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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우리는 어쩌다 중독드립에 빠졌나- 2부

작성자 :	등록일 : 2010-12-10 오후 3:40:54

지난 11월은 국내 게임업계의 ‘축제’와 다름이 없었다. 게임업계는 물론 일반인들과 인터넷&디지털 문화콘텐츠 사업을 진행하는 업계의 이목은 단연 부산으로 쏠렸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10 때문이었다. 역대 최대 규모, 다양하고 많은 신작들의 공개, 국내 최초로 대작들의 일반인 시연 버전이 공개되는 통에 부산에 그야말로 엄청난 게이머들이 몰렸다.

행사기간 동안 몰려드는 게이머들을 보며 게임업계는 명실 공히 지스타와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의 중흥의 바람을 이야기했고,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지스타를 ‘문화콘텐츠의 도시’부산의 아이콘으로 키워냈다는 자부심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런 ‘축제 분위기’에 그야말로 ‘초를 치는 드립’이 들려왔다. 바로 지스타 시작 바로 전 한 중학생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그 죄책감에 자살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모친을 살해한 이유는 ‘엄마가 게임을 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게임중독이라는 단어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었다. ‘진지한’일간지들과 방송사에서는 지스타의 폭발적 흥행을 보도하면서 그 일면에 게임중독 때문에 중학생이 모친을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지스타 현장에 청소년들은 무분별하게 게임중독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게임이 주는 아름다움과 감동, 재미가 주는 경쾌함과 즐거움을 주목하기보다 게임중독부터 걱정하는 시대. 재미있는 게임이 등장하면 그 재미와 콘텐츠의 훌륭함, 우수성을 주목하기보다 그것이 어떻게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만 주목하는 시대. 겜툰은 문화콘텐츠로써 그 훌륭함을 이루 말할 수 없는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왜 사회적으로 마약과도 같은 취급을 하며 청소년들을 피폐하게 만드는 주범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는지를 다뤄 보았다.

자, 우리는 어쩌다 ‘중독드립’에 빠지게 된 것일까.

밀레니엄을 넘어 2010년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문화와 감성의 시대로 세상이 움직이고 있다. 세계를 호령하는 선진국들은 디지털과 스마트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많은 이들의 마음을 매료시키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이런 것들을 쫓아 ‘재미’에 대한 추구를 하려하고 있다. 인간의 기본적인 행복 추구 권리인 재미를 찾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만 어떤 것이든 지나치면 모자람보다 못하는 법.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문화콘텐츠 산업인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지 않다. 여러 사회적 현상과 게임이라는 존재의 이유와 가치에 대한 조명은 무시되고 오로지 ‘중독’이라는 자극적인 단어가 낳는 사건 사고를 이야기하는 데에 현 사회는 혈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 문화부와 여성부는 최근 게임개정안을 제쳐두고 16세 미만의 12시 이후 강제 게임 금지를 하게 만드는 이른바 ‘신데렐라법’통과를 결의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의 열풍에도 그 열풍에 스마트폰 게임을 자유롭게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었다.

지난 5월. 국내 언론에는 ‘온라인게임이 산모와 아기 살리다’라는 이름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내용인즉슨, 한 온라인 게임의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인천에 거주하고 있는 산모가 과다출혈로 인해 급히 수혈을 해야 하는데, 해당 산모의 피가 희귀해 동생이 게임의 게시판을 통해서 수혈을 도와 줄 사람을 찾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사연을 들은 게임 유저들이 서로 사연을 알리기 시작해 수혈자를 긴급히 찾아 산모와 아이의 생명을 살렸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이 기사는 “재미와 스트레스 해소라는 본연의 역할 이외에 온라인게임 이용자들은 스스로 사회성을 익히고 자정 작용을 배울 수 있는 배움터이며, 이번 미담은 온라인 게임의 순기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는 업계 관계자의 인터뷰로 마무리 지어졌다. 그의 말처럼 언뜻 보면 온라인 게임의 순기능이자 장점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도 있을 만한 기사였다.

물론 아예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온라인 커뮤니티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의 장점이 발휘된 사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이런 미담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본연의 목적을 대변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과연 이런 일이 온라인게임 사이트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있을까’라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우연히 일어난 일 중 하나였다는 점이라고 단정 지어 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온라인 게임의 장점을 한 사례로 대변하고 있다는 듯이 말하고 있는 것은 자칫 위선으로 보이기까지 할 수 있다.

△ 대형 포털에서 게임중독을 검색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수준으로 기사가 등장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기사가 부각이 되는 것일까. 그것은 역시 상대적으로 시민사회는 물론 많은 언론과 미디어가 ‘게임중독’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이슈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도구와 방법으로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사회에 뿌리 깊게 박히고 있는 ‘게임=중독’이라는 공식을 타파하기 위한 업계 나름대로의 ‘몸부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적으로 고개를 끄덕거리게 하는 미담을 소개함으로써 게임이라는 것에 대한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함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으로는 본질이 호도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조금도 호전시키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소위 ‘언 발에 오줌누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왜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지는가,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들이 게임에 과몰입하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것을 막기 위한 효율적 대안과 대책, 혹은 올바른 게임 이용 등에 대한 이야기는 없이 ‘게임을 하면 성적이 떨어지고 피폐해지며 난폭하게 변한다’라는 부분만 부각하고 있으니, 불과 10년 전에는 게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던 시민사회에서 심각한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업계도 그에 대응해 ‘훈훈한 이야기’로 게임의 이미지를 더욱 좋게 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미담이 효과를 보기에는 너무나 게임중독이라는 ‘드립’이 국내를 강하게 장악하고 있으며, 또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문화콘텐츠라는 존재는 양날의 검. 과하면 명백한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로 남는 것이 사실이지만 적당히 즐기면 인간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해 주고 행복의 깊이를 더하게 해 주는 존재가 된다.

하지만 현재의 게임이라는 존재는, 서서히-실제로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사람을 피폐하게 만들고 청소년들을 타락의 구렁텅이로 떨어뜨리는 마약과도 존재로 굳어지고 있다. ‘수출강국’대한민국의 21세기 디지털 산업의 주축인 게임 산업을 국가에서는 범죄행위 취급을 하며 규제하고 근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명백하게 잘못된 일임에 틀림이 없다.

△ 에듀테인먼트 게임만이 게임의 순기능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아무리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게임이더라도, 어떻게 즐기는가에 따라 그것이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는 상황은 업계와 정부가 적절히 나서 원활하고 자연스러운 청소년들의 게임 생활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맞는 일이다. 해로운 면이 있다고 해서 근절을 시키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라 할 수 없다. 분명히 대안은 있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지만, 현재는 ‘게임중독’이라는 이름 아래 자극적인 언급을 하는 것으로만 점철이 되어 있다.

또, 업계 또한 돈벌이를 위한 수단은로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19세 이상, 성인등급의 게임을 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채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라는 태도로 사회적 현상이 벌어지는 것을 방조하고 있다.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은 채 게임중독이라는 ‘드립’을 사회에 만연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학업 못지않게 청소년들의 사회 활동과 대외 활동,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동아리 활동이라든가 써클 활동, 그리고 운동 등과 더불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사회에 나가기 전에 체험하고 그것을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하고 또 즐길 수 있는가에 교육의 역점을 둔다. 성공한 ‘사회인’보다 올바른 인성교육을 통한 ‘인간’을 만드는 것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청소부와 친구처럼 지내며 매일 아침 악수를 할 수 있는 장면이 연출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런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한창 활력을 발산하고 소중한 추억을 쌓아야 하는 학창시절을 보내는 청소년들의 ‘에너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은 여기에 있고, 온라인 게임이라는 문화를 만나 그곳으로 자신의 감성과 이성을 적극적으로 접속시키는 것은 여기에 있다.

물론, 이렇게 게임을 찾는 청소년들을 ‘올바른 게임 생활’로 인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가능케 하는 ‘어른들의 의지’다.

△ 청소년들이 얼마나 순수하고 밝은 존재인지는 직접 경험해 본 사람들이 아니라면 모른다. 2009년 게임창작 워크숍에 참여했던 네오위즈게임즈 임직원들은 ‘청소년들의 인식을 바꾸게 된 계기였다’라고 술회했다. 게임을 어떻게 이용하게 하는가, 에 따라 그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게임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재미와 그 존재를 떠나, 게임에 대한 순기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많다. 일례로, 소방방재청 국립방재교육원에서 일반인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재난 안전교육을 위해 올해부터 온라인 게임 콘텐츠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온라인 게임을 통해 일반인들이 심폐소생술법, 안전사고 발생 시 대처요령, 소화기 사용방법 등의 내용을 스스로 학습하고 평가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또, 과거 우리은행에서는 새로 만든 차세대 시스템(은행의 각종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신시스템)을 전 행원이 쉽게 익히기 위해 등산을 소재로 한 게임을 개발하기도 했다. 본점과 전 지점의 행원들은 새로운 시스템의 단말 조작을 게임을 통해 쉽게 익히고 대고객 서비스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밖에 수많은 에듀테인먼트 게임들, 또 게임으로 인해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들을 보고 있노라면 중독과 피폐함으로 쩔어 있는 게임이라는 것에 대한 재고가 충분히 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여기서 말하는 ‘우리’는 게임을 하는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을 바른 길로 선도해야만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는 ‘어른들’을 말하기도 한다-게임이라는 것이 청소년들에게 진정한 행복 추구권을 누리게 하는 매개체라는 것을 알게 할 수 있으며, 보다 폭 넓은 인간관계와 또 다른 사회에 대한 경험 등 다양하고 유익한 체험을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즐거움을 누리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 줄 수 있다. 게임 산업의 미래와, 21세기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이 나라의 미래인 청소년들을 행복하고 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게임중독’이라는 드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과 게임업계. 이 드립을 없애는 것은 모두의 의지에 달려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철과 같은 의지. 그것이 필요한 때다.

겜툰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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