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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만평] 불명확한 ‘구글 심의 기준’, 무엇이 19금 게임 결정하나

작성자 :	등록일 : 2019-03-07 오후 3:34:52

국내 구글 플레이 스토어 최고 매출 6위를 기록한 스마트조이 수집형 RPG ‘라스트 오리진’이 3월 4일부로 마켓에서 사라졌다. 배포 중단 및 결제 정지 조치가 내려진 이유로 선정성 높은 게임 삽화가 꼽혔다.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 RPG ‘라스트 오리진’은 2015년 설립된 스마트조이가 2017년 성인 무협 RPG ‘패왕’, 2018년 액션 MMORPG ‘인공영웅’에 이어 내놓은 3번째 작품이다. 원래는 2019년 1월 24일 정식 출시됐지만, 유저 접속 폭주로 인한 서버 포화, 개발자 모드 접속 문제 등으로 출시를 한 달 미뤘다.

이후 스마트조이는 2월 한 달 동안을 베타 서비스 시간으로 설정하고 유저 의견을 받았다. 2월 15일부터 18일까지는 유저 의견을 수렴해 버그 수정, 서버 안정화 등이 적용된 오픈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고, 2월 27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식 서비스를 한 번 미룰 수 있었던 이유는 ‘라스트 오리진’이 내세운 콘텐츠가 유저들로부터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미소녀를 내세운 다양한 장르 게임이 흥행 중이라 포화 상태에 가까운데, ‘라스트 오리진’은 성인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목표로 개발돼 출시 전부터 관심 받았다.

‘라스트 오리진’은 인류가 멸망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배경 삼아 전쟁, 재난 구호, 연예 엔터테인먼트 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인공생명체 ‘바이오로이드(Bioroid)’ 및 로봇 ‘AGS(Auto Guard System)’와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상 생물 ‘철충’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기존 수집형 RPG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캐릭터를 수집하고 육성해 전투를 벌일 수 있는데, 특히 유저 눈길을 사로잡은 콘텐츠는 성인 취향 삽화와 진중한 스토리였다. 게임 내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다양한 설정과 외형을 지녔고, 이에 따라 독특한 개성이 삽화에 고스란히 표현돼 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된 만큼, 암울한 스토리 전개도 호평을 받았다. 또한, 처음부터 성인용 게임을 목표로 개발됐으므로, 기존 미소녀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삽화도 대거 탑재됐다. 여기에 삽화가 움직이는 효과를 주는 라이브 2D 도 적용됐고, 전투 화면에 표현된 SD 캐릭터도 수준이 높아 유저 눈을 즐겁게 했다.

한국 게임 시장에서 게임을 출시하려면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로부터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한다. 다만 모바일 게임 같은 경우 자체 등급 분류 사업자로 지정된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 게시할 때에는 성인 게임이 아니라면 마켓 별 등급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이라도 성인 게임이라면 게임위로부터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아야 한다. ‘라스트 오리진’은 게임 내 삽화 노출 수준이 상당하기 때문에, 2019년 1월 9일 선정성을 이유로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았다. 이후 2월 27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라스트 오리진’은 불과 5일 만에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배포 중단 및 결제 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삽화 선정성이 문제였다.

이와 관련해 스마트조이는 “구글 측으로부터 게임 내에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어 앱정지 상태를 풀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라며 “상황에 따라 구글에는 검열판을, 원스토어에는 무검열판을 서비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살펴보면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아야할 정도로 선정성이 높은 게임이 구글 자체 등급인 만 17세 이상 이용가로 버젓이 서비스 중인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임은 중국 개발사 추콩테크놀로지(触控科技有限公司官网)에서 개발하고 자사 브랜드 코코베어(CocoBear)를 통해 서비스 중인 ‘게이도라도(Gaydorado)’다.

2017년 6월 출시된 ‘게이도라도’는 남성 캐릭터를 만들어 GPS를 활용해 주변 유저와 교류하면서 다른 남성 캐릭터와 데이트, 연애, 결혼까지 체험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게임이다. 이 과정에서 캐릭터 옷을 갈아 입힐 수 있고, 다른 유저 캐릭터와 모바일 기기 터치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등 성적이면서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요소가 적지 않게 나온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도 해당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지, ‘게이도라도’는 과도한 노출, 사용자 상호작용, 디지털 구매를 이유로 만 17세 이상 이용가로 서비스 중이다. 올해 1월 게임위가 구글 플레이 스토어 같은 글로벌 게임 마켓에서 유통되는 게임물에 우리나라 등급 분류인 전체이용가, 12세이용가, 15세이용가,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표시를 발표했지만, 지켜지지 않은 모습이다.

게임위 발표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구글 플레이 스토어 게임물 49,719건을 확인한 결과 11,783건인 약 24%가 부적절한 등급으로 유통됐고, 이중 1,263건은 청소년이용불가에 해당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위는 2017년 12월 등급분류와 사후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국제등급분류연합(International Age Rating Coalition, IARC)에 가입했지만, 국내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는 여전히 기존 자체 분류 게임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은 국산 게임보다 외산 게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 개발사 포유망락과기유한공사(泡游網絡科技有限公司)가 개발하고 홍콩 창혹호동자신기술유한공사(創酷互動資訊技術有限公司, 추앙쿨 엔터테인먼트, Chuang Cool Entertainment)가 유통한 SRPG ‘왕이되는자’도 높은 수위 폭력, 사용자 상호작용, 디지털 구매로 만 17세 이상 이용가로 분류돼 있다.

2018년 4월 출시 후 구글 플레이 스토어 최고 매출 6위,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1위를 기록한 ‘왕이되는자’는 청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가난한 주인공(유저)이 벼슬길에 올라 출세하는 내용을 그려냈다. 이 과정에서 인두, 주릿대 같은 고문 기구를 구매 후 "때리지 마세요! 잘못했어요!"라고 외치는 여성 캐릭터에게 사용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수위 높은 묘사로 비판받은 바 있다.

이처럼 비교적 심의가 자유로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성인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 국내 게임사는 게임위 등급 분류를 따라야 하지만, 해외 게임사는 구글 자체 심의로만 서비스를 하는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구글 자체 분류 기준이 명확히 드러난 적이 없어 일부 게임은 과도한 선정적 표현이 있음에도 청소년 이용불가가 아닌 17세 이용가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한 업계 관계는 “구글은 2018년 12월 20일부터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돼 2021년 12월 19일까지 활동할 수 있어 이 기간동안 적법한 게임 유통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런데도 전체이용가, 12세이용가, 15세이용가, 청소년이용불가 등 국내 사용 등급 표시를 적용하지 않은 채 불명확한 심의 기준으로 유저나 개발사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겜툰 박해수 기자(caostra@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