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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찾고, 막고, 먹고, 죽고. 그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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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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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3-08-09 오후 5:3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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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피아는 클로버 바이트가 개발한 '그라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5 버전을 7월 20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2021년 8월 2일 윈도우 PC와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된 게임으로, 2023년 6월 8일 출시한 무료 DLC를 포함한 완전판이다. 공식 한국어 자막이 제공된다.
'그라임'에서, 유저는 머리 대신 블랙홀이 달린 미스테리한 존재가 되어 어딘가 심각하게 뒤틀린 낯선 세계를 탐험해야 한다. 다가오는 적들을 쓰러뜨리고, 어둠 속에서 도사리던 강적을 한낱 먹이에 불과한 존재로 격하시키며, 자기 자신과 세상만사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하게 된다.
게임 속에서 스토리를 명쾌하게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초자연적인 힘으로 멸망했다가 뒤틀린채 다시 만들어졌다는 세계관 특성상 멀쩡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캐릭터가 드물고, 게임 스토리를 간접적으로 이해시켜 주는 수집물이나 인 게임 로어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트 스타일이 상당히 독특한 편에 속한다. 오프닝 영상부터 각종 크리쳐 디자인, 주인공 외형, 살점처럼 디자인된 암석과 기이한 오브젝트 등,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맘껏 뽐낸다. SF 호러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에일리언' 시리즈 속 괴생물체들을 디자인한 화가 H.R.기거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무기 디자인이나 설정도 그 예시다. 손가락이 덕지덕지 자라난 칼날이나 괴생물체의 턱뼈를 그대로 장대에 달아 적을 물어뜯는 것 같은 연출이 나오는 칼, 지네 채찍 등 특이한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다.
'그라임'은 메트로배니아 장르 문법을 따른 게임이다. 복잡한 미궁 같은 지형을 탐험하며 지도를 밝히고, 지형 곳곳에 숨어있는 비밀 아이템 등을 찾아가며 적을 물리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게임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전투 측면에서는 메트로배니아라기 보다는 소울라이크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스테미나 개념이 있고 소모량도 많아 다른 메트로배니아와 비교해 공격에 제약이 크지만, 정확하게 적 공격을 받아치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망하면 재화를 잃고 부활한 뒤 자신이 죽은 자리에서 다시 재화를 되찾아야 한다는 점에서도 비슷한 점이 있다.
호불호가 꽤 갈릴만한 부분이다. 메트로배니아는 기본적으로 탐색과 성장을 강조한 장르고, 최후반부로 갈수록 막강한 무기와 높은 캐릭터 스펙으로 적을 학살하며 돌아다니게 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그라임'은 후반부에서도 적 공격에 신경을 곤두세운 채 긴장한 상태로 전투를 치러야 한다. 짜릿한 손맛을 선호한다면 '그라임'이 취향에 더 잘 맞을 수 있다.
주인공이 지닌 능력에서도 소울라이크적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바로 '흡수'다. 적이 공격하는 정확한 순간에 흡수 능력을 발동해 반격하면 적을 먹어치우거나 적이 던진 투사체를 되던질 수 있다. 한 번에 삼킬 수 없을 정도로 생명력이 높은 적은 반격당하더라도 체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지만, 그런 적도 체력을 일정 수치 이하로 깎으면 잡아먹을 수 있다.
같은 종류 적을 반복해서 흡수하면 먹잇감이 지닌 능력을 강탈할 수도 있다. 바위머리를 다수 사냥하면 반격에 실패했을 때 입는 데미지가 줄어들고, 포복체를 다수 사냥하면 은밀하게 걷는 능력을 얻어 함정 돌파에 활용할 수 있는 식이다.
지형 구조는 유기적인 편이다. 메트로배니아 장르 특성 중 하나인 '나중에 다른 능력을 얻기 전까지 진입할 수 없는 곳'이 종종 등장해 길을 되돌아가야 하는 순간이 있고, 탐험 중 지름길이 열려 지형이 더 복잡해지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메트로배니아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라면 맵이 다소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초반에 탐색을 게을리했다면 거점 간 순간 이동 능력을 후반부에야 얻을 수 있는데, 순간 이동 능력 없이 돌아다니기엔 지형이 조금 넓다.
최초 플레이 타임은 약 10시간이다. 메트로배니아나 소울라이크 장르에 익숙한 유저라면 더 짧은 시간에도 클리어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익숙하지 않다면 훨씬 더 길어질 수 있다.
2회차 플레이를 즐긴다면 플레이 타임은 약 15시간이 된다. 1회차 당시 능력치와 특수 능력을 고스란히 가지고 시작하는 만큼 전체적인 플레이 타임은 줄어들지만, 새로운 NPC가 등장해 게임 배경을 설명해 주거나 2회차 전용 보스 몬스터와 전투가 벌어지는 등 추가 요소가 있다.
특히 엔딩 스토리를 통해 오프닝 영상이나 게임 중 지나쳤던 뜬구름 잡는 대사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만큼 평소엔 다회차 플레이를 즐기지 않는 유저라도 '그라임' 2회차 플레이는 즐길만한 가치가 있다.
한국어 번역 완성도가 높다. 게임 특성상 화려체가 자주 쓰이는 데다가 문장이 중간에 끊기고 다른 문장이 시작되는 등 정상적으로 대사를 읊는 캐릭터가 드문 작품인데, 이런 부분들을 무리 없이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낯선 고유명사들도 유사한 의미를 지닌 한국어를 활용해 번역했다.
'그라임'은 호불호가 갈릴만한 요소로 가득 찬 게임이다. 우선 기괴한 그래픽과 어두운 분위기가 그렇고, 매트로배니아와 소울라이크라는 호불호 갈리기로 유명한 두 장르를 결합했다. 대중들에게 초대장을 내밀기보다는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유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유일무이하다. 이런 요소들을 모두 지니고 완성도까지 갖춘 게임은 '그라임'외에 찾아보기 어렵다. '그라임'이 처음 출시된 이후 플레이스테이션 5로 이식된 오늘날까지도 '그라임'과 유사한 게임은 '그라임' 자기 자신뿐이다.
어두운 미궁에서 어려운 전투를 치르고 위기 속에서 적들을 포식하며 성장하는 기쁨을 누리고 싶은 유저라면,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라임'의 세계에 들어오면 된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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