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이하 WHO)는 5월 열린 세계보건총회(World Health Assembly, WHA)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이하 ICD-11)’을 통해 ‘게임 과몰입’이 포함된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했다.
이 때문에 의사는 게임이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 등 삶과 관련한 다른 활동보다 우선순위가 높아진 경우, 게임 때문에 부정적인 상황이 일어나더라도 계속해서 플레이하는 경우, 플레이 시간, 횟수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경우가 12개월 이상 지속할 때를 ‘게임 과몰입’, ‘게임 장애’로 진단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전 세계 게임 업계와 학계에서는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데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게임 장애’를 판단할 때 미국정신의학협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가 발행한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5판(The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for Mental Disorders Fifth Edition, DSM-5)’을 사용하는데, 여기서 ‘게임 장애’는 ‘근거가 필요한 항목’으로 분류돼 명확한 진단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DSM-5’에 나온 ‘게임 장애’ 기준 9가지는 게임을 책, 만화, 영화,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나 야구, 축구, 농구 같은 스포츠, 음악 감상, 낚시, 등산 등 일반적인 취미 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문제가 있다. 이는 곧 ‘게임 장애’에 대한 정의, 원인, 증상에 대한 사회적, 의학적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을 드러낸다.
국내 의학계는 ‘게임 장애’ 질병 분류에 환영하는 모양새다. 지난 6월 21일 의학(사)회(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한국역학회)와 소비자시민단체, 정신보건다학제학협회는 WHO가 ‘ICD-11’에서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내용을 지지하고 관련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건강한 게임/디지털미디어 이용 환경을 위한 긴급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현장에서 의학계 전문가들은 WHO가 ‘ICD-11’을 통해 ‘게임 장애’를 질병 분류한 내용은 돌이킬 수 없으니 이제 게임을 단순히 부정적으로 보지 않도록 게임 업계와 함께 고민하고 명확한 분석과 연구를 진행해 게임을 건강한 놀이 문화로 만들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은백린 이사장은 “소아청소년과는 단순히 배탈 난 아이를 치료하는 과가 아니라, 향후 자라날 아이가 올바른 습관을 갖는 데 고민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가진 습관이 중요하고 이에 대한 과학적인 대비책을 준비해야 차후 파생될 수 있는 폐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백린 이사장은 “현재 ‘게임 장애’는 단순히 게임만 보는 게 아니라 태블릿 PC, TV, 등 미디어도 포함해서 연구 중이다”라며 “게임 업계는 단순히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의학계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1월 22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7 청소년종합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일주일 평균 운동 및 야외 신체활동 시간은 9~12세 4.2시간, 13~18세 3.5시간, 19~24세 4시간이다. 특히 일주일 내내 운동이나 야외 신체활동을 단 1분도 하지 않는 경우는 9~12세 25.4%, 13~18세 40.7%, 19~24세 53.1%로 조사됐다.
2018년 8월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10년 동안 사교육비의 변화 추이(2007-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초등학교 사교육 비율은 80%, 중학교 63.8%, 고등학교 52.4%이고 학생 1인당 주당 사교육 참여 시간은 초등학교 6.8시간, 중학교 6.2시간, 고등학교 4.6시간이다.
2019년 5월 1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9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초중고 학생 평일 여가활동 시간은 하루 1~2시간이 27.4%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2~3시간이 21.5%, 1시간 미만이 16.8%, 3~4시간이 15.4%, 4~5시간이 7.1%, 5시간 이상이 11.9% 순으로 나타났다. 평일 여가 시간이 1시간도 안 되는 청소년을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초등학생 14.3%, 중학생 11.2%, 고등학생 23.3%로 고등학생이 가장 여가 시간이 부족했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은 일주일에 평균 17시간 48분(일평균 2시간 32분), 20대는 24시간 12분(일평균 3시간 27분) 인터넷을 이용한다. 10대와 20대는 각각 여가활동(음악듣기, 동영상보기, 온라인 게임) 99.5%와 99.7%, 커뮤니케이션(인스턴트메신저, SNS, 이메일) 98.2%와 100%, 자료 및 정보 획득(정보검색, 신문읽기) 95.6%와 100% 순으로 사용함이 확인됐다.
마찬가지로 같은 보고서에서 10~19세 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 비율은 29.3%로 2016년 30.6% 이후 감소 추세로 나타났다. 주로 이용한 콘텐츠는 게임 95.8%, 영화 및 TV 동영상 95.7%, 메신저 94.6%, 음악 94.1%, 학업과 업무용 검색 90.6%다.
국무총리 산하 연구기관 육아정책연구소가 2016년 12월 10일 발표한 ‘영유아의 사교육 노출, 이대로 괜찮은가’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 사교육 비율은 2세 35.5%, 5세 83.5%다. 특히 학원 이용 시간을 포함한 5세 아동 사교육 비중은 평일 6시간 15분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국 청소년은 초등학교에 가기 전부터 사교육을 받으면서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학교가 끝나면 학원, 과외 등 사교육에 시간을 쏟고 여가시간에도 운동이나 야외 신체활동을 하지 못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24시간 중 2~3시간 인터넷을 이용하는데, 이를 통해 여가시간 대부분을 인터넷을 하면서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과도한 스마트폰 이용으로 스마트폰에 대한 현저성이 증가하고 이용조절 능력이 감소해 문제적 결과를 경험하는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 비율은 감소하는 추세다. 이는 청소년이 방과 후 저녁식사 이전까지 주로 하는 활동이 2011년 TV/비디오 시청에서 2017년 학원 및 과외로 바뀐 정황과 연관이 없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릴 때부터 사교육을 받으면서 여가시간이 부족한 청소년은 자연스레 언제 어디서든 잠깐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으로 여가를 즐기게 됐는데, 이중 일부 청소년은 과도한 사용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며 “원인이 무엇인지를 적확히 파악하고 게임으로 대표되는 미디어가 실제로 청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게임 업계 및 의학계가 힘을 합친 ‘정확한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겜툰 박해수 기자(caostra@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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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만평] 게임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 ‘정확한 연구와 분석’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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