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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INSIDE 10화- ‘미담’에 의존하지 말라

작성자 :	등록일 : 2010-12-23 오후 3:09:41

미담(美談). 사람을 감동시킬 만큼 아름다운 내용을 가진 이야기. 수없이 존재하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 세상의 온정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각박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사회인들에게 있어서 아직 인간사회는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 잃어버리기 충분한 동심과 초심을 다시 다잡게 만들게 하기도 하니, 미담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해서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론,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도 많은 미담이 들려와 이를 접하는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흉흉한 일들과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사건들이 더 많이 들려와 사회에 대한 불신을 쌓게 만들지만, 왕왕 들리는 사회의 미담들은 이런 불신을 입 안의 아이스크림이 녹듯이 사라지게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미담을 듣고 고개를 끄떡이며 ‘살만한 세상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사실 사회가 이렇게 미담의 존재에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뒤에 가려져 있고 아름다움만을 강조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게임업계도 마찬가지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대표적 미담을 꼽는다면, ‘어떤 관리가 높은 지위에도 불구하고 청렴결백하여 왕에게 친히 크게 칭찬받고 널리 이 이야기를 퍼지게 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 것인가. 가뜩이나 공무원들의 비리와 횡령이 판을 치고, 올바른 시민봉사 정신이 강조되고 있는 현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미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미담은 그저 ‘아름다운 이야기’이며 ‘훈훈한 이야기의 사례’로만 그쳐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미담에만 너무 집중을 하면 본질은 호도가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사례를 잘 살펴보자. 각종 미담의 주인공이자 ‘교훈’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청렴결백한 옛 관리의 정형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 세종대의 명재상, 황희정승은 자신은 초가집에 살고 청탁 등은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일반 백성들과 같은 옷을 입는 청렴한 재상으로 이름이 높았다.

그러나 이런 이들에게 험담과 모함은 끊이지 않는 법. 황희정승을 아니꼽게 보는 무리들이 세종대왕에게 “영의정이 뇌물을 받고 청탁을 받아들였다”라고 모함했고, 세종은 이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감찰단을 파견했다. 결과는 깨끗한 무혐의. 감찰단이 집을 방문했을 때 황희가 직접 비가 새는 지붕을 수리하고 있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 같은 결과에 세종은 크게 감복하여 정승을 크게 치하하고 이를 본받으라는 뜻으로 나라 안에 이 일화를 널리 알리며 상을 내렸다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끝은 황희 정승은 이 상을 다시 쌀로 바꾸어 가뭄으로 굶주리고 있는 가난한 인근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훈훈하지 않을 수 없는 청렴결백한 정승이 등장하는 미담의 전형이다.

△ 책임져야 할 것, 해결해야 할 것은 많지만 업계의 의지와 행동은 부족하다.

지금으로 치자면 국무총리가 사사로이 제물을 취하지 않고 결식아동들이나 불우한 이웃들에게 자신의 월급을 털어 기부를 했다는 것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훈훈한 이야기가 뭐가 문제가 되겠느냐마는,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미담이 단순히 미담만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먼저, 이 미담에서 ‘가뭄으로 굶주리고 있는 가난한 인근 백성들에게 쌀을 나누어 주었다’라는 대목을 주목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대책은 ‘가뭄으로 굶주리고 있는 가난한 백성들을 구제할 수 있는 국가적 정책과 복지 혜택 방안의 마련’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청렴한 명재상의 자발적인 희생’이 이루어지면서 본질이 호도된 듯하다. 여전히 삶은 각박하고 힘들며 굶주리고 있는 것이지만, 미담으로 인해 ‘그런 일도 있는데 많이 좋아진 것 아니냐’라는 인상을 주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실상은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고, 근본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새 발의 피임에도 말이다.

물론 이런 미담은 아름답고 좋은 일임에 틀림이 없지만, 이런 미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회가 미담에 의존하게 되는 현상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 5월. 국내 언론에는 ‘온라인게임이 산모와 아기 살리다’라는 이름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내용인즉슨, 한 온라인 게임의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인천에 거주하고 있는 산모가 과다출혈로 인해 급히 수혈을 해야 하는데, 해당 산모의 피가 희귀해 동생이 게임의 게시판을 통해서 수혈을 도와 줄 사람을 찾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사연을 들은 게임 유저들이 서로 사연을 알리기 시작해 수혈자를 긴급히 찾아 산모와 아이의 생명을 살렸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이 기사는 “재미와 스트레스 해소라는 본연의 역할 이외에 온라인게임 이용자들은 스스로 사회성을 익히고 자정 작용을 배울 수 있는 배움터이며, 이번 미담은 온라인 게임의 순기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는 업계 관계자의 인터뷰로 마무리 지어졌다. 그의 말처럼 언뜻 보면 온라인 게임의 순기능이자 장점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도 있을 만한 기사였다.

물론 아예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온라인 커뮤니티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의 장점이 발휘된 사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이런 미담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본연의 목적을 대변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과연 이런 일이 온라인게임 사이트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있을까’라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우연히 일어난 일 중 하나였다는 점이라고 단정지어 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온라인 게임의 장점을 한 사례로 대변하고 있다는 듯이 말하고 있는 것은 자칫 위선으로 보이기까지 할 수 있다. 이런 훈훈한 미담들이 왜곡되어 있는 게임업계에 대한 시각을 바꿀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 가지 사례를 더 보자. 지난 11월. 인터넷 상에서 몇몇 유저들을 중심으로 지난 9월 서비스가 종료된 한빛소프트의 스파이크걸즈의 운영 이야기가 스크린 샷 한 장과 함께 퍼지기 시작했다. 스크린 샷에는 한 명의 유저와 3명의 GM이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내용인 즉슨, 게임의 서비스 종료가 몇 시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접속을 한 단 한 명의 유저를 위해 GM 3명이 한 명의 유저와 게임을 함께 해 줬다는 그야말로 훈훈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블로거들은 ‘단 한 명의 유저를 위해’라는 제목으로 미담을 전했다.

사연인즉슨 이랬다. Anymore라는 한 유저는 그 동안 스파이크걸즈를 즐기면서 자택의 인터넷 문제 때문에 NPC와의 플레이밖에는 되지 않았는데, 운영자들이 그것을 도와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것이 6개월 동안이나 해결되지 않았고 게임 종료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다. 결국 다른 유저들과 게임을 하지는 못하게 되었지만, GM들은 해결을 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함께 서비스 종료 전 나서서 게임을 함께 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한 명의 유저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유저들에 대한 이상적인 운영자들의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미담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스파이크걸즈의 스크린샷. 아름다운 이이갸이지만, 근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것은 호도되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운영자는 결코 신의 직장이 아니다. 그들도 3D업종이라고 할 수 있다. 페이도 적고 근무시간도, 환경도 매우 열악하다. 중소규모군의 게임사라면 월급을 떼이거나 밀리는 일들도 다반사다. 그러나 서비스 직종이기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버텨내는 능력을 갖춰야 하기도 한다. 이런 스트레스를 견뎌내면서 게임 서비스가 종료가 되는 상황에서 단 한 명의 유저를 위해 노력을 한다는 것은 온라인 게임에서 인간미를 느껴주게 하는 부분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블로그를 통해 스파이크걸즈의 운영자 이야기를 전한 블로그의 말이다.

스파이크걸즈의 운영자들의 미덕은 온라인 게임을 운영하면서 어떤 마인드를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전형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담의 이면에 있는, 스파이크걸즈라는 게임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스파이크걸즈는 런칭 당시 섹시하고도 귀여운 2D캐릭터들을 앞세워 마니아 코어 유저들을 공략할 것이라고 눈길을 모았지만 뛰어나지 못한 게임 콘텐츠와 너무나 마니아들이 좋아할 법한 캐릭터 디자인, 그리고 운영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국 서비스 부진을 겪다 서비스 종료라는 철퇴를 맞게 되었다. 특히 매끄럽지 못한 운영에 대해서도 비난이 있었던 게임이었다.

물론 한 명의 유저를 중히 여기는 운영자들의 태도와 마인드는 운영자들의 노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게임 서비스의 전체적인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경쟁이 심화되어 있는 현재의 시장에서 운영, 서버 문제 등이 불거진다면 게임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게 되는 법이다. 스파이크걸즈는 이런 문제가 치명적으로 작용했던 게임이었다. 미담에 기대기 전에, 보다 더 높은 수준의 운영과 서버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했어야만 했다. 미담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서비스를 했던 게임으로 여겨지기 이전에, 훌륭한 서비스로 유저들에게 지속적인 게임의 재미를 전달하는 게임이 되었어야만 했다.

굉장히 분명하고도 지극히 당연한 사실은 훌륭한 게임 제작과 서비스를 하기 위한 개선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훈훈한 이야기보다 더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으로 선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유저들을 흐뭇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지만, 굉장히 슬픈 사실은 이런 미담들을 통해 게임업계가 직면해 있는 문제들은 살며시 뒤로 그 모습을 감춘다는 것에 있다. 훌륭한 이야기들을 본받아 문제 해결을 해야 하는 것이 맞는 일일 터. 하지만 게임업계는 미담에 기대고 직면한 문제들을 살며시 피한 채 자신들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것만 같다. 유저들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의 개선과, 게임업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게임중독, 과몰입의 시선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 등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들이 훈훈한 이야기를 그 의미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선, 게임업계의 근본적 해결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겜툰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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