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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미연시게임의 역사] 2부-‘미연시’가 세상에 자리를 잡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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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
등록일 : 2008-10-17 오후 1:55: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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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오후는 어덜트게임들과 미연시게임들의 경계를 확실히 나누는 하나의 큰 전환점이자 계기가 되었다. 맹목적으로 여성의 선정적인 2D그림을 보기 위한 게임은 어덜트 게임으로, 그리고 천사들의 오후를 기점으로 어드벤처성이나 스토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게임들은 미연시게임으로 분류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천사들의 오후에 상당히 많은 인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이 게임은 당시 게임업계에 등장하고 있던 게임들의 비주얼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1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여성의 외모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게임이었던 어덜트 게임에서도 비주얼이 굉장히 이상했는데, 천사들의 오후에서 비로소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볼 법한 제대로 된 디자인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다른 게임들에도 영향을 끼쳤다. 물론 천사들의 오후는 그림을 보는 재미가 아닌, 글을 읽고 주인공의 감정을 느끼는 데에 많은 재미가 있었지만.
 △ 스퀘어(현 스퀘어에닉스)의 86년 발매작 알파(ALPHA). 주인공인 크리스(クリス)의 매력에 많은 미소녀 게임 유저들이 열광했었다
80년대 초반 어덜트 게임들이 쏟아져 나온 데에는 당시 이런 게임들에 대한 규제 등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에 있다. 문화 콘텐츠 전반적인 분야에서 아직 기초 법안이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게임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무슨 표현이든 다 된다’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되짚어 보건데, 기술력과 표현력이 발전한 지금보다 80년대 초반 등장했던 게임들은 정말 위험한(?) 표현을 모두 내포한 게임들이 다수 등장했었다. 아마, 어린아이를 이렇게 저렇게 한다는 내용의(?), 위험하기 짝이 없는 로리타 신드롬 시리즈 역시 그런 일환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규제 등이 없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발전 속도도 굉장히 빨랐다. 천사들의 오후가 등장하고 난 뒤 80년대 초반을 넘어선 중후반에는 그 어떤 하드웨어보다 등장 캐릭터에 음성을 삽입하는 등의 게임 콘텐츠적인 발전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어덜트 게임과 미연시 게임이 본격적으로 갈라기 시작하는(물론 노출 신이라든가, 엔딩 신 등은 어덜트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지만) 80년대 중 후반부를 미연시 게임의 부흥기라고 말하고 있다.
천사들의 오후가 등장한 이후 비주얼의 발전과 비주얼에 따른 게임성의 발전도 계속해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화면에서 나오는 그림들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에서(물론 중요하게 여긴 것만큼 대단한 비주얼은 아니었지만) 게임성도 함께 고민을 하는, 어덜트 게임에서 미연시 게임으로의 발전과 변화가 서서히 찾아오고 있는 순간이었다.
이런 영향으로 만들어 진 게임들이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1987년 페어리테일에서 발매한 살해의 드레스, 1988년에 아스키에서 나온 RPG의 게임 스타일로 등장한 카오스 엔젤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 미연시 스타일과 다른 정통 게임 장르를 접목시킨 게임들이 등장함과 동시에 ‘탈의물’도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였다. 1987년 세타에서 등장한 ‘슈퍼 리얼 마작PII’은 아케이드 게임장에서 업소용 게임으로 등장해 많은 인기를 끌면서 게임을 통한 캐릭터들의 탈의에 중점을 둔 게임들의 붐을 이끌었다.
 △ TELENET JAPAN의 87년작 몽환전사 바리스
그러나 이 시기에 명작으로 평가받았던 게임은 1987년 TELENET JAPAN에서 MSX로 발매되었던 ‘몽환전사 바리스’라는 게임이었다. 미연시게임이었지만, 최초로 텍스트형 ADV게임 방식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으며, 횡스크롤 액션 게임 요소를 도입시켜 게임을 하는 재미를 극대화시켰던 것이었다.
천사들의 오후가 발매된 이후 미연시 게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잡힌 것은 사실이었지만, 전체적으로 게임성에 대한 개념은 상당히 약했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단순히 몇 가지 커멘드와 그 선택기의 반응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있었지만, 단순히 게임성으로 따지면 다른 정통 장르를 가지고 있던 게임들보다는 기반이 빈약했던 것이다. 어디까지나 주체는 ‘이런 저런 선택기를 발동시켜 엔딩을 보는 것’에 있었다. 스토리라는 핵심 요소가 더해지면서 ‘보는 재미’보다 ‘읽는 재미’가 생기기는 했지만, 게임성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천사들의 오후가 미연시 게임의 기본적인 틀을 갖추는 데에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게임이었다면, 몽환전사 바리스는 ‘이런 종류의 게임은 게임성이 별로다’라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고 이후 미연시 게임에도 콘텐츠에 못지않은 고뇌와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게임이 되었다. 몽환전사 바리스는 이 인기를 토대로 후속작이 4편 까지 발매되었으니, 그 인기도는 대단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런 대단한 인기를 누린 몽환전사 바리스를 시작으로, 그 영향을 받은 게임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카오스 엔젤스, 드래곤나이트, 이루미나 등의 RPG기반의 미연시 게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등장하는 게임들은 ‘미소녀 게임이더라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시작하면서 1990년대 미연시 게임의 명작들의 태동을 이끌어내는 단초 역할을 하게 된다.
 △ 지금은 미소녀 게임 유저들에게 엄청나게 유명해진 ‘마왕’쿠르스 미키의 데뷔작, 챔피언 소프트의 86년 작 레모네이드 창간호의 모습
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 바뀐 것이었을까? 당시에는 서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모자이크 없음은 물론이고 내용면에서도 아무런 금기가 없었으며 심지어 PC엔진보다 먼저 음성을 도입하는 등, 표현의 억제라는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적나라한’것을 마음껏 표현하는 시대였다. 그러나 1986년 이후 미연시 게임들은 하나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적나라한 표현에 대한 경계와 법률, 제도 등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었다. 바로 1986년 발매된 ‘177’이라는 게임 때문이었다.
177이라는 게임은 1986년 9월에 데비소프트의 어덜트 게임을 만드는 회사인 마카데미아 소프트에서 발매된 PC-8800시리즈용 PC게임이다. ‘세상의 남성, 여성의 건전한 사랑을 그리기 위해 개발했다’라는 캐치프레이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은 ‘강간’이라는 것을 키워드로 한 게임이었다. 게임의 타이틀인 ‘177’은 형법 제 177조인 ‘강간죄’에서 따 온 이름인데, 그에 걸맞게 게임의 내용은 밤거리를 걷는 여성의 뒤를 쫓아 강간을 한다는 것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결국 이 게임으로 인해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여 미연시, 미소녀, 어덜트 게임에 대한 제한과 관련 법률, 그리고 사회적인 감시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물론 직접적인 법률이 제정된 것은 그 이후이지만, 177을 기점으로 관련 게임들에 대한 사회적인 파장 등을 고려한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1990년 초반은 미연시 게임업계가 법의 철퇴를 맞게 되는 시기였다. 91년 11월에는 당시 ‘천사들의 오후’시리즈 등 유수의 미소녀 게임을 제작하면서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었던 JAST와 또 다른 미소녀 게임 제작사였던 아이디스의 사장이 가택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 대표적인 예. 이 때문에 ‘천사들의 오후3 번외편’은 시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는 등 격동의 시기를 보내게 된다.
이렇게 미소녀 게임계가 법과 제도의 날 아래 유례없이 ‘철퇴’를 맞은 이유는, 당시 만연해 있던 ‘이렇게 가감 없이 게임을 만들어도 된다’라는 게임사들의 원초적인 자정능력 상실에 있었다. 때문에 지속적으로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을 양산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미소녀 게임계에 규제의 바람을 불게 한 사건이 발생한다. 그것이 바로 이른바 ‘사오리 사건(沙織事件)’이다.
 △ 시대를 잘못 타고 난 문제작, ‘사오리~ 미소녀들의 관’의 모습
1991년 10월 18일, FAIRYTALE은 어덜트 게임인 ‘사오리~ 미소녀들의 관(沙織 -美少女達の館)’이라는 게임을 발매하게 된다. 하얀 가면을 쓴 남자 2명에 납치 감금되는 내용을 담은 이 게임은 무수정 그래픽으로 당시 ‘파격적인 미소녀 게임’의 성향을 대변하는 게임 중 하나였다.
당시 이런 게임들은 물론, 형법 177조인 강간죄를 모티브로 한 게임인 177이 국회에서 논란이 되면서 비판을 받고 있었는데, 이런 사회 안팎의 비판적인 시각과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여론에 기름을 붓는 일이 일어났다. 바로 도쿄 사이타마에서 여자 유아의 연속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것. 당시 보도에 따르면, 범인의 방 안을 수사해 보니 서적과 비디오가 엄청나게 많이 있었는데, 이것들이 모두 ‘엄청난 양의 아동 포르노’로 보도가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세간에 당시의 에니메이션이나 만화 등 외설적인 표현을 담은 매체들에 비판들이 거세게 일었으며, 사회의 전면적인 부분으로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날조된 사실이었다. 범인의 방에서는 실제로 포르노 서적 등은 아주 극소량만 발견되었는데, 당시 취재를 한 기자들이 의도적으로 이미지 등을 그렇게 조작하여 보도를 했던 것이었다(이 사실은 2005년 11월 21일 당시의 취재기자의 블로그에 의해 고백되어 많은 논란이 되기도 했다).
 △ 사오리 사건으로 인해 시장에서 완전히 묻혀버린 게임, ‘천사들의 오후3 번외편’
이 사건이 기폭제가 되어 많은 사회적 논란을 양산하던 때, 1991년 교토의 남자 중학생이 ‘사오리’를 훔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말하자면 호기심에 좀도둑질을 한 것일 뿐이었고 동네에서 일어난 소소한 사건 중 하나로 처벌을 받고 끝날 일이었는데, 이 사건이 상부에 보고가 되면서 점차적으로 과대 포장되어 사회에 성인 게임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전달이 되었던 것이었다.
당시 점차적으로 성인 게임에 대한 적나라한 표현 등과 외설적인 내용 등은 정치권과 국회에서는 물론, 학부형들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단체들이 미소녀 게임에 대해 비판여론을 형성하고 있었다. 특히 게임뿐만 아니라 1970년대 만화가인 나가이 고나 오츠카 테사무와 같이 선정적이고 외설적인 성향의 만화가들의 만화까지 전체적으로 비판을 하면서 결국 이 사건은 ‘이런 것들이 아이들의 도둑질을 불러오는 것’이라고 귀결되었다.
이런 종류의 비판 등이 모인 결과, 경찰은 FAIRYTALE과 그 자회사인 JAST의 사장 가택수사에 착수했고, 종국에는 당시 사장이 외설물 판매목적 소지로 인해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이 바로 ‘사오리 사건’이다.
그렇다면 당시 일본에서는 왜 자체적인 정화능력을 상실한 미소녀 게임업계에 일찍부터 검열이라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이었을까. 당시 일본에서는 컴퓨터 소지자를 ‘마이콘족’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 만큼 PC를 소지하는 것이 대중적이지 못했다는 반증이었다. 자연스럽게 PC게임을 마이너한 취미로 보는 경향이 강했던 것이었다. 비디오 게임의 왕국답게 ‘가정용 게임은 있어도 PC는 없다’라는 개념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시절이었다. 특히 일본 게임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왕좌를 틀어쥐고 있는, 다시없을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시절이었다.
 △ 소프륜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18세 설정’이 등장하게 된다
PC게임이 마이너한 취미로 인정받고 있었고, 그 만큼 즐기는 사람들도 대중적이지는 않았기 때문에 게임을 제작하는 메이커들의 윤리관이 희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때문에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는 것들이 대다수였으며, 비판적인 여론에 있다고 해도 일정 관련 커맨드를 입력하면 모자이크가 사라지는 게임들이 상당히 많았다.
결국 이런 마이너한 취미 덕분에 당국의 형법의 적용을 피해 왔던 일본 미소녀 게임업계를 겨냥해 컴퓨터 소프트웨어 윤리기구(일명 소프륜)가 92년 설립, 본격적으로 미소녀 게임업계에 정식적인 ‘규제’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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