게임은 게임의 본질과 유저들이 ‘게임에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꿰뚫고 파악한 선구자가 되었다.

이것을 개발한 이는 마르쿠스 노치 페르손(Markus Persson). 세계 게임 팬들에게는 ‘노치’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그는 스웨덴의 개발자로 일약 세계 팬들이 주목하는 천재 게임 개발자의 반열에 올라서게 되었다.

대부분의 유명 게임 개발자들이 그렇지만, 노치 또한 ‘전형적인 천재형 개발자’다. 프로그래밍 경력을 쌓고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대단한 프로그램을 할 줄 모르는 전형적인 천재형 게임 디자이너였던 것이다. 마인크래프트가 게임 최적화라는 면에서는 많은 유저들에게 지탄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기획을 통해 게임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코딩, 알고리즘 등에서는 천재적이었지만 후천적인 노력은 하지 않아 마인크래프트가 기능적인 면에서는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 필생의 역작이자 희대의 대작이 될 마인크래프트. 하지만 노치는 미련 없이 모장과 마인크래프트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무한 루프버그의 원인 파악을 하기보다는 루프 숫자가 일정 수에 도달하면 코드 실행을 멈추는 방식으로 루프버그를 해결해 버린 것이었다. 말하자면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은 ‘잘 만든 게임’이라는 면에서는 빵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천재’들의 특징이기도 한 ‘뼛속까지 개발자인 기인’이라는 점이었다. 지난해인 2013년 노치는 주말 60시간동안 직원들을 닦달해 게임을 한 가지 만들고 특정 사이트에 판매해 기부를 하는 등의 기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세금을 제하기 전 자신의 2013년도 배당금인 3백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25명의 직원들에게 뿌리기도 했다.

물론 마인크래프트를 통해 돈을 많이 벌기도 했지만, 일반적으로 돈을 더 탐하기 위해 게임의 비중을 ‘돈을 벌기 위한 게임’으로 두지 않은 사람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런 노치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벌어들었다. 서문에서 언급했다시피 MS는 모장을 2억 5천만 달러라는 금액을 들여 합병한 것이다. 노치는 창업자이자 CEO인 만큼 모장의 지분 40%가지고 있다(모장의 지분을 모두 내놓은 건지, 일부만 내놓은 건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만약 모든 주식을 넘겼다면 노치가 가지고 가는 금액은 1조 가량이라고 할 수 있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노치는 성명을 통해 회사의 매각 직후 곧바로 모장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거액의 돈을 벌고 더 거대한 회사의 밑에서 더 거대한 꿈을 꾸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의 필생의 역작이 될지도 모를 ‘마인크래프트와의 결별’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인터넷의 한 게시판을 통해 이번 결정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해 준 일이었다고 밝혔다. "나는 세상물정 모르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일뿐입니다. 모장(Mojang)을 떠나 웹에서 작은 실험을 하던 시절로 돌아가겠습니다."라고 선언한 그의 말에서는 노치의 이데올로기가 정확하게 묻어나고 있었다.

사실 노치는 모장을 설립하고 자신이 마인크래프트를 만들어 나가며 끊임없이 ‘자신과 상관없는’일에 꾸준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마인크래프트로 돈을 벌어야 하는 일, 즉 유료 콘텐츠에 대한 고민과 그에 대한 지속은 자신의 일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으로 인해 프로그래밍을 고민하고 게임의 미래를 고민해야 했다는 것이다.

결국 노치가 MS에 회사의 인수 제안을 하게 된 계기는 EULA(멀티플레이서버의 유료화제한)에 대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한 게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돈을 벌기 위한 콘텐츠가 존재해야 했고 그 기능을 넣어야만 했기에 거부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나는 나를 진짜 게임 개발자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는 단순히 재미있어서, 그리고 게임을 사랑했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을 사랑했기 때문에 게임을 만들었을 뿐이다. 내가 게임을 개발하는 목적은 히트작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다. 세상을 바꿀 요량으로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마인크래프트는 큰 히트작이 되었고 게임을 바꾸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분명 매혹적인 일이었지만, 나는 내가 이해하지도 못하고 만들고 싶지도 않은 커다란 것을 책임지고 싶지 않다. 나는 기업가가 아니다. 나는 트위터에 내 생각을 말하기 좋아하는 일개 컴퓨터 프로그래머일 뿐이다. 때문에 나는 마인크래프트와 헤어지기로 결심했다.” 트위터에 노치가 지겁 밝힌 ‘모장과의 결별’의 진짜 이유다.

△ 그가 모장을 떠나기로 한 이유는 단 하나. ‘자기 자신의 온전한 정신’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만약 노치가 MS에 흡수되는 모장에 계속 잇었다면 분명 더 거대한 프로젝트에 더 거대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 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개발자로써’자신이 배우지도 않고 할 수도 없었던, 그리고 목표로 하고 있지 않은 일을 할 수 없다고 선언했고 그대로 모장의 대CEO직을 박차고 나왔다.

사실 이런 행동은 그가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고 치부해 버릴수도 있다. 하지만 더 큰 기회가 열려있는, 그것도 세계 전자기기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회사의 밑에서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박차고 나가버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가 모장을 떠난 이유는 한 가지, ‘개발자로써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노치는 향후 모장을 떠나 루둠 다레(Ludum Dare)와 자그마한 웹 실험작들을 하던 시절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거대한 자본금을 들여 회사를 차리고 또 다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닌 마인크래프트를 만들었던 시절과 같이 단순한 인디 게임 개발자로 살아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런 노치의 선택은 과연 이 땅에 진실된 게임 개발자가 얼마나 되는가를 자문해야만 하는 국내 게임업계에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게임의 진실된 목적이나 게임 본연의 존재 이유에 치우친 개발보다는 ‘돈이 벌리지 않으면 의미와 재미가 있어도 폐기처분되는 시장’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안겨주기 충분하다.

노치는 마지막으로 “돈 때문이 아니다. 나의 온전한 정신 때문이다.”라며 다시 한 번 자신에게 충실할 것임을 밝혔다.

진실된 개발자보다 성공한 기업가, 성공한 경영자가 더 추앙받고 박수받고 있는 국내 게임 시장. 과연 노치와 같은 ‘개발자의 초심’을 갖고 있는 이가 있을까. 이익과 실리에 따라 바뀌고 흔들리고 있는 국내 게임업계가 본받아야 마땅할 사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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