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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동방 프로젝트' 팬을 위한 유사 메트로배니아, 홍마성 레밀리아 II 요환의 진혼가

작성자 :	등록일 : 2024-01-16 오후 5:13:32

CFK는 일본 Frontier Aja가 개발한 '홍마성 레밀리아 II: 요환의 진혼가'를 2023년 12월 14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플랫폼은 닌텐도 스위치와 윈도우 PC(스팀)로, 정식 한국어 자막이 제공된다. 국내 심의기관으로부터 12세 이용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2010년 출시된 '홍마성전설 II 요환의 진혼가'를 현세대 기종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일본 인디 게임 개발자 'ZUN'이 개발한 슈팅 게임 시리즈 '동방 프로젝트'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2차 창작 게임이기도 하다. 여기에 '악마성 드라큘라' 시리즈 패러디 및 오마쥬도 다수 포함돼했다.

'홍마성 레밀리아 II'에서, 유저는 시간 정지 능력이 있는 메이드 이자요이 사쿠야가 되어 환상향에 일어난 이변을 해결하고 고용주인 레밀리아 스칼렛을 찾아야 한다.

스토리는 유저가 '동방 프로젝트' 관련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전개된다. 예전부터 '동방 프로젝트' 원작이나 각종 2차 창작 콘텐츠를 즐기지 않은 유저라면 스토리 이해가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스토리 진행 중 만난 캐릭터를 간략하게 설명해 주는 메뉴가 있긴 하지만, 스토리에서 만나기 전 까지는 열람할 수 없다 보니 일러스트 감상 목적 외에 큰 의미는 없다.

상술했듯 '악마성 드라큘라' 시리즈, 그중에도 특히 1997년 3월 20일 출시된 '악마성 드라큘라 X 월하의 야상곡'을 오마쥬한 부분이 많다 보니 각종 몬스터 및 오브젝트 디자인, 등장인물 일러스트 측면에서 보편적인 '동방 프로젝트' 2차 창작 작품들과 비교해 이질적인 부분이 있다. 반면 스토리는 원작과 유사하게 가볍고 유쾌한 내용으로 전개된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전반적인 맵 디자인이나 플레이 방식에서 메트로배니아 장르를 했지만, 실제 장르는 스테이지 형식 액션 플랫포머에 가깝다. 맵이 일직선으로 구성돼 있던 전작과 비교해 복잡해졌으나 구조 자체는 단순해서 길을 찾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난이도는 전작보다 어려워졌다. 전작과 달리 비행에 기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적 탄막을 피하기가 힘들어졌고 공격 방식도 원거리 슈팅에서 근거리 타격으로 바뀌며 적에게 근접했다가 피격당할 위험이 생겼다. 무기 교체 같은 시스템이 없는 만큼 전투가 조금 단조로워졌다는 점도 특징이다.

전투가 단조로워졌다는 문제는 서브웨폰 시스템을 통해 해결했다. 원거리 공격 수단인 나이프와 필살기 개념인 시간 정지 시계를 제외하면 스토리 진행 중 합류한 동료들을 소환하는 기능으로, 적을 처치할 때마다 소량 획득할 수 있는 성령을 소모해 발동할 수 있다.

흥미로운 시스템이지만, 서브웨폰 획득 시기가 조금 늦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 중 다양한 서브웨폰을 사용하기는 어렵다. 2스테이지부터 합류하는 홍 메이링은 빠른 편이지만, 파츄리 널릿지와 앨리스 마카트로이드는 5스테이지, 하쿠레이 레이무는 6스테이지, 플랑드르 스칼렛은 7스테이지부터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레밀리아 스칼렛은 최고난도 챌린지 모드인 판타즘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홍마성 레밀리아 II'가 총 8스테이지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게임 플레이를 절반 이상 마친 5~6스테이지에 핵심 서브웨폰이 해제되는 게임 구조는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

높은 난도에는 맵 구조도 한몫한다. 좁은 곳에서 길 전체를 막는 거대한 적과 싸우거나 고지대에 있는 적 탄막 틈새를 돌파해 올라가야 하는 수직 오르막길, 적 공격을 피하는데 실수하면 곧바로 즉사 함정에 떨어질 위험이 있는 길 등 악의적으로 꾸며진 맵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일부 기믹은 서브웨폰 중 하나인 시계를 사용해 시간을 정지하면 쉽게 돌파할 수 있지만, 시간을 정지한다고 해서 무적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이미 발사된 투사체나 적 본체를 잘못 건드렸다가 오히려 손해만 보는 경우도 있었다.

보스전을 기점으로 게임 분위기가 바뀐다는 점도 특징이다. 플랫포머에서 탄막 슈팅 게임과 유사하게 바뀌는데, 보스마다 패턴이 정해져 있어 일단 패턴을 암기한 뒤 상황에 대처하는 식으로 진행하게 된다.

원작과 비교하면 탄막이 옅지만, 비행 슈팅이 아니라 플랫포머 방식 게임인 만큼 탄을 피하기는 원작보다 더 어렵다. 키리사메 마리사는 움직임을 멈추고 고출력 레이저 공격을 시도하고 콘파쿠 요우무는 체력은 적으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칼을 휘두르는 등 보스마다 원작 설정을 구현한 패턴을 갖추고 있어 '동방 프로젝트' 설정에 해박한 유저라면 쉽게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조작감이 좋은 편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적과 근거리 교전을 펼치려면 백스텝과 백스텝 나이프 연계, 연속 공중 날아차기 등 복잡한 조작을 수행해야 하는데, 조작하다가 원하지 않은 기술이 나가기 쉬운 구조로 되어있다.

게임 패드로 플레이할 경우에는 아날로그 스틱 중립 문제가 종종 발목을 잡았다. 데드존이 사실상 없는 수준으로 설정돼 있는 데다가 유저가 별도로 설정할 수도 없기 때문에, 스틱을 놓는 반동을 인식해 캐릭터 방향이 바뀌는 등 문제가 자주 발생했다. 유저에 따라서는 아날로그 스틱 대신 방향 버튼으로 조작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그래픽 완성도는 높은 편이다. '악마성 드라큘라' 시리즈를 오마주한 픽셀 아트 그래픽도 유려하게 완성됐고, 원작에서 호평받았던 일러스트도 건재하다. 일러스트레이터 반파이 아키라가 원작 등장인물 복장을 서양풍으로 어레인지한 디자인이 반영되어 있으면서도 원작 디자인을 크게 해치지 않은 점이 특징이다.

'동방프로젝트' 2차 창작 작품들 특징인 뛰어난 OST도 긍정적인 요소다. 게임 내에도 OST를 들을 수 있는 메뉴가 있는데, '동방 프로젝트' 팬이라면 OST 제목만 보고도 어떤 인물이 등장할지 예측할 수 있는 만큼 클리어 후에 둘러보는 걸 권하고 싶다.

플레이타임이 길지는 않다. 유저에게 맞는 난도를 고르면 2~3시간 이내에 클리어할 수 있으며, 숙련자라면 1시간 안에도 전부 클리어할 수 있다. 유저 실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스 러시와 판타즘(최고난이도) 같은 도전 요소까지 모두 즐긴다면 플레이타임은 약 8~10시간으로 늘어날 수 있다.

'홍마성 레밀리아 II: 요환의 진혼가'는 '동방 프로젝트' 팬 중 플랫포머 장르를 선호하는 유저라면 흥미롭게 플레이할 만한 작품이다. 출시된 지 10년이 지난 게임이라는 점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리마스터 및 이식이 잘 이뤄진 점도 특징이다.

그러나 게임 트레일러만 보고 메트로배니아 장르를 기대한 유저라면 게임성을 두고 크게 실망할 수 있다. 또한 원작을 모르는 유저라면 스토리 측면에서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2차 창작 게임이 지닌 본질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