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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만평] 블리자드 뒤흔든 여덟 글자, ‘광복홍콩 시대혁명(光復香港 時代革命)’
작성자 : 등록일 : 2019-10-14 오전 9:09:46


북미 게임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서비스 중인 카드 게임 ‘하스스톤’ e스포츠 대회에 참가 후 인터뷰를 진행한 선수 한 명을 제재했는데, 일이 커져 전 세계 게임 유저는 물론 자사 직원, 정계에서까지 비판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0월 7일 열린 ‘하스스톤 그랜드마스터즈’ 아시아 태평양 지역 대회에 출전한 홍콩 출신 프로 게이머 블리츠청(Blitzchung)은 경기가 끝난 후 중계진과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 방독면과 마스크를 쓰고 ‘광복홍콩 시대혁명(光復香港 時代革命)’을 외쳤다. 당시 중계진은 대화를 통해 “그 8글자를 말하고 인터뷰를 끝내자”라고 말하면서 책상 밑으로 고개를 숙였고, 블리츠청은 해당 문장을 언급했다.

이에 블리자드는 블리츠청에 대해 상금 회수와 대회 출전 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고 인터뷰를 진행한 캐스터와 해설 역시 해고했다. 이와 함께 ‘하스스톤’ 홈페이지 관련 공지 사항 댓글을 막고 게재된 중계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이어서 블리자드는 중국 SNS 웨이보(微博)를 통해 “이번에 경기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매우 실망했고 용납할 수 없었다“라며 “이런 방식으로 개인이 가진 정치적인 의견이 퍼지는 걸 반대하고, 해당 선수를 대회에서 퇴출, 해설진과 계약을 끝내면서 국가 자존심을 지키고 존중하려 한다”라고 게재했다.

중계진 해고가 논란이 되자 블리자드는 ‘부적절한 발언 조장’을 이유로 들었다. 블리츠청에 대한 징계도 논란이 됐다. 블리자드는 ‘2019 하스스톤 그랜드마스터즈 공식 경쟁 규칙’ v1.4, 12페이지, 섹션 6.1에 나온 “공공 평판을 떨어뜨리거나 그 일부 혹은 그룹을 불쾌하게 하는 행위, 블리자드 이미지를 손상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블리자드 단독 재량으로 그랜드마스터즈 배제와 함께 해당 선수 총상금을 0달러로 만들 수 있다”라는 규정을 징계 사유로 내놨다.

하지만 사건을 지켜본 유저 반응은 싸늘했다. 우선 해당 대회 규정 중 선수가 정치적 발언을 하는 데 대한 금지 사항이 없는 점이 문제였다. 일반적으로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스포츠 경기에서는 선수가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없도록 대회 규정이 존재하지만, ‘하스스톤 그랜드마스터즈’에는 관련 규정이 없었다.

다음으로 징계 수위가 높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블리자드가 세계 최초 지역 연고제 기반 e스포츠를 운영 중인 ‘오버워치’에서 대리 게임(다른 사람 계정을 대신 플레이)이라는 선수가 해선 안 될 행위를 한 선수에게도 최대 ‘4경기 출전 정지’를 최대 징계로 삼았고 ‘하스스톤’ 대회 중 ‘오토체스’ 대회도 함께 치른 선수는 처벌 없이 경고, 방플(다른 선수 경기 장면을 보고 팀원에게 정보 제공)헌 선수는 해당 대회만 실격에 그쳤는데, 블리츠청은 말 한마디로 1년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여기에 10월 9일 열린 ‘하스스톤 북미 대학 챔피언십’ 경기 생중계 중 아메리칸 대학교(American University) 선수들이 “홍콩에 자유를 블리자드는 보이콧(FREE HONG KONG BOYCOTT BLIZZ)”이라는 피켓을 들자 중계 화면을 상대 팀인 워세스터 폴리테크닉 대학(Worcester Poly)으로 돌리고 선수들에 대한 징계 없이 영상만 삭제하고 마무리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따라 북미 대형 커뮤니티 레딧(Reddit) 블리자드 부문에서는 블리자드를 비판하는 여론이 높아졌고, 블리자드는 공식 레딧을 잠시 폐쇄한 후 다시 열었다. 또한, 블리자드 직원 중 일부는 본사 앞 오크 동상 주위에 새겨진 회사 철학 중 “글로벌하게 생각하자(Think Globally)”, “모든 목소리는 중요하다(Every Voice Matters)”를 가린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고, ‘홍콩 민주화 운동’ 상징인 우산을 쓰고 찍은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하스스톤’ 해설자이자 TCG 전문가인 브라이언 키블러(Brian McCormick Kibler)도 SNS를 통해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징계는 누군가를 달래기 위한 처벌로 보인다”라며 ‘하스스톤 그랜드마스터즈’ 해설 하차를 선언했다.

미국 정계도 여야 상관없이 비판에 나섰다. 민주당 론 와이든(Ronald Lee Ron Wyden) 상원 의원은 “블리자드는 중국 공산당을 기쁘게 하려고 창피를 당할 수 있음을 보여줬는데, 어떤 미국 회사도 돈 몇 푼을 벌기 위해 자유를 향한 호소를 차단해서는 안 된다”라고 언급했고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상원 의원은 “이번 일은 현세대 미국 정치인이 전부 사라진 후에도 영향이 남으리라 본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일부 유저는 SNS에서 ‘#Blizzardboycott(블리자드보이콧)’을 해시태그로 달고 블리자드 게임을 삭제하거나 계정을 탈퇴하는 장면을 인증하기도 하고, ‘오버워치’ 속 중국 영웅인 ‘메이’를 주인공 삼아 국적을 중화민국으로 바꾸고 마스크나 우산을 쓴 그림을 공유하고 있다.





‘광복홍콩 시대혁명’은 2019년 6월 9일부터 홍콩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시위를 상징하는 말이다. 홍콩에서 중국으로 범죄자를 인도하는 송환법 반대로 시작한 시위는 홍콩 경찰이 진압을 격화하면서 차츰 열기를 띄었고 구호도 ‘반송중(反送中, 송환법에 반대한다)’에서 ‘홍콩 해방은 우리 시대 혁명이다’라는 뜻이 담긴 ‘광복홍콩 시대혁명’으로 바뀌었다.

홍콩 정부는 마스크(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제정하려 하고, 홍콩 경찰은 최루탄을 쓰거나 총을 발사하는 등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종된 시위 참가자가 홍콩 앞바다에서 알몸 시체로 발견되기도 하고, 홍콩 경찰에 의한 일방적인 납치, 폭력, 고문, 성폭행 등이 밝혀지면서 시위가 날로 격해져 국제 사회가 경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징계는 유저들로부터 블리자드가 핵심 가치로 삼은 “글로벌하게 생각하자”, “모든 목소리는 중요하다”와 ‘오버워치’ 캐릭터 레즈비언 ‘트레이서’, 게이 ‘솔저: 76’, 자폐증 환자 ‘시메트라’ 등을 통해 보여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 어떤 사안에 대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보는 태도)’에 반(反)하는 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블리자드 제이 알렌 브랙((J. Allen Brack) 대표는 “e스포츠 대회 후 인터뷰는 경기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여야 하지만, 블리츠청은 홍콩 상황에 대해 진술하면서 그거 사전에 인정하고 이해한 규칙을 어겼다”라며 “따라서 징계를 내렸으나 과정이 적절치 않았고 너무 빨리 반응한 감이 있어 출전 정지를 6개월로 바꾸고, 중계진에 대해서도 6개월간 출연 금지로 징계를 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이 알렉 브랙 대표는 “이번 징계는 블리자드와 중국 간 관계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았음을 명확히 하고 싶다”라며 “우리는 전 세계 관객을 위해 게임과 토너먼트에 집중하도록 하는 규칙을 갖고 있고, 만약 반대 의견이었다 해도 같은 결정을 내렸으리라 확신한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제이 알렌 브랙 대표는 “앞으로 블리자드는 공식 방송이 정치적, 사회적 의견을 내기 위한 플랫폼이 되지 않도록 규칙을 적용하려 한다”라며 “블리자드는 전 세계 유저가 정치적 견해, 종교적 신념, 인종, 성별에 상관없이 항상 편안하게 게임에 참여하고, 이를 즐기기를 바라기 때문이다”라고 역설했다.

중국 게임 시장은 약 34조4천억 원으로 세계 시장 1위 규모다. 전 세계 게임 시장 1/3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정부 허가권인 ‘판호’가 필요하고, ‘판호’가 없으면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다.

이처럼 폐쇄적인 중국 게임 시장에서, 블리자드는 중국 게임사 넷이즈와 협업해 2008년부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하스스톤’, ‘오버워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디아블로 3’ 등을 서비스 중이다. 모바일 신작 ‘디아블로 이모탈’도 협력 개발 중이고, 최근에는 액티비전-블리자드 FPS 게임 ‘콜 오브 듀티’를 모바일로 옮긴 ‘콜 오브 듀티: 모바일’을 텐센트와 협력해 제작, 서비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블리자드 처지에서 중국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다. 특히 2019년 상반기 아시아 태평양 지역 매출 약 4천7백억 원 중 대부분이 중국에서 나왔고, 영화 첫 도전인 ‘워크래프트’도 중국 개봉 첫 주 1,850억 원을 벌어 손익 분기점을 넘기기도 했다. 블리자드는 이번 징계가 “중국과 관련 없다”라는 공식 발표를 하기는 했지만, 유저 생각은 달라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블리자드는 그동안 게임을 통해 ‘정의’, ‘자유’ 등 인간 본연 가치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 유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라며 “그러나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는 말은 블리자드를 뒤흔들어 유저 기대와 어긋난 행보를 보이도록 하기 충분했다“라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겜툰 박해수 기자(caostra@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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