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게임즈는 '프리스톤테일 M'을 9월 2일 정식 서비스 개시했다. 마상소프트가 2002년 서비스 개시해 조만간 20주년을 맞을 예정인 MMORPG '프리스톤테일'을 모바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게임이 주는 첫인상은 '투박하다'였다. 2개 진영과 8개 직업을 고를 수 있지만,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없이 직업별로 고정된 외형을 골라야 한다. 캐릭터를 먼저 커스터마이징하고 직업을 고르는 게임에 익숙해진 유저들에게는 많이 낡은 방식이다.
그래픽에 힘을 준 게임이 아닌 만큼 전반적인 비주얼 경험도 투박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반대급부로 사양이 그리 높지 않은데, 모바일 기기 성능 평균이 그리 높지 않은 해외 시장에서라면 강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초반부에서 섬세하게 신경 썼다고 느껴진 부분은 거의 모든 퀘스트 지문에 더빙이 제공된다는 점이다. 다만 대화문을 건너뛰어도 더빙이 끊기지 않아 출력되는 음성과 대사 지문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사냥 속도를 제외한다면 퀘스트 진행 속도는 빠른 편이다. 골드 소량을 지불하고 퀘스트 목표 장소로 즉시 이동하는 기능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잘 꾸며진 풍경을 구경하거나 맵 곳곳을 탐험하는 게 중요한 게임은 아닌 만큼, 어떻게 보면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는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반대로 초반 성장과 사냥 속도는 최신 게임치고는 꽤 느린 편이다. 최신 MMORPG가 초반에는 레벨 대비 약한 적을 배치하는 반면, '프리스톤테일 M'은 초기 MMORPG같이 초반 몬스터도 동 레벨대 유저에게 위협적인 능력치를 자랑한다. 화력이 낮은 직업을 골랐다면 초반 사냥에서 난감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모바일 플랫폼에 맞춰 자동 사냥 기능과 절전 모드도 제공된다. 다만 자동 사냥 기본 설정이 퀘스트 목표 몬스터만 사냥하는 게 아니라 모든 몬스터를 사냥하게 되어있어 설정을 변경할 필요가 있고, 전투 AI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외부 앱을 사용하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PIP(창 모드) 기능을 제공하는 점도 특징이다. 앱플레이어가 아닌 모바일 기기 기반으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게임 중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야 할 때가 자주 발생하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게임이 끊기지 않고 진행되게 해준다.
게임은 계속 켜놓고 싶지만, 대기모드로 방치하는 게 아니라 다른 작업과 병행하면서 진행 상황도 보고 싶은 유저가 있다면, PIP 기능은 매우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강화는 장비 하나하나가 아니라 아이템 장착 슬롯 자체를 강화하는 식이다. 장비를 교체할 때마다 새로 강화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확실히 게임을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장비 획득이 그리 쉽지 않다. 사냥을 통해 얻기엔 드랍률이 높지 않고, 얻더라도 다른 직업이 장착할 아이템이 나오기 일쑤다. 원하는 장비가 나왔더라도 필요한 특화 옵션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장비 강화에서 느낄 수 있는 스트레스를 장비 획득 과정에 집약해둔 느낌이다.
다행인 점은 '프리스톤테일 M' 핵심 콘텐츠가 PvP가 아니라는 점이다. 유저 개인에 따라 취향껏 직업을 고르고 장비를 갖출 수 있다. 다른 유저와 경쟁하기 위해 극한까지 장비를 세팅하느라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다.
최신 MMORPG에서 흔히 보이는 '컬렉션'시스템은 몬스터 크리스탈 수집 도감이라는 이름으로 제공된다. 컬렉션 시스템과 다른 점은 각종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 없이 몬스터를 많이 사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획득할 수 있는 크리스탈로 능력치 성장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펫 역시 능력치를 보강해주는 역할을 한다. 한 번에 여러 펫을 데리고 다닐 수 있는데, 펫을 높은 레벨로 성장시키려면 동일한 펫 조각을 여럿 모아야 해 여러 펫을 동시에 키우는 건 꽤 힘든 일이었다.
죽어라 몬스터만 사냥하는 일은 과거 MMORPG에서도 흔히 있던 일이고, 최신 모바일 MMORPG에서도 종종 나타나곤 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프리스톤테일 M'은 퀘스트가 없어 사냥만으로 경험치를 채워야 하는 소위 '닥사' 구간이 타 MMORPG보다 빠르게 나타나는 편이다.
약 26~30레벨 대에서 나타나는데, 장비 슬롯 강화 등이 힘들어져 추가 성장이 어려워지는 시기와 맞물려 조금 답답했다. '프리스톤테일 M'이 20년 전 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장치다.
플레이 중 게임 클라이언트가 조금 불안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플레이 도중 서버와 접속이 끊겨 캐릭터가 사망하거나 화면이 멈춰 제어가 불가능한 경우, 로그인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는 경우 등 다양한 버그가 발생했다.
특히 게임을 완전히 대기열로 내렸다가 다시 가동하면 매우 높은 확률로 접속 불안정 상황이 발생했다. PIP 모드를 활용하면 안정적인 편이지만, 모바일 게임을 하다 보면 게임을 완전히 내렸다가 다시 가동해야 하는 순간도 있는 법이다.
또한 오픈 초반에는 점검 종료 시각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는 등 운영 미숙을 드러내기도 했으나, 시일이 지나며 이 부분은 고쳐졌다.
냉정하게 말해서, '프리스톤테일 M'이 오늘날 모바일 MMORPG 시장에서 양대 마켓 매출 1위 같은 극적인 성공을 이루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임 완성도 문제보다는 게임이 너무 투박하고, 최신 유행을 따라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리메이크나 수년만의 후속작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달고 원작의 껍데기만 겨우 유지하는 게임이 심심찮게 보이는 오늘날, 원작 요소를 존중하면서도 필요한 부분은 모바일 환경에 맞게 재해석한 점은 확실히 긍정적이다.
실제로 '프리스톤테일 M'은 출시 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in 10을 꽤 장기간 유지하는 중이며, 인기 순위 1위를 하기도 했다. 그 원동력이 바로 원작 요소 존중일 터이다.
유저들은 종종 고전 MMORPG식 게이밍 경험을 그리워하곤 한다. 대부분 기술력 한계나 노하우 부족 혹은 초기적 BM에 따른 불편함에서 비롯된 경험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추억을 반추하려는 유저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유저들에게 '프리스톤테일 M'은 충분히 경쟁력 있는 게임이 될 수 있다.
향후 '프리스톤테일 M'에 남은 과제는 '유저 친화'다. '프리스톤테일 M'을 즐기는 유저 중 대부분은 이미 대체제가 충분한 시장에서 향수와 추억에 젖어 찾아왔고, 게임이 기대와 다르다면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이들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그런 면에서 긍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만 게임 클라이언트 관리 측면에서 다소 미숙한 모습을 보이는 점은 불안 요소다. 꾸준히 운영 능력을 길러나가며 유저 요구를 충족시킨다면 원작 '프리스톤테일'처럼 장수하는 작품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리뷰/프리뷰
조금 낡았어도 감성 자극하는 프리스톤테일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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