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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SD 건담 배틀 얼라이언스, 골수팬 위한 러브레터
작성자 : 등록일 : 2022-09-07 오후 3:04:12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SD 건담 배틀 얼라이언스'를 9월 25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다양한 '건담' IP 작품이 뒤섞인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주인공 일행이 잘못된 역사를 수정하기 위해 벌이는 고군분투를 담았다.

참전 작품은 약 30여 개 작품에 달하며 플레이어블로 사용할 수 있는 기체는 약 80여 종이다. 다만 스토리에서 주역이 되는 작품은 '기동전사 건담', '기동전사 건담: 제08MS소대',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 등 약 10여 개 작품으로, 'SD 건담 월드 삼국창걸전' 등은 기체만 참전했다.



'SD 건담 배틀 얼라이언스(이하 얼라이언스)'에서 유저는 '독립 혼성 기계화 기술 지원 소대 개더로드' 부대 소대장인 아르카 아도니스(디폴트 네임)가 되어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아르카 아도니스는 파트너인 유노 아스타르테와 임무 수행 중 이변에 휘말리고, '건담' 세계의 정보를 데이터화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G 유니버스'에 협력을 요청받아 왜곡된 역사를 수정해 나가야 한다.

올스타전 성향을 띈 게임임에도 스토리가 진부하거나 유치하지 않다는 점은 '얼라이언스'가 지닌 강점이다. 예컨대 'SD 건담 넥스트 에볼루션'은 보는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 저질 스토리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얼라이언스'는 나쁘지 않은 스토리를 자랑한다.



인게임 미션은 '브레이크 미션'과 '트루 미션', '컨퓨즈드 미션'으로 나뉜다. '브레이크 미션'은 왜곡된 역사, '트루 미션'은 왜곡된 역사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겪는 원작 스토리다. '컨퓨즈드 미션'은 일종의 강화 모드로, 다시 혼란스러워진 데이터를 바로잡는 임무다.

'브레이크 미션'은 팬들이 주로 상상하는 IF 스토리보다는 크로스오버 성향을 띈다. 즉 '건담 트라이 에이지'에 등장하는 '풀버스트 사이코 건담' 같이 해당 작품에서 '만약 이랬다면 어땠을까' 보다는, '이 장면에서 다른 작품의 특정 기체가 등장했다면 어땠을까'에 가깝다.

예컨대 '기동전사 건담' 스토리를 다룬 프롤로그에서 람바 랄 대위가 구프 커스텀을 몰고 화이트 베이스를 습격하는 원작 스토리 대신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펜스' 주연 기체인 건담 발바토스가 등장하는 식이다.

'트루 미션'은 원작 스토리 그대로를 게임으로 즐기고 싶은 유저들을 위한 콘텐츠다. '브레이크 미션'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모아 원작을 재현해 역사를 원래대로 돌려놓는 내용으로, 원작 명대사나 명장면이 재현되는 장면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거의 모든 대사를 더빙했다는 점은 팬 게임으로서 '얼라이언스'의 가치를 한 단계 높여준다. 적지 않은 게임들이 중요 장면에만 더빙을 적용하곤 하는데, '얼라이언스'는 더빙되지 않은 대사를 찾기가 어려운 수준이다.



스토리는 '건담' IP 골수팬이 아닌 유저에게 상당히 불친절하다. 물론 이 게임을 구매한 시점에서 어지간하면 '건담'IP를 좋아하는 유저겠지만, 워낙에 역사가 깊은 IP다 보니 팬이라 해도 게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예컨대 기념비적인 첫 작품 '기동전사 건담'부터 IP를 사랑해오던 팬 중에는 우주 세기 세계관에 속하지 않는 작품은 모두 사도 취급하며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비 우주 세기 작품으로 입문한 팬 중에는 우주 세기 작품을 거의 알지 못하는 팬도 있으며,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펜스'는 팬덤 자체가 기성 '건담' 팬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

이런 작품들이 모두 한데 섞여나오는데, 게임 속에서는 스토리를 상세히 알려주지 않는다. 마치 학생들이 당연히 예습을 해왔을 거라고 믿는 교사처럼 핵심 부분부터 팍팍 진도를 나간다.


도전과제도 거의 전부 원작 명대사에서 따왔다


대신 그렇게 아낀 시간만큼 팬 서비스에 충실하다. 스토리야 두말할 것도 없이 팬서비스가 잔뜩 포함되어 있고, 작품을 넘나들며 특정 파일럿 조합을 동료로 설정하면 전용 상호작용이 나오기도 한다. 특정 기체는 원작 모션을 잘 고증해 두었다.

그런 만큼 원작을 알면 알수록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지만, 반대로 주역으로 등장하는 원작 작품을 모두 알고 있지 않다면 큰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모든 기체는 격투 성능에 중점을 둔 '인파이터', 사격 성능에 중점을 둔 '슈터', 만능형 기체인 '올라운더'라는 세 분류로 나뉜다. 세 분류 각각 기초 능력치와 스테이지 시작 시 보유한 리페어 키트 수, 그리고 롤 액션 효과가 다르다.

롤 액션은 스킬 게이지를 소비해 발동하는 특수 버프다. 기체 분류에 따라 '인파이터'는 시한부 슈퍼 아머, '올라운더'는 공격 액션 캔슬 타이밍 증가, '슈터'는 전 무장 탄환 즉시 재장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체마다 메인 격투, 메인 사격, 서브 1, 서브 2의 총 4가지 무장과 함께 저마다 다른 스페셜 어택(SPA)이 제공된다. 무장 자체 강화는 없지만, 재화 개념인 캐피탈을 소비해 HP, 부스트, 격투, 사격 능력치를 강화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선택할 수 있는 기체 중 대다수가 전용기나 커스텀 기체라는 점이다. 양산형 기체는 '짐'과 '짐 스나이퍼 2', '건캐논', '건탱크', '자쿠', '돔' 등 6개 뿐이다. 적으로 나오는 '대거 L'이나 '자쿠 캐논', '모빌 진' 같은 양산기가 많음에도 플레이어블로는 편입되지 않았다.

물론 인기야 전용기가 양산기보다 높은 편이지만, 양산기를 선호하는 유저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금 섭섭해지는 부분이다. 그래도 건탱크로 빅 잠을 맞상대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게임 난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기본적인 게임 난도가 3인 플레이를 기반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몬스터 헌터' 등 멀티플레이를 상정한 게임들은 유저 수가 늘어날수록 난도가 높아지는 시스템을 채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얼라이언스'는 싱글플레이에서도 아군이 3명인 만큼 기본 난도 자체가 높은 편이다.

문제는 AI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1인분은커녕 0.5인분도 힘겨워하는 AI 파티원들은 중요한 순간에서 발목을 잡곤 한다.

적 패턴이 이 문제를 심화시킨다. AI 동료들은 모빌 슈트 상대로는 그나마 봐줄 만한 전투를 펼치지만, 모빌 아머를 상대할 때는 맥을 못 춘다. 특히 돌진형 기술에 굉장히 무력하게 휘말리곤 한다.



모빌 아머형 보스들은 몸통 박치기를 주력기로 활용하는데, 넓은 범위를 매우 빠른 속도로 휩쓸어 버리기 때문에 대처가 힘들다. 유저도 대처하기 힘든 공격이 마구 쏟아지니 당연히 AI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나간다.

멀티플레이에서 숙련된 유저들과 팀을 짜서 플레이하면 어지간한 스테이지는 모두 돌파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본 난도 자체가 AI를 상정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추후 패치로라도 싱글 플레이 시 난도를 낮추는 기능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게임 설계상 공격을 받는 순간 가드나 회피하는 테크닉, 소위 '저스트 가드'와 '저스트 회피'가 필수 테크닉에 가깝다는 부분이 게임 난도를 한층 더 높이기도 한다. 문제는 적 패턴을 파악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저스트 가드를 강조하는 작품들은 대개 적 공격을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매우 큰 준비 동작을 취하거나 빛 같은 이펙트를 보여주는 식이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서는 적 궁병이 활을 쏘기 직전 기합을 질러 유저에게 경고하는 식으로 구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얼라이언스'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다. 적이 언제 기술을 사용할지 알 수 없으니 슈퍼 아머를 활용하거나 아예 슈터 기체를 골라 거리를 벌린 채로 싸워야 하는데, 교전으로 인한 피해를 무마할 수 있는 '위생병' 스킬이 최종 레벨에 해금되는 덕에 사실상 초~중반부 진행은 슈터 기체가 강요된다.

문제는 슈터 기체는 보스가 지닌 슈퍼 아머 게이지를 깎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재장전 게이지가 매우 느리게 차기 때문에 재장전 중 슈퍼 아머 게이지가 모두 회복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보스전을 상당히 불합리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얼라이언스' 특유의 장전 시스템도 문제다. 상술했듯 장전 속도가 느린데다가 잔탄이 남은 상태에서 장전 중 사격하면 장전 게이지가 초기화된다. 자연스럽게 한 번에 모든 탄을 쏟아부어야 하는 식으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하는데, 슈터 계열 기체는 모든 무장이 장전 중이면 도망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리얼 로봇다운 제약투성이 전투를 환영하는 유저도 있겠지만, 반대로 라이트한 게임성을 추구하는 유저들에게는 그리 환영받지 못할만한 요소들이다. 'SD 건담' 시리즈가 그동안 게임 진입 자체는 캐주얼했던 점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초반에 등장하는 아프사라스 Ⅲ를 상대하다 보면 이 문제가 뼈저리게 느껴진다. 그나마 지근거리에서 시작해 유저에게 다가오는 식인 확산 메가입자포는 피할만 하지만, 전조 없이 날아드는 메가입자포나 메가입자포보다 무서운 몸통 박치기는 근거리에서 피하기가 쉽지 않다.

유저는 한 대 맞을 때마다 치명상을 입는데 적 체력 게이지는 상당히 높아 장기전을 각오해야 하고, 심지어 자동조준 시스템 덕분에 약점을 정확히 노리기도 쉽지 않다. 보스 전투가 진행되는 필드도 굉장히 좁아서 순간적으로 아프사라스 Ⅲ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도 있는데, 그 순간 메가입자포나 몸통 박치기가 날아든다.

심지어 아프사라스 Ⅲ은 비행형 모빌아머다. 좁은 필드에서 비행형 모빌아머를 상대해야 하는데 속도가 굉장히 빠른데다가 즉발형 공격을 난사하는 덕에 원작 등장인물들이 아프사라스 Ⅲ을 마주했을 때 느꼈던 절망을 유저도 느낄 수 있다.



난도가 높은 만큼 기본적인 플레이타임 자체도 꽤 긴 편이지만, 여기에 반복 플레이 강요가 더해져 총 플레이타임이 매우 긴 편이다.

새로운 기체 획득은 기본적으로 특정 미션에서 특정 적을 쓰러트려 설계도를 입수하는 식이다. 설계도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나오더라도 기체에 따라서는 여러 개를 모아야 한다.

일부 설계도는 획득 조건을 모르면 영영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예컨대 '켈딤 건담'은 미션 진행중 적진으로 직진하지 않고 일부러 우회해서 추가 보스를 처치해야 설계도를 얻을 수 있다. 공략을 보지 않는다면 모든 기체를 획득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간이 꽤 많이 소모된다.

기체를 강화하는데 필요한 자금인 캐피탈도 만만치 않게 소비돼 이를 얻기 위해 반복 플레이를 할 때도 있고, 기체를 강화하는 확장 파츠마다 능력치가 무작위로 설정돼 더 좋은 확장 파츠를 얻기 위해 같은 임무를 계속 반복할때도 있다.

반복 플레이에 시간을 쓰면 쓸 수록 강해지는게 눈에 보이는 게임이고, 노말 난도를 모두 클리어하면 하드 난도가 열리는 등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부분도 있다. 이런 요소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기꺼이 플레이 할 만 하지만, 소위 '노가다' 플레이를 싫어하는 유저에게는 명백한 마이너스 요소다.





결론적으로 'SD 건담 배틀 얼라이언스'는 '건담' IP 팬이냐 아니냐, 그리고 어느 정도로 IP를 좋아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모든 '건담' 작품을 꿰뚫고 있는 팬이라면 이만한 선물이 없다. '건담' 작품 중 일부만 알고 있는 팬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이 게임에 주역으로 등장한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주역으로 등장하는 작품을 잘 모르거나 그중 일부만 아는 수준이라면 이 게임을 팬 게임으로도 즐기기가 쉽지 않다. 이 경우 팬 게임이 아닌 액션 게임으로 즐기기도 쉽지 않다. 냉정하게 말해서 전투 파트가 아주 잘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SD 건담'을 표방하고 나온 게임 중 잘 만들어진 수작이자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라는 점은 명백하다. 팬 서비스도 충실하게 들어가 있고, 전투 시스템을 제외하면 게임 완성도도 낮지 않다. '건담' IP를 뼛속까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러브레터라고 할 수 있다.

원래 러브레터라는 게 편지 대상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읽으면 별 감흥 없는 법 아니겠는가.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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