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처방전 없이 가족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제공한 의사에 내려진 자격정지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정형외과 전문의 A씨는 2018년 2월 3일 자택에서 불면증을 호소하는 처남 B씨에게 소지 중이던 졸피뎀 7정을 건넸다. 향정신성 수면유도제로, A씨 본인이 처방받았으나 소비하지 않은 분량이었다.
이후 2월 10일 A씨는 배우자 C씨와 부부싸움 중 손가락 골절 등 상해를 입혔으며, C씨는 이틀 뒤인 2월 12일 B씨가 소지 중이던 졸피뎀을 몰래 가져와 차량에서 복용하고 착화탄(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망한 C씨에 대한 경찰 조사 중 졸피뎀 제공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상해와 별개로 마약류취급의료업자인 A씨가 처방전 없이 소지 중인 약물을 가족에게 제공한 행위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해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내렸다.
A씨는 단순히 불면증이란 이야기만 들었을 뿐 적극적으로 진찰 하지 않았으며, 자택에서 보관 중인 약물을 가족에게 나눠준 행위는 사회 통념상 비도덕적 행위나 의료행위가 아니라며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4년여에 걸친 심리 끝에 "의료인인 A씨는 졸피뎀을 소지·취급할 수 있었고, 처남이 잠을 잘 자지 못한다는 '증상'을 듣고 수면유도제인 졸피뎀을 투약해보라고 문진·처방할 수 있었다"라며, "진료기록 없이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복약 지도 없이 졸피뎀을 제공했다면 의사로서 선량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은 물론 지위를 남용한 것임으로 사회 통념상 비도덕적 행위에 해당한다"라고 반박했다.
이어서 "졸피뎀은 오·남용 우려가 있고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며, "이를 임의로 반출해 의사 품위를 심각하게 손상하는 행위는 엄격히 제재해야 한다"라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자신이 처방받은 약을 같은 증상을 보이는 가족에게 주는 행위 자체는 사회 통념상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있지만, A씨가 의사고 약이 마약류인 졸피뎀이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라며, "의사라는 직책은 국민 보건과 생명을 맡는 만큼 큰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점이 다시 한번 강조된 셈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