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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덱빌딩 로그라이트,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CBT

작성자 :	등록일 : 2025-09-23 오전 12:24:56

스마일게이트는 산하 슈퍼크리에이티브가 개발 중인 신작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9월 18일부터 21일까지 진행했다. 플랫폼은 윈도우 PC(스토브)와 스마트폰(안드로이드, iOS)이며, 국내 심의 기관으로부터 15세 이용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에서, 초대형 우주선 '나이트메어 호'를 이끄는 함장이 되어 지구를 멸망으로 몰고 간 재앙인 '카오스'를 해결하기 위한 전투를 이어나가야 한다. 카오스와 전투 외에도 다른 인류 분파나 카오스를 추앙하는 사이비 종교단체와의 갈등 등 각종 사건 사고가 이어진다.

어둡고 잔혹한 세계관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작품이고, 실제로 일부 스토리나 전투 콘텐츠 진행 중 발생하는 이벤트에서는 그러한 부분이 잘 느껴진다. 전투원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열약한 장비만 지닌 채 전장에 나서며, 수적·질적 열세에 몰려 각종 정신질환에 시달린다.

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에서는 괴물이 인간을 가축처럼 도살하는 장면이 등장하는가 하면 사이비 종교인들이 사람을 납치해 강제로 고문하며 개종시킨다. PTSD에 시달리는 요원을 다시 전장으로 내몰기 위해 강제로 기억을 지워버리는 묘사도 언급된다.

다만 이러한 묘사가 스토리 내내 유지되지는 않는다. 진지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한 직후에 갑자기 매우 밝고 유쾌한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며, 나이트메어 호 내에서 이뤄지는 요원과의 데이트는 인류가 멸망 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해준다. 온탕과 냉탕을 마구 오가는 스토리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이러한 전개 방식에서 흥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게임 장르는 '서브컬쳐 덱빌딩 로그라이트'다. 캐릭터 셋으로 구성된 파티를 지니고 전투에 진입하며, 세 캐릭터가 각자 보유한 기본 카드 다섯 장을 더해 구성된 15장짜리 덱이 제공된다. 또한 캐릭터마다 고유한 각성 스킬을 지니고 있어 전투 중 활용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콘셉트로 디자인 된 세 캐릭터의 카드를 동시에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캐릭터 간 시너지를 미리 고려해 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방랑자 진영 '린'은 고유 키워드인 '흑운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행동력를 다수 소모하므로 행동력 회복 능력을 보유한 '미카'와 잘 어울린다.

한편 '트리사'는 요구 행동력이 0인 임시 카드를 다수 생성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으로, 패에 보유 중인 카드 수에 비례한 고정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오를레아'와 조합했을 때 높은 효율을 보일 수 있다.

두 사례 모두 4성 캐릭터와 5성 캐릭터로 구성된 조합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의 파티 구성은 마냥 높은 등급 캐릭터만 활용한다고 전부가 아니다. 캐릭터 등급이 낮더라도 다른 캐릭터와 조합을 통해 뛰어난 성능을 낼 수 있다.

HP는 전투에 참여한 세 캐릭터의 HP를 합산해 통합으로 관리된다. 다시 말해 세 캐릭터 중 하나가 사망해 다른 두 캐릭터만으로 전투를 이끌어 가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타격은 세 캐릭터가 따로 당할 수 있으며, HP에 피해를 입거나 카오스 내에 너무 오래 머무른 캐릭터는 정신력 게이지가 조금씩 차오른다.

정신력 게이지가 최대치가 되면 '붕괴' 상태에 빠진다. 일종의 PTSD가 도진 상태라고 이해하면 된다. 붕괴 상태가 된 캐릭터는 모든 카드가 행동력 0을 소모하는 '붕괴' 카드로 바뀌며, 정해진 수의 '붕괴' 카드를 발동하면 붕괴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붕괴 카드는 다른 카드를 대체해서 드로우 되기 때문에 플레이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예컨대 적이 강력한 공격을 가하기 직전에 캐릭터가 붕괴 상태에 빠질 경우, 붕괴 카드가 방어 카드를 대체해서 드로우 되어서 정상적인 플레이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붕괴 상태에서 벗어나면 해당 전투 동안 각성 스킬 비용이 감소해 전투를 유리하게 끌어나갈 수 있다.

HP와 행동력 외에도 관리해야 하는 자원이 하나 늘어났다는 점에서 게임 난도를 더 까다롭게 하는 요인이지만, 덕분에 더 아슬아슬한 전투를 즐길 수 있게 됨은 물론 전용 컷신과 연출도 즐길 수 있는 만큼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를 상징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 핵심 콘텐츠는 '카오스'다. 여러 스테이지로 구성된 로그라이트 던전으로, 전투와 각종 이벤트를 통해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다. 상점에서 카드를 구매해 특정 캐릭터의 카드 풀에 추가하거나, 장비를 장착해 특수한 효과를 부여하는 식이다.

카오스를 클리어하면 카오스에서 습득한 전투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아 캐릭터에게 적용할 수 있다. 이렇게 생성된 '세이브 데이터'는 유저가 직접 삭제하기 전까지는 반영구적으로 보존되며, 다른 전투에서 불러와 활용할 수 있다.

베타 테스트 빌드 기준으로 어떤 재화도 소모하지 않고 카오스에 진입할 수 있다. 덱빌딩 장르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무한정 카오스 출입을 반복하며 세이브데이터를 갈고 닦아 최강의 덱을 만들어볼 수 있다.

전작 '에픽 세븐'부터 호평받아 온 일러스트는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다만 캐릭터마다 그림체가 통일되지 않고 같은 캐릭터가 일러스트마다 다르게 그려지는 등 최종 검수가 이뤄지지 않은 듯한 사례가 있었다. 예컨대 캐릭터 복장의 디테일이 카드마다 다르게 그려지거나, 장식이 누락되거나, 신체 부위가 어색하게 그려지는 경우다.

개발진은 9월 23일 공식 코멘터리를 통해 카드마다 화풍이 다른 점은 카드 게임으로서의 즐거움인 만큼 수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유저에 따라서 일러스트가 AI로 생성됐다고 생각할 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생성형 AI 대두 이후 서브컬쳐 유저들 사이에서 AI 사용이 터부시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식 출시 전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치명적인 문제로 발전할 수 있는 요소라고도 할 수 있다.

UI는 모바일 환경에는 적합했으나 PC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모바일 환경에 맞춰진 UI를 마우스로 조작하기 번거로웠고, 단축키의 부재도 크게 느껴졌다. 예컨대 ESC 키로 이전 메뉴로 복귀하거나 숫자키로 카드를 확인하고 발동하는 편의성이 없어서 타 덱빌딩 로그라이크를 플레이 할 때와 같은 감각으로 플레이 하려다가 당황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다만 이 부분은 쉽게 수정할 수 있는 요소이고, 이러한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하기 위해 이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 것인 만큼 정식 출시 전까지 개선이 이뤄진다면 큰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게임 핵심 BM은 '전투원'과 '파트너'를 획득할 수 있는 무작위 뽑기다. 전투원은 덱빌딩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파트너는 전투원에 장착해 능력치를 향상시키고 파트너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타 서브컬쳐 게임에서 캐릭터와 장비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는 인디 게임 시장에서 한때 유행을 일으킨(그리고 오늘날에도 적지 않은 작품이 출시되고 있는) 덱 빌딩 로그라이트 장르를 채택한 장르다. 슈퍼크리에이티브는 여기에 전작 '에픽세븐'을 서비스하며 갈고 닦은 서브컬쳐 개발 역량을 더했다.

어둡고 잔혹한 세계관을 표방한 만큼 스토리에서 호불호를 느낄 수는 있겠으나, 덱 빌딩 로그라이트라는 장르가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기성 게임 시장까지 진츨한 사례가 드문 만큼 베타 테스트에서 보여준 가능성을 더 연마해 출시한다면 서브컬쳐 시장에서 무시 못할 존재감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