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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왜?+] 왜, 그들은 갈라설 수밖에 없었나
작성자 : 등록일 : 2015-02-02 오후 3:03:00


# 2012년 6월, 국내 게임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 동안 국내 게임 시장의 영원한 라이벌이었던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지분 교환을 했기 때문이었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인 김택진 대표의 지분 14.70%를 8045억 원에 인수하면서,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가 됐다. 사실상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자회사가 되는 모양새였지만, 넥슨은 대외적으로 ‘전략적 제휴’라고 밝히며 지금까지 기업을 굴지의 게임 업체로 끌어올린 김택진 대표의 공을 높이 사 경영권을 보장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두 회사의 결합은 글로벌 게임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결합이며, 어느 회사가 어느 회사를 콘트럴하게 되는 종속적 결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당연히 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전략적 결합’이라고 평가했다. 넥슨은 지분을 사며 거액의 투자를 했고, 그렇게 생성된 거액은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제 3의 글로벌 게임사를 인수하기 위한 이른바 ‘총알’로 쓰인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국내 게임 시장을 만들어 낸 거장들의 대승적인 만남에 박수를 보냈다. “글로벌 게임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결합으로, 명실공이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는 고무적인 반응이 나왔다.

# 2014년 10월,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주식 8만 8806주(0.38%)를 추가로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총 지분율은 15.08%.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기준인 15%를 넘기는 것이었다. 엔씨소프트 측은 넥슨의 추가적인 주식 취득이 자신들과의 협의 없이 이루어졌다며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고, 넥슨 측은 추가적인 투자를 위한 부분이라며 강제적 M&A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 2015년 1월 27일, 넥슨은 공시를 통해 엔씨소프트의 지분 보유 목적을 기존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꾼다고 밝혔다. 추가적인 지분 매입을 실시하며 강제적 M&A에 대한 ‘설’을 부인한 지 3개월 만에 경영참여를 발표한 것이었다. 넥슨 측은 “최대주주인 만큼 행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고, 엔씨소프트는 “경영 방침이 다른데다 당초 경영권을 보장하겠다고 한 것인데 이는 약속과 다르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경영권 참여를 선언한 것은 2015년 게임 시장을 그야말로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야말로 대승적이었던, 국내 게임 시장뿐만 아니라 IT업계를 달궜던 김정주 회장과 김택진 대표의 ‘뜨거운 만남’이 결국 비극적 결말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사실,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생겨난 자금이 어떻게 쓰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추측들이 있었다. 통상적으로 다른 게임사들의 M&A의 경우 최대주주가 되면 해당 회사의 경영권을 최대주주가 갖는 형태가 되고, 주식을 넘긴 창업주나 전임 대표 등은 회사에서 물러나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새로운 최대주주의 사업 방향에 걸림돌이나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넥슨은 김택진 대표의 지분을 인수하고 최대주주가 되면서 이례적으로 경영권에 대해 절대 보장을 해 주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리고 김택진 대표는 넥슨과의 주식 거래를 통해 자신이 확보한 자금을 고스란히 투자해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함께 계획하는 글로벌 게임 기업의 인수와 세계 시장에서 경쟁이 가능한 브랜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때문에 당시 두 회사의 결합 이후 업계는 어떤 글로벌 게임사를 인수를 하게 될지에 대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후 수많은 ‘설’들이 나왔지만,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회장은 이전과 같이 두문불출하며 어떤 게임사를 인수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저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은 ‘물밑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마비노기2를 통해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게임 개발으로의 결합을 꿈꿨다. 하지만 넥슨과 엔씨소프트 내부의 불만만이 터져 나왔다.


그렇다면 수천 억 원의 자금을 들고 글로벌 게임사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은 어떻게 진행이 된 것일까. 넥슨과 엔씨소프트, 그러니까 김정주 회장과 김택진 대표는 세계적 게임사인 EA를 인수하려 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단숨에 글로벌 게임 시장 1위 업체로 발돋움을 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계획도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가기 시작했다. 넥슨은 일본법인 대표로 오웬 마호니 전 EA수석 부사장을 포섭해 EA이사진을 설득하는 등의 밑그림을 그렸다. 엔씨소프트는 막대한 양의 자금을 앞세워 EA측의 매각 의도를 파악했다. 넥슨이 일본 상장을 성공하며 막대한 실익을 거둠과 동시에 EA인수는 사실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인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EA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던 이사진들의 반대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동양인들에게 ‘게임의 본고장’인 미국의 양대 게임사 중 하나인 EA를 넘길 수 없다는 순혈주의가 강했다. 막대한 자금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임에 틀림이 없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EA인수를 위해, 글로벌 게임사의 인수를 위해 의기투합했던 두 대표의 믿음과 신뢰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EA대표직에 김택진 대표가 오르기로 합의를 보고 넥슨에 최대주주 자리를 내주며 엔씨소프트가 경영권을 보장받는, 어찌 보면 ‘EA인수’가 기본적인 필요충분조건이었기 때문에 EA인수가 불발로 그치자 ‘약속’의 의미가 희석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후 방향을 틀어 벨브사를 인수하는 것 또한 검토가 되면서 루머가 나왔지만, 구체화 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어떻게든 ‘한 지붕 두 가족’을 한 것에 대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만 했다. 때문에 ‘무리수’를 둔 것이, 두 회사와 ‘돈독했던’두 대표의 미래를 갈라서게 만들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대외적으로 ‘결합’의 시너지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천명했던 부분은 글로벌 게임사의 인수가 아닌, 프로젝트 팀이 구성된 ‘협업’이었다. 콜라보레이션이라는 말이 당시에는 게임사의 화두가 될 정도로-마치 그것이 위기에 처한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을 구할 키워드였던 것처럼-두 회사의 협업을 통한 프로젝트는 단연 화제가 되었다.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나왔던 두 회사의 ‘협업’프로젝트는 마비노기2였다. 하지만 맹점이 있었다. 넥슨의 간판 산하 스튜디오인 데브캣 스튜디오가 진행하고 있는, 그리고 그들의 간판이자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의 후속작인 마비노기2라는 브랜드에 완전히 성향이 다른 조직의 색이 입혀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엔씨소프트와 뒤늦은 협업이 결정된 이후에는 이미 어느 정도 완성도가 올라온 상황이었다.

연이은 프로젝트들인 메이플스토리2 등에 대한 공동개발도 진행되었지만 이 또한 사실상 무산되면서 두 회사의 물리적, 화학적 결합은 좌초에 부딪혔다. 이 또한 두 회사가 개발을 함께 공유할 수 없다는 결말이 나오면서 엔씨소프트로 파견되었던 넥슨 개발팀은 허송세월을 하다 결국 본사로 복귀했다.

“2012년 마비노기2와 메이플스토리2 등 넥슨이 개발을 진행하고 있던 굵직한 프로젝트에 대해 엔씨소프트와의 협업 개발 진행이 지시되었다. 2014년 1월 프로젝트 실패를 선언하기 전까지 수많은 검토와 논의가 이루어졌었지만, 기업문화와 철학, 그리고 게임 개발을 진행하는 과정의 기술적 공유 등을 진행하기에는 너무 큰 괴리감이 있었다. 특히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최고 개발자들에게 있어서는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행위임에 틀림이 없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물과 기름처럼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엔씨소프트 사업 관계자의 말이다.

△ ‘게임’으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인 김택진 대표와 ‘사업성’을 먼저 생각하는 김정주 회장은 성격부터가 맞지 않는 이들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결국 거액을 들여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그 어떤 것도 결과를 얻지 못한 넥슨 측, 즉 김정주 회장의 심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의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는 허울 좋은 최대주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 된 것이었다. 특히 김동건 실장을 위시한 데브캣스튜디오의 개발진들이 경영진 측이 엔씨소프트와의 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마저 ‘프로젝트 실패’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 것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에 내부적인 불만마저 심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때문에 김정주 회장과 김택진 대표가 회동을 하거나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원래의 목적’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과거의 약속은 무의미한 상황이 되었다. 경영권에 간섭하지 않고 건강한 협력을 진행해 게임 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겠다는 결의는 ‘한물 간’이야기가 된 것이었다.

특히 ‘사업적 수완’이 뛰어난 김정주 회장이 떨어지는 엔씨소프트의 주식에 꾸준히 불만이 쌓였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일정상 예정되어 있던 게임들이 출시가 이루어지지 않으며-대형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는 엔씨소프트의 사업적 특수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사업 전개에 대한 부분이 문제가 있다고 바라봤던 것이다. 대승적이었지만 어쨌든 결과를 내기 위해 투자를 단행했던 김 회장이었던 만큼 이런 불만을 감내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결국 투자의 결과물을 손에 넣지 못한 넥슨 측이 27일 경영참여를 선언하기에 앞서 지난 22일 넥슨 측 인사를 이사에 등재시키는 방식을 엔씨 측에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엔씨 측이 이를 거부하고 김택진 대표의 부사장인 윤송이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친정 체제를 굳히면서, 넥슨의 경영권 참여 발표가 이루어졌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관계는 이제 악화일로가 이어지고 있다. 항간에서는 현재 악화되어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유일한 길인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회장이 이메일 등을 통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동안 켜켜이 쌓여 왔던 불만들과 원래의 목적을 상실한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회장의 협의가 결렬되면서 넥슨 측은 곧바로 경영참여를 선언했다는 것이다.

현재 돈독했던 김정주 회장과 김택진 대표를 둘러싼 시각은 이제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로 쏠려 있다. “경영참여 선언은 협력을 위한 조치”라는 넥슨과,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꼴”이라고 표현하는 엔씨소프트의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다가오는 3월 대표이사 임기 마감과 함께 열리는 주주총회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당장 여러 현실적인 복잡한 실타래가 얽혀 있는 만큼 넥슨이 엔씨소프트를 적대적인 M&A를 통해 강제적으로 인수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형제처럼 돈독했던, 서울대 공대 1년 선후배로 30년간 우정을 키워 왔던 ‘파트너’는 회사의 경영권을 앞두고 첨예한 감정싸움의 가능성까지 안고 있는 상황이 된 것만은 명확한 사실이다.

동반자에서 먹고 먹히는 경쟁자가 된 김정주 회장과 김택진 대표. 국내 게임 산업이 낳은 기린아들의 관계와 그 종착지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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