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지원사령부는 북한 해커에게 가상자산을 받고 군사 기밀을 유출한 현역 대위와 공범을 구속했다고 4월 28일 밝혔다.
군검찰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공조수사 결과 기밀을 유출한 A 대위와 북한 해커 지령을 받고 A 대위를 포섭한 민간인 B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4월 28일 각각 구속·기소했다.
B씨는 2021년 2월~4월 중 두 차례에 걸쳐 북한 해커에게 가상자산 7억 원어치를 받고 포섭됐으며, 현역 장교를 포섭하라는 지령을 받고 A 대위에게 접촉했다. A 대위는 대가로 가상자산 4,800만 원어치를 받고 국군 군사기밀과 관련 자료를 수차례에 걸쳐 유출했다.
이후 가상자산을 현금화해 마련한 해킹 장비로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해킹을 준비하던 중 국가안보지원사령부 압수 수색을 통해 범행 증거를 발각당했으며, 국방부 검찰단 보완 수사를 거쳐 기소됐다.
북한이 가상 자산을 범죄에 활용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유엔에 따르면 북한은 가상 자산 투기 시장이 과열된 뒤부터 꾸준히 가상 자산을 해킹해 군사 자금에 동원하는 등 가상 자산을 통해 대북 제재를 회피해 왔다. 최근 경제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역시 가상 자산을 통해 제재를 회피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
이외에도 가상 자산을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에 따르면 마약 판매 대금으로 가상 자산을 주고받는 범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전산보안업계에서는 랜섬웨어를 유포하는 사이버 범죄자 중 대부분이 암호화 해제 대가로 가상 자산을 요구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밸브 게이브 뉴웰(Gabe Newell) CEO는 자사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가상 자산 결제 방식을 철회한 이유에 대해 "비트코인으로 진행된 거래 중 절반가량이 사기였고, 우리는 그런 고객을 원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가상 자산이 범죄에 주로 동원되는 이유는 익명성 때문이다. 가상 자산은 '탈중앙화'를 주장하며 익명성을 강조하고 중앙 관리에 부정적이다. 당연히 정부나 수사 기관 개입도 거부한다. 자산 이동을 추적하기 어려움은 물론 자산이 누구에게서 누구로 넘어갔는지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미국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교수는 2019년 제2회 분산경제포럼에서 "인터넷상에서 가상 자산을 통해 수백억 달러 규모 거래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각국 정부는 이를 통한 탈세와 횡령, 인신매매, 테러 등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가상 자산이 범죄자들에게 다음 세대의 '스위스 계좌'로 쓰여서는 안 되는 만큼, 금융 거래는 정부에 등록되고 모니터링돼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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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만평] 이제는 '코인 간첩'까지… 범죄 자산 된 가상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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