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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INSIDE 14화- 누가 해도 그만이면 뭐 하러 있냐?

작성자 :	등록일 : 2011-02-11 오전 10:32:02

어떤 집단이든-그것이 단체든, 회사든, 학군이든, 동아리든 막론하고-해당 집단을 대표하고 또 그 집단을 이끄는, 리드하는 존재가 있기 마련이다. 반장, 회장, 팀장 등으로 대변되는 이 한 집단의 ‘단체장’은 해당 집단을 리드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집단의 공공적인 발전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역할도 맡게 된다.

어쩌면 아주 원시시대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한 단체를 대표하는 장’이라는 것은 민주적인 시민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단체의 발전은 사회의 발전, 국가의 발전과 다르지 않다.

한 집단을 책임지는 ‘장’-쌈장이나 된장이나 고추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이라는 존재는 그 자리의 비중과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서서히 ‘감투’로써의 부각도 되고 있다. 책임감이 막중할수록 높은 자리이고 또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자리가 되는 것이리라. 높은 자리와 감투를 마다하는 자가 있을 리 없다. 누구나 앉고 싶은 자리라고 해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하지만, 높은 자리, 어떤 집단을 책임지는 ‘장’의 자리라고 해서 무조건 만인의 호응을 얻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게임 산업이라는 ‘단체’를 이끌어가는 장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게임산업협회의 회장직도 많은 이들에게 호응응ㄹ 얻지 못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기피대상’이다.

영국 역사가 자랑하는 명 수상 윈스턴 처칠은 “리더가 되기 위해선 온갖 비난을 감수할 수 있는 배짱과 심장, 그리고 스트레스를 견뎌낼 수 있는 머리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리더가 되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정작 리더가 되어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경우는 드물다. 저마다 처한 상황과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고난과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배짱, 그리고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리더로써 견뎌내야만 하는 비난을 받아낼 수 있는 심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그런 리더가 한 사회, 그리고 사회를 이루고 있는 집단을 이끈다면 우리 사회와 국가의 발전을 이바지할 것이리라.

게임업계라는, 게임 산업이라는 집단은 엄밀히 말해서 국내 어떤 집단이나 산업보다 뛰어난 발전 속도를 자랑하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어떤 곳도 국내 게임업계를 능가하는 곳은 없다고 자부할 만하다. 자원이 나지 않는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문화콘텐츠산업 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 산업으로 원자재가 들지 않는 수출 상품인 게임 산업이 국내 수출 산업에 이바지하고 있는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굳이 판에 박힌-이제는 국내 게임 산업의 성장률이나 수출 성장 수치를 나열하는 것은 판에 박힌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성장률을 열거하지 않더라도, 국내 게임 산업의 성장 수치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이제는 가히 삼척동자가 다 아는 수준이다.

△ 김정호 한게임 대표는 올해 제 4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에 취임한 뒤, 적극적으로 나서 게임업계의 부당한 문제들에 대해 솔선수범하여 경종을 울렸다. 특히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고통을 분담하겠다며 특유의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며 ‘오피니언 리더’로써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게임 대표직 수행보다 더한 열성을 보였던 그는 그러나 뚝심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인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래알과도 같은 업계의 단결력에 뜻을 꺾고 말았다.

그러나 이런 질적인, 양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전도유망한 산업을 만들고 있는 집단의 수장은 아무도 앉고 싶어 하지 않는 자리가 되었다. 어느 집단의 수장이든지 간에 ‘일이 잘 될 때의’얻을 수 있는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 뿌듯함을 얻기 위해서는 엄청난 고난과 역경, 훌륭한 리더라고 칭송받는 이도 쉽지 않은 길을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자리란, 바로 ‘한국게임산업협회’의 협회장이다. 명실 공히 국내 게임업계를 이끌어야 하는 협회를 대표하는 자리지만, 국내 게임업계의 내로라하는 리더들은 모두 감투를 쓰기를 피하고 있다.

지난 2009년 김정호 전 한게임 대표, 즉 제 4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이 2008년 협회장 자리에서 중도 사퇴를 한 뒤, 한빛소프트 김기영 회장이 4기 협회장 임기를 대신했다. 그리고 김 회장의 임기는 2월 28일을 마지막으로 끝이 난다. 다음 회장직을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게임산업협회의 회장이라는 자리에 걸맞을 만한 인물들은 모두 자리를 피하고 있다. 4기 협회장의 남은 임기를 메울 인물을 찾을 때에도 김기영 회장이 “뭐가 그리 어렵기에 다들 피하는가”라며 나서기 전에는 인선에 어려움을 겪었다. 어려울 것 같지 않지만, 사실 어려운 게 많은 자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보람을 얻기에 투자해야 하는 것은 많고, 리스크는 크기 때문이다.

당초 4기 협회장을 맡았던 김정호 전 한게임 대표는 국내 게임업계에서 리더십으로는 내로라하는 인물이었다. NHN창업 멤버로 무엇보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남들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탁월하고 뛰어난 진두지휘 능력으로 해결하는 데에 비교가 불가능한 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남들이 마다하는 자리에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통 크고 화끈한 리더십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때문에 한게임 대표 취임 뒤 그가 4기 협회장을 맡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평이었다. 사행성 문제와 게임업계를 향한 곱지 않은 사회적인 시선을 해결하는 데에 일선에 서야 하는 게임산업협회의 회장으로써 김정호 대표만한 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 또한 협회장 자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2009년 협회장 취임 당시 많은 이들은 사행성 문제에 가장 예민하게 직면해 있는 한게임이라는 회사의 대표로 있으면서 사행성에 대한 문제와 게임업계에 대한 음성화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김 대표의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회장 자리를 마다하지 않는 용기에 큰 박수와 격려를 보냈다. 김 전 회장 역시 “한게임도 책임져야 할 때가 왔다”라며 파격적으로 온라인 게임 사업을 확장시키고 의도적으로 사행성 문제가 불거졌던 웹보드, 고포류 게임에 대한 비중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 김정호 전 회장은 사행성에 대한 그릇된 시선을 거두기 위해 그린게임 캠페인 등의 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이를 밀어붙이다 협회 회원사들에게 탄핵을 받을 것 같다고 농담처럼 말하던 그는 그 동안 게임협회 회장들이 줄줄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던 이유, 바로 ‘협회의 중론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에 김 전 회장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만한 인물이 협회장에서 도중하차 한 것에 업계는 교훈과 메시지를 곱씹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한창이던 2009년. 업계에는 김 전 회장의 한게임 대표 및 게임산업협회 회장직 사퇴라는 뉴스가 날아들었다. 한게임은 곧바로 대표 대행으로 정욱 당시 본부장을 선임했지만, 게임산업협회장 회장직은 그대로 공석이 되어 버렸다. 한게임 대표직과 협회장직에 기대 속에 취임한 지 채 몇 개월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김정호 전 회장은 어떤 언론과도 중도 퇴진을 하는 심경을 직접 밝힌 바가 없었다. 하지만 업계의 이른바 ‘카더라 통신’은, 김 전 회장이 한게임 대표로 있으면서 사행성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협회장직 수행에 대해 큰 부담과 심적 고통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많은 이들이 김 전 회장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지만, 어느 누구 하나 파격적인 그의 행보에 도움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웹보드 게임의 의도적인 비중 줄이기로 인해 한게임의 매출이 하락하자 NHN본사는 물론 투자자들에게서 비난을 받아야 했다는 것도 그의 퇴진에 이해를 가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언젠가, 그리고 누군가가 해결해야 하는 일을, 하지만 그 동안 서로 미루다 지지부진한 숙제를 나서서 하고 있음에도 업계 안팎으로 ‘자기 편’하나 등장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까지 내 편이 없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라는 말로 그의 심경이 전해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었다.

여기에, 당시 국정감사로 불려나가 마치 죄인이 된 듯 사행성 게임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직면했던 경험은 무력감과 허탈감을 주었다는 분석이 있기도 했다.

파격적이면서도 적극적인 리더십, 그리고 통 큰 리더십으로는 따라 올 사람이 없다는 평가를 들었던 김 전 회장이 사퇴를 하자 자연스럽게 협회장직을 맡겠다고 나서는 이는 아무도 없게 되었다. 당연했다. 그만한 인물이 두 손 들고 ‘항복’을 선언했는데 누가 나서서 그 뒤를 맡겠냐며 고개를 흔들었다.

많은 이들이 4기 협회장직의 임기를 대신할 후보군을 꼽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나서는 이가 없었다. 아마, 김기영 대표가 호기롭게 나서지 않았다면 지금의 ‘폭풍 고사 사태’는 그 때부터 문제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마저도 2월 말로 끝난다.

이제, 화두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걸까’로 바뀌었다. 아니, 어쩌면 ‘누가 시한폭탄을 짊어질까’일지도 모른다.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자리에 아무도 관심이 없는 이유. 그것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득은 없는데 리스크는 크기 때문이다. 엄청난 자신감의 소유자라든가, 혹은 게임이라는 산업에 대한 몰이해를 해소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친 도덕성 깊은 이가 아니라면 먼저 나서기 힘든 자리다. 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자리지만, 과몰입과 사행성과 같은 자극적이고 공격당하기 쉬운 이슈들로부터 업계에 ‘실드’를 쳐줘야 하기도 한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대변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리스크는 모두 본인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다. 김정호 전 회장의 추진력이 급작스럽게 힘을 잃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솔직한 말로, 매력도 그다지 없다. 이력을 추가할 수 있을 만큼의 인식이 있지도 않다. 국내의 사회적 인식 상 ‘게임산업협회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다고 해서 ‘윗분들’이 대단하게 보지도 않는다는 얘기다. 협회비도 적어서 운영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사비를 털지 않을 수 없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그러면서도 현안들은 산적해서 자사의 경영에도 영향이 있을 정도다.

여기에, 업계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데(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업계에 봉사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면), 업계에서는 아무도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 냉정하게 얘기해서 매력이 있으려야 있을 수 없는 자리란 얘기다. 메리트가 없는데 책임을 지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 내부적으로도 매력없는 자리로 ‘낙인’이 찍혀있는 마당에 외부 인사의 영입이 될 리가 만무하다. 아니, 된다고 해도 그 자리에 대한 책임감 있는 업무 수행이 될 리가 없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5기 회장을 누가 할 것인가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현재까지 한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없다. 그렇다고 현안들이 해결된 것은 있느냐? 그것 또한 아니다. 김기영 전임 회장이 호기롭게 나섰지만-내부적인 사정은 정확이 알지는 못하지만-대외적으로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셧다운제도 시행 확정, 주무부처가 아닌 여성가족부의 개입, 공중파 시사 프로그램 방송에서 게임을 하면 살인자가 된다는 극단적인 논조의 방송이 나왔지만 협회 차원의 대응이나 움직임은 아무것도 없었다. 현장 관계자, 전문가 혹은 미디어 종사자들만 ‘투덜댈’뿐이다.

사정이 전혀 바뀌지 않은 가운데 시한폭탄을 짊어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협회의 부회장사와 이사사들은 협회장 후보 추천을 했다고 한다. 게임업계 내부 인사들은 모두 본인들의 ‘고사 크리’로 인해 물이 건너 가 있다. 남은 것은 외부 인사뿐이다. 하지만 2009년 김정호 전 회장이 취임하기 전 모두 협회장직을 고사해 모 차관이 추천되었지만 이 또한 본인의 고사로 인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연하다. 게임업계 내부에서도 싫다고 거절하고 남에게 떠넘기는 매력없는 자리다. 외부 인사라면 오죽하겠는가.

‘협회장으로써 책임감과 역량, 강한 추진력을 가진 인사가 필요하다’라고 말하지만, 이런 인사가 올 리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니, 이제는 ‘누가 해도 그만인 자리’로 굳어져 가고 있다. 누가 와도 바뀔 리 없고, 누가 와도 달라질 리 없으니 아무나 해도 그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아무런 영향력도 없고 아무런 의지도 없는 이가 억지로 등 떠밀려 와서 자리에만 앉아 있을 그림이 훤히 그려진다.

필자는 바란다. 이런 필자의 쓴 소리가 제대로 빗나가서, 글쓴이에게 비난의 화살이 꽂히기를 말이다. 그렇다면 본인은 그 비난의 화살을 달게 받겠다. 아니, 그러고 싶다.

겜툰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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