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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INSIDE 22화- 야구를 꿈꾸던 소년, 구단주가 되다- 2부

작성자 :	등록일 : 2011-07-19 오전 9:44:42

2009년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차가운 바람은 대지를 얼게 만들고 용서 없는 날카로운 온도는 여미는 옷깃을 아랑곳 하지 않고 사람들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는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만들었고, 공기만큼이나 사람들의 표정도 싸늘했다. 많은 이들이 온기를 찾아 실내로 들어가 거리를 황량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계속되다 서서히 풀릴 무렵인 3월. 움츠러들었던 생명의 태동이 대지를 적시고 따스한 공기가 세상을 감싸 안기 시작했을 때. 겨우내 답답했던 마음을 털기 위해 나와야 하는 시기에, 많은 이들이 봄볕의 따스함을 느끼러 나오기보다는 실내에서 좀처럼 나올 줄을 몰랐다. TV앞으로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그 해 3월 5일부터 24일까지 일본과 미국에서 연이어 펼쳐 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문이었다. 지난 2006년 열린 첫 번째 대회에서 일본과 미국 등 한 수 위라는 야구 강국들을 연파하며 준우승에 올라 젊은 층에게서 소외되고 있던 야구를 다시 한 번 국민스포츠로 격상시키는 계기가 된 대회였기에 많은 이들은 두 번째 대회에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민적인 관심이 걸렸던 제 2회 WBC대회에서 대한민국은 1회 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4강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서 열린 준결승전에서 접전 끝에 아쉽게 일본에게 패해 결승 무대를 밟지는 못했지만, 기라성 같은 메이저리거들이 버티고 있는 강국들을 연파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힘을 주는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이런 열광적인 반응 속에서, 한 사내의 눈이 TV를 보며 반짝이고 있었다. 야구라는 그라운드에서 공을 치고 던지는 것을 줄 곳 꿈꿔왔던 소년은 그의 가슴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는 생각하고, 결심했다.

“한국 프로야구 9번째 구단의 구단주가 되자.”

소년 김택진의 눈에 강렬하게 날아 든 극적인 개막전 끝내기 만루홈런은 야구라는 스포츠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각본 없는 드라마가 전달해 주는 야구에 대한 관심은 더더욱 소년의 가슴을 충동질했다.

극적인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프로야구 첫 중계 시청을 한 운 좋은 소년-실제로 그는 한국 야구의 근간인 고교야구 붐업 시대에서부터 프로야구 개막과 전성기를 모두 경험하고 있는 세대다-인 김 대표의 눈에서 프로야구가 떠나는 일은 없었다. 학업에 열중하는 와중에서도 프로야구 결과를 확인하고 새롭게 국민 스포츠로 거듭나던 야구를 보는 것은 낙이 되었다.

“서울에서 살았기 때문에 MBC청룡의 팬이 되고 싶었지만, 실제로 좋아했던 팀은 롯데였습니다. 순전히 최동원 선수 때문이었어요.”

△ 김택진 대표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의 최고의 프로야구의 영웅이자 스타는 ‘롯데의 영원한 레전드’최동원이었다. 어쩌면 이 때부터 그의 인연은 경남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그의 연고지 팀은 MBC청룡이었다. 하지만 1984년의 한국시리즈를 계기로 그의 감각은 롯데라는 팀을 쫓게 되었다.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 등판한, 안경을 낀 한 명의 남자 때문이었다. 삼성과의 1984년 한국시리즈는 그야말로 최동원을 위한 시리즈였다.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최동원은 압도적인 구위를 선보이며 2번의 완투완봉과 1번의 구원승, 그리고 1번의 완투승을 거두는 괴력으로 롯데에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겼다.

“마음속에 영웅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한 편의 드라마였습니다. 지금도 그때 생각만하면 피가 끓습니다. 내 마음 속의 ‘영웅의 상’을 그려줬던 선수라고 할 수 있었어요.”

최동원의 전성기는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샌디 코펙스(LA다저스)와 드와이트 구든(뉴욕메츠)와 같이 짧았다. 그러나 그만큼 압도적인 선수는 없었다. 한 명의 투수가 혼자서 팀을 우승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만화와도 같은 이야기에 야구를 꿈꾸는 소년의 눈에 뜨겁게 비쳐졌다. 야구에 대한 열정을 예전과 같이 공을 주고받으며 풀어낼 수는 없었지만, 프로야구를 통해 대리만족을 할 수 있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그리고 1985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 학사를 취득하는 등 우수한 학업 성적을 거둘 정도로 출중했던 그였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공부를 하고 책을 읽으면서도 가슴 속에 뜨겁게 야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이미지를 지울 수 없었다.

학창시절을 거쳐 청년이 된 김택진의 가슴을 사로잡은 것은 야구뿐만이 아니었다. 컴퓨터를 만난 그에게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다. 글러브 대신 그에게는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가 쥐어졌다. 야구에서 얻은 에너지와 열정,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이야기를 IT로 풀어나갔다.

1989년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와 함께 ‘아래아 한글’을 공동개발해 한메소프트를 공동 창립한, 세상에 처음으로 공학도로써의 이름을 알린 청년 김택진은 이후 업계에서 남부럽지 않은 탄탄대로를 걷기 시작했다. 91년 서울대 공과대학 전자공학과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이듬해 현대전자 보스턴 R&D센터 파견 근무를 마치고, 95년 현대전자 인터넷 온라인 서비스였던 아미넷(현 신비로)의 개발팀장으로 이름을 올리기까지 쉼 없이 달렸다. 컴퓨터와 IT, 인터넷이라는 신세계는 그에게 또 다른 꿈과 또 다른 세상을 선사했다.

그러나 야구에서 얻은 열정은 그에게 단단한 바위와도 같은 굳건한 철학으로 남게 되었다. 야구에서 얻은 새로운 문화에 대한 도전과 체험이 그의 신조로 박혔던 것이다. ‘늘 새로운 분야를 찾아가되,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야 한다’라는 것은 그가 지금도 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하는 강철과도 같은 신념이자 소신이다.

현대전자에 스카우트될 만큼 탄탄대로를 걷던 그는 1997년 대기업을 퇴직하고 게임회사를 창업한다고 지인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바로 게임회사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많은 이들이 “왜 대기업을 그만두고 앞날이 불투명한 게임회사를 창업한다고 하느냐”라며 만류했다. 그러나 새로운 세상에 대한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사명은 다음 세대의 문화와 엔터테인먼트를 뜻하는 ‘넥스트 시네마(Next Cinema)'의 첫머리를 따서 ’엔씨(NC)소프트‘로 결정했다.

△ LA다저스 시절의 박찬호는 IMF로 시름에 빠진 국민들에게 큰 힘을 준 이였다. 막 창업을 한 뒤 곧바로 외환위기를 경험한 김택진 대표와 엔씨소프트는 박찬호가 던지는 하얀 공에 내일을 향한 열정을 얻고 꿈을 얻었다.

하지만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IMF외환위기가 찾아 온 것이다. 이제 막 시작한 회사에 큰 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거품경제에 기대고 있던 회사들이 숱하게 무너져 내렸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성공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가 있었다. 직원들의 걱정도 만만치 않았다. 실제로 위기가 찾아온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때마다 TV에서 미국에서 홀로 거구들을 거꾸러뜨리는 역투를 펼치는 박찬호 선수를 보며 용기를 다졌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풀타임 선발투수가 되었을 때, 시카고 컵스전에서 메이저리그 첫 승리를 거뒀을 때, 그리고 첫 완투승을 거두며 환호했던 순간들을 모두 TV로 지켜보며 힘을 냈다.

박찬호 선수가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공을 뿌리는 열정과 최초를 향한 도전정신, 각박한 마이너리그 시절을 딛고 성공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과정은 엔씨소프트를 이끌어가는 김택진 대표의 또 다른 원동력이 되기에 충분했다. 창립 직후 찾아 온 IMF의 여파로 위기가 수시로 찾아왔지만 다시 한 번 야구에서 얻은 목표를 향한 열정으로 의욕적으로 더 많은 사업을 추진했다. 도전정신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 하겠다는 의욕을 가지게 된 것이다.

성공이 불투명할 것이라며 주위 사람들이 만류했던 그가 창업한 엔씨소프트는 1년 만에 ‘리니지’라는 역사적인 게임을 탄생시켰고 2002년 김택진 대표는 비즈니스위크가 발표한 '세계 e비즈 영향력 있는 25인'에 선정되는 등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의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인 그는 현재 보유주식 총액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야구에서 얻은 열정과 새로운 세계를 위한 도전정신은 엔씨소프트와 그를 최고의 반열에 올려두었다. 스스로 지금도 “어려울 때나 힘들 때, 지쳤을 때 야구를 생각하며 그곳에서 얻은 뜨거운 에너지를 일과 사업으로 연결시켰어요. 야구는 언제나 힘들 때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라고 곱씹는 김 대표다.

그만큼 그에게 야구라는 존재는 삶의 부족함을 충만히 채워주는, 힘들 때 힘이 되어주는 에너지가 되었다.

※게임 INSIDE- 야구를 꿈꾸던 소년, 구단주가 되다 편은 전 세계 게임업체 사장 최초로 신생 프로야구단의 구단주가 된 김택진 현 엔씨소프트 대표의 공식 석상에서의 구술과 인터뷰 등을 토대로 작성된 것입니다. - 편집자 주

-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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