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악도령의 질풍노도 지구를 사수하라! - 7편~ 지름신, 강림하다

그런 상황을 거듭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멍한 상태에서 게임을 계속 해 나가는 경우가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 이러한 현상을 제로의 영역에 들어갔다고 하는데(발췌는 사이버 포뮬러다)
결말은 꼭 두 가지로 크게 요약되어 나타난다. 하나는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필드에서 죽어서
나뒹굴고 있는 경우가 있고, 두 번째는 멀쩡히 살아서 언제 했는지도 모르게 경험치가 상당히
쌓여 있는 경우다.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얼마 전 추적 60분에서 게임 중독에 대한
	심각한 고찰에 대해 방송이 나온 것을
	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필자도
	보았다.방송에서는 어떤 온라인게임을
	하다가 목이 돌아가 버린 한 청년을
	소개했다.그는 음식을 삼킬 때도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야 하고 병원에서는 워낙
	경직된 상태에서, 근육을 오랜 시간

멋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완치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게임이라는 것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놀이 문화로 이미 국내에서 그 입지를 확고히 했으며
사회적 인식도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 게임이라는 것은 국가 경쟁력 산업으로 발전했으며,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 부작용은 상당한 수준이다. 필자는 물론 다른
유저들이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이터널 시티는 물론 다른 모든 게임들도 중독적으로 즐기게
되면 몸도 마음도 상하게 된다는 것을 추적 60분은 단적으로 보여 준 것이다. 바꿔 말하면
게임이라는 코드는 그만큼 한국 사화에서 성장했다는 것을 말하지만, 반면에는 또 다른 위험한
얼굴도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 준 것이다.


△ 우리 모두 건강한 게임 생활을 합시다!

필자가 소중한 지면을 빌려 하고 싶은 말은, 게임을 즐기는 것은 굉장히 소중하고 유익한
문화생활이지만, 우리 이터널 시티 유저들은 몸과 마음을 생각하며 게임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을 간절히 소망한다는 것이다. 모두모두 재미있는 게임을 몸 건강히, 그리고 마음 건강히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 지름신, 강림하다

오늘도 즐겁게 이터널 시티를 즐기기 위해 사이트에 접속하는 끄악도령. 워낙에 이런 저런
이벤트를 자주 하는 이터널 시티이기에 새롭게 뜨는 이벤트 배너를 보는 도중, 순간 뒷머리가
싸하게 저려오면서 PC모니터 뒤편으로 뭔가 보이지 않는 환영이 하늘하늘 내려오는 것을
목격했다. 순간 내가 드디어 미쳤나라는 생각이 들며 왕꽃선녀님이라도 오셨나 싶었지만,
그 배너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손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 오셨다, 오셨다, 드디어 이번달에도 오셨다!!

그렇다. 일 년에 다수, 그리고 월급을 탄 뒤에 언제나 오셔서 미개한 인간들에게 매력적인 구매도를
자랑하고 있는 물건들을 사라고 조언하고 지갑과 통장을 쓸쓸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는 지름신께서
오신 것이다.

	순간, 지름신의 유혹에 한순간에
	넘어가려는 나 자신을 붙잡고 수화기를
	억누른 후에 거친 숨을 몰아쉬는 끄악
	도령. 순간 자신이 왜 이런 행동을
	할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얼마 전 일이
	떠올랐다.
	종로에서 열심히 사냥을 하고 있었던
	몇일 전, 끄악도령 옆으로 뭔가가 쉬익
	하고 지나가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는 뒤를 쫄쫄 쫓아다니면서 ‘님 그거 얼마에요?’ ‘어떻게 사셨어요?’라고 물어대는
끄악도령에게 잊지 못할 한마디를 선사하고 휭하니 떠나 버렸다.

“허접들은 못사요 ㅋㅋㅋ”

순간,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충격을 받으며 어떻게든 인라인 스케이트를 사기 위해 열심히 사냥을
했지만 인라인 스케이트는 캐시 아이템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내주제에 무슨 캐시템이냐’라는
생각으로 아쉬움을 곱씹었던 기억이 난 것이다.

이터널 시티에서 행한 이벤트는 다름 아닌 지름신 강림기념 할인 내역에 포함되어 있는 캐시
아이템들을 30%할인한다는 것이다. 캐시 아이템을 사려고 벼르고 있었던 사람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서 상당수 구매를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잘 살펴보니 내가 구입하고 싶은 인라인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이런 아쉬운 일이 있나……
하지만 이번 캐시템 할인 이벤트를 통해 본격적인 럭셔리 끄악도령으로 거듭나고 싶은 욕망이
꿈틀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아아, 그분의 가르침대로 사야 할 것이냐!!

그래, 나라고 해서 캐시템 못 살쏘냐. 게다가 그까짓 인라인 스케이트가 얼마나 한다고! 천하의
끄악도령이 그 정도 가지고 벌벌 떨고 있는 것이냐! ……라는 무시무시한 생각을 하고 당당하게
캐시 아이템 샵을 열었다. 조심스럽게 엠게임 캐시를 충전하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인라인
스케이트를 클릭하여 구입 버튼을 눌렀다.

……샀다.

………사버렸다.

…………드디어 사버렸다. 저질렀다. 다음달 통화비에 포함되어 나올것이다.

	아아, 지름신이시여, 당신의 절대적인
	손길을 무시할 수 없어 내 이렇게
	드디어 캐시템을 지르고 말았구려.
	연체가 대수가 아닐진대, 굶는 것은
	대수가 아닐진대……당신의 가르침의
	깊음이 너무나 영롱하여 다른 것에서도
	손을 댈까 너무나 무섭사옵니다.
	아무튼 지름신의 가르침을 따라 인라인
	스케이트를 질러버린 끄악도령.

배회하면서 혼자서 비실비실 웃는 모습은 남이 보기에 미친 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보기에도
왠지 미친 것 같다. 하지만, 역시 상큼한 바람을 가로지르며 이터널 시티의 거리를 무법 천지로
만들어놓는 녀석들을 퇴치하고 다니자니 그 옛날 SBS에서 방영하고 삼부 프로덕션이 비디오
유통을 담당했던 ‘롤러왕 파워킹’이 된 듯하다.

그렇게 종로 거리를 거닐던 도중, 어디선가 부웅 소리가 들리며 뭔가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순간 그것을 쫓아보니! 모래시계에서 최민수 아저씨가 타고 나왔던 오토바이를 타고
누군가가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굉장히 럭셔리하게!

“내 스타일이야~~!! 님 그 오토바이는 무슨 아이템인가요?”

“캐시템입니다~ 인라인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죠 ㅋㅋㅋ”

……지름신이 또 오셨다. 큰일 났다.

- 끄악도령, 따스한 만남에 감격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사냥에 지친 몸을 이끌고 어설트에 참여하기 위해 정의감을 불태우며 어설트
정보를 확인하는 끄악도령. 저번 일본군 경성역 어설트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것을 발판삼아
이번에는 또 다시 애국심을 불태우기 위해 독도로 향했다. 감히 우리 땅 독도를 넘보는 원숭이들이
있다니……죽여주겠다!

……라는 생각에 진입 시간 1분 남짓한 시각에 독도 어설트에 도착한 끄악도령. 그런데 평소에
인기가 많은 독도 어설트에 사람들이 한명도 없는 것이 아닌가. 하기사, 너무 이른 시각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없나보다……라는 생각에 발길을 되돌리려는 끄악도령. 그런데 입구에서 누군가가
한명이 들어오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그 캐릭터의 이름은 베드걸. 아직 이른 시간이라 독도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려줌과 동시에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만난 플레이어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그와의 만남을
공개한다.

	베드걸 : 지금은 사람들이 많이 없을
	시간대이죠. 한 오후 2~3시부터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죠.
	끄악도령 : 그렇군요.
	베드걸 : 그런데 진짜 끄악도령님
	맞으세요? 앗, 스샷 찍히겠네. 김치~^^
	끄악도령 : ㅎㅎㅎ 벌써 찍어 놨습니다.

제가 초보이기도 하지만 둘이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을 테니…….

베드걸 : 여기 독도 어설트는 무한점프 어설트라고 해서, 총캐릭터는 햄버거하고 콜라를 잔뜩
사들고 와서 계속 점프를 하면서 싸워야 해요. 나중에 사람들하고 같이 하실 때 해 보시면 재미있게
하실 수 있으실 듯 합니다~ 독도가 꽤 인기도 많고 재미있죠.

끄악도령 : 그렇군요. 그럼 저는 종로로 돌아가서 열심히 사냥이나 해야겠네요.

베드걸 : 잠깐만요. 끄악도령님 종로로 가셔서 사냥하실거에요? 렙이 25를 못넘으셨다고 하셨죠?

끄악도령 : 예.

베드걸 : 그러면 별로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팁 몇가지 말씀드릴게요. 이터널 시티라는 게임이
초반에는 한강 어설트에서 초반 렙 유저들하고 같이 사냥 열심히 하면 19레벨까지는 금방 키우죠. 사냥하고
어설트 열심히 하면 100만 정도는 여유롭게 모을 수 있거든요. 그때쯤 되면 파마스같이 2등급 무기를 쓰죠.

끄악도령 : 맞아요, 제가 지금 파마스거든요.

베드걸 : 근데 끄악도령님은 지금 파마스를 쓰시면 안되고, 25레벨까지는 3등급 무기를 사용하셔야 해요.
그래서 종로에서 계속 고전하시는 거거든요.

끄악도령 : 그렇구나~ 그럼 3등급 무기로 제일 쓸만한 게 뭐가 있을지…….

베드걸 : 음……일단 파괴력을 생각하신다면 역시 AK74가 좋고요, 안정적이고 빠르게 때리시려면 슈타이어2가
좋죠. 둘 다 3등급인데……AK는 거의 시중에서 40~45만 정도, 슈타이어는 20~25만 사이로 돌아다녀요. 근데
이거 말고, 돈이 여유가 있으면 M240이나 M60을 사용하면 좋거든요.

끄악도령 : (헉, 40~45만, 20~25만원이라니 ㅠ.ㅠ)M240이나 M60은 얼마나 하는데요?;;

베드걸 : M240은 1400~1200, M60은 무난하게 200만 정도에 구입할 수 있을 거예요. 이 녀석들이 상당히 좋죠.
이후에 4등급 무기 착용하기 전까지는 유용하게 쓸 수 있어요. 아실테지만 등급 안맞는데 무조건 공격력 좋은
무기를 쓰면 대미지 제대로 안나오죠. 그만큼 그에 맞는 총을 사셔야 해요. 지금 파마스 쓰시는 건 좀
안어울려요. 3등급 쓰셔야 하죠~

끄악도령 : 그렇군요……흑, 그럼 저는 빨리 돌아가서 사냥하면서 돈이나 모아야겠네요.


△ 스샷을 찍는다는 이야기에 김치라는 멘트를 날리신 베드걸님

베드걸 : 흠……지금 30만 원 정도 가지고 있으시다고 하셨죠?(실제 끄악도령의 전 재산이랍니다)
제가 200만원 드릴테니 가셔서 M60사서 사냥하세요. 그럼 더 빨리 사냥하실 수 있으실거에요.

끄악도령 : 헉! 그럴 수야 없죠~ 안 그러셔도 됩니다.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요! ^^

베드걸 : 제가 끄악도령님이라서 도와드리는 게 아니라……끄악도령님 기행을 보면서 ‘아 나도 저랬을
때가 있었는데 참 어려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요. 그래서 요즘에는 저렙 유저분들 제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도와드린답니다. 게임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서로 도와가면서 살아야죠.
님이 진짜 끄악도령이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지금까지 파마스 끼고 사냥하시는 걸 보니 많이 어려우신
것 같은데, 같이 도와가면서 게임해야죠.

	……여기까지가 베드걸님과의 대화
	내용이었다.실제로 베드걸님은 2002년
	중곡동 은행으로 가서 예금된 자신의
	돈을 찾아서 끄악도령에게 주려고
	거래를 걸었으나 정중히 고사를 했다.
	그 마음이 너무나 고마워서 실제로 받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필자가 왜 이런 지면을 통해서 이런
	일화를 소개 하냐면, 서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온라인 상에서의 게임

자신보다 레벨이 낮다고 해서 무작정 무시하고, 사람을 깔보는 듯한 언어로 게임을 하려는 초보
유저들을 게임에서 쫓아내려는 각박한 세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게임을 어느 정도 해 본 유저들이 신규 유저들이 그 게임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고,
또 잘 이끌어 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서로 그렇게 도와가면서 게임하는 것,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게임 안에서도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던 하루였고, 이런 뿌듯한 마음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이터널 시티의 유저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이번 기행을 마친다.

P.S- 베드걸님, 마음만은 고맙게 받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

다음편을 기대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