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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정규교육 편입해야 할 게임, 유니콘 오버로드

작성자 :	등록일 : 2024-03-29 오후 8:56:55

세가 퍼블리싱 코리아는 바닐라웨어가 개발하고 산하 스튜디오인 아틀러스가 프로듀싱과 유통을 담당한 신작 '유니콘 오버로드'를 3월 8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플랫폼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4·5와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시리즈 X|S, 닌텐도 스위치다. 정식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며, 국내 심의기관으로부터 12세 이용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유니콘 오버로드'에서, 유저는 코르니아 왕국의 왕자이자 주인공인 어레인 입장이 되어 국가를 빼앗은 원흉인 배신자 갈레리우스와 맞서야 한다. 전반적인 스토리는 주인공이 오랜 세월 숨어 지낸 끝에 위기에 몰리고, 갈레리우스가 창건한 제노이라 제국에 대항하기 위해 자체적인 세력을 불려 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나라를 잃은 왕족이 점령국에 대항해 세력을 모으고 반란을 일으킨다는 시나리오는 이른바 클리셰, 혹은 정석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참신한 스토리나 이야기 구조를 바란 유저라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클리셰 비틀기가 유행하는 시기에는 이러한 정석 스토리가 또 깊은맛을 내기도 한다.

정석 스토리가 지닌 가장 큰 문제는 선악 구도가 명확한 탓에 이야기가 유치하거나 억지스러울 수 있다는 점인데, '유니콘 오버로드' 스토리는 아군 측 등장인물들이 마냥 선하기만 하고 적측 등장인물들이 다들 일차원적으로 악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크게 유치하거나 억지스럽지는 않았다. 다만 캐릭터 입체성이 조금 부족하다 보니 캐릭터마다 준비된 대화나 서브 스토리를 여럿 감상하다 보면 약간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전반적인 게임 흐름은 여행을 이어가며 다양한 동료 캐릭터나 병종을 영입해 병력을 꾸린 뒤 전투를 벌이는 식이다. 유저는 모집한 동료나 병종으로 부대를 구성할 수 있으며, 이렇게 구성된 부대를 전장에 올려둔 뒤 적 부대와 조우시켜 교전을 벌이거나 원하는 자리로 이동시킬 수 있다.

전장에 배치된 부대는 심볼 형식으로 표시되며, 교전에 돌입하면 2D 그래픽으로 이뤄진 전투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직접 조작이 아닌 '감상'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모든 부대는 교전 진입 시 유저가 설정한 대로 행동하며, 이 과정에서 유저가 개입할 수 있는 요소는 없다.

하지만 감상하는 재미는 확실하다. 바닐라웨어 특유의 화풍과 섬세한 애니메이션 덕분에 아군 병력이 적을 어떻게 처치하는지 지켜볼 맛이 난다. 또한 상술했듯, 그리고 또 후술하겠지만, 모든 병력이 유저가 미리 설정한 대로 움직이는 만큼 자신이 계획한 전술이 실제로 착착 이뤄지는 걸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유저는 대신 교전에 앞서 해당 부대 구성과 행동 방침을 지정할 수 있다. 어떤 병종을 어떤 위치에 배치할지를 고민해야 하고, 캐릭터 행동 순서에 따라 패시브 스킬과 액티브 스킬을 지정해 줘야 한다.

캐릭터 행동 순서와 스킬 발동 조건을 꼼꼼히 확인해 모든 스킬이 낭비 없이 발동되도록 해야 하고, 설령 상정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기초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밍(코딩) 과목을 이수한 유저라면 '스크래치'나 '엔트리' 같은 블록 코딩 프로그램을 다뤄본 적 있을 텐데, '유니콘 오버로드' 전투 준비도 이에 준하는 수준이다.

병종 구성 자유도가 상당히 높다. 같은 병종이라도 종족이나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필요한 병종을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같은 아처라도 엘프 궁수는 마법 공격력이 뛰어나고, 같은 인간 궁수라도 성별에 따라 역할이 또 달라진다.

그만큼 적들도 다양한 병력을 갖추고 나오는 만큼 모든 상황에 대응하는 부대를 만들기는 어렵다. 낮은 난도에서는 병종만 적절히 갖춰주면 세세하게 조정하지 않아도 게임을 끌어나갈 수 있지만, 높은 난도로 플레이하거나 일반적인 난도라도 후반부에 들어서면 병종 간 상성과 물리/마법 상성, 캐릭터 성장 타입에 따른 성장 전략 등을 모두 고려해 행동 방침을 정해주고 적재적소에 투입해야 한다. 높은 난도라면 병종 구성과 전략 수립에만 십수 시간을 거뜬히 보내게 된다.

핵심 재미 요소는 전략 수립과 전투지만, 필드 탐험도 꽤 흥미로운 요소였다. 넓은 대륙을 유저가 원하는 대로 탐색해 가며 제노이라 제국 밑에서 고통받는 지역들을 해방하거나 채굴장 보물찾기 미니게임 같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해방한 지역에 수비병을 배치해 자원을 수급하는 등 전략 게임 요소도 갖췄다.

게임이 아주 어렵지는 않은 편이다. 처음 플레이할 때는 캐주얼-노말-택티컬-익스퍼트 4종류 난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비디오 게임을 거의 처음 접해본 유저라면 캐주얼을, 턴제 전략 RPG 경험이 풍부한 유저라면 익스퍼트를, 게이밍 경험은 갖추고 있으나 턴제 전략 RPG를 접해본 적은 없는 유저라면 노말이나 택티컬을 고르면 적합한 수준이다.

게임을 한 번 클리어 하고 나면 최고 난도인 제노리아가 개방된다. 익스퍼트도 녹록한 난도는 아니지만, 제노리아는 단순히 난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전투 중 격파된 부대를 재출격 시킬 수 없는 등 제약이 생겨 어지간한 숙련자가 아니라면 클리어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었다.

난도가 세분화된 만큼 플레이타임을 콕 집어서 말하기는 어려우나, 택티컬 난도 기준으로 게임 시작부터 클리어까지 약 60~80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제노리아 난이도까지 즐길 경우 100시간은 가뿐히 넘어가는 플레이타임을 보장한다.

'오딘 스피어'부터 선보였던 바닐라웨어 특유의 아트 스타일은 '유니콘 오버로드'에서도 여전하다. '드래곤즈 크라운'같이 일부 묘사를 과장하기 보다는 '13기병방위권'에서 정립된 비교적 사실적인 그림체이지만, 스타일은 그대로 유지했다.

바닐라웨어 특유의 음식 묘사는 더 발전돼서 돌아왔다. 캐릭터들이 음식을 먹으며 음식이 조금씩 줄어드는 연출을 보다 보면 유저도 따라서 배가 고파지는 경험을 할지도 모르겠다.

'유니콘 오버로드'는 잘 만들어진 게임이다. 스토리는 굴곡 없이 무난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느껴지는 전통적인 재미가 있고, 완벽한 전투를 위해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은 정규 교육 과정에 코딩 수업을 대체해 들어가도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요구해 '~매니저' 같은 제목이 붙곤 하는 스포츠 매니지먼트 게임과 흡사한 재미를 준다. 병력마다 성장 방향성을 따로 설정하는 등 육성 시스템도 꽤 깊이가 있다.

그러나 '유니콘 오버로드'를 타인에게 섣불리 추천하기는 어렵다. 물론 간만에 출시된 명품 턴제 전략 RPG라는 점은 사실이지만, 턴제 전략 RPG가 '간만에' 나오게 된 이유는 그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니콘 오버로드'는 턴제 전략 RPG 중에도 더더욱 흔치 않게 유저가 미리 지정한 대로 병력이 알아서 교전하는 방식을 택한 게임이다. 호불호가 안 갈릴 수 없다.

일단 취향에만 맞는다면 '유니콘 오버로드'는 매우 뛰어난 게이밍 경험을 제공하는 게임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이 장르를 좋아하는지 확신하지 못 하는 유저더라도, 개발사인 바닐라웨어 팬이거나 장르 팬이라면 일단 한번 도전해 볼 가치는 있다.

다행히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 플랫폼을 보유한 유저라면 무료 체험판을 플레이 해볼 수 있다. 게임 초반부를 5시간 가량 플레이 할 수 있으며, 메뉴 화면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기 때문에 실제 체험판으로만 약 6~7시간에 달하는 분량을 체험할 수 있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