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은 10월 11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넥슨 사옥에서 자사 넥슨게임즈가 개발 중인 신작 '퍼스트 디센던트' 비공개 시연회를 진행했다. 넥슨이 처음 시도하는 SF 판타지 배경 루트 슈터로, 명명 전 프로젝트명인 '프로젝트 매그넘'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진 바 있다.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는 무난한 편이었다. 나쁜 의미는 아니다. SF 판타지 배경이었지만 게임 플레이가 지나치게 아크로바틱하지도 않았고, 슈팅 요소는 적당히 캐주얼하면서 꽤 '쏘는 맛'이 있었다. 루트 슈터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장르에 입문하고 적응하기에 좋은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플링 훅을 활용한 액션은 게임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했다. 단순히 이동뿐만 아니라 전투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는데, 방패를 든 적 뒤로 빠르게 이동해 후면을 타격하거나 스킬 활용에 적합한 위치를 선점하는 식이었다. 사격에 자신 있는 유저는 공중으로 도약해 적 저격수를 역 저격할 수도 있었다.
다만 그래플링 훅으로 적을 직접 타격할 수는 없었다. 적을 끌어당기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전투에 활용할 수 있다면 유사 장르 경쟁작들과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어보였다. 추후 계승자 능력이나 룬 등으로 구현되기를 기대해본다.
휴행탄이 적어 전투 지속 시간이 짧다는 점은 아쉬웠다. 적이 총알 몇발 정도로는 죽지 않는 터프한 외계인들인 만큼 탄약 소비가 꽤 큰 편이었는데, 휴행탄이 적은 데다가 무장에 따라 탄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어 끊임없이 탄약 부족에 시달리곤 했다. 고난도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루트 슈터에서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는 '루팅'은 생각보다 흥미롭지 않았다. 드롭된 아이템이 고유한 외형이 아닌 오브 형태로 보이고, 수동으로 획득하는 게 아니라 근처를 지나가면 자동으로 습득되는 형태였다. 일반적인 루트 슈터에서 체력이나 탄창에만 적용된 기능이 모든 아이템에 적용된 셈이다.
비록 난잡해 보일지라도 전투 후 사방에 흩뿌려져 있는 아이템을 보는 행위는 루트 슈터에서 만만찮은 만족감을 준다. 사냥을 이어가며 제한된 인벤토리에 가치가 높은 아이템을 선별해 담고 마을로 돌아가 판매하거나 분해하는 행위 역시 루트 슈터에서 쏠쏠한 재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퍼스트 디센던트'는 유저에게 그 재미를 빼앗았다. 아무리 전투가 재미있더라도 루팅 하는 순간이 큰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루트 슈터라는 장르를 자칭하기 어렵다. 개발 중 빌드인 만큼 추후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긴 하다.
튜토리얼 시점에서 딜러 레픽, 디버퍼 비에사, 탱커 에이젝스라는 표준적인 능력을 지닌 세 계승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튜토리얼이 끝난 뒤 게임 플레이를 통해 다른 계승자를 해금하는 방식이었으며, 이를 통해 튜토리얼에서 고르지 않은 계승자도 모두 사용할 기회를 제공했다.
직업 시스템이 아니라 그때그때 필요한 계승자를 골라 교체해가며 플레이하는 방식이다 보니 계승자 하나가 지닌 기술은 패시브 기술 하나와 액티브 기술 네개로 적은 편이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 캐릭터가 여러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여러 역할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제이버는 공격 터릿과 회복 터릿을 통해 적 공격과 파티원 회복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계승자였고, 글레이는 흡혈-자해 사이클을 활용한 막강한 공격수인 동시에 패시브로 제한적인 힐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계승자인 식이었다.
파티 플레이와 솔로 플레이를 모두 배려한 디자인으로 보이는데, 적지 않은 멀티플레이 게임에서 서포터 캐릭터에게 파티플레이를 위한 요소만 지나치게 많이 넣었다가 솔로 플레이가 재미없어져 외면받는 현상이 일어났음을 고려하면 합리적으로 보였다.
튜토리얼에서 보여준 계승자 개인의 면모는 꽤 흥미로웠다. 짧은 컷신임에도 계승자별 차이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추후 계승자에 따른 고유한 스토리가 도입된다면 좋을 듯했다.
테스트에서는 꾸미기 요소가 제공되지 않았으나, 각 캐릭터가 미형으로 디자인된 만큼 어떤 꾸미기 요소가 도입될지도 기대되는 부분이었다. 루트 슈터는 무한한 파밍을 통해 캐릭터를 강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캐릭터에 몰입하는 경향이 큰 장르인 만큼 꾸미기도 게임 플레이에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총기보다 더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룬 시스템이었다. 일종의 패시브 효과를 지닌 장비 아이템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룬을 장착하고 강화해 추가 효과를 얻는 식이다. 예컨대 무기 교체 후 5초간 탄약 소비 없음, 특정 상태 이상 면역 등이다.
폭풍, 안개 등 룬마다 고유한 속성을 지니고 속성마다 다른 무장에 영향을 줬다. 예컨대 '안개'룬은 샷건류를 강화했으며, 방어와 관련된 효과가 많았다. 이외에도 한 룬이 여러 무기에 동시에 영향을 주기도 해 무장 선택에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했다.
룬을 무제한으로 장착할 수는 없었다. 룬 속성별로 수용량이 정해져 있었고, 속성별 강화를 통해 최대 수용량을 늘릴 수 있었다. 어떤 속성을 먼저 강화하느냐에 따라 주로 다루는 무기와 역할군이 고정되지만, 일정 시기를 지나면 무장 및 계승자 선택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만능 전사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소켓 문양 시스템은 유연성을 포기하고 더 강해지는 기능이었다. 슬롯에 문양을 각인한 뒤 동일한 문양을 지닌 룬을 장착하면 요구 수용량이 적어지는 식으로, 문양이 불일치한다면 수용량을 도리어 늘려버리기 때문에 파밍이 얼추 마무리된 뒤 특정 역할군에 특화되고 싶을 때 선택하면 좋을 듯했다.
게임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은 거대 보스와의 레이드 전투다. 프롤로그 내용부터 거대 보스와 전투를 강조하는 게임 이기도 하고, 시연회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체험용으로 제공된 계정 육성 상태로는 '디바우러'와 '스터닝 뷰티', '그레이브 워커' 세 보스를 체험해볼 수 있었다. 초반 레이드 보스인 만큼 기믹 난도는 높지 않았으며, 전반적으로 세 보스 모두 훈련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가장 약한 보스인 디바우러는 체력이 일정 이하로 떨어지면 자신을 무적 상태로 만들고 회복해주는 고정형 소환수 '스포어'를 소환하는 기믹을 갖췄다. 레이드 전투가 일반 전투와 다르다는 점을 알려주는 첨병 역할인 셈이다.
스터닝 뷰티는 일정 주기로 시야에 들어오는 적 체력을 꾸준히 감소시키는 기술을 사용해 엄폐물 활용을 강요했고, 유저 위치에 높은 피해를 주는 공격 패턴을 통해 엄폐물 사이를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동선 설계 능력을 요구했다.
그레이브 워커는 높은 체력과 공격력을 갖춘 보스로, 파티원 간 소통을 통해 약점을 집중 공격하고 그로기 상태로 만드는 법을 익히도록 유도했다. 또한 장비와 룬 설정 최적화를 통해 적절한 전투력을 갖춰야 클리어할 수 있었는데, 화력 부족으로 클리어에 실패하는 시연자들이 속출했다.
적출 시스템은 거대 보스를 상대한다는 느낌을 잘 살린 시스템이었다. 일정 이상 피해를 받은 약점 부위에 그래플링 훅으로 매달려 단숨에 파괴하는 기술로, 보스 레이드를 테마로 한 수렵 장르 게임 등에서 종종 채택되곤 하나 전투와 기믹 해결이 대부분 '쏘고 때린다'에 치중된 슈터 장르에서는 자주 보기 어렵다.
다만 보스 주변으로 갈수록 쓰러질 위험이 높은 만큼 섣불리 시도하기 힘들뿐더러, 그래플링 훅 사거리가 생각보다 짧은 편이기 때문에 적출을 시도하다가 그로기 상태가 사라지기도 했다.
파티원 들이 합심해서 한 약점을 집중 공격해야 하고, 적출이 가능한 시기를 정확히 포착하고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거리를 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시도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일단 성공한다면 약점을 파괴하는 데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숙련도가 높을수록 클리어 시간이 줄어 반복 플레이를 지루하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보였다.
시각적인 효과는 다소 부족했는데, 거대 보스에게 달라붙어 신체 부위를 뜯어낸다는 점을 더 부각할 수 있는 강렬한 시각효과가 동원된다면 좀 더 사냥하는 맛을 살릴 수 있을 듯했다.
근래 들어 기대작이 출시 직후 지원을 중단하거나 인기 작품이 운영 미숙으로 외면받는 사건이 이어지며 루트 슈터 마니아들은 다소 가혹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성공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루트 슈터가 없지는 않았지만, 즐길 수 있는 게임 풀 자체가 상당히 좁은 편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퍼스트 디센던트'는 루트 슈터 신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기대받을만한 작품이다. 마이너 장르 팬들에게 있어 새로운 대작은 언제나 환영인 법이다.
개발 중인 게임인 만큼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꾸준히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개선한다면 출시 시점에서 충분히 고쳐질 수 있는 요소들이었다. 독창적인 요소가 충분히 가미되어 있었고, 레이드 과정도 흥미로웠다.
과연 넥슨이 기존에 도전한 바 없는 새로운 장르에 던진 출사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게임이 자랑하는 거대 보스 레이드 만큼이나 게임이 제공하는 재미도 거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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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퍼스트 디센던트, 재미도 보스만큼 거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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