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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차이나조이 2011, 게임쇼라는 이름이 부끄럽다

작성자 :	등록일 : 2011-08-03 오전 9:44:38

1년에 몇 번씩 찾아오는 게임쇼는 유저들의 다양한 신작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 중 하나다. 세계 유수의 게임 기업들은 자사에서 서비스하거나 또는 개발한 게임들을 가지고 게임쇼를 통해 정보를 공개하고는 하는데 특히 이 중 눈에 띠는 몇몇 게임쇼의 경우 국제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E3나 게임스컴을 필두로 지스타, 동경게임쇼, 대만게임쇼, PAX 등 꽤 많은 수의 게임쇼가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이중 차이나조이도 9년째 진행되고 있는 장수 행사로 남고 있다. 하지만 차이나조이는 그 해가 갈수록 점차 게임쇼라는 이름이 퇴색되는 형국이다. 온라인 게임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양대 게임쇼인 차이나조이는 지스타와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그 행보는 사뭇 다르다.

△ 매년 연출되는 기가 막힌 장면

게임쇼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유저들은 ‘게임’이라고 답을 할 것이다. 실제로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은 누구나 새로운 게임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고 이에 부응해야 하는 것이 게임사의 입장이다.

하지만 ‘차이나조이’ 만큼은 ‘게임’이 주인공이 아니었다. 전시 부스를 가득 채운 것은 게임이 아니라 도우미이었으며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대략 1.000여 명의 육박하는 도우미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행사에 참여한 인원을 대상으로 콘테스트까지 개최되기도 했는데 과연 이것이 게임쇼의 참모습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사실 지스타도 과거 행사 도우미가 지나치게 노출이 심한 것을 물론 쇼 자체의 수준을 저하시킨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결국 지스타는 부산을 기점으로 환골탈태에 성공해 도우미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시연 부스를 대폭 늘렸다.

덕분에 유저들은 신작 게임을 즐겨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고 결국 지스타는 진짜배기 게임쇼로 거듭날 수 있었다.

△ 과거 지스타에서 볼 수 있었던 장면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차이나조이’는 이와 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다. 2009년 당시만 해도 꽤 많은 인원이라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올해만큼은 아니었다. 수십 명의 도우미들이 기업 부스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곳곳에서 포즈를 잡고 관람객의 눈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앞서 지스타의 예를 들기는 했지만 세계적인 추세만 보면 행사 도우미는 행사장 내부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국제적인 게임쇼로 자리 잡고 있는 E3도 게임 홍보를 위해 코스튬을 착용한 도우미들은 있지만 과거처럼 과도한 노출을 통해 관람객의 시선을 모으는 경우는 완전히 사라졌다. 물론 행사장 외부에서는 간혹 눈에 띠는 모습이지만 내부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게임사들의 지나친 경쟁에서 비롯된다. 다른 게임사보다 좀 더 많은 도우미 인원을 확보하고 노출을 유도해야 관람객이 모인다는 이상한 관습에 사로잡혀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는 중국 게임사들은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외국계 기업인 레드 5 스튜디오는 ‘파이어폴’을 차이나조이에 선보이면서 행사 도우미를 배치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전시 부스와 달리 시연 부스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 오히려 레드 5 스튜디오의 부스가 신기해 보이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행사 도우미들의 여파로 인해 전시 부스 대부분이 무대로 꾸며지다 보니 시연 부스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무대에 지나치게 면적을 할애하다 보니 시연 부스를 설치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실제로 시연 부스는 메인 부대 뒤 구석에 숨겨져 있거나 최소 공간으로 설치되어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게임’들이 곁다리가 되는 어이없는 풍경이 전시장 전체를 채우고 말았다.

일반적인 게임쇼에 익숙해진 국내 미디어들도 정작 신작 소식을 전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시 게임들이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게임을 즐겨볼 수 없었고 아예 찾지도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게임 홍보 포스터마저도 벽면으로 밀려있다 보니 전시 부스에 무슨 게임이 전시되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것도 큰 문제였다.

마치 모터쇼에서 자동차들을 꼭꼭 숨겨 놓은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에서 관람객은 과연 무엇을 보고 체험해야 하는 지 알 수 없는 기묘한 현상은 ‘차이나조이’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 중 하나다.

△ 쉴 자리가 없어서 아무 곳이나 않을 수 밖에 없는 현실

편의 시설에 대한 문제도 ‘차이나조이’는 0점 수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편의 시설이라고 해봤자 전시장에 마련된 스낵 코너인데 가격도 일반 시중에서 파는 가격에 2배 가까이 받는 것은 물론 장소도 협소했다.

‘차이나조이’ 전시장은 꽤 넓기로 유명하다. 전시장 크기만 놓고 봐도 E3나 게임스컴에 비견될 정도고 지스타보다는 훨씬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하지만 부스들이 메인 무대를 지나치게 크게 만들다보니 장소가 지나치게 협소해지면서 휴식 공간이 부족해졌다.

결국 관람객들은 행사장을 연결하는 길에서 쉴 수밖에 없는데 파라솔과 의자 같은 기초적인 것도 갖춰지지 않아 38도가 넘는 뜨거운 열기에 노출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행사장을 그대로 연결해 놓은 것도 아니라서 어떤 곳은 밖으로 다시 나와 빙빙 돌아야만 다시 전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배치한 것은 관람객에 대한 배려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편의 시설 문제는 비단 ‘차이나조이’ 문제 뿐만은 아니다. 지스타 역시도 이러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스타는 서서히 이러한 문제를 고쳐나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차이나조이는 그 노력마저도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 차이나조이가 제대로 된 게임쇼가 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 한 내용 외에도 쓰레기 문제와 쾌적하지 않은 실내 문제 등 ‘차이나조이’의 대한 문제는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

특히 관람객도 이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가 없는데, 여기저기에서 쓰레기를 바닥에 그냥 버리는 행위들을 자연스럽게 보일 정도면 게임쇼뿐만 아니라 이를 찾는 관람객도 수준 미달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적어도 국제적인 게임쇼가 되려면 해외 기업들도 참여하고 싶을 만큼의 수준을 갖춰야 하지만 ‘차이나조이’는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를 갖추지 못하고 그저 자기만족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형국이다.

전시장의 크기와 관람객의 집객 수가 게임쇼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주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지스타가 점차 게임쇼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반해 ‘차이나조이’는 점차 수준이 떨어져가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구조 자체가 문제가 있음을 주최 측에서도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되지 못한다면 ‘차이나조이’는 결국 자국 내에서 벌어지는 행사 수준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나아가 국제적인 게임쇼에는 이름조차 못 올리고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이라도 주최 측은 세계적인 게임쇼에 걸 맞는 모습을 갖추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겜툰 민재홍 기자
trapmaster@gamtoon.com