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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INSIDE 17화- 왜 말을 안 들을까?

작성자 :	등록일 : 2011-03-24 오후 12:30:35

‘말이 안 통하는 경우’처럼 답답한 것이 또 어디에 있으랴. 명확하게 자명한 사실을 이야기하는데도 불구하고 소귀에 경 읽는 경우가 생긴다면 가슴을 까뒤집고 울분을 토하며 설득을 시키고 싶은 정도의 심정이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A를 A라고 하는데 B라고 바득바득 우기는 상대와 이야기를 한다손 쳐 보라!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 장탄식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입장은 어떨까. A는 A가 맞다. 그런데 B가 될 수도 있다.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A는 A니까 헛소리 하지 말라고 꼬치꼬치 따진다. 듣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답답하고 근시안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결국은 두 사람은 기차화통을 삶아먹은 수준의 고성을 토하며 ‘이 답답한 인간아’를 외치게 될 것이다.

‘서로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서로 복장이 터지도록 답답해한다는 것이다. 본인들이 보기에는 서로 답답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만큼 복장을 쥐어뜯지 않을 수 없다. 또, 서로의 사정을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한다는 것이 이들을 서로 답답하게 만드는 요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사정을 알리는 데도 종국에는 답답해 할 공산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지만 말이다.

왜 갑자기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를 이야기 하냐고? 종종, 때때로, 그리고 매우 자주, 게임사와 유저들 사이에서 ‘서로의 사정을 모르고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특히, 유저들은 게임사를 답답해하고, 게임사는 기다리지 못하는 유저들을 안타까워하는 일들이 매우 많다.

자, 왜 유저와 게임사들은 ‘왜 서로’답답해하고 있는 것일까. 왜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지는 않을까.

재미있게 잘 굴러가고 있는 게임들에 대해 유저들은 불만을 가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할 수 있다-물론 인기 게임들이라고 해도 유저들의 불만이 나오지 않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으나-단순히 게임이 인기가 있는 게임들이 아니라, 운영과 서비스, 그리고 콘텐츠적인 부분까지 모두 유저들에게 ‘게임이 잘 굴러간다’라는 느낌을 줘야만 유저들에게서 불만을 사지 않을 수 있다.

때문에 어찌 보면 인기가 있는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유저들에게 갖은 욕과 불만을 듣는 경우는 종종 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인기 게임인 만큼 그 욕을 다 들어먹으니 그야말로 장수할 게다). 하나의 게임이 만인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는 법. 호불호가 갈리는 것과 게임에 대한 평가가 여러 갈래로 갈리는 것은 그것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런 경우 때문에 유저들이 게임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지는 않는다. 단순히 게임에 불만이 있거나 게임이 재미가 없는 경우라면 그냥 게임을 하지 않으면 된다. 선택은 유저들의 몫이니까. 문제는, 신나게 게임을 하고 있는데 해당 게임에서 문제가 발생되거나 혹은 게임을 ‘하다 보니’문제가 생기는 등 게임을 즐기는 도중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자신이 하기 시작한 게임에 적지 않은 것들을 투자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황금과도 같은 시간을 지불하는 것이며, 게임에 빠지다 보면 일정량의 돈을 지불하기도 한다. 시간과 돈 등 유, 무형의 것들을 지불하고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즐기고 몰입함으로써 쾌락을 사는 것이다. 유저 자신이 투자한 그것에 반해 정당한 쾌락의 대가를 받지 못하면 당연하게도 유저들은 불만을 제기한다. 어떤 물건을 구매했는데 정당한 구매의 대가를 받지 못해 불만을 풀어내고 해당 브랜드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는 일상적인 경우와 마찬가지인 셈이다.

△ 유저들 입장에서는, 오토마우스를 하나 차단하는 데 뭐가 그리 어려울까 싶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해도 듣지 않는 유저들이 야속하고 답답하다.

해당 콘텐츠나 물건에 대한 가치비용을 지불하고 대가나 상품을 취했을 때 사용자들은 언제나 그 대가가 반드시 비용에 비례하는, 혹은 더 뛰어난 수준의 성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성능을 보기 전까지 쉽게 대가에 대해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온라인게임도 마찬가지다. 불만이 있다고 해서 내가 투자한 만큼의 대가를 얻지 못하면 쉽게 포기를 하지 못한다.

물건을 구매하고 그에 대한 불만을 갖게 되는 경우와 온라인 게임이 다른 점은 바로 온라인 게임은 ‘수정’이 가능한 온라인 콘텐츠라는 점이다. 패키지 게임들의 경우도 추가 확장팩 패치나 온라인 패치 등으로 문제나 버그 등을 수정하는 A/S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만큼은 아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유저들도 이것을 알고 있는 만큼 불만이 생기면 당장 그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기 마련이다.

유저들 입장에서는 그렇다. ‘왜 빤히 문제가 되고 있는 걸 고치지 않는 거지?’라는 것이다. 게임 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가 분명히 밸런스나 콘텐츠를 즐기는 데 방해가 되고 있는데 왜 당장 수정을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명백하게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경우는 게임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수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유저들 입장에서는 당장 수정에 나서지 않는 게임사와 개발사가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시간이라는 무형의 대가에 이어 돈이라는 유형의 대가까지 지불했다면! 유저들의 이런 불만은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만큼 재빠르게 움직이지 않는 게임사, ‘말이 통하지 않는’게임사가 답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임사들, 개발자들도 다 알고 있다. 어떤 문제가 게임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 명색이 그들도 한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크리에이터들이다. 게임 하나 만들었다고 해서 놀고먹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고 수정사항이 생기고, 또 이후의 새로운 세계에 들어갈 것들을 꾸준히 개발하고 연구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 게임들이 더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일단,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밥을 벌어먹을 수 없다-유저들이 문제가 있다고 아우성을 치지 않아도 익히 게임 내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아주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곧바로 수정하고 개선하지 않아 유저들을 답답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게임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트러블들과 문제들이 유저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쉽고 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이라는, 유저 한 명의 행동이 나비효과와 같이 다른 유저와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에서 어떤 문제라도 단칼에 해결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없다. 이것이 어떤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키는-경제, 전투 밸런스, 캐릭 간 밸런스, 세계관, 유저 간 밸런스 등등-것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문제를 직면했다고 해서 그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손꼽히는 기대작이었던 헬게이트 : 런던은 유저들이 보기에 ‘뭐 그리 어려운 것이냐’라는 문제의 패치로 인해 결국 인기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

A라는 아이템이 밸런스를 해친다고 해서 A라는 아이템의 효과를 무턱대고 없애버리거나 다운그레이드 시킨다면, 그 파급 효과는 전투 밸런스와 사냥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고 또 A라는 아이템을 사고파는 게임 내 밸런스에도 문제가 생긴다. 뻔히 어떤 존재가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알고는 있지만 그것을 확실히, 단칼에 해결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살아있는 콘텐츠’인 온라인게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게임사와 개발사가 입버릇처럼 ‘데이터를 모을 시간이 필요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속 시원하게 유저들의 가려운 곳을 ‘대책 없이’긁어 주었다가는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내게 하는 경우가 십상이다.

그렇다면 왜 게임사는 이런 뻔 한 문제들을 야기한 것일까. 유저들이 게임사들에게 말하는 단골 멘트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 자명한데 예상하지 못했느냐, 무능한 것 아니냐’라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만약 정말 바보들이라면 구제할 방법이 없지만-게임 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이상 모든 문제들을 완벽히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물며, 그것을 사전에 모두 방지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은 또한 어떠랴!

“그렇게 쉬울 것 같으면 니가 한 번 만들어봐라, 라는 말이 가끔씩 나올 때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프로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우리들의 직업관과 프로페셔널 정신을 모독하는 일이 되겠죠. 하지만 계속해서 서비스가 되고 있는 살아 있는 게임인 온라인 게임의 콘텐츠를 수정하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아요.” 엔씨소프트에 재직 중인 모 개발 스튜디오 실장의 이야기다.

게임사와 유저의 사이는 결코 멀다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깝다고 할 수도 없는 사이임에 틀림이 없다. 게임사가 하는 일을 유저들은 거의 대부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나 개발자 또한 유저들의 심정을 100%이해하고 있다고 말하긴 힘들다. 인간이란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게임사와 유저들인 만큼 서로에 대해 완벽한 이해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어쩔 수 없이 앞으로도 유저들은 뻔 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게임사를 탓하고 게임사는 왜 안 되는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수정만을 강력하게 요청하는 유저들을 야속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방법은 없다. 서로의 사정을 정확히 모르고 또 알고 있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을 납득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완곡하게 있어야 한다고는 하지만 아마 그것이 100%실현되기란 어려운 일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며 기다리고, 또 최대한 서두르며 살아가는 게임 세상. 유토피아적인 이런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