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피아는 캡콤이 개발한 대전 격투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6' 클로즈베타 테스트를 10월 7일부터 10월 10일까지 진행했다. 대응 기종은 플레이스테이션 5 및 XBox 시리즈 X│S, PC(스팀)이었다.
'스트리트 파이터 6 (이하 SF 6)'은 2023년 발매 예정이며, 2022년 9월 도쿄게임쇼 2022 스페셜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게임 정보를 하나씩 공개하며 대전 격투 마니아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신대륙으로 기대받고 있다.
이번 CBT는 배틀 허브 시스템을 중점으로 진행됐다. 멀티플레이 관련 요소가 모여있는 일종의 로비 개념으로, 최대 100명까지 모일 수 있는 대규모 로비를 제공한다.
아케이드 오락실을 모티브로 한 공간인 만큼 일반적인 대전은 아케이드 게임기 형태의 오브젝트를 통해 이뤄진다. 한 유저가 오락기 한편에 앉으면 반대편에 앉은 유저가 도전자가 되는 식이다. 비슷한 컨셉을 추구한 게임이 'SF 6'만은 아니지만, 가장 완성된 형태로 선보인 건 'SF 6'이다.
관전 시스템도 매칭 시스템과 연동된다. 대전이 이뤄지는 게임기 옆으로 이동해 관전할 수 있는데, 관전 중 관전자 아바타가 게임기 주변을 에워싸는 형태가 된다. 대전이 끝났을 때 주변에 구경 중인 유저가 많은 걸 확인하면 아케이드 오락실에서 구경꾼 여러 명을 대동했을 때처럼 절로 어깨가 으쓱해진다.
최근 몇 년 새 메타버스라는 개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며 이상적인 메타버스에 대한 논의가(혹은, 논의'만') 이뤄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메타버스 개발사라고 자화자찬하지도 않은 게임사가 만든 시스템이 '이것이 메타버스다'라고 할만한 시스템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는 점은 꽤 흥미로운 사실이다.
전반적인 시스템은 전작 '스트리트 파이터 5(이하 SF5)'보다 어려워졌다. 특히 새로 도입된 드라이브 시스템이 큰 역할을 했다. 시작부터 게이지가 전부 충전된 상태로 진행되며 특정 기술 사용 시 게이지가 차감되는 시스템이다.
게이지를 소비하는 드라이브 기술에는 공격 무시 카운터인 드라이브 임팩트, 블로킹 시스템인 드라이브 페리, 기존 EX 필살기를 계승하는 드라이브 아트, 가드 중 반격기인 드라이브 리버설 등이 있다.
모두 심리전 요소를 크게 강화하는 요소들이며, 전반적인 게임 흐름을 이해해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인 만큼 진입 장벽이 다소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SF5'가 유달리 진입 장벽이 낮다는 평가를 받은 점을 고려하면 원래대로 돌아갔다고도 볼 수 있겠다.
난도가 오른 대신 대전 격투라는 장르 자체가 친숙하지 않은 유저들을 위한 모던 컨트롤 시스템도 도입됐다. 기존 6 버튼 시스템에서 강/중/약 3 버튼 체제로 변환하고 커맨드 입력을 단순화한 입력 방식이다. 초심자 중 복잡한 커맨드를 입력하기 어려워하는 유저가 적지 않음을 생각하면 입문자들에게 나쁘지 않은 시스템이다.
정식 출시 후 데이터가 누적되어야 알 수 있는 요소긴 하지만, 모던 컨트롤 적용 시 킥과 펀치 등 기본기 활용이 어려워 고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선 기존 6 버튼 시스템을 활용해야 할 필요가 보였다.
연습 시스템은 시리즈 역대 최고를 넘어 대전 격투 게임 사상 최고라고 봐도 무방하다. AI 설정부터 어떤 요소를 연습할지 정하는 기능 등이 상당히 세밀하게 나뉘어있어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연습할 수 있다.
하지만 'SF 6'의 연습 시스템을 최고로 만들어주는 요소는 다름 아닌 프레임 미터다. 대전 격투 게임은 프레임 단위로 기술을 사용하거나 적 행동을 예측해야 하는 등 정확한 타이밍이 매우 중요한 장르고, 덕분에 타이밍을 익히지 못한 유저들은 소위 말하는 '모르면 맞아야지'를 겪으며 힘들게 게임을 익혀야만 했다.
프레임 미터는 기술 발동 타이밍 등을 정밀하게 분석해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방금 기술이 어떤 프레임에 어떻게 발동되었는지도 볼 수 있어 이런 요소를 익히기 매우 쉽게 만들어준다.
엄밀히 따지면 연습 시스템은 아니나 연습에 활용할 수 있는 요소도 있다. 관전 중 양 선수가 입력한 버튼을 볼 수 있는 기능인데, 고수 유저가 어떤 버튼을 어느 순간에 누르는지 배울 수 있어 독학은 물론 고수 유저가 다른 유저에게 게임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었다.
그래픽 완성도가 높은 편임은 물론, 각종 효과도 화려해지며 '보는 맛'을 챙기기도 했다. 화려하면서도 시인성이 높기가 쉽지 않은데, 'SF 6'은 해냈다.
게임 자체보다는 e스포츠 팬들을 위한 변화에 가깝다. 다른 스포츠 장르와 마찬가지로 e스포츠 역시 화려할수록 좋되, 화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재미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리즈 최초로 실황 중계 보이스를 도입했는데, 배틀 허브 시스템과 어우러져 e스포츠 대회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게임 중에는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해설 내용에까지 집중할 여력은 없었지만,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는 배경음으로서는 훌륭했다.
전반적으로 '스트리트 파이터 3: 서드 스트라이크(이하 SF3')'을 연상시키는 요소가 삽입된 점이 특징이다. 힙합풍 BGM과 그라피티 감성 등 길거리 감성을 강조하는 요소가 적지 않다.
'SF 3' 분위기를 계승한 데 이어 스토리 역시 'SF 3' 이후를 다루고 있다고 알려진 만큼 'SF 3' 출연 후 소식이 없는 등장인물들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괴한 Q는 '스트리트 파이터 5(이하 'SF 5')에서 캐릭터 스킨이나 스테이지 배경으로 등장했고, 트웰브는 형제 격 캐릭터인 일레븐이 'SF5' 보너스 콘텐츠로 등장하며 기대감을 모았던 전적도 있다.
비록 국내 흥행에는 실패했으나 'SF 3'은 투극이나 EVO 등 대전 격투 게임 e스포츠 리그가 태동할 때부터 함께 해온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팬들에게 있어 'SF 3'에만 등장했던 인물들이 다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다.
유저가 자신의 분신을 직접 설정해 로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커스터마이징 옵션도 다양해 미형 캐릭터부터 사람이라고 보기 힘든 체형을 가진 괴인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베타에서는 자신이 만든 아바타를 조종해 배틀 허브를 돌아다니는 기능만 제공되었지만, 정식 출시 후에는 커스터마이징한 캐릭터를 조종해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격투 콘텐츠를 즐기는 등 아바타를 활용한 새로운 콘텐츠도 추가될 예정이다.
대전 격투 게임을 출시하기도 전에 평가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캐릭터 연구도 이뤄지지 않았고, 밸런스 패치도 진행되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대전 격투 게임에서는 같은 캐릭터라도 연구에 따라 완전히 다른 캐릭터가 될 수 있고, 단 1프레임에도 승패가 갈리곤 하는 장르 특성상 사소한 밸런스 변화만으로도 많은 부분이 달라지게 된다.
그러나 CBT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자면, 캐릭터 간 밸런스만 적절하게 맞춰진다면 격투 게임계에 새로운 바람이 되어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게임임은 확실하다.
더욱 기대되는 부분은 아직 ‘스트리트 파이터 6’ 최고의 무기는 꺼내지조차 않았다는 점이다. 본격적으로 거리를 돌아다니며 진정한 스트리트 파이터로 거듭나는 월드 투어 모드가 남아있는 만큼, 과연 '스트리트 파이터 6'이 대전 격투 유저들이 바라던 신대륙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리뷰/프리뷰
신대륙을 바라는 격투가들에게, 스트리트 파이터 6 C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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