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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INSIDE] 6화- 해외 게임은 ‘버틸 수가 없다’

작성자 :	등록일 : 2010-10-06 오후 5:58:19

얼마 전, 참으로 재미있는 인터넷 뉴스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한 북미의 인터넷 이미지 서치 사이트에서 한국과 관련된 이미지를 검색해 보니, 이미지와 제목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잘못 되어있는고 하니, 월드컵을 응원하기 위해 태극기를 디자인해서 만든 옷을 ‘펩시콜라 로고 디자인 드레스’로 소개하는가 하면, 우리나라 전통 무장(武將)의 옷을 입고 거리 퍼포먼스를 하는 사진을 올려놓고 ‘일본의 무사’라고 소개하는 것 등이었다.

누가 봐도 태극기에, 누가 봐도 이순신 장군이 입고 있을법한 갑주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이미지 검색 기관은 그렇게 잘못된 이미지 링크를 걸어놓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을 이룩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한반도의 그나마 작은 땅덩이도 반으로 갈려 여전히 분단국가에 머무르고 있지만, 자원이 나지 않는 나라라는 치명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 지금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추신수, 김연아, 박태환, 박찬호, 박지성, 이청용 등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의 배출로 인해 전 세계에 한반도의 작은 나라의 이름이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서도 언급했듯 아직 대한민국을 모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으며, 중국과 일본은 알지만 한국을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의 숫자는 여전히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속에서의 대한민국의 위치와 인지도는 아직 더 발전해 나가야 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나라보다 그야말로 ‘자신 있게’내세울 만한 것이 있다. 바로 IT와 그 기반으로 눈부시게 성장한 온라인 게임이다.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는 이제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 사실로 인해, 국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유수의 역사를 자랑하는 해외 메이저 업체들이 제작한 온라인 게임들이 국내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온라인 게임의 천국’인 대한민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말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입에 풀칠하기도 바쁘던 시절’. 혹은 90년대 중반까지, 내수시장의 심리는 ‘막연하게 국산(國産)을 경시하는’풍토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정보와 인식의 그릇됨으로 인해 일본, 미국산이라면 종류와 분야를 불문하고 무조건 선호하는 한심하고도 잘못된 사대주의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지금에도 이런 풍토가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할 수 없다).

맹목적인 사대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게임 시장에서도 이런 막연한 사대주의는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짧았지만 강렬한 PC패키지 시장의 전성기 시절, 국내의 크리에이터들이 유수의 명작들을 만들어내며 이름을 날리고 있었을 때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산 RPG와 북미산 스포츠 게임에 대한 심리는 국산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과는 사뭇 다른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재미있는 일화 한 가지. 90년대 중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국내 PC패키지 시장에 유저들, 특히 남성 유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게임이 하나 등장한다. 바로 ‘천사의 제국’이라는 게임이었는데, 야릇한 콘셉트와 당시에는 파격적이었던 여성 캐릭터들의 디자인, 그리고 유저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게임성은 유저들로 하여금 ‘선정성이 있으면서 훌륭한 콘텐츠를 갖춘 걸 보니 일본에서 만든 게임이다’라고 여겨지게끔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많은 이들이 이 ‘천사의 제국2’라는 게임이 대만의 유수의 PC패키지 게임사인 소프트스타(Softstar)가 개발했다는 사실을 듣고 “대만산 게임을 그렇게 재미있게 했다니 믿겨지지 않는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혹자들은 분명히 어디서 표절을 했을 것이라고 폄훼를 하기도 했으니, 내면적으로 깔려 있던 인식들이 상당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었다.

△ 정말, 이 게임 너무나도 많이 기대했었다. 그래서 당시의 그 실망감은, 본인에게 너무나 큰 절망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했다.

차츰 시간이 흐르고 국내 게임메이커들의 활동이 PC패키지 시장의 몰락과 함께 거의 없었던 시기가 지난 뒤, 온라인 게임이 발전을 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닭 쫓던 개 마냥 이제나 저제나 외산 게임들의 출시만을 기다리고 또 정식 발매가 되지 않은 게임들로 열심히 ‘공부’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세계를 주름잡는 거대 해외메이커들의 게임들이 정식으로 국내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우월함’이 세계에도 통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때는 블리자드 최초의 온라인 게임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가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철옹성‘인 리니지 시리즈를 제치고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를 점령해 나가려는 듯한 기세를 부리던 시절(동시에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가 급격한 발전 뒤 콘텐츠 면에서 정체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던 시절). 연이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던 해외 온라인 게임들이 국내에 정식 서비스 런칭을 발표하고 나섰다. 당연히, 유저들은 “WOW와 같이 한층 진보된 온라인 게임을 맛볼 수 있기에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라며 들뜬 마음으로 외산 게임들의 런칭 발표를 지켜봤다.

오래 전부터 게임업계에 몸담고 있던 한 게임전문기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세상에, 오래 살다보니 이런 날이 다 오는구나!”

그리고 시간은 흘러 2010년 9월 7일. 유저들은 한 뉴스를 접하고 ‘기대도 안 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 뉴스는 NHN한게임이 2008년 11월 국내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난 뒤 국내 서비스 일정을 조율하는 것처럼 보였던 또 하나의 해외 기대작인 바이오웨어미씩(구 미씩엔터테인먼트, 현 EA산하 스튜디오)의 워해머 온라인의 개발 중지 소식이었다. EA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인기가 시들해 진 워해머 온라인의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고, 이에 따라 국내 서비스 역시 ‘없던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2000년대 초반, WOW의 등장은 세계를 주름잡는 온라인 게임들이 왜 대단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었다. 충실한 한글화와 매끄러운 서비스, 블리자드다운 유저를 매료시키는 콘텐츠로 무장한 WOW는 국내에서 충분히 통용될 수밖에 없는 온라인 게임이었고, 유저들은 이에 환호했다.

△ 런칭 발표 당시 너무나 떠들썩했었던 에버퀘스트2. 게임성은 훌륭했지만 한글화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해외 게임이 인기를 끌 가능성은 ‘제로’였다. 참고로, 당시 한글화 개발 진행 또한 소니 북미 스튜디오에서 담당했었는데, 퀘스트 메시지 한 줄당 폰트 구현까지 일주일이 소요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쩌면 세계 시장에서 WOW보다 더 대단한 게임 프렌차이즈 경력을 쌓고 있던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의 에버퀘스트2의 처참한 실패를 시작으로, 국내 유저들은 ‘해외 게임, 특히 북미산 온라인 게임이 국내에서 성공할 수 없는 이유’를 몸소 체험했다. 이런 유저들에게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블록버스터 본고장 온라인 게임!”이라는 타이틀은 더 이상 흥밋거리가 될 수 없었다.

그냥 단순히 스쳐지나가는 사례들만 꼽아도 얼마나 대단한 게임들이 실패를 했는가를 알 수 있다. 5년 간 한국 서비스를 준비했다는 에버퀘스트2는-에버퀘스트라는 브랜드는 게임 선진 시장인 유럽과 북미에서 WOW저리가라 할 정도의 인지도를 쌓은 게임이다-처참한 성적을 남기고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문을 닫았고, RPG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TRPG 던전앤드래곤즈를 온라인화 한 던전앤드래곤즈 온라인은 그야말로 ‘허접한 서비스’를 거듭한 끝에 9개월 만에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 헬게이트 : 런던은 세계적인 거장이었던 빌 로퍼를 먹튀로 만들었고 한빛소프트가 매각될 수밖에 없는 결정적 단초를 제공했으며, NHN한게임이 떠들썩하게 들여 온 반지의 제왕 온라인은 재미있는 게임을 선보이지 못했다는 공지를 올리는 등의 결국 문을 닫았다. 아, 훨씬 이전으로 올라가면 에버퀘스트1과 다크에이지오브카멜롯도 빼놓를 수 없다.

패키지 게임 시리즈를 온라인 화 하여 게임 마니아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 일본산 게임들 역시 국내 서비스 성적은 처참하다. 그라비티의 에밀크로니클온라인은 이미지만 귀여웠고, 앤트리브소프트가 국내에 소리 소문 없이 서비스한 삼국지 온라인-삼국지 온라인이 서비스를 했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은 그 조용한 서비스 시작과 어울리는 조용한 서비스 종료를 맞이했다. CJ인터넷이 들여 온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전면 무료화를 한 뒤에야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진 삼국무쌍 온라인은 충격적인 흥행 성적을 거둔 끝에 서비스가 종료됐다. 반지의 제왕 온라인과 비슷한 시기에 들여 온 NHN한게임의 몬스터헌터 프론티어온라인은 마니아 유저들에게만 사랑받는 게임이 되었다.

2009~2010년, 그러니까 근래에 서비스를 실시한 외산 게임들 역시 사정은 그리 다르지 않다. CJ인터넷의 구세주가 될 것으로 믿었던 드래곤볼 온라인은 안드로메다로 가기 직전이고,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온라인과 퀘이크워즈 온라인 등은 말 그대로 ‘그저 그런’수준을 영위하고 있다. 해외에서 WOW를 잡을 유력한 대항마로 주목받으며 폭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에이지오브코난은 얼마 전 서버통합을 단행했다.

△ 대표적인 ‘성공적 외산 게임 시리즈’인 피파온라인2. 하지만 온라인 컨버전 개발은 네오위즈게임즈가 담당했다는 면에서, ‘100%오리지널 외산게임’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물론 성공한 게임도 있다! EA-네오위즈게임즈가 합작으로 만든 피파온라인 시리즈나 역시 넥슨이 온라인 개발을 담당한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이 주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 게임 ‘오리지널’로 성공한 케이스는 WOW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 게임 개발과 운영에 일가견이 있는 국내 게임사들이 온라인 컨버전에 참여하고도 저조한 서비스 성적을 거두고 있는 사례들 또한 얼마든지 댈 수 있을 만큼,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들어 온 외산 게임들의 성적은 ‘능지처참’수준이다.

어떤 일이든 개인적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실망이 더 크게 다가오는 법. 본고장 게임들이라며 잔뜩 들뜨게 만든 외산 게임들을 바라보는 국내 유저들의 심정 또한 그렇다. 이제는 실망이 불신으로 변하고, 불신이 무관심으로 이르는 수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 유저는 외산 게임들의 실패를 보면서 이렇게 말한다.

“한 해에 100개가 넘는 신작 온라인 게임이 발표되는데, 해외 게임들이 성공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와 하나도 상관없지 않나? 그거 없어도 할 만한 게임은 널리고 널렸다!”

오호라, 왠지 그럴듯한 논리다. 그런데 어쩌나, 상관없지 않으니까 이렇게 구구절절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솔직히 말해서, 지금 위에서 열거한 실패 사례들 중 소위 ‘쩌는 게임’들은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에버퀘스트2나 던전앤드래곤즈온라인의 경우인데-반면, 일본산 게임들은 오로지 콘텐츠의 문제 때문에 인기가 없는 경우라 할 수 있다-이들의 경우는 당시 게임 전문가들과 마니아 유저들이 국내 런칭 소식에 춤을 췄을 정도로 게임 내적인 면에서 검증을 마친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망했느냐고? 콘텐츠와 밸런스가 엉망이라 문을 닫은 게임들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분명히 훌륭히 만들어져 충분한 재미를 담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따리를 싼 게임들의 경우는, 국내와 해외의 미묘한 게임시장의 온도 차이를 해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는 나날이 가면 갈수록 ‘친절한 게임’이 대세가 되는 추세다. 과거 하나의 게임을 하기 위해서 거의 ‘공부’수준으로 시스템을 익히고 온라인 게임이 ‘돌아가는 과정’을 익혔던 때와는 달리, 버튼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고 목적지까지 보다 더 편리하게, 보다 더 빨리 가는 것을 원하는 세태(世態)인 것이다.

△ CJ인터넷의 SD건담 캡슐파이터는 반다이코리아가 기획하고 소프트맥스가 개발한 온라인 게임이다. 아이템만 일본산일 뿐인 셈이다. 캡슐파이터를 제외하고 나면, CJ인터넷이 넷마블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외산게임들 중 성공작은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북미 온라인 게임들의 경우, 상당수가 이런 국내 유저들의 취향에 완벽하게 어긋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최근의 에이지오브코난이나 반지의 제왕 온라인 등도 마찬가지이며, 던전앤드래곤즈 온라인이나 에버퀘스트2의 경우는 불친절-요즘은 퀘스트를 하러 가는 길도 게임이 표시해 주는 친절한 가이드 시스템이 대세인 시대다-에 복잡함이 ‘잠수함 설계도 수준’이다. 물론! 그 복잡한 설계도를 완벽히 이해했을 때 만나볼 수 있는 재미란 지금까지 국내 유저들이 만나본 적 없는 ‘그것’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대다수의 유저들은 그 설계도를 보는 것만으로 현기증을 느낀다. 최소한 국내 유저들은 그렇다. 하물며, 에버퀘스트2나 던전앤드래곤즈 온라인이 국내에 등장했을 때는 간편하고 손쉬운 캐주얼 게임과 횡스크롤 액션이 인기를 얻던 시절이었다. 대중적으로 환영을 받을 리가 만무했던 것이다.

또, 문화의 차이에서 빚어진 문제 또한 실패의 요소를 빼놓을 수 없다. 에버퀘스트2의 경우, 시스템에서 빚어지는 문제가 몇 주가 지나도 해결이 되지 않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했던 때가 있었다. 이 때 국내 서비스를 총괄했던 감마니아코리아의 담당 PM의 구구절절한 답변은 참으로 땅을 치게 할 만한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시스템 오류가 난다는 사실을 이미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 미국 본사 개발진에 당연히 알렸다. 어떤 경우에 오류가 나는지, 세밀하게 체크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테스트 결과도 넘겼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도, 이틀이 지나도 해결이 되지 않는 것이다. 메일 연락으로 독촉하는데 ‘진행 중이다’라는 답변만 오는 것이 아닌가. 계속 기다리기가 답답해서 전화를 해 봤더니 개발팀이 단체로 피크닉을 갔단다. 그 때 알았다. 미국은 개개인의 일보다 취미와 가정을 더 중요시한다는 풍토를 말이다. 우리는 밤을 새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하루라도 빨리 해결을 보기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는데, 정작 개발사는 6시가 되면 하던 일을 모두 놓고 무조건 퇴근을 한다. 한 번은 문의사항이 있어 개인 핸드폰으로 연락했더니 자신은 현재 근무 시간이 아니라면서 메일로 보내놓으라는 답변을 듣고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이래서 버그 패치도, 오류 패치도 늦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게임을 뜯어고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사정을 유저들에게 알릴 수도 없고, 참으로 중간에서 혀를 깨물고 싶은 심정이다”

결국 그 PM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함께 에버퀘스트2의 서비스의 끝을 보지 못하고 감마니아 코리아를 퇴사해버렸다. 북미나 유럽에 개발사를 둔 채 국내 서비스를 하고 있는 외산 게임들의 경우, 콘텐츠 부족이나 패치가 시급한데도 처리가 늦어지는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는 이유가 바로 이 문화의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국내 서비스사가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안타까움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의 경우, 몇 해 전 국제 게임쇼 E3를 방문했다가 유력 게임사의 개발진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게임을 대하는 인식과 우리가 게임을 대하는 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국내에서 서비스를 하는 외산 게임들이 대부분 국내 유저들의 콘텐츠 소화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유저들은 콘텐츠 부족에 성토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하나의 게임이 런칭을 했을 때는 상당한 양의 콘텐츠를 제공했을텐데 그 콘텐츠가 부족하다니, 대체 한국의 게이머들은 하루에 얼마나 게임을 많이 하는 것인가? 미국과 유럽은 그렇게까지 하드코어하게 게임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국내 유저들의 게임 플레잉 타임과 성향, 그리고 게임을 대하는 인식과 개념의 차이를 개발사가 이해하지 못하니 제대로 된 로컬라이징(현지화)가 될 리가 만무할 게다.

△ 헬게이트 : 런던으로 또 한 명의 먹튀 전설이 된 빌 로퍼. 세계적인 거장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오리지널 외산 게임으로 최고의 성적을 거둔 게임인 WOW의 경우 블리자드코리아라는 국내 지사가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조율할 수 있었다는 장점이 있었으며, 그리고 당시에는 보기 힘들었던 매끄러운 퀘스트 시스템의 도입, 낮은 레벨에서의 인던 도입으로 온라인 게임이라는 매체를 최대한 활성화 시킨 콘텐츠, ‘키우는’아이템이 아니라 ‘모으는’아이템 개념 도입 등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온라인 게임의 패러다임을-그것도 어렵지도 않고 공부할 필요도 그리 크지 않은-제시했다는 점에서 성공 요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WOW마저도 콘텐츠 부족으로 결국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 1위에 올라서지 못했다. 하물며, 게임 외적, 내적으로 모두 문제를 끌어안고 있는 게임들이야 오죽했으랴!

물론, 아주 결정적인 이유를 빼놓을 수 없다. 바로 ‘국내 퍼블리셔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허접한 운영능력’이다. 특히 던전앤드래곤즈 온라인의 경우, 다른 요소들을 차처한다손 치더라도 퍼블리셔인 렛츠게임-현재는 어떻게 되었는지 그 족적을 확인할 수도 없는-이 상상할 수도 없는 수준의 허접한 운영신공을 발휘한 끝에 문을 닫은 케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집에서 우리 집 PC를 서버로 하여 게임을 운영해도 이것보단 잘하겠다’라는 유저도 있었으니, 온라인 게임이 서비스 산업이라는 것을 망각한 국내 퍼블리셔의 이런 작태도 외산 대작 게임들의 실패에 크게 한몫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갈라파고스 신드롬(Galapagos syndrome)’이란, 자국 내에서만 팔리고 해외 시장에서 고전하는 것을 고립된 갈라파고스 섬에 빗대어 일컫는 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내 게임업계는 ‘편리함’에 물들어 있는 추세다. 간편한 조작과 간편한 인터페이스, 편리하고 이해가 쉬운 시스템과 콘텐츠, 그러면서 전에 없던 재미를 추구해야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국산 게임들은 이런 경향이 너무나 극단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심화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국민게임으로 추앙받은 스타크래프트의 후속작, 스타크래프트2도 ‘전작에 비해 너무 복잡하다’며 포기를 하는 유저들이 있는 마당 아닌가.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세계 게임 시장에서 출시되고 있는 온라인 게임들의 경우 이렇게 극단적으로 편리함만을 찾고 있지 않다. 특히 MMORPG의 경우 어느 정도 심오하면서도 깊이 있는 재미를 추구하기 위한 노력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직관적이지 않고 하나의 또 다른 세계의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복합적 재미를 추구하려는 노력은 국내에서 인기를 얻어나가고 있는 게임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 누군가 필자에게 우스갯소리로 말한 적이 있다. 길드워2도 전작과 같이 해외에서만 인기를 끌 가능성이 크다고 말이다. 그것이 과연 우스갯소리로 넘길 만한 말인지에 대해서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국내용 게임’과 ‘해외용 게임’을 나눠서 개발하는 풍토가 자리 잡는다면야 외산 게임이 망하든 말든 걱정 할 필요가 없을 테지만 말이다.

어쩌면 이 때문에 국내와 처음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가 진출한 동아시아 지역을 제외하고는, 세계 게임 시장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 게임업계의 공룡들이 서식하고 있는 시장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때문에 국내 게임업계가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세계 시장의 추세와 그 흐름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와 같은 게임들 또한 빛을 볼 수 있는 시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 게임업계의 왕자’일본은 갈라파고스 신드롬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자국 내에서도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는 게임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었고, 또 굳이 세계에서 인정을 받지 않아도 국내에서 수익을 충분히 올릴 수 있는 패키지 시장과 콘솔 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국 내에서 좋은 평가와 판매고를 올리면 그만인 풍토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닌텐도 등이 눈을 돌리면서 일본 게임업계는 온라인과 발 맞춰 변화하고 있는 세계 게임 시장의 흐름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동시에 자국 내에서의 게임 인구 숫자가 줄어들면서 뒤늦은 후회를 하며 변신에 많은 공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도쿄게임쇼 2010에서 유독 일본의 많은 유명 게임 디렉터들이 “일본 게임 산업은 변화해야 한다”라며 쓴 소리를 던진 것도 그 때문이다.

어떤가, 현재의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과 매우 닮은 상황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국내에서 인기가 있기 때문에, 중국 등지에서 인기가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과, 일본의 ‘자국 제일주의’가 다를 바가 없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 세계 속의 온라인 게임 시장을 자부한다면, 또 그렇게 되기 위해서라면, 더 이상 해외 게임들이 실패하는 것에 무감각해져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