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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게임 INSIDE 23화- ‘돈 버는 게임사’의 불편한 진실

작성자 :	등록일 : 2011-07-26 오전 9:25:47

게임사(퍼블리셔, 게임 개발사)들은 돈을 벌어야 한다. 일반적인 상품을 만들어 내는 제조업체들과 다를 바가 없다. 돈을 벌고 수익을 내지 않으면 다음 상품, 다음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여력을 얻을 수 없다. 또, 제품을 만드는 사람도 먹고 살아야 할 것이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어쨌든 간에 어쨌든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게임사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게임사가 돈을 벌지 못해 그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그라지어 버리면 유저 입장에서도 매우 억울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었는데 돈을 벌지 못해 시장에서 사라진 게임사가 있다고? 게임 꽤나 했다는 유저들은 그런 사례들을 익히 들어 봤을 것이다. ‘훌륭한 게임’이라는 세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 실패를 한 게임들, 그리고 그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간 게임사들의 사례들 말이다.

반면, ‘돈을 버는 게임사’들도 있다. 돈을 벌어들이는,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게임사들은 국내를 대표하는 톱클래스 메이저 게임사들로 국한시킬 수 없다. 게임사의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이 게임을 만든 회사’라는 말을 들으면 알아들을 수 있을 법한 중견 게임사들은 쏠쏠한 코어 유저들의 존재로 인해 시장에서 간판 캐시카우를 앞세워 ‘돈을 벌어들이고’있다.

하지만 돈은 벌어들이고 있지만 회사는 성장하지 않고 있다. 회사의 성장, 즉 새로운 신작이나 상장, 혹은 자금 투입으로 회사 규모를 넓혀 새로운 장르의 개척이나 퍼블리셔 등 종합 게임사로써의 확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현재에 만족하고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초연한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게임사 A는 온라인 게임업계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꾸준히 국내 게임업계에서 활동한 게임사였다. IT거품경제 당시 다른 게임사들처럼 큰 투자금을 끌어들여 블록버스터급이라고 할 수 있는 대작 게임을 만드는 큰 규모는 아니었다. 하지만 게임 장르의 다양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A사가 만들어 낸 게임은 떠들썩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의 코어 유저들을 차근차근 확보하기에는 충분한 매력을 갖추고 있었다.

지금에야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장르의 단순화가 이루어져 있었던 시절, 게임 시장에 다크 컬러의 MMORPG가 범람하고 있는 시기에서 틈새시장을 정확하게 공략한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거창하고 ‘어께가 딱 벌어진’대작들이 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었고 또 어떤 게임들은 IT신화의 한 축에서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뒀다는 소식이 들렸고 A사는 이런 흐름과는 동떨어져 있었지만 코어 유저들을 상대로 착실히 수익을 올려 나갔다. 조금은 생소했고 어려웠지만 입소문을 탄 A사의 간판 게임은 캐시카우로 착실히 성장했다.

△ 온라인 게임 시장 초창기, 세상은 블록버스터 MMORPG의 향연이었다.

블록버스터 MMORPG도 아니니 정액 요금제도 아닐 텐데 어떻게 캐시카우로 착실히 성장할 수 있었냐고? A사의 간판 게임은 결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천문학적인 게임은 아니었지만, 꾸준하고도 오랜 기간에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을 ‘현금을 쓰게 만드는’게임으로 성장해 있었다. PvP적인 요소가 크게 부각되어 있는 만큼 콘텐츠에 대한 부족함도 유저들에게는 크게 다가오지 않은 게임이었다.

시간이 흘러 부분유료화가 각광을 받는 시기가 되면서 A사의 게임은 코어 유저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확실히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캐주얼 게임이 대세로 떠오르던 시기에 A사의 간판 게임은 틈새시장의 성공한 게임으로 칭송받았지만, 사실은 A사의 간판 게임은 슬럼프 없이 꾸준하게 성장세를 기록했다. 많은 개발비용이 들어가지 않은 게임이었기 때문에 뛰어난 투자대비 효율성을 보여 줬고, ‘대박 게임’들에 비해 매출은 적었지만 고스란히 수익으로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오랜 기간 동안 성장하면서 꾸준히 수익을 낸 A사는 상장이나 더 큰 회사로의 확장, 추가적인 투자로 인한 자연스러운 ‘회사의 성장’의 길을 택하지 않는 의아한 모습을 보였다.

신작 게임에 대한 개발이 없지는 않았다. 분명 신작 게임에 대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었다. 하지만 그 게임이 세상에 빛을 보거나 혹은 그 게임을 위한 대대적인 마케팅이 진행되는 일은 없었다.

신작 게임에 대한 소식보다는, 캐시카우로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게임의 인기 유지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현재의 안주가 가장 큰 덕목인 것처럼.

그렇다면 중소규모급의 게임사인 A에서 개발자들은 이런 회사의 방침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 당연히 현재에 안주하는 게임사에 자연스럽게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새로운 프로젝트의 진행과 투자는 미쳐지는 영향은 매우 미비했고 돈을 벌어들이는 수단인 간판 게임에 대한 현상유지만 계속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개발자들에게 실질적인 ‘발전’이랄 것이 없었다.

더욱이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 새로운 부분유료화 아이템을 개발하는 데에 집중하기를 회사가 계속해서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개발 인력의 추가 유입은 당연히 있을 수가 없었다(중소기업 규모군의 게임 회사에서 누가 그렇게 추가 인력을 쉽게 뽑겠는가!). 현상 유지를 해도 게임의 운영이 가능하고 또 새로운 유료 아이템 상품을 개발하고 있었기 때문에 개발 인원의 추가 영입은 필요치 않았다-라고 경영진은 판단하고 있었다.

△ 중소기업 게임 개발사들의 책임 없는 몰락은 종종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고 있는 개발자들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은 대체 누가 진단 말인가.

그렇다면 고착화에 의한 수익 하락은 따르게 되지 않았을까. 아주 드문 일이지만 A의 간판 게임은 한 번 게임을 시작하면 유저들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게임이었다. 콘텐츠에 대한 갈증은 새로운 유료 아이템과 혼합 아이템으로 해소할 수 있었으며, PvP구조의 전투와 흐름은 ‘최초 투자와 연속된 투자’를 부르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게임이었다. 굉장히 오래 운영 된 게임이었지만 부분유료화 아이템 판매는 여전히 회사에게 수익을 안겨 줄 정도로 운영이 되고 있었다.

사실, 개발진은 게임을 본 궤도에 올려놓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과로를 경험하고 있었다. 중소기업 규모군이었던 만큼 최소한의 인원으로 게임 개발과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개발진의 유입이나 회사의 확장과 신규 프로젝트의 진행으로 인한 인원 순환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언제까지 이 짓을 계속 하고 있어야 하느냐’라는 기존 개발진의 불만은 자연스럽게 쌓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회사의 수익구조가 굳어지고 또 수익이 올라가면서 그에 공헌을 한 개발인원에 대해 공헌도에 따라 복리후생과 연봉이 상승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했지만 경영진의 연봉협상은 ‘협상’이 아닌 ‘통보’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1년차와 2년차, 3년차의 연봉은 철저하게 나누어져 있으며 그 이상에 대한 인상은 0.1%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경영진의 일방적인 통보였다. 애초에 다른 회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의 복리후생과 연봉에 회사에 입사했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많은 연봉 인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당초 이야기와는 다른 것이었다. 자신들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른 회사로 가라는 식이었다. ‘너희 없어도 너희 자리를 대체할 인력은 쌓이고 쌓였다’라는 이사의 말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A사를 신입으로 입사해 다니다 2년 만에 회사를 그만 둔 P의 회상이다.

이러는 사이 사장과 그 측근들이 간판 게임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점점 쌓여만 갔다. “이사와 경영진의 차는 우리는 만져보지도 못한 수준의 금액을 자랑하는 고급 세단으로 바뀐 지 오래였다”라는 게 일반 평 개발진들의 말이었다. 개발진들의 노력을 폄훼하고 현상 유지에만 급급한 상황에서 매우 불편한 사실은, 게임사는 여전히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A사에 입사한 개발자들은 대부분 업계에 처음 발을 들이는 신입 사원들이었다. 업계의 생리와 흐름을 알 리도 없을뿐더러, 자신의 업무 처리와 처세만으로도 바쁜 이들이었다-누구나 사회 초년생은 다들 그럴 것이다-청년 실업 시대에 들어온 첫 회사. 하지만 청운의 꿈을 품은 것과는 달리 현실은 녹록치 않았고, 선배들의 냉소 섞인 눈길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최소 2년 이상 A사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부조리한 상황과 언제든지 회사는 자신을 갈아 끼울 수 있는 부속품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함부로 회사를 그만 둘 수는 없었다. ‘처음으로 들어간 회사에서 2년 정도를 채우지 않고 이직한 사실이 드러나면 동종 업계나 IT쪽에서 재취업에 악영향이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2년 이내에 회사를 옮긴 초년 직장인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박한 것이 사실이다. 애사심을 갖지 않고 언제든지 회사를 옮길 수 있다는 평가가 경력으로 증명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철새’가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다른 회사에서 경력이라도 인정받자’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한 번 회사에 들어가면 억지로라도 2년 정도는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었고, A사는 이를 교묘히 이용해 그들의 역정과 능력을 자신들의 수익 가치로 활용했다. “변변한 프로그램 하나 짤 줄 몰라도 선배들이 시키는 대로만 한다면 충분히 현재 운영되고 있는 게임의 패치를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었고, 대학을 갓 졸업한, 게임개발자를 꿈꾸는 순수한 젊은이들은 회사의 표적이 되기에 충분했다. 사회 초년생들에게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꿈을 향해 힘내 보자는 경영진의 말은 우리 때와 똑같았다”P의 회상이다.

△ 돈을 벌고 있는 게임사, 돈을 벌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게임사의 차이는 크다. 하지만 앞으로의 미래가 있는 게임사와, 현재를 위해 미래를 포기하게 만들고 있는 게임사의 차이는 더더욱 크다. 사진은 게임취업 성공 세미나와 게임직업인 초청 특강 모습.

지금도 ‘돈을 벌고 있는’A사는 현재 현역으로 재직 중인 게임 개발자들의 기피 개발사 중 하나다. 그러나 여전히 이 회사는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문제는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중견급 게임 개발사들이 국내에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중견급 게임 개발사들이 수년 째 부진한 실적을 거두면서 게임업계의 양분화를 부르고 있다는 지적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임 개발사의 근간이자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창의력 넘치는 인력이 대형 게임 개발사로 옮기려고 하는 현상은 분명 중견 게임사들의 근시안적인 사고를 다시 고쳐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인,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A사와 같은 작태는 분명 현실에 안주하고 개발자를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회사의 업무를 최선을 다해 하게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구성원들에게 ‘애사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 땅의 중소기업 규모, 그리고 중견 게임사들은 ‘어렵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얼마나 구성원들에게 애사심을 갖게 했는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물질적인 대가만이 모든 것은 아니다. 그들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우리’의 앞날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함께 걱정하는 방법도 있다. 개발자들은 소모품이 아니며, 회사의 돈을 벌어다 주기 위한 기계가 아니다. 그들도 한 가정의 가장이며, 아들이고, 더 나아가 회사의 동료다.

“현재 있는 게임 개발사의 규모는 적고, 명절 때 나에게 오는 것은 작은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선물세트뿐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나에게 꿈을 선물해 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최적의 조건과 역량을 발휘하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회사가 개발자 한 명 한 명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물질이 전부가 아니다. 개발자의 춤을 추게 할 수 있게 하는, 회사에 애정을 갖게 할 수 있는 것을, 그들은 나를 춤추게 하지 못했다.”

P가 소속되어 있는 이 회사는 최근 신작을 성공적으로 런칭시켰다. 보기 드문 수작으로 대형 퍼블리셔들에게 단단히 눈도장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임사와 개인 모두 성공을 할 수 있는 길은, 바로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겜툰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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