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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저작권법, 엇갈리는 게임업계의 고민과 기대?

작성자 :	등록일 : 2009-07-30 오후 3:48:22

지난 23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저작권법 개정안이 전격적으로 시행되었다. 이에 따라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을 저작권자 동의 없이 올릴 시 적발되어 경고가 주어지며, 경고가 3번 이상이면 계정이 정지되는 ‘삼진 아웃제’가 실시된다. 또, 저작권을 보유한 모든 콘텐츠에 대해 비영리를 목적으로 한다고 해도 그 사용공간이 블로그나 커뮤니티 사이트 등 일반인들에게 공개가 된 장소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인터넷 콘텐츠의 경우 해당 사이트의 단순 링크조차도 원저작권자의 허가 없이는 사용할 할 수 없다.

이렇게 강력해진 저작권법 개정안이 시행됨과 동시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저작권 괴담’이라고 하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패러디물을 제작하거나 게시하면 저작물 변경이라는 이유로 단속을 당할 것이라는 소문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비영리 목적으로 원작을 풍자하는 것은 허용하겠다”며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일반 누리꾼의 게시물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지만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영리 목적’이라는 기준은 가져다 붙이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풍자물을 올린 블로그에 구글 ‘애드센스’등 광고를 올리면 바로 ‘영리 목적’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지난 7월 23일, 새로운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효되었다

이와 함께 일부 누리꾼들은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 등 국내 법 밖에 있는 해외 소셜네트워크로 사이버 망명까지 하고 있다. 다음 아고라 등에는 ‘사이버 망명 노하우’가 인기 게시물로 떠올랐다. 또, 바뀐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사례도 여전하다. 게임관련 커뮤니티 사이트들에는 여전히 저작권을 위반하는 게시물이 등록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사이트 내 공지사항을 통해 새로운 저작권법에 따라 게시물을 올려줄 것을 사용자들에게 요청하고 있으나 사용자들이 기존 사용 방식을 고수해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원인을 밝혔다. 그는 또 "개정법의 잣대로 보면 거의 모든 콘텐츠가 위반 소지가 있다"며 "이를 모두 삭제할 경우 사이트의 운영 자체가 마비될 수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저작권법 개정안의 실시로 인해 가장 많은 혼란과 만감이 교차하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게임업계이다. 강력하게 저작권을 보호하는 개정안의 시행으로 인해 복사, 복제물에 대한 단속이 엄격해 진 콘솔&패키지 게임업계에는 희소식을 보내는 반면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으며,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예민함을 떨칠 수 없어진 온라인 게임업계에는 난감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새로운 저작권법의 발효에 가장 큰 호응을 보내고 있는 것은 역시 패키지 게임 판매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콘솔과 PC패키지 게임을 판매하는 사업자들이다. 특히 패키지 게임 호황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용산 전자상가의 게임 상가를 중심으로 환영의 메시지는 물론, 온라인 불법복제물에 대한 단속으로 정품을 사용하는 유저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용산 전자상가, 테크노마트 등지에서 게임과 콘솔을 판매하고 있는 매장들은 저작권법의 발효에 대해 환영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게 된 온라인 게임 복제가 줄어들고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데에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 온라인에서 게임 다운로드에 대한 규제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오프라인 게임 매장을 운영하는 사업자들뿐만 아니라 콘솔&패키지 게임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관계자들 역시 새로운 저작권법이 발효된 이후 정품 사용자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콘솔 게임기를 불법복제 타이틀을 구동시키기 위해 불법개조를 하는 수요도 점차적으로 줄어들 것에도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콘솔 게임기와 패키지 게임을 판매하고 있는 용산의 한 매장 관계자는 “그 동안 불법복제가 만연해 있던 비디오 게임기들은 물론,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미니 게임기들에 대한 불법복제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저작권법 실효 이후 그 동안 침체에 빠져 있던 용산 게임매장을 당장 붐비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불법복제 게임 시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복제 게임 시장을 근절하기 위한 역할을 해야 하는 저작권법이 오히려 유저들의 불법복제 게임을 더욱 찾게 만드는데 역할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에 개정된 저작권법에는 '불법 소프트웨어 업로더'와 해당 불법복제파일을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서비스 하는 웹하드 및 공유 사이트를 강력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때문에 최근 공유 사이트 등에는 불법 소프트웨어 특히 게임 소프트웨어의 검색어 제한이 강화되고 해당 파일들도 삭제돼 불법복제게임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태다. 특히 각 포털 사이트들은 웹하드와 P2P관련 업체들의 광고를 받지 않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유저들이 개인적으로 불법 소프트웨어를 다운받는 것에 앞으로도 더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용산 전자상가 등지의 오프라인 불법복제물 판매처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인터넷 등을 통해 불법복제게임을 구해 왔던 불법복제 사용자들이 용산이나 테크노마트 등 불법복제게임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찾고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맞지만, 그 이유가 바로 불법복제 게임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하기 위함이라는 것에 업계 관계자들은 당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직접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는 것 보다 비싸긴 하지만 정품을 구매하는 것 보다는 훨씬 싸기 때문에 매장에서라도 불법복제게임을 구입하는 것 같다"며 “또 콘솔 기기를 이미 불법복제 구동용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불법복제게임을 구입하기 위한 루트를 찾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저작권법으로 인해 인터넷에서 불법복제게임의 공유가 줄어든 것은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당장 이에 또 다른 호황을 누리는 것이 오프라인 불법복제 게임이라는 것에 새로운 업계의 고민이 시작될 것 같다”라며 만만치 않은 고민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표했다.

한편, 온라인 게임업계는 새로운 저작권법 시행으로 인해 많은 고민에 빠져 있다. 영화나 음악 등 타 미디어 산업에 비해 이용자 참여가 보다 더 적극적이고 집적적인 게임업계의 특성이 이번 저작권법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근 업계는 법과 산업적인 특성을 모두 살릴 수 있는 방법에 고심을 하고 있는 분위기다.

가장 크게 고민이 되는 것은 게임의 스크린 샷이나 동영상 등을 공개 사이트에 개인이 업데이트를 할 경우 저작권 침해 행위로 처벌받도록 규정을 하고 있는 부분이다. 유저 UCC라고 할 수 있는 카툰이나 팬 아트, 관련 소설 등 게임을 소재로 유저가 새롭게 가공을 하거나 창작물을 만드는 행위 또한 저작권법에 위배가 된다고 규정이 되고 있다.

△ 유저 참여가 적극적인 게임 중 하나인 조디악 온라인의 UCC제작 관련 카페의 모습

하지만 이런 유저들의 활동이 그 동안 업계에서는 불법이 아닌, 유저 참여로 커뮤니티 활성화와 게임 마케팅&홍보에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기 때문에 업계는 큰 고민에 빠져 있다.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콘텐츠를 유저들이 생산해 다른 유저들과 교류를 나누고 입소문을 통해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게임업체로써는 소중한 제 3의 마케팅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 동안 게임업계는 이용자 충성도를 높이고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저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해 왔다.

특히 신작게임을 출시하기에 앞서 무료로 테스트를 실시하고 관련 동영상을 공개하는 등의 이용자 참여를 이끌어 냈던 온라인 게임업계에는 치명적인 부분이다. 유명 게임 커뮤니티마다 게임 관련 카툰이나 소설 등 이용자 손수제작물(UCC)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게임업체도 각종 이벤트로 이 같은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게임 스크린샷이나 동영상은 게임 커뮤니티의 가장 중요한 콘텐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새 저작권법 시행으로 이처럼 자연스러운 이용자 참여까지 불법이 될 형편에 처한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친고죄, 즉 저작권을 침해받은 공급자가 신고를 하지 않는 이상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조항이 삭제된 개정법에 따라 저작권 침해 행위를 신고하는 ‘저파라치’들이 더욱 크게 늘어날 것을 감안한다면 뜻하지 않게 범법자로 몰릴 유저들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과거에 올린 게시물이라도 개정법 시행 이후 남아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점 역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게임업계의 소중한 마케팅 방식이자 유저와의 소통 역할을 해 왔던 방식이 원천적으로 근절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게임업계에는 저작권법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나마 새 법이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하고 있어 업체측이 적발된 이용자들을 구제할 수 있지만, 다수의 이용자가 한꺼번에 구제를 요청할 경우 업무에 적지 않은 차질도 예상된다.

이에 따라 게임업계는 주요 게임 커뮤니티와 함께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다수의 업체와 게임 커뮤니티들이 저작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으며 비상업적 목적을 가진 게시물에 대해 게임 관련 저작물의 포괄적 이용을 허락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 체결을 추진 중인 것이다. 여기엔 커뮤니티 사이트와 콘텐츠 제작을 위한 이용 역시 포함될 예정이다.

업계는 또 일정 조건 하에 콘텐츠의 자유 이용을 허락하는 라이선스인 CCL(저작물이용허락표시)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게임 홈페이지를 통해 저작물 이용에 대한 공지를 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용자 참여가 강한 게임 산업 특성상 저작권법의 일률적인 적용은 불합리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산업별 특성을 고려하는 동시에 콘텐츠 창작 및 활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측면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