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IMC게임즈 김학규 대표
유저들에게 라그나로크의 아버지나 학규횽으로도 친숙한 국내 대표 개발자 IMC게임즈의 김학규 대표가 오늘(29일) 넥슨개발자컨퍼런스 2014에서 ‘나의 개발자 인생 회고록’이란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게임 개발이라는 외길인생을 걸어온 그는 무엇이 좋았고, 무엇이 아쉬웠을까?
● 김학규의 개발자 인생, 좋았던 점 ●
“게임 개발자로 살아오면서 잘한 점은 지속적인 ‘갈망’이다. 뭐든 일단, 오래하고 볼 일이다. 하지만 이 역시 에너지가 필요한 부분인데, 갈망을 만드는 특효약은 ‘결핍’이다. 결핍은 사실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다. 적절한 선에서는 사람에게 집중력을 키워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에 결핍을 느끼는가 생각해보니 바로 지식이었다. 이것이 내 손으로 무엇인가 해보고 싶다는 좋은 화학 작용을 했다. 동호회를 비롯한 아마추어 팀으로 업계에 첫 발을 내딛고 겪은 시련들이 개인적 또는 조직 안정에 대한 결핍으로 이어졌다. 이것을 해결되면 국내게임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싶다는 인정의 결핍까지, 갈망과 결핍이 끊임없어 왔다.
그렇기에 결핍을 계속해서 창출하는 것이 개발자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만약 배가 부르다면 언젠가부터 도태되지 않을까 싶어,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본다.
처음 나의 개발 철학은 ‘제대로 된 RPG’로 잡았다. 하지만 게임을 처음 만드는 사람에겐 너무나 벅찬 목표라 목표치를 계속해서 낮추면서 액션 하나에 집중했다. 그 결과 ‘리크니스’, ‘라스 더 원더러’, ‘개미맨 2’, ‘스팅’ 등을 선보였다. 그중엔 모든 노하우를 쏟아낸 결과물 ‘악튜러스’도 있다.
이로 얻은 결론은 한 번 이상의 깊이에 도달하고 나면 뭔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단순히 오래했다는 데 그치지 않고, 점진적으로 발전했을 때 비로소 결실을 맺는다고 확신한다. 게임을 계속 개발하다 보면 다양한 트렌드와 맞닥뜨리게 된다. 적어도 취미라도 좋으니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5년 이상의 깊이를 느껴보라 권하고 싶다.
또, 뉴스, SNS, 강연 등의 다양한 정보 수집과 남들이 안 쓰던 것들을 먼저 시도하는 도전, 그리고 한 회사의 대표로서 게임과 직접 관련이 적은 분아도 계속 공부하면서 최근엔 경제와 물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읽고 있다. 게임은 결국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모방하는 것이기에 생물이 어떻게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지를 살펴보는 것도 또 다른 자극이 될 것이다. 또한, 내가 아는 것을 남에게 가르쳐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배우고 정리가 되기도 한다“
● 김학규의 개발자 인생, 아쉬운 점 ●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가정 하에 꼽은 아쉬운 점 첫 번째는 중간에 조직이 바뀐 것이다. 지난 2002년 전 회사를 나와 이후 새 회사와 팀을 다시 만들면서 많은 부분이 리셋된 경험이 있다. ‘내가 많이 알고 있으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 게임을 만드는 제대로 된 팀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몰랐다.
중요한 것은 팀 전체의 IQ가 핵심이다. 무슨말인즉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증상 발생의 원인이 무엇이고, 해결하기 위해 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팀원 전체가 공유하고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것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모든 부분에서 겉돌고 결국 산으로 가고 만다. 이에 필요한 것은 팀웍이다. 팀웍의 기반은 공통된 경험을 많이 하는지 여부다.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체험했는가의 중요성이다.
두 번째는 개발자로만 살다보니 그 이외에 공부가 부족한 것도 문제였다. 오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면 처음에 잘 선택했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창업이건 퍼블리싱이건 계약을 할 때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먼 실패한 부분이 많다. 계약에서는 문구 하나만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합의와 협의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세 번째는 생각만하고 실행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대표적으로 모바일이다. 모바일 붐이 일기 전인 지난 2009년부터 ‘지모컨’을 준비했지만, 결국 출시에 이르지 못했다. 그리고 책을 쓰는 작업들로, 언젠가 꼭 결실을 이루고 싶다.
네 번째는 다른 프로그래머들과 교류를 많이 못한 것이다. 회사 내부에만 오래 있다 보니 외부 활동이 적었다. 실제로 GDC(게임개발자컨퍼런스)도 가본 적이 없다. 여기에 회사 내부 직원들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점도 반성한다.
마지막 결론이다. 결론은 ‘나는, 우리는 왜 게임을 만드는가’다. 이를 규범(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구속(拘束)되고 준거(準據)하도록 강요되는 일정한 행동양식)으로 정의하고 싶다. 시장 규범, 공동체 규범, 자기 규범 등 이 안에서 밸런스를 찾아보면 어떨까 싶다"
 ▲ 김학규 대표의 ‘나의 개발자 인생 회고록’ 프레젠테이션 이미지
겜툰 임진모 기자
jinmo@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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