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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덱 빌딩 과정 자체를 즐기는 유저들을 위해,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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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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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5-10-27 오전 9:47: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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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는 산하 스마일게이트 슈퍼크리에이티브가 개발한 신작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를 10월 22일 글로벌 정식 출시했다. 플랫폼은 윈도우 PC(스토브)와 스마트폰 (안드로이드·iOS)이다. 정식 한국어 더빙과 자막을 지원하며, 국내 심의기관으로부터 15세 이용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스마일게이트 슈퍼크리에이티브(이하 슈퍼크리에이티브)가 '에픽세븐' 이후 개발한 두 번째 작품이며, '에픽세븐'과 마찬가지로 김형석 대표가 직접 지휘봉을 잡고 총괄 디렉터로 참여한 게임이기도 하다.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에서, 유저는 거대한 함선을 지휘하는 함장이자 우주적 규모 재앙인 '카오스' 속에서 길잡이 역할을 하는 '퍼스트'가 되어 카오스를 탐사하고 각 세력 간 정치 알력 속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직접 현장에 뛰어드는 대신 관찰자에 가까운 직위를 가진 주인공을 채택했기 때문에, 스토리 역시 주인공이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수행하기 보다는 등장인물들이 상호작용 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식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없이 캐릭터들끼리 카오스에 진입하거나 파티를 즐기는 스토리가 등장하기도 한다.
게임 스토리 핵심 소재는 트라우마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다. 한 문명 전체가 우주적인 재난에 휩싸인 상황인 만큼 일선에서 카오스와 맞서는 캐릭터들은 저마다 트라우마와 그로 인한 PTSD를 겪고 있으며, 전투 중에도 위기에 처하면 패닉에 빠져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마냥 어둡기만 한 스토리는 아니다. 지구가 카오스에 뒤덮인 뒤 인류가 거대한 요새형 우주선 내에서 살아가는 묘사가 있는 등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로 생각할 여지가 있으나, 실제 스토리는 김형석 디렉터가 언급했듯 우주 모험 활극에 가깝다. 또한 카오스 역시 무조건 적대적인 개념으로 묘사되지도 않는다. 실제로 주인공 측 세력에게 부모를 잃은 인베이더(괴물)를 주인공 일행이 불쌍하게 여기는 스크립트가 있다.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는 덱 빌딩 TCG에 가깝다. 캐릭터마다 고유한 스킬과 기본 카드 풀을 가지고 있으며, 세 캐릭터를 골라 파티를 조합할 수 있다. 여기에 추가 능력치와 스킬을 제공하는 파트너를 장착해 기초적인 덱을 구축하게 된다.
캐릭터마다 컨셉이 명확한 편이기 때문에 서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조합을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첫 픽업 캐릭터인 하루는 높은 코스트 공격 카드와 해당 카드 코스트를 높이는 대신 위력을 상승시키는 자가 버프 카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보조하기 위해 코스트 회복과 드로우 능력을 지닌 미카와 보존 효과를 통해 직접 카드를 쓰지 않아도 파티를 지원할 수 있는 서포터인 오를레아를 더해 주는 식이다.
핵심 게임 콘텐츠는 '카오스'다. 일종의 로그라이트 콘텐츠로, 별도 재화 소모 없이 진입해 플레이할 수 있다. 카오스 진행 중 각종 이벤트나 상점을 통해 덱을 구축하고 캐릭터에 장비를 장착해 캐릭터 자체 능력을 강화하는 식이다.
덱 빌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이벤트가 존재하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은 '번뜩임'이다. 전투 중에 일정 확률로 발동하거나 카오스 내 특정 이벤트 및 아이템으로 발동시킬 수 있다.
번뜩임에는 '전투원 번뜩임'과 '카드 번뜩임'이 있다. '전투원 번뜩임'은 해당 전투원의 고유 카드 한 장을 새로 획득하며, '카드 번뜩임'은 기존 카드를 강화한다. 카드 코스트를 낮추거나 부가 효과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으며, 매우 낮은 확률로 '신 번뜩임'이 발동해 매우 막강한 효과를 부여하기도 한다.
카오스를 클리어하면 카오스에서 구축한 덱 데이터를 '세이브 데이터' 형태로 저장할 수 있다. 캐릭터마다 따로 저장되기 때문에, 특정 캐릭터를 다른 파티에 편성해도 세이브 데이터는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저장한 세이브 데이터는 다른 카오스에서 다시 활용하거나 카오스 외 타 전투 콘텐츠에서 활용할 수 있다.
카드 번뜩임으로 얻을 수 있는 카드 변형이 랜덤으로 제시되는 만큼 한 번 플레이로 원하는 카드 풀을 완벽하게 구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카오스마다 등장하는 이벤트나 획득할 수 있는 범용 카드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덱을 완벽하게 구축하려면 여러 카오스를 번갈아 가며 플레이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초반부터 원하는 덱을 완벽하게 구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초반에 플레이할 수 있는 카오스는 세이브 데이터 가치가 '낮음'으로 표시되는데, 이 경우 클리어 후 세이브 데이터가 오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이브 데이터가 오염되면 삭제한 카드가 다시 생성되거나 번뜩임이 없었던 일이 되기 때문에, 카오스 내에서 완벽한 덱을 구축했더라도 클리어 후에는 완벽하지 않은 덱이 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캐릭터는 카오스 플레이 중 파티가 전멸한 경우, 혹은 카오스 클리어 후 낮은 확률로 '딥 트라우마' 증세를 일으켜 에피오네 센터에 입원하게 된다. 이 경우 상담을 통해 정신을 치유하거나 기억 소거를 통해 트라우마와 관련된 기억을 삭제해야 전투에 출전시킬 수 있다.
상담은 하루 3회 무료로 가능하며, 기억 소거는 인게임 재화를 소모한다. 이 때 기억 소거를 선택할 경우 세이브 데이터가 함께 삭제되기 때문에, 해당 캐릭터가 보유 중인 세이브 데이터 가치를 감안해 기억을 소거할지 혹은 상담 치료를 제공할지 결정해야 한다.
무조건 상담이 좋아보이지만, 상담에 쓰이는 재화가 캐릭터 신뢰도 상승 이벤트에 쓰이는 재화와 같기 때문에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해당 재화를 다 사용한 경우에는 유료 재화를 소모해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데, 캐릭터가 보유한 세이브 데이터 가치가 유료 재화 소모를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지 잘 저울질해야 한다.
덱 빌딩 로그라이트 장르가 대체로 그런 경향이 강하긴 하지만,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덱 빌딩 난도는 유사 장르 타 작품들보다 더욱 높다. 일단 카오스 내에서 어떤 이벤트를 만날 지, 어떤 아이템을 획득할지, 어떤 번뜩임이 발동할지가 모두 랜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오스를 무사히 클리어해도 세이브 데이터 가치에 따라 데이터가 오염될 수도 있고, 캐릭터가 정신 붕괴를 일으켜 입원할 수도 있다.
텍스트로 정리해 나열하면 다소 불합리해 보일 수도 있는 확률 요소이나, 실제 플레이 시 '최고의 덱'이 아니라 어느 정도 성능을 타협한 덱을 목표로 한다면 큰 문제로 느껴지지는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에서는 이론상 완벽한 덱을 구축할 수는 있으나,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대신 카오스 플레이에 별도 재화가 소모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허용하는 만큼 무한히 카오스를 플레이 하며 완벽에 가까운 덱을 구축할 수 있다.
홍두깨(방망이) 깎는 장인처럼, 혹은 마음에 들지 않는 도자기를 집어 던지는 도공처럼, 게임 캐치프레이즈 같이 '모든 것이 제로가 될 때까지' 무한히 카오스를 돌며 덱을 완성하고, 이 덱을 다른 콘텐츠에 활용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것. 그것이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의 덱 구축 시스템인 셈이다.
스트레스도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를 대표하는 시스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전투 중 HP는 세 캐릭터 HP의 합산으로 표기되나 적은 세 캐릭터 중 한 명을 지목해 공격한다. 이 때 실드로 막아내지 못한 피해가 가해질 경우 공격 대상이 된 캐릭터가 스트레스를 받는 식이다. 전투 외에도 카오스 이벤트 결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100%에 도달한 캐릭터는 정신 붕괴 증상을 일으킨다. 이때 해당 캐릭터가 제공하던 분량의 HP가 최대 HP에서 제외되며, 덱에서 드로우되는 카드가 붕괴 카드로 교체된다. 붕괴 상태에서 회복하기 위해선 붕괴 카드 5장을 사용해야 한다.
붕괴 카드는 코스트를 소모하지는 않으나, 다른 카드를 대신해 드로우 되기 때문에 큰 패널티로 작용한다. 또한 붕괴 카드를 사용할 때 마다 해당 캐릭터가 아군을 공격하거나 다른 캐릭터의 카드를 버리는 등 부작용을 일으킬 때도 있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에 큰 지장을 주는 요소가 된다.
대신 붕괴 상태에 빠지거나 회복될 때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연출과 일러스트가 매력적으로 그려졌고, 붕괴 상태에서 회복될 경우 최대 체력이 원상 복구되고 캐릭터 스킬 비용이 크게 감소해 일발 역전이 가능해지는 등 단순한 패널티를 넘어 게임을 상징하는 요소 중 하나로 구현됐다.
김형석 디렉터는 출시 전 공식 발표를 통해 시즌마다 메타를 바꾸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정확히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상세한 정보가 알려진 적은 없으나, 최소한 현재 메타는 방어를 도외시하고 높은 화력으로 적을 빠르게 제거하는 '속전속결'이라고 요약할 수 있는 듯했다.
우선 전투가 장기화될수록 스트레스 누적으로 인한 정신 붕괴 위험성이 커지며, 자체적으로 강화 스택을 획득하는 적들이 많아 아무리 실드를 쌓아도 한 번에 무력화될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는 아미르와 마리벨, 오를레아로 구성된 방어-반격 덱을 구상한 바 있으나, 전투가 장기화되며 강화된 적들이 수백에 달하는 실드를 한 번에 파괴하거나 스테이지에 자체적으로 걸린 턴 수 제한에 걸려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했다.
추후 어떤 식으로 메타가 바뀔지, 그렇게 바뀐 메타가 어떤 새로운 캐릭터 조합과 덱 구축 젼략을 등장시키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세이브 데이터 외에 캐릭터를 강화할 수 있는 다른 수단으로는 잠재력과 기억의 조각이 있다. 잠재력은 일종의 패시브 스킬로, 던전에서 육성 재화를 모은 뒤 활성화 하면 영구 적용된다. 기억의 조각은 장비 아이템이다. 총 6부위에 장착할 수 있으며, 4개 1세트짜리 조각과 2개 1세트짜리 조각으로 총 2개의 세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억의 조각은 부위별로 능력치를 제공한다. 주 옵션 14개중 하나, 보조 옵션 11개 중 4개가 무작위로 부여되며, 조각을 획득하고 강화하기 전까지는 어떤 옵션을 보유하게 될지 알 수 없다.
결국 게임 내에 마련된 모든 1회성 콘텐츠를 플레이한 뒤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플레이는 두 가지로 귀결된다. 행동력은 기억의 조각 파밍에 투자하고, 이후에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카오스를 순회하며 덱을 구축하는 것이다.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는 완벽한 덱을 구축하는 과정 자체를 추구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카오스를 플레이해 세이브 데이터를 저장하고, 그 데이터로 다시 카오스를 돌고, 이를 반복하며 자신이 생각한 '최강의 덱'을 만들어 나가는 게임인 셈이다. 유사 로그라이트 콘텐츠인 '카오스'를 게임 핵심 콘텐츠로 삼았으나 자신이 구축한 덱을 다음번 플레이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로그라이트 장르 특유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기도 했다.
또한 덱 구축을 위한 카오스 플레이에 별도 재화가 소모되지 않도록 해, 덱 빌딩 과정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유저라면 정말로 하루 종일, 더 나아가 정말로 '모든 것이 제로로 돌아갈 때까지' 덱을 깎으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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