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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붕괴: 스타레일, 파이널 베타 체험기

작성자 :	등록일 : 2023-02-14 오후 6:02:55

호요버스는 개발 중 신작 '붕괴: 스타레일(이하 스타레일)' 파이널 베타 테스트를 2023년 2월 10일 시작했다. '스타레일'은 '붕괴' 시리즈 외전이자 다섯 번째 작품으로, 어드벤처와 턴제 전투가 혼합한 RPG다.

테스트가 진행된 플랫폼은 윈도 PC 및 안드로이드·애플 스마트폰이다. 개발사 전작 '원신'과 '미해결사건부'와 마찬가지로 공식 한국어 자막과 더빙이 제공되며, 정식 출시는 2023년 이내에 이뤄질 예정이다.

'스타레일'에서, 유저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으나 기억을 잃어버린 개척자가 되어 은하열차를 타고 우주를 여행해야 한다.

서사 완성도는 높은 편이었으나 전개 방식이 다소 불친절했다. 게임을 시작한 순간부터 고유명사가 여럿 등장한다. 맥락을 통해 이해할 수 있긴 하지만, 고유명사 등장 빈도가 높아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스토리 진행 과정이 잘 쓰인 학술서적을 읽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플레이 중 수집할 수 있는 각종 서적이나 아카이브를 통해 배경 설정이나 단어의미를 알 수 있도록 해주긴 하지만, 굳이 찾아서 읽어야 하는 시점에서 친절함과는 거리가 있다.

맵을 탐사하는 어드벤처 부분에서는 각종 오브젝트에 다양한 상호작용 요소를 넣어 필드를 꼼꼼하게 탐험할 계기를 제공했다. 예컨대 튜토리얼 후 가장 먼저 향하는 야릴로-VI 행성을 탐험할 때는 쓰레기통이나 우체통마다 다른 대화 로그가 마련돼 큰 보상이 없더라도 필드를 꼼꼼하게 둘러보게 됐다.

패러디·오마주 요소가 많아 서브컬쳐에 대해 잘 아는 유저일수록 어드벤처 파트를 재미있게 즐길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핵심 소재인 은하 열차부터 우주 공간을 달리는 열차라는 소재와 마스코트 캐릭터로 디자인된 차장에서 '은하철도 999'가 떠오르며, 특정 구역을 탐사할때는 자사 게임 '원신'에서 나오는 대사를 패러디하기도 한다. 일부 연출이 특정 일본 애니메이션과 유사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최신 게임인 만큼 그래픽은 호요버스 작품 중 가장 뛰어나다. 기존 게임들은 캐릭터와 모델링 사이에 괴리감이 있었으나 '스타레일'은 캐릭터 모델링이 일러스트와 비슷하게 구현돼 있다. 배경 묘사 역시 정교하다.

방문하는 행성마다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스타레일' 특성상 완성도 높은 그래픽 완성도는 뛰어난 게이밍 경험과 직결된다. 전투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하는데, 캐릭터 컷인이나 각종 연출이 화려하게 펼쳐지며 눈을 즐겁게 해준다.

'붕괴' IP에 속한 게임답게 기존 '붕괴' 시리즈에 출연했던 캐릭터들도 다시 등장한다. 그러나 캐릭터 설정이나 성격 등에는 차이가 있다. '붕괴 3rd'에서 무감정한 암살자로 묘사되던 브로냐가 '스타레일'에서는 처음부터 내면의 감정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식이다.

'원신'에 등장하는 라이덴 쇼군과 '붕괴 3rd'에 등장하는 라이덴 메이가 사실상 캐릭터 모티브만 빌려온 다른 인물인 것과 비슷하다. '붕괴 3rd'를 즐기던 유저라면 선호하던 캐릭터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고, 호요버스 작품을 이번에 처음 즐기는 유저라도 게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시각에 따라서는 검증된 캐릭터를 재활용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새로운 캐릭터들도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초반 동료인 Mar. 7th(마치 세븐스)는 과거를 잃은 이방인이라는 점에서 주인공 캐릭터와 공감하는 캐릭터로, 모난 데 없이 발랄한 캐릭터 성격에 더해 주인공을 이해해준다는 점에서 고유한 매력을 확보했다.

모든 캐릭터는 속성과 운명의 길로 분류된다. 속성은 여러 RPG를 즐긴 유저에게 익숙할 얼음, 번개, 바람 등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캐릭터 간 상성을 나누는 역할을 한다. 속성 간 상성은 없지만, 적 머리 위에'이 적은 어떤 속성이 약점이다'라고 표시된다.

운명의 길은 역할군에 가까운 개념이다. 운명의 길이 풍요인 캐릭터는 아군을 치유하고, 운명의 길이 파멸인 캐릭터는 적을 공격하는 식이다. 같은 운명의 길에 속한 캐릭터라도 완전히 동일한 역할을 하지 않는 등 속성과 달리 직관적인 시스템은 아니다.

사용하는 장비를 나누기 위한 범주라고 봐도 무방하다. 무기 역할을 하는 방추는 착용 제한은 없으나 특정 운명의 길을 지닌 캐릭터가 착용하면 장비 스킬이 개방되는 식으로 구현되어 있다.

파티 구성 시 운명의 길은 유저 취향에 맞게 배치할 수 있었다. 극단적으로 화력을 높여 빠르게 적을 제압할 수도 있고, 지원형 캐릭터를 다수 배치해 강한 캐릭터 하나를 최대한 활용하거나 풍요·보존 캐릭터 수를 늘려 안정성을 확보할 수도 있었다.

반면 속성은 다양하게 꾸리는 편이 유리했다. 같아 보이는 적이라도 약점 속성이 다른 경우가 있었고, 약점 실드를 빠르게 파괴하느냐 파괴하지 못하느냐가 전투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특히 보스나 강적 전투는 유효한 속성을 갖췄는지 여부가 중요했다.

전투는 턴제 방식으로 진행된다. 캐릭터별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3개뿐이며, 체력 외에 관리해야 할 자원이 사실상 없어 시스템 직관성은 높은 편이다.

모든 캐릭터는 기본 공격, 특수 공격, 필살기를 지니고 있다. 모든 공격에는 해당 캐릭터의 속성이 적용되며, 기본 공격으로 쌓이는 에너지를 1점 소비해 특수 공격을 발동할 수 있다. 캐릭터가 공격할 때마다 충전되는 필살기 게이지가 가득 차면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다.

필살기는 정해진 턴을 유저가 임의로 무시하고 발동된다. 한 캐릭터가 턴을 진행 중일 때 필살기 단축키를 누르면 턴 순서를 무시하고 필살기를 발동한 캐릭터 턴으로 이행하며, 이후 어떤 대상에게 필살기를 발동할지 확인할 수 있다.

필살기 시스템은 전략적으로 사용할 여지가 있는 시스템이었다. 적이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기 전에 Mar.7th 필살기를 발동해 적을 얼려 위기를 넘기고 그사이 아군을 치유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었다.

턴제 전투 특성상 '붕괴 3rd'나 '원신'과 비교해 모바일 환경에서도 무난하게 조작할 수 있었다. '붕괴 3rd'는 정교한 액션을 위해 PC 버전이 별도 출시된 바 있고, '원신'은 모바일 조작 특성상 활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캐릭터를 조작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스타레일' 은 턴제 RPG로, 조작이 복잡하지 않은 만큼 전략 구상만 잘 되어있다면 플랫폼과 무관하게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필살기를 적절한 순간에 발동해야 하는 순발력을 요구하기는 하지만, 턴이 진행되는 중에만 발동하면 되기 때문에 난도가 높지는 않다.

그런 만큼 전투가 중간에 끊기더라도 큰 문제가 없었다. 기존 호요버스 게임은 대중교통 등 상황에서 플레이 중 게임 플레이가 끊기면 클리어 타임이나 기술 연계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었으나, '스타레일'은 환승할 때 스마트폰 화면을 끄고 다른 차량에 탑승해 다시 켜더라도 전투에 불이익이 없다.

그러나 캐릭터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적다는 점은 전투를 단조롭게 만들고, 이는 튜토리얼 지역인 헤르타를 벗어난 뒤 부터 거의 모든 전투를 배속이 적용된 자동 전투로 진행하게 되는 원인이 됐다.

속성이 중요한 RPG에서는 한 캐릭터가 여러 속성 기술을 익히는 상황이 흔하다. 불 속성 캐릭터가 약하더라도 바람 속성 기술을 익혀 적 약점을 찌르거나, 지원형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낮은 등급의 치유나 버프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 응급처치에 동원되는 경우다.

'스타레일' 캐릭터들은 그런 면에서 역할이 상당히 경직돼 있다. 결국 기술 조합이나 속성으로 적을 상대하기보다는 상성을 어느 정도 무시할 수 있는 고화력 캐릭터에 버프를 주고 버티며 적을 상대하게 됐다.

정식 출시 후 캐릭터 풀이 늘어나고 적 종류가 더 늘어난다면 수동 턴제 전투의 재미가 살아날 수도 있었지만, 파이널 베타 테스트 버전 기준으로는 전투가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다. 더 재미있는 콘텐츠인 스토리와 필드 탐험을 즐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숙제라는 느낌이 강했다.

로그라이트 콘텐츠인 시뮬레이션 우주에서도 전투는 단조로웠다. 대신 전투 콘텐츠와 무관한 부분에서 재미 요소를 제공했다. 시뮬레이션 우주는 가상 공간을 탐색하고 전투를 반복하며 랜덤하게 등장하는 강화 효과를 축적할 수 있는 콘텐츠로, 원하는 강화 효과를 모아 자신이 원하던 빌드를 완성해 나가는 로그라이트식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진척도가 오를수록 공개되는 게임 세계관을 더 깊이 탐구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스타레일'에서는 주인공을 앞에 두고 NPC들이 자신들만 아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뮬레이션 우주에서 제공되는 세계관 설명은 유저도 그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붕괴: 스타레일'에는 그동안 호요버스가 여러 서브컬쳐 게임을 서비스하며 축적한 노하우가 녹아들어있다. 특히 그래픽과 서사, 유머 요소 등이 기존 작품보다 발달하며 서브컬쳐적인 매력이 올랐다. 소소한 요소이나 더빙과 입 모양을 맞춰줬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단점을 꼽자면 전투가 질리기 쉽다는 점이다. 턴제 전투는 무난하게 잘 설계되었으나, 온라인 게임이라는 특성상 반복 전투가 많아 결국 유사한 전투를 무한히 반복하게 되었다. 전투를 통한 성장이 그리 뚜렷하지 않은 작품인 만큼 전투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다행히 '붕괴: 스타레일'은 정식 출시된 게임이 아니다. 1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에서 2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 그리고 이번 파이널 베타 테스트로 넘어오며 변화한 모습들을 생각하면 정식 출시 단계에서 전투 시스템이 개선되거나 테스트 단계에서 공개되지 않은 콘텐츠가 전투 시스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충분하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